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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Ridge Climbing ● 대둔산 우정길 리지

 

시원한 더덕동동주 한 잔이면 끝!

대둔산 16개 암릉 중 비교적 까다로운 리지

글 · 김동수(한국외대산악회)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아디다스코리아

 

“와, 절경이네요. 절경!” 대둔산 구름다리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 30여 명의 탑승객 중 누군가가 왼쪽으로 펼쳐지는 기암괴석을 보고 소리쳤다. 때마침 마천대 정상 부근 능선이 짙은 구름에 휩싸여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전북 완주군, 충남 논산시와 금산군에 걸쳐있는 대둔산(878m)은 금남정맥의 주봉으로 완주의 진산이며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때 왼쪽 계곡의 바위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는 동심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라만 봐도 마음을 드러나게 해준다는 이 바위는 원효대사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사흘을 그 밑에서 머물렀다는데 2천 년 동안이나 굴러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산은 바위가 많아 얼핏 보기에는 양기가 센 것 같지만 사실은 음기가 더 센 산이라고 한다. 힘들게 걸어 올라가는 것은 구식-.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초현대식 어프로치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우정길을 향하는 우리의 마음은 케이블카 안의 어린아이들처럼 설레었다.

 

 

중부권 암벽등반과 리지등반의 요람

“원이야, 너 토요일에 리지등반 가야겠다.”

“안 돼요. 애 아빠가 일요일에 해외출장 가야 해서 바쁘고, 전 무서움을 많이 타요.”

“안 돼! 아무나 데리고 가는 게 아니야. 미모를 보고 너를 선택한 거라고-. 이참에 연예계로 진출하자.”

출발일을 4일 남겨두고 새로운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 것은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지난달 리지등반이 끝난 후 이제 완벽한 팀워크를 이뤘다고 자신했는데 파트너 정예지(서울여대 산악부)가 암벽등반 하강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등반과 부상은 빛과 그림자처럼 함께 가는 동반자이긴 하지만 사고는 그가 누구든 늘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고 소식을 듣고 한 후배가 전화했다. “형과 함께 등반하다 다친 거 아니에요?” “아니, 나하고 등반하면 절대 안 다쳐.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지!”

부랴부랴 수소문해서 찾은 후배는 경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조원씨(경희대산악회, 조원화실 원장). 그림 그리고 여행 많이 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산악회에 들어간 그녀는 첫 산행이 너무도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그 산행이 발길을 붙잡았다고 한다. 현재 대학산악연맹의 소모임인 ILC(I love climbing) 회원이기도 하다. 여러 대학산악회 선후배들이 등반을 통해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이곳은 ILC가 끝나면 항상 ILD(I love drinking!)로 발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ILC냐? ILD냐? 그것이 문제로다!

“형,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파트너를 수소문하던 중 한 후배가 말했다. “여자여야 해. 네가 여장한다면 데려가지.” 내 농담도 질 리가 없지만 그 후배 역시 만만치 않다. “담에 제가 가발 쓰고 여장할 테니 데려가 주세요!”

중부권 암벽등반과 리지등반의 요람인 대둔산에는 전면으로 신선암, 책바위, 돼지바위, 원악바위, 위문공연 등 다섯 곳에서 암벽등반을 할 수 있고, 리지는 최근에 개척된 새천년, 엄지길, 사형제, 좋은 하루의 4개 코스를 포함하여 16개가 있으며, 인근 천등산에도 하늘벽을 포함해 7개가 있다. 우리가 선택한 리지는 케이블카 승강장의 오른쪽에 있는 우정길이다.

승강장 건물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며 시작점을 어림잡아본다. 푸른 나무를 뚫고 우뚝 솟아오른 바위는 연재대길이다. 우정길은 엄지길과 연재대길 사이의 숲 속에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승강장 건물을 밑으로 돌아 용문골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면서 시작점을 찾았다. 역시 음기가 더 센 산답게 산죽이 널린 숲속은 물기가 질퍽하다. 땀을 흠뻑 흘리면서 등반하는 것은 여름 리지등반의 또 다른 맛이지만 오늘은 그럴 것 같지 않다. 날씨가 생각보다 덥지 않았고, 새로 입은 칠부 바지가 너무나 편하고 시원했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등반용 반바지로 마음에 쏙 들었다.

숲 속에서 길을 찾으며 문득 나무와 우리는 정반대라는 생각을 했다. 나무가 옷을 입으면 우리는 옷을 벗어야 하고 나무가 옷을 벗으면 우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우정길의 시작지점에는 상세한 개념도가 그려진 표지가 있다. 총 7피치. 볼트가 3개 박혀있는 제1피치는 첫 볼트 구간만 약간 까다로웠다. 제2피치를 끝내니 오른쪽의 연재대길 바위에 매달린 클라이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보다는 훨씬 까다로운 루트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렁찬 고함이 들린다. 군산에서 온 7인의 클라이머들이란다.

이곳 바위는 거칠지 않아서 무엇보다도 좋다. 더욱이 우정길은 끝나는 지점마다 너른 바위들이 있어 쉬기도 좋다. 난이도는 비교적 쉽지만 제5피치부터 조금씩 까다로워지기 시작한다. 크랙을 올라서며 첫 번째 볼트에 클립하고 움푹 파인 바위면을 왼쪽으로 나아가며 두 번째, 세 번째 볼트에 클립하는 제5피치는 미묘한 균형감각과 마찰력을 이용하는 등반기술이 필요한 곳이다. 30m에 전부 볼트 9개가 박혀있는 제6피치의 크랙은 다섯 번째 볼트에서 여섯 번째 볼트로 넘어가는 곳이 조금 까다롭다. 개념도에는 다섯 번째 볼트 위를 ‘삼각테라스’라고 해놓았다. 그 앞에 선 임성묵 차장. 내 하네스에 있는 캠을 전부 빼내 가지고 등반을 시작한다. 다섯 번째 볼트를 지나 왼쪽의 크랙에 캠 하나를 설치하고 오른쪽의 가는 크랙을 타고 오르지만 마지막 동작이 만만치 않은 듯 아슬아슬하다. 마침내 여섯 번째 볼트에 클립한 그는 인정사정도 없이 캠을 빼내 가지고 올라가 버린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라고? 나를 과대평가하거나 무시하거나 둘 중 하나가 틀림없는 임 차장 앞에서 그곳을 살짝 넘어선 등반방법은 나만의 비밀이다.

나는 본래 크랙 전문가이기도 하다. 제6피치를 끝내고 나서 우리는 간식도 먹고 시간 계산도 하면서 여유를 가졌다. 어느새 조원과 두 기자는 우정길에서 우정이 생겼는지 동향이라는 둥 하면서 온갖 수다를 떤다. 우정길에서 비(非)우정인 사람은 오직 나뿐. 고도도 한껏 높아졌고 이제 마지막 한 피치인 제7피치만 더 하면 우정길이 끝난다. 제6피치가 끝나는 곳에서 두 번의 클라이밍다운을 하면 왼쪽으로 탈출로가 있다. 그리로 내려가면 얼마 안 가 철조망이 나오고 곧이어 약수정휴게소다. 그곳을 거쳐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동심정휴게소로 내려가는 계곡이고 왼쪽은 케이블카 승강장이다.

 

 

대미를 장식한 직벽 침니

우리는 길을 더듬어 제7피치로 갔다. 그곳은 10여m를 침니로 오른 다음 95도 경사의 바위벽을 볼트와 크랙을 이용해 오르는 곳이다. 얼핏 봐도 온통 힘을 써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 형! 요세미티 포스 나네요.” 얼굴을 땀으로 범벅하면서 온통 힘을 쓰고 있는 나를 임 차장이 지구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확보봐 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확보는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뒤돌아보니 한시도 선등자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 FM대로 행한다.

이곳은 나만 등반하기로 했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게 우리 모두의 멋진 핑계였다. 나는 본래 침니 전문가이기도 하니까. 한데 이곳의 등반선은 참으로 절묘했다. 95도 경사의 바위벽에 딱 맞게 튀어나온 스탠스라니! 적당히 잡을 수 있는 크랙까지. 힘은 들었지만 멋진 곳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제7피치를 끝낸 다음 로프하강을 해서 등반을 마무리했다.

“수고했습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오늘의 리지등반을 모두 끝냈다. 그리곤 아까 봐둔 탈출로로 서둘러 내려갔다. 마지막 케이블카를 놓친다면? 계곡으로 걸어 내려가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무자비한 고문이다. 절대 안 된다. 저 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으니까!

 

바로 이 맛이야!

빛깔도 고운 더덕동동주 한 뚝배기가 상으로 올라왔다. 등반보다도 더 아름다운 자리. 한 잔을 들이켜자 더없이 시원하다. 안주는 더덕구이에 덤으로 인삼튀김까지. 하루의 등반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느낌 그대로다. 대둔산 리지등반의 화룡점정은 시원한 더덕동동주. 다음 달에는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고 한여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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