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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북한산 인수봉

 

고요한 바위에는

그녀와 바람뿐이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동생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오늘 선등은 제가 섭니다”

지난달에 이어 남매 클라이머 김빛·김인해씨가 취재를 함께했다. 북한산 인수봉 멀티등반을 계획한 이번 취재는 전적으로 김빛씨의 리드로 진행한다. 김인해씨는 스포츠 등반에서 수준급 실력을 뽐내지만, 아직 그에게 멀티등반은 오르지 못하는 바위와 같다. 그와 반대로 김빛씨는 국내외 멀티 등반 경험이 풍부하다. 스포츠 등반에서는 동생과 실력을 앞다투지만, 멀티등반에서만큼은 김인해씨의 하늘 같은 선배님이다.

“누나만 믿고 따라와라 동생아!”

북한산국립공원은 백운대, 숨은벽, 인수봉, 도봉산 선인봉 등 대규모 암벽이 많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등반지이다. 각각의 암릉과 바위에는 멀티, 스포츠, 인공, 슬랩, 크랙 등 다양한 스타일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으며, 등반자는 개인의 난이도와 취향에 따라 등반지를 고를 수 있다. 오늘 취재진은 깔끔한 등반선과 아찔한 고도감으로 유명한 인수봉 동면의 ‘취나드A’를 등반루트로 정했다.

 

삶은 예측불가의 연속

“오늘 물 많이 먹힐 것 같네요.”

우이계곡을 지나 그늘진 오르막길을 달린다. 주말이면 주차 전쟁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도선사입구에서 평일의 특권을 누리며 여유롭게 차를 세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취재진을 반기는 뜨거운 햇볕에, 챙길까 말까 고민하던 물통을 하나 더 배낭에 밀어 넣는다.

주차장부터 인수봉까지는 내리 오르막이다. 들머리에서 바로 돌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30여 분 거리의 하루재까지 계속된다. 숨이 가빠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세찬 골바람이 부는 하루재에 도착한다. 취재진 모두 배낭을 내려놓고 자연이 만들어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힌다. 이후로는 이만한 휴식처가 없다.

“오늘 취나드A는 등반 불가입니다. 저희도 갑자기 들어온 민원이라 어쩔 수 없네요. 양해 부탁합니다.”

하루재에서 보였던 인수봉 등반팀은 북한산 산악구조대원들이었다. 지난 주말에 들어온 낙석 관련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불시 점검을 나왔다며 취재진의 등반을 제지한다. 이번 촬영을 위해 서너 차례 이곳에서 예행연습을 했던 취재원들의 얼굴에 잠시 실망스러운 표정이 스친다. 다른 방안으로 궁형길을 떠올렸으나, 구조대원들의 “그쪽으로도 낙석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가능하면 동면 좌측의 루트를 권합니다”라는 말에 대슬랩과 패시길, 봔트길과 우정A를 믹스로 오르기로 한다.    

방향을 틀어 대슬랩 좌측으로 자리를 옮긴다. 본인이 가장 아쉬울 터인데, 김빛씨가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도리어 다른 취재원들을 위로한다.

“역시 삶은 예측 불가의 연속이에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웃음)”

 

선등과 후등은 하늘과 땅 차이

오아시스까지 2피치는 슬랩 등반이다. 등반 준비를 마친 김빛씨가 곧바로 슬랩에 양발을 올린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좌우 사방으로 루트를 살피더니, 이내 대슬랩 가장 우측의 앵커를 향해 달리듯 전진한다. 출발점에서 10m가량 트래버스 후, 직등으로 꺾이는 지점의 볼트에 슬링을 사용해 여유롭게 퀵드로를 걸고 로프를 통과시킨다.

이후 완등앵커까지 볼트는 단 한 개, 그마저도 앵커에서 1m가량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사실상 선등자는 20m가 넘는 슬랩을 아무 확보장비 없이 올라야 한다. 자칫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등반, 취재원 모두 한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본다.

“빛아, 그냥 이 로프 잡아라, 괜찮다.”

볼트 바로 아래에 도착한 김빛, 지금 그녀는 천 길 낭떠러지에 서있는 것과 다름없다. 볼트를 향해 힘껏 손을 뻗어보지만 퀵드로를 걸기엔 조금 멀다. 완등 앵커에서 김빛씨의 등반을 내려다보던 주민욱 기자가 본인의 고정 로프를 김빛씨가 있는 곳으로 옮긴다. 눈앞에 동아줄이 내려온 김빛. ‘잡아라… 제발 잡아라…’ 그녀가 로프를 잡길 간절히 바라보지만, 김빛씨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양손 가득 쵸크를 묻힌다. 이내 스스로도 긴장감이 극에 달한 듯 크게 심호흡을 한다.  

마침내 김빛씨가 두 번째 볼트에 로프를 통과시킨다. 지켜보던 취재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뒤로 엄지를 치켜세운다. 뒤이어 김인해씨도 10m 트래버스 후 직등 슬랩에 오른다. 김빛씨가 주춤거리던 두 번째 볼트 아래에서 김인해씨도 잠시 고전하지만 오른발에 무게를 싣고 왼발을 벽에 톡톡치며 천천히 일어선다. 긴 팔다리로 성큼성큼 볼트를 지나 김빛씨의 옆에 확보를 한다.

“선등과 후등은 정말 하늘과 땅차이에요. 오늘도 집을 나설 때, ‘살아서만 돌아오자’라고 다짐했어요.”

대슬랩 2피치는 1피치에 비해 무난한 난이도로, 취재원 모두 가뿐하게 지난다. 전원 무사히 오아시스에 도착한 뒤, 김빛씨가 조금 전 올라온 대슬랩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기쁨의 외침, 안도의 울부짖음

“후 하… 으아아악!”

포효하는 김빛, 빌레이를 보던 김인해씨가 확보기를 더욱 움켜잡는다. 양팔과 오른 다리, 몸의 절반을 크랙 사이에 구겨 넣은 김빛씨가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왼손을 천천히 크랙 밖으로 꺼낸다. 기어랙에 걸린 캠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사이즈를 고르는 동안, 그녀의 시선은 정면의 바위선에 고정되어있다. 일촉즉발의 순간, 그녀가 재빠르게 크랙에 캠을 밀어 넣고 로프를 당겨 비너에 통과시킨다. “으악…!” 기쁨의 외침인가 안도의 울부짖음인가, 김빛씨가 다시 우렁찬 기합을 내지르며 등반을 이어간다. 한적한 평일의 인수봉, 고요한 바위에는 그녀와 바람뿐이다.

“김인해, 자신감 있게 해라 제대로.”

“양손을 겹쳐! 그렇지!”

“가운데 깊이 손을 넣어봐, 이제 주먹 쥐고 일어서면 끝나….”

“장비 회수 똑바로 하고!”

김빛씨의 등반이 끝나고, 뒤이어 김인해씨가 등반을 시작한다. 동시에 김빛씨가 몸을 한껏 뒤로 돌려 김인해씨의 등반을 매의 눈으로 살핀다. 인수봉 같은 멀티등반지와 단피치 스포츠 등반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등반선’인데, 스포츠 루트에서는 크랙선을 따라 오르는 루트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크랙 등반은 온몸을 이용한 재밍(jamming) 동작을 구사하고 바위틈에 직접 확보물을 설치하며 오르는 게 특징, 재밍이 어색한 김인해씨를 김빛씨가 적극 코치한다.

“으악, 누나가 왜 여기서 몸을 구겨 넣었는지 알 것 같아”

“여기 너무 어렵네! 살려줘!”

오아시스에서 패시길 1피치로, 다시 봔트길 2피치로 이어지는 등반. 김빛이 선등, 김인해가 후등으로 고도를 높여간다. 인수봉은 많은 등반가에게 모산(母山) 같은 곳이다. 수많은 등반가가 이곳에서 가슴 뜨거운 청춘의 나날들을 보냈다. 젊은 패기와 등반에 대한 열정, 피 땀 눈물과 자일의 정…. 훗날 김빛씨와 김인해씨에게 인수봉은 어떤 바위로 추억될 것인가? 고개 들어 인수봉 정상을 바라보는 두 청년 등반가의 눈빛에서 그 어떤 알 수 없는 동경과 감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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