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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 / 10 / 31 조회 : 1415
제목 올드랭사인 (old long since) & 낙산대불
글쓴이 peppuppy(깡 쌤)

올드랭사인(old long since) & 낙산대불

 

 

닷새째 날 아침, 찌뿌린 하늘은 부슬비를 뿌리고 있었다. 오늘은 한 시간 늦은 750분에 호텔을 나섰다. 봄날의 안개비속에 누군가를 만나러 나서는듯한 외출은 어제의 피곤을 잊게 했다. 축축이 젖은 청두시가지는 충분히 깨끗하다. 말쑥한 현대식건물들인데다 가로망도 잘 정비돼 있어 다소 복잡한 고도(古都)일 거란 나의 선입견을 뭉개야 했다.

-관객앞에서의 소수민족무희의 열창-

성도는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심장부역할을 했던 고도다. 인구1200만 명의 대도시 같잖게 여유롭고 깔끔해 보이는 건 넓은 터에 시가지를 현대식으로 기획 발전시켜서일 테다.

게다가 온난대기후에 풍부한 강우량과 늘푸른 가로수가 청정시를 만들어 얼핏 보기엔 싱가포르보다 더 살기 좋은 도시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보다 더 많은 인구들이 사는 대도시가 시골전원도시 같이 쾌적해 보여 참으로 부러웠다.

-부슬비내리는 성도시가-

 

낙산대불을 향한다. 성도-낙산고속도로는 중국의 미래를 가늠케 했다. 도로주변의 수풀들이 밋밋할 고속도로의 풍정을 풋풋한 풍경구로 다가서는 거였다. 난 이렇게 멋진 고소고도를 달려본 적이 없다. 거의 평야인 들판을 두시간반 남짓 달리는데도 지겹지가 안했다. 도로변 수풀이 그림같았다. 거대한 땅의 사회주의국가여서 지구상의 어떤 나라보다 쾌적한 국토개발이 가능해서일 것이다.

-성도ic-

 

낙산대불을 보기위해 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오른 건 11시쯤 이였다. 비는 그쳤지만 궂은 날씨여선지 그다지 관광객은 붐비지 않았고, 유람선도 20~30명만 승선하면 출발하나 싶었다. 성난 급류였던 민강은 여기선 얌전한 탁류가 됐다. 칭이강과 다두강이 합처지는 지점에 능운산(凌雲山)이 있고 그 바위산에 대불이 있는 것이다. 자욱한 안개는 더욱 신비롭게 하는 거였다.

-낙산 민강선착장의 유람선-

세 강은 홍수가 잦아 수해를 막기 위해 해통(海通)스님이 배의 안전항해를 기원하며 절벽에 석상을 조각하기 시작한 것이 낙산대불이다. 스님이 세상을 떠나자 절도사 위고(韋皐)가 유작을 이어받아 90년에 걸쳐 완성하였단다. 그런 대역사로 인해 떨어져 나간 토사가 강바닥에 쌓여 수심이 얕아지면서 수해는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해통스님의 원력이 이뤄진 것이다.

-낙산대불-

 

아니다, 인민들의 한 세기에 걸친 수많은 희생과 불굴의 정진이 위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그 후예들은 관광객들이 감탄하며 지불하는 무진장한 돈을 챙기는 것이다. 그들의 그런 굴기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면면이 이어져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가나 싶다. 우리의 위정자들은 당대에 뭔가를 이뤄 자기 낯내려는 조급증 탓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졸작품을 만들고, 후예들은 그걸 유지하는 데 혈세 쏟고 골머릴 앓는 건 아닐까?

-대불 귀, 나무조각품에 황토를 씌워 붙였단다-

 

능운산 서란봉 붉은 암벽을 깎아 만든 미륵대불은 의자에 앉은 좌상(坐像)으로 전체 높이 71m, 머리길이 14,7m, 머리넓이 10m, 어깨넓이 28m, 귀 길이 6.72m, 코 길이 5.33m, 발 하나의 넓이가 5.5m에 길이가 11m란다. 발 위에만 100명이 설 수 있고 귓구멍 속에 어른 두 명이 들어가 앉을 수 있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대불 옆으로난 계단 길. 대물 머리위의 능운사로 이어져 한바퀴 일주한다-

 

완성했을 땐 대불을 보호하려고 13층높이의 목조건축물(대불상각)로 비개처럼 덮어 법의에는 금박, 몸통에는 주홍색이 칠해져 있었단다. 또 용수배출을 위한 배수구와 물 빠지는 홈이 파여져 있었다.

()말기에 건물은 소실되었고, 대불도 세월이란 시간에 노출되어 산성비에 코를 비롯한 돌출부위가 까맣게 변색됐다1996년 인근의 아미산과 함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대불을 한바퀴 도는 벼랑길-

 

유람선에서 대불의 위용을 관망하면서 근 한 세기에 걸쳐 바위를 파냈을 이름 모를 노역자들을 상상해보았다. 만리장성축조 때처럼 거창한 역사엔 수많은 목숨이 희생됐었.

우리에겐 그런 대역사가 적어 개인의 비극이 많잖았던 게 다행이란 생각도 해봤다. 지금 관광수입이 없어도 말이다. 그만큼 폭군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근디 요즘 위정자들은 속 좁은 독존 왕들처럼 자기도취를 즐기나 싶다.

-선착장 뒤의  2층관불루-

바위산을 그대로 깎아 만든 대불은 도보로 가까이서 실감할 수도 있다. 두 시간이면 가능하다니 기왕이면 등산하는 셈치고 발길로 더듬어 실측했어야 했다. 산정의 능운사도 구경하고 세 강이 합류하는 세물머리의 도도함도 조망하면서 말이다. 정크선이 멋지게 어깨동무하고 있어 구경하려했더니 뱃사람들이 접근을 막는다. 그 좁은 공간에서의 삶을 엿보고 싶었는데~?

-앙증맞은 정크선, 접근을 못하게 했다-

유람선관광은 반시간쯤 걸린다. 요금은 70위안이란다. 지네 선조들이 목숨 바쳐 만든 구조물이니 그 돈 받을 만하. 부두에서 군밤, 군고구마를 파는 손수레꾼들도 선조 덕에 먹고살 테다.

선착장 앞 유명하다는 용유주류식당에서 사천성요리 점심을 먹었다. 내 미각과 후각이 유치해선지 유명세만큼의 맛깔은 감지 못 했다. 식도락은 각자 식습관이 좌우하니 어쩔 수 없지만 울집 아내의 손맛이 더 개운하다.

-사천성요리집 용유주루-

버스2층 맨 앞좌석에서 훑는 낙산시내도 깨끗했다. 상온의 일기에다 멋들어지게 뻗은 황강수(黃棡樹)란 사철나무가 길을 휘덮고 있어 설까? 갓길에 쭈그리고 앉아 점심을 때우는 노동자들의 풍정이 따뜻해보였고, 레미콘차가 대로에서 막무가내로 끼어들어 U턴하는 무법도 중국다웠다.

얼핏 보긴 했지만 거리엔 교통정리 하는 공안원모습이 안 띄었다. 차량과 리어카와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사람이 뒤엉켜도 공안원은 안 보인다.

-황강수터널 거리-

그런대로 사고 없이 교통은 흘렀다. 그걸 몇 번이나 목격했다. 사고 쳤다 하면 벌금이 엄청나서 뒤엉켜도 양보하고 느긋하게 지 자릴 찾는 걸까?

조급해서 끼어들며 악쓰고 얼굴 붉히는 나의 운전습관은 여기선 욕바가지 깜일 것이다. ‘만만디삶이 그들 특유의 장기이며 여유로움이리라. 더디지만 언젠간 해내는 굴기의 정신은 광대한 대륙기질 탓일지 모른다. 암튼 그들은 팬더처럼 느리고 음흉하게 지 갈 길을 가고 있는 성 싶었다.

-폭군 레미콘차의 느닷없는 U턴-

600년을 한 가문에서 전수해 오고 있다는 수정방(水井坊)이란 전통술집을 탐방했는데 참으로 미련하게(?), 고집스레 옛날 주조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술을 빚고 있었다. 아니 결코 미련한 게 아닌 옛날방식 그게 가장 현명한 노하우로 더딘시간을  축적 담금질한  최상의 미각을 발휘함일 것이다. 우리도 그런 장인정신을 살려나가야 함인데 돈 많은 재벌들은 그걸 가만 놔두질 않는다.

-전통주 수정방의 미니어쳐-

 

그 동안 중국을 몇 번 왔었지만 만만디그들의 오늘은 이젠 빨리빨리의 우리보다 앞서고 있었다. 일취월장 발전한 모습에 감탄할 뿐이다.

우리나라 5배인 사천성, 10여년사이 서울보다 더 크고 여유로우며 쾌적한 현대도시가 된 성도시내를 일별하며 그들의 잠재력과 자원이 한 없이 부럽고 한편 시기심이 앙 났다. 유명한 사천샤브샤브 저녁식사를 하러 덕장화방(德莊火旊)엘 갔다가 되돌아서야했다. 정전이었다.

-촛불디너파티를 했던 샤브샤브식당 덕장화병 앞의 일행들-

촛불 켜놓고 먹는 방법뿐이라 6시까지 시내관광을 하다 그때가지도 정전이면 딴 곳에서 식살 해야 한다고, 가이드 8년에 첨 일이라고 변명 겸 궁시렁댄다. 기 예약된 식당 이였다. 공원엘 가는 버스 속에서 나는 촛불 켜고 먹는 식사가 얼마나 운치가 있느냐! 좋은 추억거리다. 6시넘어 정전돼도 거기로 가자고 가이드옆구릴 찔렀다. 가이드가 손님들께서 중론을 모은다. 반반이다.

-안개비 속의 성도-

 

분위길 선호하는 여자분들이 대게 찬성했다. 중국까지 와서 마누라 이길 위인은 없다. 통과였다.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가 나오는 애수(哀愁,런던 브리지)란 영화가 있다. 넓은 홀에서 커플끼리 올드`랭 사인(old long since)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전깃불이 차례로 하나씩 꺼져 완전 캄캄 암흑천지가 되면, 커플들은 얼시구 껴안고 키스를 하는 키스타임시간이 된. 난 그 애길 가이드에게 하며 촛불식사를 강권했던 거다.

-천부촉운쇼 공연대극장 앞에서-

6시에 식당에 전활 넣은 가이드는 나를 쳐다본다. 난 고갤 끄덕였다. 어떤 여자분이 ‘글로 가요라고 거들었다. 식당 앞에 내린 우리일행을 종업원들이 나와서 얼떨떨 환영한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양편에 촛불이 깜박거린다. 컴컴한 홀엔 테이블에 촛불 하나씩 커 있어 좀 어두웠다. 굼뜬 식당은 우리가 촛불을 더 켜라고 해서야 허둥지둥 촛불 구하러 허둥댄다. 와중에 음식이나 빨리 내오라고 야단치는 어떤 남자! 종업원들이 죄인마냥 발바닥 불나게 종종걸음 친다.

-극장 앞 밤풍경-

 

화로는 가스불이기에 음식 대치는 데는 지장 없다.

익힐 필요도 없지만 혹 벌레를 대쳐져 입 속에 들어간들 보일 턱이 없다. 한창 기갈 채우느라 떠들썩한데 느닷없이 천지가 개벽됐다. 전깃불이 켜진 것이다. 환호성에 종업원들은 정신이 없다. 리필도 분수껏 일 텐데 기꺼이 참아준  우리가 고맙다고 맘껏 즐기라는 주인장의 특명을 내렸단다. 참으로 배터지게 먹었다.

 

모두가 쾌재를 연호한 디너파티였다. 불뚝이 되어 사천 판타지쇼 관람을 위해 극장엘 들었다.

사천소수민족의 애환을 판타지화한 예술극이란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화려한 예술단원들도 프로가 되려면 피나는 노력을 했을 테다. 그래서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우리들을 싣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잠자는 시간은 3~4시간될까?)협곡을 질주하던 버스운전기사님은 월수입 1천만원이상일 테니 만족할까?

-소수민족의 애환을 극화한 쇼-

가이드 말인즉 아니거란다. 티베트사람들이 무일푼이어도 더 행복할 거란다.

참 똑똑한 가이드(김기화, 전화;15704337778)는 명년엔 꼭 결혼하겠단다. 아직 남친도 없는데 그것도 한국에 와 한국예식장에서-. 결혼이 행복의 전당이길 빈다. 여행 중인 울 부부도, 아니 아내는 행복한 여행이 아니라 스트레스만 더 쌓이는 고행이란다. 행복은, 행복의 파랑새는 한국에도, 중국 땅에도 없는 내 마음속에서 날고 있음일 테다.

2016. 10. 21

-명년엔 꼭 한국내 결혼식장에서 결혼하겠다는 자부심 강한 가이드를 부러 불러 사진을 찍었다. 민교수 작품 - 

-성도의 밤, 대로-

-호텔야경-

-고속도로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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