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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th Anniversary

한국의 리지 21

 

 

도봉산 오봉리지

짜릿한 60m 오버행에서 하강의 달인이 되다

 

 

서해에 반사된

황금빛 노을

 

 

오봉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기운차고 아름답다.

북한산이 왜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명산인지 오봉에서 한번 바라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수, 만경, 노적, 백운의 각 봉우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품에 안은 채 뿜어내는 기운이 하늘을 찌른다.

노을이 질 무렵 오봉 감투바위에 걸터앉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서해의 반사광을 바라보면 가슴이 뛰다 못해 슬퍼진다. 오봉리지 등반은 등반의 재미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견하는 북한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글Ⅰ이규태 편집주간  사진Ⅰ정종원 유경호

 

창간 21주년 기념 한·일 산악인 합동 취재

본지 창간 21주년을 맞아 오봉리지 취재등반을 위해 지난 10월 8일 오전 9시, 도봉동에 7명의 클라이머가 모였다. 일본 ‘히로세 알파인스쿨’ 교장인 히로세 노리후미(59세)씨와, 그의 문하생인 히노 치에코(60세), 다카하시 노리코(68세) 이렇게 3명의 일본 산악인과 마운틴월드등산학교 신백규 강사, 본지 사진부 정종원 팀장, 화가 클라이머인 유경호씨 그리고 필자.

히로세씨는 1979년 인수봉을 처음 등반한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의 바위를 찾아오는, 한국의 클라이머보다 인수봉을 더 잘 아는 바위꾼이다. 금년 봄, 필자가 오봉리지를 그에게 소개했더니 회원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고 해서 왔다. 히노씨는 와세다대를 졸업한 일본산악회 회원으로 몇 년 전 일본산악회 지리산등반 시 합동 산행을 했었는데, 그 후 히로세씨와 함께 내한하여 인수봉 등반을 몇 번 했다. 다카하시씨는 노년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인수봉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할머니 클라이머다. 유경호 화가는 바위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면서 후진을 지도하며 조용히 사진도 촬영하고 있다. 오랜만에 함께 바위를 하게 되어 모두 즐거워했다.

오봉은 어프로치가 길다

우이동, 도봉동, 송추를 기점으로 어떻게 접근하든지 2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붐비지 않아서 좋다. 최근 관음봉 아래 석굴암이 5년 넘게 대단한 불사(증축공사)를 하면서, 신도들에 한해 석굴암까지 자동차가 허용된다. 송추에서 군부대를 통과해 석굴암 주차장까지 올라간 다음 오봉으로 접근하면 1시간이 채 안 걸리지만 군 초소에서 불교 신도증을 보여달라고 하니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일요일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석굴암을 경유한 오봉 등산을 막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국립공원지역에서 돌멩이 하나 옮기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석굴암은 굴삭기까지 동원하여 몇 년째 건물을 짓고 또, 짓고 있다. 3년 전부터는 매년 가을, 깊은 산 중턱 특설무대까지 만들어 ‘단풍음악제’를 개최하는 바람에 대형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진 음악연주를 들으면서 등반을 한 적도 있다. 금년에도 10월 31일 제3회 단풍음악제가 오봉 중턱 석굴암에서 개최된다고 하는데 부처님은 어찌 생각하실지….  

오봉으로의 일반적인 어프로치는 도봉동에서 도봉계곡을 경유 성도원 앞을 지나 도봉주능선에 올라선 다음, 오봉갈림길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늘은 어프로치 시간이 더 걸리는 다락능선을 택했다. 다락능선에서 바라보는 선인봉을 비롯한 도봉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외국 산악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다락능선에서 바라보는 선인봉은 언제 보아도 장쾌한 모습이다. 금요일인데도 선인봉 등반루트에는 등반자들이 몇 팀 붙어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포대능선과 자운봉의 자태를 바라보면서 일행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나 역시 흡족하다. 그러나 60미터 로프까지 짊어진 내 어깨는 불만이 크다.  

이날따라 도봉동에는 1,500명이 운집한 ‘도봉구민 도봉산축제’가 개최되는 바람에 대형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행사진행 스피커 소리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도봉산은 몸살을 앓고 있다. 히로세씨 일행은 수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도봉산 입구를 보고, “이렇게 등산 인구가 많은가요?” 입이 떡 벌어진다. 3시간 남짓 어프로치 끝에 오봉의 제1봉에 도착하니 벌써 12시 30분.

 

 

‘하강공포’로부터 완전 탈출!

일반등산객의 시선도 피하고, 시간도 절약할 겸 5미터 정도의 클라이밍다운 구간에 로프를 고정하고 신속히 내려선 다음 2봉을 우회하여 소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 해야 우리는 김밥 한 줄씩이고, 일본인들은 빵과 간단한 행동식이다.

오봉은 높은 곳에서 1봉으로 시작해 낮은 곳이 5봉이다. 4봉과 5봉 사이에 사이봉이 있고 5봉 아래에는 걸어 오를 수 있는 관음봉(일명 알봉)이 있다. 오봉은 각 봉우리마다 감투(머리에 쓰던 옛 의관의 하나)같은 큰 바위를 하나씩 이고 있는 특이한 형상으로 산악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그 바위를 감투바위라 한다. 1봉에는 감투가 없지만 그 대신, 사이봉에 다섯 개의 감투 중 가장 큰 감투바위가 있어 이래저래 감투는 다섯 개인 셈이다.

오봉리지는 등반상의 어려움은 없지만 60미터, 35미터 오버행 하강을 비롯하여 17개의 다양한 하강 지점이 있어 하강 훈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등반은 1봉에서 5봉으로 하산하듯 이루어지지만 1봉을 제외한 각 봉우리는 등반과 하강이 반복된다. 특히 5봉에 있는 60미터 하강은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시작부터 바로 느끼는 고도감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하강코스 중 하나다. 또한 처마 끝처럼 예리하게 돌출된 암각에서 허공으로 바로 떨어지는 사이봉 35미터 오버행 하강도 로프의 절단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그래서 오봉리지를 한번 다녀오면 하강의 공포를 말끔히 씻어내고 어떤 상황 하에서도 하강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봉등반은 하강으로 시작해서 하강으로 마무리 된다. 그리고 오봉리지에 걸터앉으면 북한산의 웅장한 모습이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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