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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 / 10 / 22 조회 : 7323
제목 단풍 대신 나체 쇼 (오대산)
글쓴이 강대화
  단풍 대신 나체쇼 (오대산)▐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6번 국도를 달리는 차창에 펼쳐지는 산들의 단풍은 포개 놓은 무지개시루떡처럼 파노라마 쳤다. 봄꽃 산보다 더 화려하다고 뽐내는 산자락을 휘돌아 10시 남짓 진고개에 올랐다. 가을산이 화려하다고, 그 풍광을 매일 띄우는 매스컴 탓인지 진고개는 인산인해였다. 고개마루에 사람들이 수놓은 색채의 현란함은 가을산을 뺨친다. 그 색의 똬리가 한 올의 색실로 풀려 동대산자락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도 그 색실 띠의 매듭으로 산속으로 빨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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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훑다 그리도 섧었는지 바람은 울면서 달려들고 몇 잎 남지 않은 마른이파리는 바람따라 흐느낀다. 당단풍, 진달래, 생강, 떡갈나무를 비롯한 낙엽목은 옷을 홀랑 벗었다.  간혹 신갈나무의 커다란 이파리는 갈색으로 말라 오그라져 박쥐처럼 매달려 흔들거린다. 반시간 정도 오르고 있지만 눈길 잡는 단풍은 없다.

 

새이리떼 캡틴도 다소 실망했다는 투다. “산과 여자는 멀리서 봐야 아름답다더니 그런 갑네요.”라고 서운함을 달래며 나를 살핀다. 아까 차창에 파노라마 쳤던 단풍은 어디로 증발했을까. 동대산정이 가까워지니 앙상한 나목들이 어지러운데 기품 있는 놈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비틀고 휘어가면서 몇 백 년을 살아가는 놈들은 나무라기보다 기목(奇木)이라. 그 기목들이 퍼레이드를 하며 본격 쇼를 펼치고 있다.

 

나신(裸身)의 현란한 몸짓에 눈팔다보니 그들의 신묘(神妙)는 단풍보다 더 기품이 있다. 어떤 놈이 노란 손수건 한 장씩을 나붓대면 내 시선은 빙빙 돌다가, 간혹 울며 달라붙는 바람을 붙드느라 내는 그의 신음소리에 내 간장도 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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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를 하고 있는 주연은 신갈, 느릅, 층층, 야광, 물푸레, 갈참, 옴나무 등인데 차례로 바통을 이어가며 ‘태양의 서커스’ 못잖은 기교 춤을 추고 있다.  그 쇼 속에 압권은 하얀 보디페인팅을 한 사스레나무의 은빛춤사위다. 태양의 서커스에 얼마나 몸살 났던지 보디페인팅이 너덜너덜하지만 햇빛 속에서 현기증이 날정도로 눈부시다.

 

그 쇼의 주역들! 쪽빛 하늘장막을 치고, 깨 홀딱 벋고, 부끄러움 없이 천연덕스럽게 까불(?)어대는 놈들을 보노라면 시간은 갈바람처럼 지나친다.  주목이 연출자처럼 우뚝 서있다. 쇼를 연출하느라 얼마나 골몰했으면 속이 저렇게 썩어 없어졌을까! 속을 다 비우면서도 그는 의연히 자리지킴하고 있다. 천년을 연출한 그 기상을 놓을 수 없다는 듯 시목(屍木)이 된 몇 놈은 당당히 파란하늘을 뚫는다.

 

‘멀리서 봐야 아름다운 산’은 알고 보면 속내도 아름답다. ‘멀리서 예쁘게 보일 여자’는 마음도 비단결 같은 법이다. 캡틴의 마음은 비단처럼 배품과 자기희생이 농함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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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보다 즐거운 쇼 감상에 시간을 잊다보니 두로봉이 다가선다. 쇼는 아무 산이나 다 하는 건 아니니라. 더구나 많은 희귀한 나무들이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태양의 쇼’를 연출할 수 있음은 오대산이 육산이고 주위를 높은 산릉이 첩첩으로 감싸고 있어 가능할 터이다.

 

1400여 년 전,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 갔을 할 때 “그대나라 동북쪽 명주땅에 오대산이 있고 거기에 만 명의 문수보살이 늘 머물고 있으니 찾아뵙도록 하라.”고 선몽을 하여 깨우쳐 귀국하여, 여기 골에 풀로 움막을 치고 문수보살을 기다렸다(643년, 삼국유사). 허나 문수보살을 만나지 못하고 절을 세우니 오대산과 적멸보궁과 상원사라고 고려말 민지(閔漬)는 저서 묵헌집(黙軒集)에 기록하고 있다.

 

이름깨나 불리는 산치고 바위 없는 산은 오대산이라. 근데 두로봉 가슴께에 웬 흰바위가 두개 있다. 검은 바위람 오대산은 진즉 흙 속에 묻었을지 모른다. 그 바윈 열심히 세수하여 반들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흙에 파묻히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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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두로봉을 넘는다. 포근한 육산은 굴곡이 완만하여 산책길로도 그만이라. 상왕봉을 지척에 두고 점심자릴 폈다. 정회장, 그가 안내한 깜교사(흑인 원어민 영어교산데 이름을 가르쳐줬는데 까먹음), 네파 안팎사장, 중년부부, 선그라스 미즈, 몸짱사내와 낙엽위에 질펀하게 뻗었다.

 

단연 군계일학은 깜교사.  1년 계약직(단기계약은 그가 요구했다고 정회장이 귀띔)으로 금년3월부터 근무하는데 무료해 할 휴일을 단풍 감상시키려  회장이 권유 동반 시켰단다. 해선지 깜교산 늘 정회장 그림자를 밟고 있다. 우리들이 알아듣거나말거나 먹을거릴 건네며 말을 걸자 그가 쑥스러운지 아님 황송해선지 어줍잖 해한다.

 

보기 뭣했던지 네파 안사장이 “좀 놔둬, 그것만이라도 지 맘대로 하게.”라고 역정(?)을 들어 모두가 깔깔댔다. 27살 미국산 깜교산 늘씬한 몸짱에 엄청 미남 이였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타국에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정회장 눈치까지 봐야하니 뭐하나 성에 차게 할 손가? 그 괄괄하고 리버럴할 한창의 에너지덩이가 말이다. 해서 네파 안사장은 혀를 잘못 꼴망정 깜교사 편에 서고 싶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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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못 꼬는 건 나도 마찬가지라. 깜교사와 계속 동행을 하면서도 불만 가득한 놈처럼 입 닫아야 했다. 안 꼬부라지는 혀로 잘못 의사전달이 되면 낭패다 싶어, 그를 더 당황하게 할까도 싶어, 더는 자신이 없어 주둥이를 닫기로 했다. 해서 그가 느낄 산천과 많은 등산객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지만 어쩌랴. “가만 좀 놔 두랑께 그러네에”라고 누가 옆에서 손짓발짓하는 나를 무안 줄까 싶기도했다.

 

상왕봉(1491m)을 점찍고 비로봉을 향하면서다. 깜교사 못잖은 호남(好男) 네파사장이 기분이 좀 상했다. 그를 뒤따르던 어떤 산님이 그가 지팡이를 좀 끌었던지 핀잔을 주어서다. 산행하다보면 지팡이를 끌 수도, 들고 다닐 때도 있게 마련이다. 뒤따르는 분이 안전거릴 유지함이 옳고, 그게 불안하면 양해를 얻어 앞쪽에 서면 될 것이다.

 

지팡일 겨드랑이에 낀다거나 가로로 뒷짐 들고 다니는 건 삼가야겠지만 그 때도 뒷사람이 거릴 유지하면 시비가 없다. 일상을 털고 나와 모처럼 무념 속에 빠지며 한가해지고 싶었는데 누군가의 불만을 감수하려면 기분 잡치는 게다. 해서도 산님들은 깍듯이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미국이나 일본사람들의 지나친 겸양(내가 잘 못하여 부딪쳐도 미안타고 하는)이 저리가라다. 난 그걸 산행 중엔 실감한다. 네파사장의 기분이 짐작 갔다.

 

비로봉(1563m)이다. 모두 한 컷씩 하는데 나도 얼굴을 끼었다. 깜교사를 모델삼다 **공주는 신랑한테 자랑(딴 이유가 있었다)하겠단다. 남쪽 황병산릉에서 서쪽 계방산을 이어 북쪽 응봉산이 하늘을 가뒀고, 그 틈에다 주문진시가를 장난감처럼 심고 뒤론 푸른바다를 앉혔다. 겹겹한 산릉이 옅은 안무로 하늘을 잡아끌면서 오대산을 안고 있다. 4시가 훨씬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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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이마사리를 모셨다는 적멸보궁을 향하는 하산길은 가파른 계단이다. 벌거벗고 쇼를 하는 거목들의 몸통도 우람하기 짝 없지만 비로써 단풍도 얼굴을 드밀고 적멸보궁이 명당터임을 묵언하고 있다. 5시를 바라보는 해님은 산릉을 이미 넘었다. 넘어가는 햇살에 단풍은 한결 맑고 곱다. 내 몸은 넘어가는 해에 쫓겨 적멸보궁도 상원사도 건성이다.

 

 어사 박문수가 명당 중 명당이라고, 세조가 등창을 낫게 했대서 자녀들이 만들었다는 동자상의 상원살 뒤로한다. 숭유배불(崇儒排佛)이 조선의 이념이었거늘, 등창을 치료하겠다고 예까지 내려와 청정수가 그리 좋았던지 옷 활딱 벗고 목욕하다 지나치던 동자승을 불러 등 때밀이시키고, 상원사를 일으킨 수양은 자장율사보다 더 무엇이 훌륭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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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죄 많이 지은 수양을 그렇게라도 보듬어야 할 것 같아 문수보살은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등창 땜에 형수(단종의 어머니. 수양의 꿈에 나타나 침을 뱉는 꿈을 꾼 뒤에 발병)네 가문까지 멸문지화 시킬까 봐서 말이다. 그의 의관을 걸어두었다던 관대걸이를 마주할 땐 5시 반이 지났다. 예나 지금이나 힘 있는 자는 법을 무시하고 백성에게만 채근질 한다. 그래도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

                                                                    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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