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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링 - 서울 도봉산 석굴암 인근 볼더

 

산중턱에

알려지지 않은 바위들

글 · 김규영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협찬 · 이벌브

 

평일 오전인데도 도봉산 입구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어머 저게 뭐야? 텐튼가?” 일행들이 둘러맨 매트는 반으로 접었음에도 사람 몸 두 배만큼 넓어 등산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간혹 둘러맨 매트가 볼더링을 위한 것임을 알아보는 이들도 있으나 아직은 도봉산에서는 로프와 헬멧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풍경이 더 익숙한 모양이다. 등산로 초입이나 계곡쪽에서는 간간히 볼더링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오늘 우리는 좀 더 높은 곳으로 바위 하러 간다.

도봉산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바위를 찾기 위해 도봉산 산악구조대 인근까지 가기로 한다. 천천히 쉬엄쉬엄 목적지까지 올라간 것도 있지만 어프로치만 1시간이나 걸린 것은 볼더링 대상지로서는 먼 축에 속한다. 보통 잘 알려진 볼더는 차에서 내려 10~20분 이내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조대 방면으로 오르다 옆으로 난 샛길로 들어가면 목적지 도착. 흘린 땀을 식히고 싸가지고 온 김밥을 먹은 뒤 본격적으로 본업에 나설 준비를 한다.

첫 번째 바위는 널찍한 면에 살짝 오버행으로 세 코스가 개척되어있다. 첫 번째 루트는 양팔을 벌린 채 앉아서 시작하는 직상 코스. 언제나처럼 조규복 클라이밍센터장이 바위에 붙었다. V1급 루트는 워밍업인양 쉬이 바위 위로 올라선다. 뒤이어 김성민(조규복클라이밍센터)이 오르고 신경남(〃)도 재시도 끝에 큰 어려움 없이 바위를 내려다보았다. “야 인상 좀 써~!” 아무리 쉬운 코스라도 힘을 쏟기 위해 미간을 웅크리기 마련. 차호은(〃)이 거미처럼 천천히 그러나 막힘없이 계단 오르듯 너무 쉽게 바위에 서니 주변에서 장난기 어린 야유가 쏟아진다.

 

 

“홀드가 그냥 줄줄 흘러”

두 번째 루트는 처음과 달리 손쉽게 바위 머리 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김성민 씨는 두 번째만에 성공. 신경남씨가 조금 애를 먹는다. 출발은 첫 번째 루트와 마찬가지로 두 팔을 벌려 잡고 앉은 자세에서 시작하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누운 자세로 홀드를 잡아야해 V3급 정도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경남이 첫판에 끝내는 줄 알고 놀랐어.” 빌레이 봐주던 이들이 아쉬움 반 기대 반 섞인 위로를 던질 정도로 경남씨는 매끄럽게 중단부분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누운 자세에서 손을 위로 뻗지 못하고 대(大)자로 추락. “워메 한번 크게 떨어지니까 쫄리네”하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곧 다시 붙고 또 붙는다.

연거푸 실패를 거듭해 옆에 있는 V2급 루트를 먼저 하기로 결정. 방금 전 루트에 붙다 좀 더 쉬운 루트에 붙으니 비교적 부드럽게 단번에 바위 머리를 잡고 올라선다. 다른 이들도 세 번째 루트는 어렵지 않게 성공한 후 경남씨가 V3급 루트에 다시 도전했다. “안해!”, “안해!” 예닐곱 번 아쉬움을 외치며 추락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결국 포기하고 다른 바위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부 조규복씨가 “그래도 경남이 많이 세졌는데”라며 위로한다.

두 번째 바위 역시 오버행으로 난이도는 V4급. “홀드가 그냥 줄줄 흐르는데.” 첫 번째로 붙은 김성민씨가 스타트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뒤이어 붙은 조규복씨도 마찬가지. 몸이 자꾸 돌아가 좀처럼 스타트를 끊기 어려워한다. 경험자(아마도 개척자) 차호은씨가 무난히 스타트를 넘어서 정상을 노렸으나 막판에 오른손을 잘못 잡아 실패. 곧바로 재도전해 완등을 이룬다. “으아 손 찢어질 것 같아”라고 외치며 조규복씨도 결국 두 번만에 완등. 김성민씨도 세 번째에 앉은 자세에서 시작해 두 손을 모은 후 왼손을 올려 잡아 가볍게 차오르며 바위 위로 올랐다.

 

 

입몽·몽중몽·정신줄 놓치마·날 잡아

세 번째 바위는 비스듬히 누운 바위 모서리를 잡고 진행하는 V3급 루트. 이번엔 차호은씨가 먼저 붙었다. 큰 막힘없이 진행했으나 마지막 맨틀링 시도 때 실패. “홀드가 진흙투성이야”라며 바위를 정리한 후 다시 도전해 말끔히 성공한다. 김성민씨도 연이어 도전. 멀리 느껴지는 홀드도 죽죽 뻗어 날래게 성공했다. 신경남씨는 스타트 부분 힐 훅을 건 채로 다음 홀드를 노리는 것이 어려워 중도 포기한다.

개척된 루트는 많은데 이름을 물으니 없다고 한다. “원래 차 선생(차호은)은 이름 지을 생각이 없어. 옆에서 붙여줘야 해.” 조규복씨가 차호은씨 대신 말하며 신경남씨에게 작명을 부탁한다. 첫 번째 바위 V1급 직상 루트는 ‘입몽(入夢)’, 그 옆 V3급 루트는 ‘몽중몽(夢中夢)’, 세 번째 바위 V3급 루트는 ‘정신줄 놓치마’로 정했다. 대체로 정신에 관련된 이름을 짓는 것으로 보아 오늘 등반에 집중을 많이 했는가 보다.

새로 시작한 4번째 바위는 ‘날 잡아줘’로 이름 붙였다. 난이도는 V2급 정도지만 스타트 후 다음 홀드가 멀어 키 작은 사람에게 불리한 루트로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신경남씨가 어려움을 겪었다. 네 번째 바위까지 마친 후 근처에 있던 바위에서 한동안 프로젝트 과제를 만들어 푼다. 조규복씨와 차호은씨가 낑낑대며 이리 해보고 저리 해봤지만 결국 스타트를 끊지 못하고 중도 포기. 하산하기 전 계곡에 들러 마지막으로 붙은 바위는 오늘 바위 중 가장 난이도 높은 V5급 루트로 오직 차호은씨만이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하산길 일행들의 손을 보니 온통 너덜너덜하다. 여름철 등반이 여러 모로 더 힘들다고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연속된 오름짓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힘 바짝 준 빠듯한 오름은 손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즐기지만 긴 어프로치는 다들 불만인 듯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곳에 뭐 하러 와. 호은이나 가끔 미쳤을 때 등반하러 오는 거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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