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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등반
암벽등반
해벽등반
스포츠클라이밍

▒  ROCK CLIMBING
▒  송도 암남공원 해벽등반
▒  글 사진|주민욱


“행님!
멋지게 한 번 오르시~소!”

높고 짙푸른 가을 하늘은 왠지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것 같다. 맑고 가벼워진 바람과 울긋불긋 화려한 비단결 단풍 빛깔로 몸은 산을 오르면서도 마치 로댕의 저 조각처럼 깊은 상념에 빠져들곤 하는 요즘이다.

그러나 등반가들에게는 또 다른 힘찬 등반을 생각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때면 늘 마음을 송두리째 유혹하는 곳이 있으니, 하늘 빛 닮아 더 푸르른 바다가 가없이 펼쳐진 부산 ‘송도 해벽 등반’이다. 늦가을이어도 상관없다. 따스한 가을 햇볕이 내리쬐는 부산 앞바다 해벽이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즐기며 남포동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박정용(31세·부산 클라이밍센터 대표)씨와 김미선(28세·영원프라자 근무)씨가 벌써 먼저 나와 반긴다. 박정용씨는 지난 8월, 파키스탄 십튼스파이어(Shipton Spire·5852m)를 등반하고 돌아온 터라 아직 피로가 덜 풀렸을 법도 한데 얼굴빛은 밝은 미소 가득이다.

짭짤한 바다 냄새가 코를 스치나 했더니 차창 너머로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의 활기찬 상인들의 모습이 화면 가득 정겹게 펼쳐졌다. 무릇 ‘삶의 현장’이란 바로 저런 풍경이다. 내륙의 산을 오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10여분을 달리더니 잘 가꾸어진 암남공원 입구다. 지난 1996년 군사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공원으로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작은 산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송도해수욕장부터 감천항까지 이어진 정겨운 오솔길 따라 뛰어난 해안 절경이 펼쳐진다.

암남공원 입구에서 300여 미터 올라가면 구름다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가까이 있는 거북암을 가려면 구름다리 지나기 전 왼쪽으로 빠져야 한다. 약간의 급경사를 내려서니 탄성 없이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름 때와는 사뭇 다른 가을 바다의 낭만을 남김없이 느끼게 한다.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정용, 김미선씨도 그 숨 막히는 풍경에 취한 듯 하다. 암남공원이 주는 멋진 선물이다.

“와~ 진짜 멋찌네예.”

박정용씨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한 후 거북암을 향해 앞서 갔다. 거북암에 도착하니 햇볕이 따사롭다. 이곳은 오후 2~3시까지는 해가 잘 드는 곳이라 가을에도 재미나게 등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바위들은 층층이 가로띠를 형성하고 있으며, 자주색과 검은색, 미색 등이 어우러져 마치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대하는 듯 하다.

장비를 내려놓자마자 박정용씨는 김미선씨가 준비해온 간식들을 먹기 시작한다. 등반 준비부터 할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하지만 ‘해벽 등반도 식후경’인 법. 역시 가을은 식욕이 왕성한 시기인가 보다. 더없이 아름답게 펼쳐진 가을바다를 배경으로 두고 차려진 이 맛난 간식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

짭짤한(?) 등반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거북암은 현재 14개의 루트가 개척되었으며, 5.9부터 5.11b까지의 다양한 난이도의 루트를 가졌다. 오버행과 페이스가 적절히 섞여 있어 재미있는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전장에 나가려는 아킬레스가 흉갑을 착용하듯 비장한 모습으로 장비를 챙기고 암벽화 끈을 묶던 김미선씨가 거북암 왼쪽의 ‘오르시소(5.9)’를 등반한다. 이 코스는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몸이 덜 풀린 상태의 오늘 첫 등반이라 조심스럽다. 하지만 김미선씨의 동작은 아주 부드럽고 내딛는 발은 차분하다. 푸른 바다를 밟고 푸른 하늘을 향해 오름짓을 하는가 했더니 어느새 “완료!”를 외친다. 김미선씨는 현재 직장에 다니면서도 또 다른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그의 꿈인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 하지만 등반 훈련도 게으르지 않다.

한창 해벽 등반을 즐기고 있으려니 이창수(32세·부산클라이밍센터)씨와 이승후(28세·부산클라이밍센터), 조강국(24세· 부산클라이밍센터)씨가 합류했고, 마지막으로 박일균(31세·부산동의공업대 OB)씨가 도착해 몸을 푼다. 이창수씨와 이승후씨는 한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늦깎이 대학생들이다.

 

박정용씨가 한 곳을 가리키더니 주의를 당부한다.

“저기 가로로 된 자주색 띠를 형성하고 있는 곳을 특히 조심해야 됩니더.”

이곳 해벽들은 특히 낙석을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헬밋 착용은 필수다.

뒤늦게 합류한 일행들과 상어암으로 이동했다. 곳곳에 낚시꾼들의 모습이 정겹다. 그러나 우리 일행들은 무슨 고기가 잡히는지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오직 등반에만 열중할 뿐이다. 상어암 주변에도 해안 절경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20여 미터의 적갈색 암벽과 나지막한 7미터 가량의 볼더링 루트가 보인다.

박일균씨는 ‘부산갈매기(5.11b)’를 오르기 시작한다. 층층으로 이루어진 바위벽 색깔들이 너무나도 곱게 느껴진다. 이런 곳에서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더없는 행운이다. 그러나 행운아들의 동작이 저마다 모두 신중하다. 홀드는 좋아 보이나 흐르는 홀드가 많기 때문이다. 몇 번씩 쉰다. 그래도 결국은 오름짓을 마무리하고 하강한다.

나머지 일행들은 7미터의 볼더링 루트를 오른다. 오버행을 트래버스 해 나가는 구간이 짧지만, 순간적인 파워를 요구하는 재미있는 등반을 제공하는 아주 훌륭한 루트다. 모두들 제각기 멋진 자세들을 잡아본다. 큼직한 홀드에 초급, 중급자가 쉽게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코스도 여럿이다.

이제 점점 그림자가 굵어진다. 모두들 재킷을 입기 시작한다. 가을바람이 바다의 소금기를 머금고 코끝을 스친다. 오늘 등반도 멋진 추억의 한 장를 장식하려는가 보다. 저녁을 맞이할 바다는 가을햇살을 받아 여전히 눈부신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등반길잡이는 - 사람과 산 2005년 11월호 358 페이지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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