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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 / 03 / 17 조회 : 1453
제목 궁벽의 땅 캄차카에 가다
글쓴이 허 심

태고의 신비 간직한 원시 자연의 비경

궁벽의  캄차카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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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스키 톨바칙(3,682m) 능선에 펼쳐진 거대한 용암의 강. 화산폭발에 의해 분출된 마그마가 뜨거운 액체가 되어 흐르다가 굳었다.

오지(奧地)의 뜻을 찾아보면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 깊숙한 땅’, 순 우리말로 

‘두메’, 한자로 ‘산간벽지(山間僻地)’라고도 한다. 영어로는wilds(야생의, 황폐한), backwood

s(미개척, 궁벽한 땅), back country(변경, 변방), remote(멀리 외진, 척박한) area를 말한다. 

세계 속의 오지는 아직도 7대륙 곳곳에 있다.

험한 오지를 찾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접근 자체가 힘들다. 제대로 길이 나 

있을 턱이 없다. 온갖 야생동식물에 곤충이 우글거리며 이 중엔 인명을 해치는 동식물, 독충

도 많다. 땅이 거칠어 텐트 치기도 어렵다. 

밥 해먹기도 힘들고 야영생활 자체가 고행의 연속이다. 자연의 변화무쌍함은 매몰차며, 지

도 등 제반 정보가 대부분 맞지 않는다. 때문에 오지를 탐사하러 떠나는 한국인은 대부분 산

악인이다. 특히 모험과 탐험을 좋아하는 산악인들. 

이들 중에는 곳곳의 유명 산악지대는 물론 역사, 문화유적지 등을 두루 섭렵하는 산악인도 

있고, 안락하고 화려한 관광지는 관심 없이 오직 천혜의 자연경관만을 찾는 이들도 있다. 아

무튼 보헤미안(Bohemian) 기질이 다분한 분들이다.

캄차카 반도(Kamchatka Peninsula)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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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에서 발견한 곰 발자국. 길이와 폭이 30cm 가량으로 우람하다.

금년 여름 우리는 캄차카로 향했다. 캄차카 반도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 지도를 펴니 아시

아 대륙의 북동쪽 끝 북위 60도 선을 지나고 있다. 여느 열매의 씨앗처럼 생긴 캄차카 반도

는 길이 1,200km, 최대너비 480km, 대륙과 연결되는 지협부(地峽部)의 너비는 좁아 100k

m 정도다.


반도의 서쪽은 우리 동해(東海)보다 훨씬 큰 오호츠크해(), 동쪽은 세계에서 가장 험한 바

다라는 차디찬 베링해다. 캄차카 반도에는 산이 많다. 해발고도 2,000∼3,000m의 스레딘니

(중앙)산맥과 보스로츠니(동부)산맥이 나란히 뻗어, 그 사이는 캄차카강() 유역 넓은 숲의 

평야가 펼쳐진다. 

화산이 많아 모두 160여 개나 되는데, 동해안과 보스로츠니산맥에 집중해 있고, 22개 화산

지대는 현재도 활동중이다. 세계에서 활화산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원시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

그러면 그 넓은 땅에 사람이 얼마나 살고 있나. 2007년 러시아 정부가 캄차카주()와 코랴

크(Koryak) 자치구를 합병한 ‘캄차카 크라이’는 면적이 47만km²에 달한다. 이중 순수 반도만

의 면적은 37만Km²로 한반도(22만km²)의 1.7배, 남한(10만km²)의 3.7배다. 엄청 큰 반도다.

그런데 인구는 캄차카 크라이 전체에 겨우 39만 명이다. 반도의 아래쪽 1/3 면적인 캄차카주

에 37만 명, 2/3의 넓은 면적인 코랴크 자치구는 고작 2만 명에 불과하다. 또 캄차카 인구의 

1/2이 주도(州都) 페트로파불로프스크-캄차스키(Petropavlovsk-Kamchatski)에 몰려 있다. 

알기 쉽게 비유한다면 우리 남한 땅 전체에 겨우 8만 여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부산

에 4만 명 살고, 나머지 4만 명은 대부분 바다연안에 흩어져 살고 있는 형태다. 서울을 비롯

한 내륙지방에는 극히 소수의 사람이 드문드문 살고 있다니 천혜의 오지가 분명하다. 소름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전에는 이곳에 핵잠수함 기지가 있어 접근이 엄격히 금지된 은둔의 

땅이었다. 곰과 순록의 영토이며 태평양 연어의 20% 이상이 이곳에 와서 알을 낳기에 5~6

월에는 강이 온통 연어의 검붉은 색깔로 가득하고, 하도 많아 포클레인으로 퍼 담는단다.

연평균 강수량은 600∼1,000mm이며, 산맥은 무서울 정도로 신비로운 타이가(Taiga)로 덮

여 있다. 천연자원은 미개발 상태로 석유 석탄 금 등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온천은 

각지에서 솟아나온다. 바다고기잡이가 풍성해 러시아 총 어획량의 13% 안팎을 차지한다.

시간 차는 우리나라보다 3시간 빠르다. ‘국제날짜변경선’이 바로 앞바다를 지나니 캄차카야

말로 지구촌에서 가장 빨리 새벽을 맞이하는 지역이다. 러시아의 서쪽 지역보다 9시간이나 

앞선다. 모스코바에서 오전 9시 근무 시작할 때 캄차카는 오후 6시 퇴근시간이다. 놀랍다.

나라가 조각날까봐 두려워 전역(全域)의 시간대조차 베이징(北京)에 맞춘 중국도 만일 나라

가 러시아만큼 동서로 길게 펴졌다면 그래도.... 시간대를 통일했을까?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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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벗어나면 길이 워낙 험해 탱크 형의 트럭도 탄다.

캄차카로 가려면 ‘하바롭스크’ 또는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 타야 

한다.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 쪽을 택했다. 

일행은 김인섭(71) 대장 외 최고령 조한남(72)님과 염재현(62), 오정석(65), 이순재(59), 홍

성혁(60), 이영생(59), 이상일(59)님과 여성으로 최순옥(58), 허옥희(56), 최경희(57), 이은숙

(55)님 그리고 필자 총13명. 모두 험한 오지탐사를 즐길 줄 아는 경험 많고 노련한 베테랑 산

악인이며 낭만파들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지배하라’라는 뜻이란다. 러시아 극동함대사령부가 있는 해군기

지로,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북빙양(北氷洋) 항로의 종점이며, 모스크바에서 출발하는 ‘시

베리아 철도’의 종점이다. 

1860년까지는 청나라 영토였으나 어찌어찌 러시아 땅이 됐다. 러시아 태평양 연안의 최대 

무역항이며 어업기지로 겨울철에도 쇄빙선을 사용해 활동이 중단되지 않는다. 2012년에

는 APEC 정상회담이 열렸었다.

러시아 입국수속을 간단히 받고 바로 통과했다. “아니! 서유럽 나라의 국제공항과 같잖아!” 

옛날 공산국가 입국이 그토록 까다로웠던 시절을 생각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

런 국제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영어하는 직원이 없다. 시내호텔도 마찬가지다.


국제항구가 이 지경이니 캄차카는 오죽하겠는가. 앞으로 러시아를 여행하려면 이 나라 글

과 말을 배워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새삼 절감한다.

내가 알기로 세계에서 가장 긴 이름의 도시 페트로파불로프스크-캄차스키 공항에 도착하니 

공기가 상큼하다. 환영 나온 여행사 직원이 가이드 발레리(55)와 영어통역 야나(23, 여), 쿡 

올라(39, 여) 및 운전수 스라바(45)를 소개한다. 이들은 앞으로 2주간 우리와 함께 생활할 것

이다. 

젊은 여성 야나 외엔 모두 강하고 거친 러시안 특유의 인상이다. 우리를 옮겨줄 우람한 캄차

카 우랄 승합차에 탔다. 실내는 버스(?)인데 트럭보다 더 육중하고 승차감이 좋지 않다. 길이 

워낙 험하니까 하고 억지 이해했다. 

앞에는 대원이, 뒤에는 배낭과 짐을 싣고, 캄차카 산 5년생 개를 데리고 탔다. 산행중 곰을 

만나면 개가 짖으며 오가면서 시간을 끌면 발레리가 지니고 있는 ‘마취 총’으로 사격하기 위

함이란다.

캄차카 내륙탐사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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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아시아 최고봉 클류체프스카야(4,750m)를 바라보며 걷는 대원들 한국초등은 1994년 부천산악회팀이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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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류체프스카야 산이 보이는 언덕 위, 우랄승합차 옆에서 기념촬영한 대원들.

우리는 공항에서 곧바로 북동아시아 최고봉인 원추화산(圓錐火山) 클류체프스카야(4,750

m)를 가까이 보기 위해 내륙 쪽으로 향했다.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의 트레킹 팀들은 페트로

바불로프스크-캄차스키 주변의 화산군과 강과 해안을 탐사했던 것이 전부였다. 

내륙지방 트레킹이 목적인 팀은 우리가 처음 아닐까 싶다. 다만 1994년 4월에 경기도 부천

산악회 팀이 최고봉 클류체프스카야 봉을 등정한 바가 있다. 경험 많고 노련한 전재영 대장

이 이끄는 8명의 대원은 트럭을 타고 눈길을 17시간 달려 BC와 30km 떨어진 한적한 클루

티 마을에 도착했다.


클루티 마을은 도로가 나 있는 내륙지방 끝 마을로 여기서 캄차카강을 건너면 태고의 원시

림 상태로 순록이 떼를 지어 다니는 거친 툰드라(Tundra) 지역으로 이어진다. 원정대는 클

루티에서 스노모빌을 빌려 설원을 7시간이나 달려가 도착한 BC에서 3일 만에 다섯 대원이 

정상에 섰다. 

대원중엔 훗날 등산영웅이 된 엄홍길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1994년 당시 기록에는 산 높

이가 5,020m로 표기돼 있다는 점이다. 2000년의 큰 화산폭발로 정상이 사라지며 현재 270

m 가량이나 낮아졌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정상의 천지(天池)가 그토록 넓은 우리 백두산

은 태고에 도대체 얼마나 높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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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스키 톨바칙(3,682m) 베이스캠프 전경.

첫날 야영은 말키. 캠프장 시설을 갖춘 강가의 숲속 터다. 모기가 엄청 많다. 상상 이상으로 

많아 삽시간에 40군데 이상 물렸다. 야영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캄차카강 지류의 작은 강가 

곳곳에 연기가 나면서 뜨거운 온천수가 여기저기 고여 흐른다. 신비롭다. 

몸을 담그면 따뜻해 좋은데 보글보글 분출되는 곳은 매우 뜨겁다. 누군가 캄차카 반도를 ‘화

산지옥’이라 했다는데 그래도 강가의 분출은 애교 넘치는 여인처럼 조심조심 낭만이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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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폭발로 주위는 온통 화산재로 뒤덮였고 세월이 지나면서 야생초가 자라기 시작한다. 자연의 자생, 자정 복원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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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쏘 마을의 아담한 민속박물관.

다음날도 계속 고(Go)! 울퉁불퉁 험한 길가 숲속은 아직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어마어마한 원시림의 보고(寶庫)가 양쪽에 펼쳐진다. 비교적 큰 마을 코지렙스크

에서 차 수리하느라 1시간 반을 허비한 후 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덜컹거리는 에어컨 없는 찜통 차 속에서 모두들 먼지와 땀이 뒤범벅된 채 엉덩이와 허리 고

생이 장난이 아니다. 또 잠시 쉴 때마다 삽시간에 차안으로 들어오는 모기떼는 수백 마리씩

이다. 누군가가 한마디 한다. 

“이건 트레킹이 아니라 고행의 트럭킹이로군.” 차 속에서 고생고생 끝에 드디어 숲속을 벗어

나 시야가 탁 트인 고원지대에 올라섰다. 오늘 야영지다. 저만큼 떨어진 곳엔 서양 트레킹 

팀이 여럿 있다. “서양엔 우리처럼 미친놈들이 더 많은 것 같아.” 거친 고원지대인데도 모기

떼는 아래 숲속보다 더 강력했다.

모자를 잠시 벗으면 머리카락은 아랑곳없이 머리도 온통 모기에 물린다. 놀랍다. 9월 중순

부터 눈이 오기 시작하면 5월 말에야 푸른 야생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데, 그래서 이곳 

모기들도 길어야 넉 달 생명인데 그러하기에 더욱 생활력이 왕성한가 보다. 더운 지방의 모

기는 상대가 안 된다.

아무리 거친 들판이라도 텐트치고 자는 잠은 꿀맛이다. 북녘의 아침공기에 심신이 상쾌해진

다. 도시락(서양은 어디나 도시락 내용이 다 비슷비슷하다)을 넣은 작은 냅색을 메고 가볍

게 고원을 걸었다. 클류체프스카야 주위에 카멘(4,579m), 크레톱스키(4,057m) 우슈콥스키

(3,903m) 등 하얀 산들이 전개되고, 기생분화구들이 도처에 보인다.


주위는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티베트, 몽골, 페루 등의 고원에서도 여기만큼 다양한 고산야

생초와 야생화를 본 적이 없다. 에델바이스도 눈에 띤다. 우리는 캠프로 돌아오다가 큼직한 

곰 발자국을 보았다. 엄청 크다. 이 높은 고원에 야생 곰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한편 이

곳이야말로 사람이 주인 아닌 손님이란 생각이 번쩍 든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코지렙스크 마을에 돌아와 몇 가정집에 삼삼오오 흩어져 잠자리를 정하고, 저녁을 먹을 때

는 밤12시가 넘어서였다. 다음날은 또 다른 고원지대인 플로스키 톨바칙(3,682m) BC로 향

했다. 몇 시간동안 우랄승합차 안에서 머리, 허리, 엉덩이가 뻐근할 정도로 흔들거림 세례를 

받아야만 했음은 물론이다. “진짜 아름다운 곳은 고행 끝에 나타나는 법이야.” BC에는 더 많

은 서양 트레킹 팀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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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캠프에서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대원들(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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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바칙의 데드우드(Dead wood) 지역에서의 점심식사. 오른쪽 가이드가 손을 씻는 물통이 아주 경제적이다.

야영준비를 끝내고 주위 고산평원을 천천히 돌아본다. 붉은 노을이 멋지다. 다음날은 본격

적인 트레킹. 2년 전에 폭발했다는데 산등성이 안부 양쪽으로 용암이 흘러간 자국이 어마어

마하다. 땅속 마그마(Magma)가 지상으로 분출되면서 지열(地熱)에 녹아 액체가 됐다가 식

으면 엄청 부피가 커지나보다. 

한쪽은 23km, 다른 한쪽은 7km가량 흘러내렸다는데 눈, 비와 바람에 서서히 식어가며 가지

각색 괴기한 모습으로 변한 거대한 용암의 강이 되었다. 폭이 넓어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기

에 부족함이 없다. 장엄하다. 

하와이, 필리핀, 뉴질랜드에서 봤던 용암의 강은 비교가 안 된다. 주변은 온통 화산재가 변

한 작은 돌밭 천지다. 밟을 때마다 30cm 정도 푹푹 빠진다. 그런데도 간간히 단단한 틈새로 

솟아나는 작은 풀들을 보며 식물의 놀라운 자생력에 감탄! 또 감탄!

다음날 우리는 울창한 숲이 화산폭발로 불바다가 된 후 앙상하게 죽은 나무줄기가 띄엄띄

엄 남아 드넓게 전개되는 황폐한 데드우드(Dead wood) 지대를 찾아갔다. 마치 외계에 온 

듯 비정하고 황량하고 씁쓸한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창세기 또는 멸망(?)의 영화촬영지로 

끝내주겠다 싶다. 헤드램프를 켜고 용암의 강 깊은 터널도 찾아 들어갔다.

숲속의 낙원 에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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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등처럼 생겨 이름이 카멜피크다. 사진 뒤쪽으로 올라간다.

에쏘(ЗССО) 마을은 코지렙스크에서 2시간 더 서쪽이다. 숲속의 전원마을로 그림같이 아름

답다. 주민이 2천 명에 고등학교까지 있는 꽤 큰 마을. 아스팔트가 깔린 길에 택시도 한 대 

있단다. 아늑한 마을전경에 어울리게 호텔도 통나무로 지은 2층 전원주택 형태다. 

웬만한 집은 집안에 사우나 시설을 갖췄다. 또 마을 몇 곳에 공공수영장이 있는데 적당히 뜨

거운 온천수 수영장이다. 호텔마다 넓은 마당 한쪽에 온천수 수영장이 있어 쌀쌀한 날씨에 

여럿이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훈제연어에 맥주 들이키며 담소하는 맛이 일품이다.

저녁에 보드카와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대원 한 명이 없어졌다고 난리

다. 아무리 찾아도 호텔 안에는 없다. 밖으로 나가려니 호텔주인이 막는다. “나가면 십중팔

구 곰의 밥이 되니 절대로 못나간다” 한다. 이미 한 사람의 피해자가 생겼으니 더 이상 피해

를 막는 방법이 최선이란다. 

그것 참! 호텔주인 말 듣고 방에 들어가면 잠이 올까? 용기를 내어 몇 명이 공공수영장에 찾

아가니 얼큰히 취한 대원이 거기에 있어 함께 돌아왔다. 다음날 마을을 걷는데 공공쓰레기

장 앞에 ★작년 한해에 마을 밤거리에서 주민이 잡은 곰이 51마리★ 라고 게시되어 있다. 

왜 호텔주인이 우리를 막았는지 이해가 됐다. 그러나 세상엔 운이 좋은 사람도 있는 법 아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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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친스키(2,741m) 화산을 배경으로 대원들.

에쏘 마을엔 소박한 민속박물관이 있다. 폭설이 집을 덮어도 거뜬히 생활해 나가는 옛 원주

민의 지혜, 각종 동식물 모형에 독특한 사냥도구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삶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원주민들 얼굴이 남녀 모두 늑대처럼 생겼다는 점이

다. 

야생에서 살아와서 그런가 보다. 다음날은 민속무용 공연장을 찾았다. 지구촌 어디든지 민

속무용과 민속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필수 코스. 하도 외진 곳이라 그저 그렇겠지 했는

데 깜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녀 무용수 10명이 온몸으로 표출해 내는 이들 원주민의 춤은 한마디로 놀라움의 극치였

다. 늑대, 순록, 물고기, 새, 곰, 사냥모습, 남녀사랑 등을 표현하는데 템포가 무척 빠르고 상

상을 넘어서는 다양한 율동에 넋이 빠질 지경이다. 현대무용 안무가들은 필히 이곳을 다녀

와야 하리라. 캄차카 깊숙한 작은 마을에서 이런 진수의 공연을 본 것은 뜻밖의 기쁨이요 행

복이었다.

무트노프스키, 아바친스키, 까략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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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략스키(3,456m) 전경. 한국초등은 2003년 대산련 청소년오지탐사대가 했다.

파라퉁가 리조트에서 출발해 점차 뜨거워지는 수증기를 뿜어내며 조만간 큰 폭발 가능성이 

있다는 무트노프스키(2,322m)화산의 BC로 향했다. 이젠 덜컹거리는 우랄승합차에 정이 들

었나 보다. 모기의 공격에도 느낌이 둔해졌다. 

처음엔 이들 캄차카 사람의 느긋함이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넓은 땅에서 매사에 서두

르고 조급했던 우리 마음이 더 큰 문제라는 것도 깨달았다. 하늘은 우리의 화산 접근을 거부

하듯 지천에 가득 안개비를 뿌린다. 몇 시간 가다가 결국 무트노프스키가 가까이 보이는 능

선 야영장으로 차를 돌렸다. 

차디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시야는 제로에 가깝지만 우리는 텐트치고 미리 준비해 온 장작으

로 캠프파이어까지 즐겼다. 추위를 느껴 우모복을 꺼내야 했다.

짙은 안개비 속에 텐트를 걷어 날리체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아바친스키BC에 찾아오는 

트레킹 팀이 많아지자 수년 전에 여러 개 박스형 산장을 멋지게 지어놓았다. 그동안 우리는 

쿡을 잘 만나 식사에 전혀 지장 없었는데 이곳 산장의 음식도 먹을 만했다. 첫날은 눈앞에 

보이는 나지막한 낙타봉() 등정, 내일은 아바친스키(2,741m) 화산을 시간 닿는 한 올라가

려고 한다. 

산장에서 등정 후 하산까지 7~9시간 소요된단다. 문제는 고도 2,300m 지점부터 거무스름하

던 화산 돌의 색깔이 주황색으로 바뀌며 달걀 썩은(?) 듯 냄새가 고약스럽고, 하루에 서너 차

례 연기를 내뿜는 정상에 다가갈수록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환희가 교차한다고 한다. 

하산 길은 가볍게 그러나 조심조심 내려오며, 아래쪽 경사가 완만한 설사면(雪斜面)에선 스

틱을 사용해 썰매 타듯 내려오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아바친스키 화산이 바로 옆의 까략스

키(3,456m)보다 훨씬 더 높은 산이었다는데 최근의 잦은 화산폭발로 인해 지금은 까략스키

보다 715m나 더 낮아졌다. 한 폭의 유화같이 아름다운 까략스키도 울렁울렁하며 간혹 연기

를 품어내고 있기에 또 언제 어떻게 높이가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까략스키도 하루에 정상을 다녀올 수 있다. 15~17시간 소요되기에 새벽 2시경 출발한다. 

이 산의 한국인 초등은 2003년 대한산악연맹의 청소년오지탐사대 팀이 이루어냈다. 박훈규 

대장이 이끄는 청소년오지탐사대 13명 중 11명이 아바친스키 정상을 다녀왔으며(9시간 소

요) 이어 하루 쉬고 다음날 바로 등반을 시작해 5명이 등정에 성공했다(17시간 소요). 


화산잔해의 돌밭과 눈밭 경사가 심해 자주 발이 미끄러져 아이젠과 피켈 없이는 등반이 불

가능하며, 낙석이 많아 쉴 때에도 위쪽을 바라보며 쉬어야 했다 한다. 활락정지 기술을 몸에 

익숙하게 익히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하산을 시작했다. 화산재 무더기 산비탈을 내려와 해발 1,200m 고도에 오니 놀랍도

록 경이로운 생명의 태동을 강하게 느낀다. 납작 엎드린 가녀린 야생화와 이끼류가 나타나

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야생풀에 이어 억센 나무들 키가 점점 커진다. 대원들 얼굴처럼 멋지

고 환상적인 트레킹 코스였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급속한 개방화의 길을 걷고 있으며, 캄차카 역시 연어잡이, 온천

욕, 뗏목타기 등으로 열심히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바다와 하늘 외에 육로로는 대륙과 

연결이 안 되는 오지 중의 오지다. 물가는 비싼 편이다. 

주민 대부분이 영어를 모른다. 과거의 암울한 시절에서 벗어나 이제 자유를 만끽하며 자본

주의의 달콤함에 물들어가는 젊은이의 모습에서 더없는 친근감을 느낀다.

글·사진
 
김병준(대한산악연맹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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