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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Exciting Climbing _ 천등산 ‘어느 등반가의 꿈’ 리지

 

괴목동천 위에 용솟음치는 ‘등반 열정’

글 · 강윤성 기자  사진 · 신준식 기자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의 악마의 붉은 성벽(탈레이사가르, 6904m)은 한국의 전위적인 등반가였던 고 김형진, 최승철, 신상만의 꿈과 도전정신이 각인된 곳이다. 그 이름만큼이나 위협적으로 곧추선 악마의 북벽은 누구의 접근도 허락지 않았다. 그들은 이곳을 도전했고, 1998년 9월 28일 북벽의 가장 어려운 블랙피라미드를 돌파, 정상 설릉 100m를 남겨두고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 개의 로프에 매달린 그들은 1,300m를 날아올라 똑같이 함께 생을 마감했다.

‘어느 등반가의 꿈’ 리지는 대전클라이밍동호회 한상훈씨 등이 1998년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 중 숨진 대전출신 클라이머 고 신상만과 그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2002년 4월에 개척한 곳이다. 또한 이 벽은 개척자들의 등반에 대한 꿈과 열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아스라한 괴목동천 펼쳐지는 수직벽

대진고속도로 추부IC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대둔산을 지나자마자 천등산이 도로 왼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변 주차장에 내려서자 치솟은 하늘벽이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취재진과 등반을 함께할 김명석씨와 이애랑씨도 동시에 도착, 차에서 내려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장비를 착용한다. 안전벨트를 조이는 이애랑씨의 허리가 개미허리마냥 얇다. 두 파트너의 모습은 영락없는 미녀와 야수의 실사판이다. 온몸이 근육으로 단련된 85kg의 거구 옆에 그의 절반도 안 될 것 같은 체구의 이애랑씨다. 문득 ‘선등자 추락 시 확보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맨 좌측의 수직으로 뻗어 내린 라인이 어느 등반가의 꿈이에요.”

장비를 착용하던 김명석씨가 손짓으로 등반할 리지를 가리킨다. 수직으로 치솟은 여러 암릉 중에서도 가장 왼쪽에 위압적으로 뻗어있다. 등반지를 향해 괴목동천으로 내려서니 피서를 맞아 온 많은 인파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계곡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암반을 징검다리 삼아 딛고 건너편 숲으로 들어선다. 숲길 소로를 따라 100여 미터 지나 좌측 갈림길로 들어서니  이끼가 잔뜩 낀 벽이 가로막는다. 벽을 넘어서니 너덜지대 끝에 이끼가 잔뜩 덮인 벽이 치솟은 막다른 계곡이 나온다. 그새 무더위로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다.

“이끼 때문에 실제 등반은 저 위에서 시작해요.”

고개를 드니 계곡 위편에 곧 떨어질 것 같은 다리가 밧줄에 매달려 있다. 왼쪽 사면으로 앞장서 오르던 이애랑씨가 딛었던 바위를 가리키며 ‘흔들린다’고 알려주자 김명석씨가 ‘직업정신이 투철하다’며 대꾸한다. 전직 교사였던 이애랑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년퇴직한 이애랑씨 뿐만 아니라 김명석씨 역시 환갑을 전후한 나이다. 그들을 처음 본 게 한 달 전 설악산 적벽 독주-석주길 취재 중이었다. 한 팀을 이룬 김명석씨와 세 명의 여성이 서울에서 뒤늦게 도착했음에도 당일 자유2836길과 채송화향기길 두 코스를 후딱 해치웠던 것이다.나이뿐만 아니라 실력은 더욱 경이로웠다. 특히 김명석씨는 국내 각종 익스트림 등반대회의 단골 우승자다.

칼날마냥 곧추선 3피치 바위벽의 위용

김명석씨가 이애랑씨의 확보를 받으며 자일 한 동을 더 챙겨 첫 피치 등반에 나선다. 밧줄이 어지럽게 설치된 흔들다리 위다. 주변의 나무 키 높이만큼 솟구친 벽은 군데군데 이끼가 덮여있고, 물이 흘러 축축하게 젖어있다. 흔한 말로 등반가들이 싫어하는 지저분한 바위다.

하단의 완만한 슬랩을 통과한 김명석씨가 상단의 바위 날개를 붙들고 올라선다. 그의 커다란 몸집과 실력에 걸맞지 않은 신중한 등반이다. 확보를 보는 이애랑씨의 눈빛과 자세 또한 사뭇 진지하다. 동굴을 탈출하듯 바위 너머로 사라진 김명석씨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오는 듯하다.

“공사장 소음이 너무 심해서 뭐라고 하는 지 전혀 들리지 않아요.”

“픽스 했다고 하는 것 같은데, 한번 당겨보세요.”

오랜 시간 파트너로서 등반을 해온 이애랑씨의 훈수에 신준식 기자가 고정자일을 당겨본 후 등강기로 올라선다.

“출발” “자일 먹어야 돼” “자끝” “출발” “출발”

이애랑씨 역시 17번 국도 확장공사 소리에 묻혀오는 알아듣기 힘든 희미한 소리에 큰소리로 대꾸한 후 등반에 나선다. 오랜 파트너의 의사소통은 단지 소리뿐만 아니라 자일의 감각만으로도 가능하다. 바위 날개에 다다른 이애랑씨가 몸을 좌측으로 거의 180도로 뉘이면서 곡예를 하듯 크럭스(5.10b)를 넘어선다. 저게 가능할까? 몸이 참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한달 동안만 해도 설악산 적벽, 울산암, 미륵장군봉, 인수봉 등 무수히 등반했다고 한다.

맨 후등으로 1피치의 하단 벽을 넘어서니 하늘이 열리면서 시선은 괴목동천을 비롯한 17번 국도까지 바닥을 친다. 가슴이 확 뚫리는 기분이다. 건너편 암릉인 ‘처음처럼’ 리지에도 한 무리의 등반팀이 등반 중이다. 어프로치가 좋고 피서도 겸할 수 있는 천등산은 등반가들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대상지다.

2피치 벽 앞에 서니 짧고 판판한 벽이 수직을 이루고 있다. 김명석씨가 날갯짓을 하는 듯 하더만 이내 벽 너머로 사라진다. 그가 연결된 자일만 꾸준히 오를 뿐이다. 한참 후 완료를 외치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 눈앞의 짧은 벽을 올라 선 다음, 여러 개의 작은 피너클을 넘어서니 수직으로 치솟은 커다란 바위가 위용을 떨치고 있다. 3피치다. 난이도가 5.11급에 이른다. 특히 맨 상단의 벽은 날카롭게 연마된 칼날처럼 번뜩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적이다.

“여긴 애랑씨가 해보세요.”

김명석씨의 말에 이애랑씨가 망설이지 않고 등반에 나선다. 그녀가 매단 자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다 벽 날개 쪽에 붙는다. 난이도 5.11급인 크럭스 구간이다. 이애랑씨가 주춤하자 김명석씨가 훈수를 둔다.

“발을 바꿔!”

“여기서 어떻게 발을 바꿔, 어휴 무서워.”

“어머.”

 

 

고도감 아찔한 벽을 넘어 정상으로

이애랑씨는 입 밖에 내뱉는 말과 달리 작은 홀드를 붙들고 몸을 일으킨 다음, 크럭스를 넘어선 다음 천 길 낭떠러지를 이룬 바위 날개 쪽으로 몸을 이동, 능숙하게 3피치를 끝낸다.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환한 웃음을 짓는다. 김명석씨가 3피치를 후등으로 능수능란하게 오르는 내내 싱글벙글 웃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애제자 이애랑씨의 첫 선등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등반을 시작한 지 4년만의 일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이, 소망했던 바가 이제야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된 것이다. 선등이란 벽을 넘어선 제자의 오름짓을 보는 사부의 마음이 다 같을 것이다.

4피치는 완만한 암릉구간이다. 쉬이 올라서며 내려다보니 괴목동천과 17번 국도가 나란히 유선형을 그리면서 멀리 뻗어간다. 5피치 앞에 다다르자 사방을 감싼 바위가 아늑한 터를 만들어 놨다. 널찍한 암반이 바닥을 이루고 있어 쉼터로 적당하다. 더군다나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조망 또한 으뜸이다. 물을 들이켜고 간식을 먹자, 더위에 지쳤던 몸이 서서히 기운을 차려간다.

“애란이 오늘 큰 건 했어!”

“얼마나 긴장했는데요.(웃음)”

“여긴 올 때마다 바람골이네요. 으휴 시원해.”

“여길 몇 번이나 등반하셨는데요?”

“세 번째요.”

이애랑씨가 처음 등반을 접한 것은 2010년. 워킹코스나 다름없는 관악산 육봉능선이었다. 하지만 첫 암릉에서 추락, 6개월 장기 입원을 해야 했다. 처음 40여일 동안은 반신불수로 손가락 하나 꿈쩍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퇴원 후 재활을 거쳐 닥치는 대로 산행, 리지, 등반에 나섰다.

“왜 산에 오르죠? 뒤늦게 그렇게 열정적으로?”

“병원에 있는 동안 산에 가지 못하면 어쩌나 그게 걱정거리였어요. 그런 생각들을 하면 죽을 것만 같았어요. 걷는 것조차 힘들어 퇴원 후에도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그러던 차 남편이 관악산 관음사까지만 걸어 가보자 권했어요. 이후 이를 악물고 재활을 시작했죠. 제가 사고자들의 재활 롤모델이에요.(웃음)”

그토록 열성이던 이애랑씨가 등반을 꽃을 피운 것은 올 3월 삼성산 암장에서 김명석씨를 우연찮게 만나고 부터다. 그를 통해 인수봉에서 자일파트너로서의 특훈(?)을 받으면서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부분의 바윗길이 그녀의 발아래 놓이게 됐다. 제2의 인생의 서막이다.

 

 

수직벽에 아로새겨진 탈레이사가르의 추억

한참동안 휴식을 취한 후 바위틈에서 나와 5피치 등반에 나선다. 김명석씨가 선등이다. 거대한 바위군이 원뿔모양 솟구쳐 있다. 난이도 5.11급으로 3피치와 상벽을 이루는 어려운 구간이다. 크랙을 이용해 하단을 넘어선 김명석씨의 모습이 좌측 벽 너머로 사라진다. 매번 그랬다. 이곳 바위는 피치를 중간쯤 올라서면 선등자가 보이지 않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김명석씨가 크럭스를 쉽게 넘어선 듯 잠시 후 외침이 들려온다. 5피치에 올라서자 바위 아래 전경이 아스라하게 펼쳐진다. 참으로 아찔한 고도감이다.

마지막 6피치는 전체구간 중 가장 쉬운 칼날리지다. 네 발로 슬금슬금 기어가자 널찍한 암반이 정상부를 이루고 있다. 눈앞이 수평으로 변한다. 고도감으로 인한 아찔함도 자리의 바뀜에 따라 평온으로 뒤바뀐다. 보이는 세상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단지 장소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오름 끝에 정상에서 맛보는 그 체감이다.

“앗, 뜨거워.”

“바위가 달궈져서 앉을 수가 없어요.”

“담엔 어디 갈까요?”

등반가에겐 저마다의 심산(心山)이 있다. 비록 그곳을 가지 못할지라도, 꿈을 꾸는 나름대로의 산이 있다. 현재 오르는 곳이 아닐지라도 그곳은 항시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어느 등반가의 꿈’을 오르는 동안 동갑네기였던 김형진의 “다음에 같이 등반하자”는 말이 계속 가슴에 파고들었다.

한때 거벽등반을 가르쳐준 그들은 한 달 후 죽음이라는 두려움조차 가슴 깊이 던져놓은 채 매섭게 떠나버렸다. 삶과 죽음은 그렇게 지척지간이었다. 하지만 극한의 환경에서 그들이 보여줬던 전위적인 등반은 뭇사람들에게 많은 자침이 되어 되살아났다. 이 길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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