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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ge climbing 마운틴하드웨어와 함께하는 特選 리지등반|설악산 푸른하늘 리지

2004년 한국봔트클럽에서 개척한 푸른하늘 리지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의 암릉 오르다

글|이정아 기자  사진|정종원 기자  협찬|마운틴하드웨어

설악의 가을은 완연하지 못했다. 잎의 끝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으나 줄기 쪽은 초록빛이 남아있다. 온몸을 불태운 단풍은 곧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하지만, 오늘 설악산의 단풍은 생명을 다하고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남아서인지 위태롭지 않아 보였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둠이 깔린 산에서 술 한 잔 마시면 주위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를 읊어 준다는 남정아(35세)씨. 오늘도 가을을 닮은 그의 목소리에서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의 첫 소절이 흘러나와 가을 설악산의 정취를 더한다.

비선대에서 철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20분쯤 오르자 갈림길이 나왔다. 촘촘히 이어진 돌계단을 따라 마등령 쪽으로 오른다. 금강굴 갈림길에서 보이는 장군봉의 위용, 오름짓에 거칠어진 호흡이 순간 멈췄다. 갈림길을 지나 오른쪽에 장군봉을 끼고 10분 오르자 ‘푸른하늘 리지’ 초입이다.

푸른하늘 리지는 2004년 5월 한국봔트클럽의 윤길수, 안치영, 서경씨가 개척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故 엄기준씨와 함께 등반했는데 그가 이 암릉을 좋아했던 것을 기억한 지인들이 리지명을 엄씨의 닉네임이었던 ‘푸른하늘’로 정했다.

“기준이형이랑 소매물도에 갔던 때를 잊을 수가 없어. 그곳에서 엄마 염소를 뒤따르던 아기 염소가 낭떠러지로 떨어져 쇼크에 떨고 있는 것을 보고 내려가 데려왔었지. 안아서 인공호흡해 주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내게도 기준형은 잊을 수 없는 산 선배야.”

정 기자와 남정아씨가 엄 선배를 그리며 안타가움을 표했다.

푸른하늘 리지는 전 구간에 볼트 3개가 전부여서 암각이나 나무에 확보를 하며 등반해야 한다. 자연확보물 사용에 익숙치 않거나 등반경험이 적다면 선등에 애를 먹는 곳이다. 그리고 낙석 위험이 큰 돌들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하게 볼트를 설치해서 등반의 재미를 반감시키거나 자연을 파괴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개척자 윤길수(52세)씨는 자연확보물을 이용해 등반할 수 있는 푸른하늘 리지가 지금의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랬다. 자연확보물로 오르기 어려울 경우, 유동확보물로 안전을 지키며 등반하고 자연을 훼손시키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크랙을 따라 이어진 첫 피치는 볼트와 캠을 설치해 확보한다. 중간확보물이 없으므로 크랙에 확보물을 설치하며 오른다. 마디를 끊고 뒤를 돌아보니 길게 뻗은 천불동계곡이 시원함을 선사했다. 2피치는 오른쪽 안부에 올라 서있는 나무를 돌아가니 왼쪽에 침니가 있다. 손에 딱 잡히는 크랙을 따라 오르다가 왼쪽에 있는 오버행 벽을 돌파해 더 오르자 확보할 나무가 나타났다.

3피치는 사뿐히 건널 수 있는 뜀바위를 지나 가운데 페이스나 왼쪽 크랙으로 돌아올라 암각에 슬링을 걸어 확보했다.

“이야~ 천화대를 보니 지난 겨울 등반이 생각나네. 울산바위도 보이고 저기 달마봉도 보이고 볼거리가 풍성하구나.”

“우르르 구르르 궁쿵!”

선경에 취한 김미영(47세)씨의 감탄사를 일순간 멈추게 하는 천둥같은 소리. 20초 동안 계속되던 돌구르는 소리가 멈추자 3피치 등반을 준비하던 이종태(43세)씨가 봉우리 너머에 있던 앞선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선등자가 4피치를 출발하며 디딘, 살짝 얹혀져 있던 돌이 떨어진 것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낙석에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발을 바로 띄어 다행히 아무 일 없었다.

4피치는 왼쪽으로 3미터 트래버스해 삼감형 암각에 슬링을 걸고 5미터 하강한 후 페이스 상의 중간 크랙이나 오른쪽 크랙을 이용해 올랐다. 마지막 등반자는 슬링을 회수하고 다운클라이밍을 했다.

“길을 개척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죠? 실력이 뛰어나시니 등반은 큰 문제가 아닐 거 같고요.”

“음… 돈이 많이 드는 거지. 허허.”

원하던 답도 쉽게 이해되는 답도 아니었다. 내 얼굴에 마음이 드러났는지 윤길수씨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볼트값이나 교통비 같은 것들이 들지. 무의도 하나개 암장의 경우 해벽이라 스테인레스 볼트를 설치했고 루트도 많아 돈이 제법 들었지. 한 천만원 정도?”

“즐거워하는 등반에 시간과 노력이 드는 거야 알았지만, 돈도 많이 필요하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네요. 등반이란 정신적인 것 말고 물질적인 것도 제법 필요한 걸 알고나니 열정이 더욱 크게 보이는 걸요.”

작년 등반을 시작해 바위에 푹 빠진 애스트로맨 암벽반 6기 이종태씨. 하나개 암장을 개척 하며 물질적 투자도 아끼지 않은 자신의 등반에 대해 생각해보는 듯 미소를 머금은 차분한 표정이 스쳤다.

“이 바위는 꼭 떨어질 것 같아.” 앞선 김미영씨가 4피치인 봉우리를 오른쪽 크랙으로 오르며 말했다. 이 말에 불안한 홀드를 피해 가운데 크랙으로 등반을 시작한 남정아씨의 전진속도가 느리다. 주먹 재밍을 하기에 약간 넓은 직상크랙과 발홀드가 없어 자세가 안 나오는 모양이다. 난구간을 돌파한 후 그 위에 얹혀져 있는 듯한 직경 1미터쯤의 바위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등반했다. 이 바위 밑의 홀드는 까칠하기로 유명한 설악산 바위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5피치는 난이도 5.6의 쉬운 구간이다. 4피치와 5피치를 한 번에 등반해도 좋으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

6피치에서 김미영씨가 부드러운 등반을 펼치는 것을 보고 마등령에서 하산하던 등산객들이 여러 반응을 보였다. 암릉 위에 올려져 있는 듯한 바위에 붙어있는 사람을 보고 신기해 하며 뭐하냐고 묻는 사람, 암벽등반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 위험한 행동을 왜 하냐는 듯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 타인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취재팀은 등반을 이어갔다. 6피치 중간에 낙석을 방지하기 위해 파란 슬링이 둘러진 바위가 있는데, 얹혀져 있는 돌이므로 홀드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7피치는 나무 사이로 난 크랙을 타고 올라 다운클라이밍 후 암각을 이용해 하강하는 구간이다. 바로 앞의 페이스를 지나 10여 미터를 가면 나오는 큰 나무에 확보한다.

등반을 마치고 정면에 서있는 유선대를 오른쪽으로 따라 돌아가자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하산하는 등산로와 만났다. 좀 전에 우리를 바라보는 등산객들의 위치에서 푸른하늘 리지 코스를 조망하며 사진으로 담고 등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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