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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부산 가덕도 해벽

 

붉은 파도가 친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국내 해벽 중에는 아마 가장 규모가 클 거야. 근처의 포항이나 사천 해벽도 가덕도에 비할 수 없지.”

부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경남지역 최고의 해벽등반지라 불리는 가덕도, 이전에 수차례 가덕도 취재를 다녀온 주민욱 기자가 등반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푸른 바다와 파도 위 빌레이가 유명한 가덕도로 가는 길, 비행기 창밖으로 펼쳐지는 새파란 하늘이 오늘 촬영의 기대감을 높인다.

“부산 대표 미남 미녀 클라이머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김해공항 터미널에서 김준형씨(31)와 임유정씨(31)를 만났다. 기자와 두 사람은 지난해 충북 제천 저승봉에서 개최됐던 클라이밍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작고 갸름한 얼굴과 긴 팔다리, 날렵하고 단단한 몸매와 수준급 등반 실력, 당시 출중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두 사람을 보며, ‘언젠가 부산에서 등반 취재를 진행하거든 꼭 함께하고 싶다’라고 했던 생각을 드디어 행동으로 옮기게 됐다.

“하하 부산 대표라뇨~ 과찬이십니다. (웃음)”

 

종일 해가 들고, 파도가 친다

거가대교 톨게이트 전 천성나들목으로 빠져나온 후 대항마을 방향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차를 세운다. 김해공항부터 취재진을 불안하게 했던 먹구름이 결국은 빗줄기를 세차게 내리며 바닥을 적신다. 구름 한 점 없던 서울의 하늘과 달리 먹구름 가득한 부산의 하늘, 아쉬운 마음을 표하자 도리어 취재원들이 긍정적인 말로 촬영에 사기를 더한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장마도 여름의 한 부분이니까요!”

도로 왼쪽으로 등산로가 하나 있다. 15분 정도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3번의 갈림길을 지나게 되는데, 들머리부터 왼쪽 왼쪽 오른쪽 순으로 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오르막의 끝에는 로프가 설치된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된다. 정글 같은 수풀을 헤치며 10분 정도 내려서면 숲 지대를 벗어나면서 가덕도 해벽에 도착한다.

가덕도 해벽은 부산산악인 김철규씨가 개척했다. 김철규씨는 지난 2002년 인근 산을 등산하던 중 이 벽을 발견 후 바로 개척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10년에 걸쳐 사비를 들여 단독으로 개척작업을 진행했으며, 2011년에 개척보고회를 가졌다. 이후 가덕도해벽은 전국의 클라이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명실상부 부산과 경남을 대표하는 등반지로 자리매김했다.

벽은 좌벽, 중앙벽, 우벽으로 나뉘는데 등반 길이는 10~30m 정도로, 2피치까지 등반할 경우 50m 남짓이다. 등반 형태는 크랙과 페이스가 대부분이며, 난도는 5.10~5.13급으로 다양하다. 특히 좌벽은 가덕도 해벽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데, 고정로프와 발 디딤 난간을 이용해 파도 위에서 빌레이를 보거나, 20m 정도 트래버스 한 후 아찔한 절벽에서 등반을 진행할 수 있다.

“가덕도는 여름보다 겨울 등반지로 알려져 있어요. 종일 해가 들어서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이에요. 지난 주말에도 연습차 왔었는데, 저희뿐이라 여유롭게 전세 등반했어요.”

 

소꿉친구에서 자일파트너로

후두둑. 등반자 얼굴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쵸크를 듬뿍 묻힌 김준형씨의 새하얀 손이 젖은 물바위에 계속 씻겨 버린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빗물이 땅까지 이어져, 빌레이를 보는 김유정씨도 연신 고개를 턴다. 어항(5.10c)등반을 아슬아슬하게 끝낸 김준형씨가 젖은 옷을 털며 하강한다. 뒤이어 임유정씨가 톱로핑으로 등반을 진행한다. 미끄러운 바위에서 불안한 등반을 이어가는 임유정씨, 김준형씨의 세심한 코치가 그녀의 등반을 돕는다.

“유정아 왼쪽으로 손을 뻗어봐. 오른발을 올리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나이스!”

김준형씨와 임유정씨는 동갑내기 7년 차 연인이다.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 살았던 둘의 인연은 유치원시절 동네의 같은 성당에 다니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두 사람의 우정은 중학생 때까지 이어졌지만,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바쁜 입시생활을 보내느라 3~4년간 연락이 끊겼다. 어느덧 두 사람은 성인이 되었고, 서로가 서로의 기억에서 잊혀 질 때쯤,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학창시절 때만 해도 서로 전혀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나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불꽃이 팍! 튀었죠.”  

임유정씨가 어항(5.10c)의 동굴 구간을 지나 우측 네 번째 볼트를 향해 손을 뻗는다. 미끄러운 바위에도 거침없이 벽을 오르는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빌레이어 김준형씨가 있다.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다시 둘도 없는 자일파트너가 된 두 사람, 4년 전 우연히 함께 시작한 클라이밍이라는 취미가 이제는 둘의 사이를 더욱 단단히 이어주고 있다.

“남자친구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어 정말 좋아요. 가고 싶은 등반지가 있으면 데이트 겸 같이 가기도 하고, 대화도 잘 통하고요. 준형이는 저의 최고의 자일파트너입니다.”

 

더 높이 오르자, 우리는 다이노소어!

김준형씨가 좌벽의 H2O(5.11a)에 붙는다. H2O는 좌벽의 가장 인기 루트 중 하나로 등반길이가 20m에 달하는, 짜릿한 고도감과 페이스가 특징인 코스다. 김준형씨는 지난해 부산빅월클럽(이하 BBC)에서 전문 인공등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그가 BBC출신이라는 말에, BBC의 창단 멤버였던 주민욱 기자가 김준형씨에게 직접 촬영용 고정로프를 설치할 것을 허락한다. 안전 촬영을 중시하는 주민욱 기자가 취재원을 믿고 로프 고정을 맡긴 건 처음, 김준형씨가 등반을 마치고 능숙하게 로프 설치를 한 뒤 하강한다.

“인공등반을 배우기 전에는 단순히 바위를 ‘오르는’것만 생각했어요. 트레이닝이라던가, 동작풀이 같은 거 말이에요. 인공등반 기술은 다른 등반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등반 중에 마주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죠.”

김준형씨와 임유정씨는 지난 2017년부터 클라이밍 크루 ‘다이노소어(Dynosoar)’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이노소어는 스포츠클라이밍, 멀티피치, 빅월등반, 캠핑, 백패킹, 종주산행, 전문 등반교육 수료, 클라이밍 대회 출전 등 클라이밍을 기본으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부산 기반의 클라이밍 크루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생활스포츠의 한 분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국적으로 관련 동호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요즘, 8명의 크루원이 매 주말 똘똘 뭉쳐 전국 각지로 다양한 등반여행을 다니는 것은 단연 다이노소어만의 눈에 띄는 행보이자, 좀처럼 보기 드문 경우다.

그 시작에는 김준형씨가 있었다. 2017년, 당시 클라이밍 1년 차였던 김준형씨는 클라이밍 동작 중 온몸을 사용해 높이 뛰어 오르는 동작인 ‘다이노(Dyno)’에서 영감을 받아 ‘높이 오르자’라는 의미의 ‘다이노’에, 강렬한 ‘공룡(Dinosaur)’의 이미지를 더해 ‘다이노소어(Dynosoar)’라는 이름의 클라이밍 크루를 만들었다.

“실내암장 운동을 넘어서 좀 더 다양하고 도전적인 등반을 하고 싶었어요. 그 갈증을 해소하고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다이노소어를 창단했습니다.”

H2O를 오르는 임유정씨 뒤로 붉은빛 파도가 친다. 거친 파도소리와 흩날리는 빗줄기도 그녀의 오름짓을 막을 수 없다.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와 대화에서 느껴지는 등반에 대한 열정, 그들의 다이노소어도 분명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리라. 종일 궂은 날씨에도 진지하게 등반에 임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니, 덩달아 등반욕구가 샘솟는다.

“저도 다이노소어 크루 할래요~!”

“문 기자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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