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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등반 _ 돌로미테 친퀘 토리

 

친퀘 토리를 탈출하다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알프스등산학교)

 

 

 

 

문성욱(쎄로또레 부장)은 냉정하고 침착했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히말라야와 여러 거벽에서의 경험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와 몇 년 전 ‘라이온 리지’(카렐 재등 루트, 이탈리아 능선으로 알려져 있다)를 등반할 때가 떠올랐다. 마터호른 초등 150주년 기념식 참가시 처음으로 같이 등반한 마터호른 재등 루트였는데 그때도 그는 냉정하리만큼 침착했다.

등반 시작 전에 주변의 코르티나 담페초의 가이드 두 명에게 하강 루트를 물어봤으나 왠지 걱정이 됐다. 그들의 설명이 조금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60m 로프 두 동을 걸고 정상의 갈라진 틈(거대한 오버행 침니)으로 내려간 뒤 50m 오버행을 내려오는데 스펙터클하다고 했다. 돌로미테 암군 특성상 많은 루트가 등반 후 걸어서 내려오고 하강 포인트에 작은 케른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로프 하강 루트에도 케른이 있거나 빨간색 페인트로 원형을 표시해 두는 것이 보통이지만 등반보다 하강 포인트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불안했던 하강 루트에 대한 예감은 더욱 불행하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상에 올라서니 거대한 틈이 갈라져 있었고 건너편 바위 정상에는 스무 명 정도의 클라이머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의 하강 루트’를 물어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우리는 그들이 있는 건너편 정상으로 건너갈 방법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 하강하지?

현지 가이드가 알려 준 정상의 갈라진 틈에 무너진 케른이 있었지만 몇 번을 성욱과 같이 내려다봐도 그 어머어마한 구멍으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는 하강 루트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성욱이 올라왔던 루트 바로 아래 마디에 링이 달린 하강용 볼트를 봤다고 해서 오른 루트로 한 마디를 하강했다.

세 개의 볼트를 연결한 체인의 끝에 하강용 링이 달려 있었지만 몇 번이고 ‘여기는 아닌데’ 고개를 흔들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어 조심스럽게 60m 로프 두 동을 연결해 성욱이 먼저 하강을 시작했다. 하강 시작과 동시에 오버행이라 걱정이 돼 자주 아래를 내려다봤다. 성욱은 경사가 심해지는 곳과 꺾이는 부분에는 퀵드로를 걸고 로프를 통과시키며 매우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때로는 두 개의 퀵드로를 연결해 로프가 꺾기는 각도를 작게 해 주고 있었다. 내가 안전하게 하강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욱도 벽에서 너무 멀어지는 오버행 경사인지라 최대한 벽에 가깝게 해 하강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다음 하강 포인트에 안착하기 위해서였다. 성욱의 침착한 행동에 감탄이 절로 나왔고 그의 숙성된 등반력이 생각났다.

성욱은 2000년 파키스탄 브락상피크 신루트 마스터 오브 퍼펫츠 개척 등정, 2001년 안산 수리산 수암봉 암벽 루트 개척, 2002년 울릉도 송곳봉 신루트 개척, 2003~2004년 파키스탄 트랑고 타워 등반, 2006년 중국 쓰촨성 쓰구냥 야오메이봉 등반, 요세미테의 조디악 당일 등반, 그리고 수많은 해외 거벽 등반은 물론 유명 루트를 등반했다. 특히 2012년에는 최석문 대장, 안종능과 공감3 헌터(4,441m) 북벽을 등반해 제7회 아시아 황금 피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12년 5월 21일 헌터 북벽의 데프리베이션 루트와 문 플라워 루트의 사이를 직상하며 500m의 변형 루트를 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국내 저승봉(미인봉) 개척 등반의 주역으로 몇 달간 헌신했다.

라스포르티바 국제 세일즈 미팅에 쎄로또레 심수봉 대표와 같이 출장 업무를 본 후 성욱이 나흘간 등반 휴가를 얻었다. 5월 말이라 돌로미테는 아직 겨울이었지만 최대한 어프로치가 가능하고 눈이 없는 벽을 찾아 등반 투어를 나서니 소풍 가는 어린이들처럼 즐겁기만 했다. 대부분 남벽으로 셀라 1봉, 치아바스, 돌로미테의 유일한 화강암군인 파소 롤레, 친퀘 토리를 등반 대상지로 잡았고 두 명의 이탈리아 친구들이 도우미로 나섰다. 사진 촬영을 위해 두 명이 등반하는 것보다 세 명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친퀘 토리, 각광 받는 등반지

돌로미테 암벽에 적응이 될 즈음 어프로치가 쉽고 3~5마디의 다양한 고전 루트와 하드 프리 등반을 즐길 수 있는다섯 봉우리 친퀘 토리를 오르기로 했다. 스코토이오 산장으로 가는 입구에 주차를 하고 아직도 많은 눈이 남아 있는 슬로프를 올라 산장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시즌 시작 몸을 풀기 위한 클라이머들이 있었고 여러 등산학교에서 암벽 등반 코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쉬운 멀티 피치 등반 루트가 많이 있는지라 많은 초보자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 있었다.

친퀘 토리는 볼차노에서 코르티나로 가는 길의 파소 팔자레고(Passo Falzarego)에 있으며 제1,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로 유명하다. 지금도 상상을 초월하는 군 막사, 바위에 굴을 뚫어 만든 군사기지이며, 당시 군수물자를 나르기 위해 벽에 만들어진 비아페라타(Via Ferrata)가 아직 있다. 지금은 산악인들의 안전한 등반지로 각광 받고 있다.

3년 전 이탈리아 특수부대 중 하나인 알피노(산악부대)와 여러 종류의 특수 산악부대원들, 경찰과 경찰특공대 산악부대원들의 합동 산악구조 시범훈련을 친퀘 토리에서 한 적이 있다. 역사적인 군사 작전지역이었고 팔자레고 고개에는 지금도 유명한 전쟁 박물관이 있다.

5봉의 주봉에 도착해서 6c급의 오버행 크랙과 디에드로를 오르며 몸을 풀었다. 한국의 레이백이 수직으로 나 있는 루트에 자꾸 눈이 가던 우리는 성큼성큼 오르는 성욱을 뒤따라 다섯 마디의 등반을 매우 즐겁게 올랐다. 오르며 생각보다 경사가 심하다고 느꼈는데 하강하며 보니 약 120~130도는 되는 매우 커다란 오버행이었다.

루트 이름도 몰랐지만 돌로미테의 전형적인 커다란 홀드와 스탠스가 있는 오버행이었고 하강시에는 발이 닫지 않는 경사였다. 성욱이가 하강하며 설치한 퀵드로 덕분에 세 번의 하강을 하며 땅을 밟고 나서야 안도가 됐다. 눈에 보이는 만큼 아는 게 자신의 능력이라면, 눈에 보인다고 다 오를 수 있거나 눈에 보인다고 다 내려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무사히 땅을 밟게 해준 성욱에게 감사하며 도대체 우리의 하강 루트 시작은 어디일까 지금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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