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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영덕 블루로드 해벽

 

바위 안의 파도

· 양승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객원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영덕 블루로드 해벽을 포항에 사는 클라이머들과 오르기 위해 경북 영덕군 축산면으로 갔다. 축산항 근처 마트 앞에서 피부가 검게 탄 두 남녀 조주영, 구민정씨를 만났다. 승합차에서 내리는 군더더기 없이 균형이 잡힌 몸을 보자마자 며칠 전부터 전화로 연락했던 그 포항의 클라이머들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한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린다. 마트에서 꽁꽁 언 얼음물이 담긴 2리터짜리 페트병을 두 개, 그리고 먹을 것을 조금 샀다.

축산항에서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 축산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해변이 있다. 파도는 잔잔하고 모래사장은 은빛이다. 그 해변의 남쪽 끝에 절벽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엔 ‘영덕 블루로드’라고 적혀 있다. 그 길을 따라 해벽으로 가는 길에 왼쪽으로 큰 바위들이 바닷가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조주영, 구민정씨는 바닷가 가까이 내려가 그중에서 올라볼 만한 바위를 골라 몇 차례 연습하듯 자유롭게 볼더링을 했다. 바다는 청록색, 바위는 회색, 바위를 잡은 손과 발은 진갈색이다.

등 뒤로 해변이 보이지 않게 됐을 때 눈앞엔 농구장 크기만 한 비밀스럽고 아담한 해변이 나타났다. 네 개의 타프가 좁은 모래사장에 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표정이 밝다. 왼편으로 보이는 바다에서 어떤 사람은 물안경을 쓰고 해녀들처럼 물질을 한다. 클라이머들은 해벽에 매달려 있다. 벽은 멀리서 볼 때 밋밋해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갔을 때는 가팔라 보였다. 조주영씨가 가까이 있는 바위에서 볼더링을 하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입수하는 동작이 자연스럽다. 이제야 말하지만 조씨는 해병대 군인이다.

 

해변에 반짝이는 다섯 개의 볼트

영덕 블루로드 해벽은 동해 바다를 마주보고 있다. 정오를 지나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면서 등반루트에 그늘이 졌다. 조씨가 벽의 가장 좌측에서 두 번째 루트 썰물(5.13b) 앞으로 갔다. 9.5m의 등반루트를 따라 5개의 볼트가 반짝인다. 루트가 높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아 보인다. 조씨가 첫 동작을 취했다. 세 번째 볼트에서 네 번째 볼트로 넘어가는 동작에서 그가 “악!” 소리를 지르며 한 쪽 팔을 뻗어 조금 멀리 있는 홀드를 잡았다. 마지막엔 구멍 홀드를 잡고 등반을 완료했다.

“발이 쑥 들어가는 구멍 홀드여서 각도를 만들기 어렵네요.”

조씨가 시원한 얼음물을 한 모금 마시며 얘기한다.

구민정씨가 같은 루트의 시작 지점에 섰다. 볼트에 순차적으로 빠르게 퀵드로가 걸려갔다. 그러다가 4번째 볼트에서 “텐션!”을 외쳤다. “클라이밍”을 외치고 다시 빠른 움직임. 마지막 한 동작을 남기고 미끄러져 2미터 정도 아래로 몸이 날리며 추락한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재정비를 하고 다시 바위를 올라가 등반을 완료했다. 구씨가 하강 후에 모래사장 위에서 조주영씨와 루트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손발에 초크가루가 여기저기 묻었다.

“막상 붙으니 각도가 세요. 상단 홀드는 물기랑 습기가 있어서 미끄럽네요.”

“오른쪽으로 몸이 날은 이유는 등반선이 아래서 보면 일직선 같지만 루트가 전체적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썰물 다음엔 밀물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두 명이 조주영씨의 등반을 흉내 내며 낮은 갯바위를 오른다. 조주영씨는 그 두 아이의 아빠다. 조씨의 아내는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아내는 남편을 따라 등반지를 따라다니곤 한다. 조주영씨와 그의 아내, 그리고 구민정씨는 예전에 같은 실내암장에서 운동을 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조주영씨가 썰물과 난이도와 높이가 비슷한 밀물(5.12a) 루트 시작점으로 가기 위해 왼쪽으로 몇 걸음 움직였다. 등반을 시작해 몇 동작을 한 다음, 왼손으로 단단히 언더 홀드를 잡는다. 4번째 볼트 가까이 있는 홀드에 오른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오른손으로 흐르는 홀드를 잡고 올라섰다. 상단 끝에서 미세한 홀드를 발로 딛고 등반을 완료했다.

다음 차례로 구씨가 자연스럽게 동작을 연결하며 큰 어려움 없이 밀물을 올라간다. 그 모습이 마치 먹이를 향해 날아드는 독수리와 같다. 그러고 보니 조주영씨는 먹이를 물면 놓지 않는 사자처럼 바위를 오른 것 같기도 하다. 독수리와 사자, 바위를 오르는 두 마리의 맹수가 눈앞에 있었다. 구씨는 루트 끝에서 손인지 발인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미끄러지며 등반을 완료하지 못했고 하강한 뒤 아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한낮의 열기가 식고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짐을 싸서 떠난다. 텅 빈 모래사장에는 우리밖에 없다. 페트병의 얼음물도 모두 녹아버렸다.

 

클라이밍하는 삶

구민정씨는 해벽에서는 말을 아끼는 듯했지만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대화가 오갈수록 질문도 곧잘 하며 얘기를 했다. 과거에 구씨는 수상스키 강사로 일했다. 그리고 어떤 계기가 있었고 길을 걷던 중 실내암장을 우연히 발견하고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첫눈에 클라이밍에 반했고 그 뒤로는 발이 부러져 깁스를 한 상태로도 암장에 나갔다. 그사이 미국인 남자친구가 생겨 같이 등반을 다녔고 그 남자친구는 현재 구민정씨의 남편이 되었다. 몇 개월 뒤인 11월, 구씨는 미국 레드락으로 남편과 함께 등반여행을 간다. 구씨는 남편 외에도 독일, 캐나다, 예멘 친구들과도 등반을 한다. 언제 한 번 여러 나라 사람이 모이는 그 클라이밍 그룹에 초대를 부탁했다. 구씨는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철학관 클라이머라니 낯설지만 개성이 느껴져 꽤 멋있다는 생각을 하며, 맞은편에 앉아있던 조주영씨에게도 왜 클라이밍을 시작했는지 질문했다.

“의미 있는 저녁 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조씨는 현재 해병대 상사다. 본격적으로 군생활을 시작할 즈음부터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낼지가 그의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실내암장을 다니게 되었고 그곳에서 아내도 만났던 것이다. 지난날들에 대한 조주영씨의 얘기를 들으니 그는 바다에 뛰어들 듯이 온몸으로 클라이밍이라는 바다에 뛰어들었던 것 같다. 그에게는 요지부동인 바위에서도 매순간 다른 파도를 느낄 수 있는 재능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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