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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산행 / 일본 북알프스 조우가다케(2,677m)

 

일본의 산에서 배운 선진 산악 문화

일본 산악잡지 <산과 계곡>과 함께한 트레킹 투어

글 사진 · 송한나래(클라이밍 선수)

 

일본의 알프스 산맥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 웅장한 봉우리와 압도적인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열성적으로 등산을 즐기는 마니아들에게는 꼭 올라야 하는 성지와 같은 존재. 매년 일본 전역에서 수천 명의 등산객들이 몰려든다. 이번 산행의 취지는 그동안 북알프스를 찾는 등산객이 일본인으로 국한돼 있어 외국인 등산객들에게도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관광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그 첫 번째 단계로 트레킹을 즐기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을 초청한 뒤 일본 알프스를 산행하며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지, 인기 트레킹 코스가 되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알프스 산맥 아래 골짜기에 위치한 아즈미노(Azumino)시와 일본 산악잡지 <산과 계곡>이 기획했다. 아즈미노시는 북알프스에 이르는 길목에 있는 마을로, 일본에서 가장 큰 와사비 농장이 있는 곳이다. 이번 일정은 총 30여 명의 외국인을 초청해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하나는 2박 3일의 가벼운 트레킹 코스, 하나는 3박 4일의 중상급 코스. 각 그룹마다 통역사와 알프스 현지 가이드,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맡은 아즈미노시와 <산과 계곡>의 담당자가 참여했다.

산행 기점인 가미코지를 향해

가을비 내리는 토요일 이른 아침, 도쿄의 중심 신주쿠역은 여전히 활기를 띄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이번 여정의 참여자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낯선 이방인의 모습이었다. 외모나 언어의 차이 때문이라기보다 신주쿠의 평범한 일상을 깨는, 무언가 기대에 찬 눈빛들 때문이리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일정에 대한 간략한 안내를 받은 뒤 여정에 임했다.

나는 3박 4일의 중상급 코스 일정에 참여하게 됐는데 산행 기점인 가미코지(Kamikochi)까지 기차를 두 번, 버스를 한 번 환승해야 했다. 신주쿠에서 출발한 츄오 쾌속선(Chuo Rapid train)은 2시간 40분만에 마츠모토역(Stn.Matsumoto)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환승 후 다시 신시마역(Stn.Shinshima)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환승 열차간의 시간대가 잘 맞는다면 30분 정도 걸린다. 신사마역에 내려 역 밖으로 나오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가미코지로 가는 버스는 15~30분 간격으로 있다.

비가 내리는 탓에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됐다. 가미코지 입구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나라의 주말 등산로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등산복을 잘 차려 입은 등산객들도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편안한 복장으로 느긋한 주말을 즐기러 나온 듯했다.

가미코지에 도착해 처음 들른 곳은 가미코지 탐방센터였다. 북알프스 산맥의 봉우리와 등산로 등의 정보를 알기 쉽게 모형과 지도로 전시해 탐방객들에게 편리를 제공했다. 한쪽에는 북알프스의 아름다운 전경, 산새와 곤충들의 사진을 전시했고 시청각실에서는 알프스의 역사에 대해 보여 주는 영상을 상영했다. 센터 구석에서는 엽서와 손수건 등의 기념품도 팔고 있었다.  

첫째 날 여정을 마무리할 숙소는 가미코지 내에 있는 묘진칸 산장(Myojinkan Hut)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산장을 개인 소유로 운영하며 등산로 정비와 이정표 설치 등의 관리를 모두 산장 관계자들이 자원봉사로 하고 있었다. 또 산장 내 활동 지원을 위한 모금상자를 설치해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얻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관리 아래 보존되고 있는 현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묘진칸 산장은 예상보다 규모도 크고 시설도 잘 갖추고 있었다. 산장을 이용하는 다른 등산객들이 스무 명 이상은 돼 보였다. 산장 내부에 화장실과 탕을 구비한 샤워실, 식당과 간단한 행동식을 구매할 수 있는 매점이 있었고 심지어 와이파이도 있었다. 전기는 밤 9시 반까지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늦어도 오후 4시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다. 묘진칸 산장은 기본적으로 등산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데 정해진 시간에 식당에서 일본 가정식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우리나라 산장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전혀 새로운 문화였다.  

조우가다케(2,677m)에 오르다

둘째 날 아침. 이번 일정의 목표 지점인 조우가다케(Chougatake, 2,677m)를 향해 올랐다. 울창한 숲길을 조금 걷다 보니 마지막 화장실이 있는 도쿠사와 산장(Tokusawa Hut)에 이르렀다. 산장 바로 앞에는 잔디밭으로 덮인 넓은 야영장이 있었다. 산행을 시작하는 곳에 위치해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야영장을 이용하려면 텐트를 사용하는 인원수에 따라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산장에서는 식사와 간단한 행동식, 그리고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고 그 외에도 직접 기른 소의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의 손에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우리가 오르게 될 길은 산장 바로 오른편에서 시작하는 길로 조우가다케까지 4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코스였다. 가이드는 ‘고도 1,562m의 토쿠사와 루트로 오르다가 나가호리(Nagahori) 리지로 오를 예정’이라 말했다. 초반에 묘진칸 산장에서 이어진 약한 경사의 숲길과 달리 제법 가파른 경사에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로 인해 한동안은 경치를 볼 수 없었다. 온통 이끼로 뒤덮인 축축한 자연 그대로의 길 위에서 본격 산행을 시작했다.

한참 땀으로 젖어들고 있을 때쯤 힘듦을 잊기 위해서인지 또다시 ‘산행 수다(?)’가 시작됐다. 같은 그룹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노르웨이, 아일랜드, 영국, 필리핀, 호주, 미국 등 국적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했기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쉴새 없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산행 경험, 각국의 산악 문화, 법이나 사회 문제에 관한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나누고 때로는 말장난도 했다. 중간에 도시락을 먹고 느긋하게 쉬어가며 올라서인지 토쿠사와부터 정상까지 5시간 40분이 걸렸다. 조우가다케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발 아래로 안개가 잔잔히 내려 앉아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부터 세차게 불어오던 바람은 이제 피할 곳 없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감상은 잠시 미루기로 하고 조우가다케 산장(Chougatake Hut)으로 피신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산장 안은 따듯한 온기로 가득했다. 산장 주인은 산행으로 고된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아 주며 산장 이곳저곳을 소개해 줬다. 화장실은 실내와 실외 두 군데에 있었고 샤워실은 없었지만 개수대에서 간단한 세안을 할 수 있었다.

 

미츠마타 코스로 하산

식당 이용은 묘진칸 산장같이 정해진 식사 시간에만 이용 가능한데 아침은 새벽 5시 반, 저녁은 6시 반이었다. 그 외에도 스낵바에서 커피, 차, 사케, 맥주 등의 음료와 간단한 주전부리, 안주를 팔고 있었다. 전기 사용은 저녁 9시까지 가능했고 산행 일정상 일찍 잠자리에 들며 새벽부터 움직이는 등산객들이 많기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산장 밖에 위치한 야영장에서 야영을 하는 등산객도 보였는데 매서운 바람으로 고생을 하는 듯했다. 산 정상에서 야영을 하기를 원한다면 강수량 외에도 풍속이나 낙뢰 등의 날씨 정보도 잘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셋째 날, 부지런히 아침을 맞이했다.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한마음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산장 밖으로 나갔지만 사방에 짙게 내린 안개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침 식사 후 하산 준비를 마친 7시에는 조금씩 안개가 개이며 지난날 미처 다 보지 못했던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산길은 올라온 길의 반대편에 있는 미츠마타(Mitsumata) 코스. 미츠마타 주차장까지 3시간 정도 걸렸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내려온 뒤 전체 여정에 관한 설문조사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일본의 북알프스에 대해 외국어로 운영되는 홍보 사이트가 없기에 외국인들이 북알프스 산행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고 산행을 하며 봤던 이정표조차 외국어 표기가 전혀 돼 있지 난감하기 말할 수 없었다. 그 밖에도 복잡한 교통편, 이용방법, 현지 가이드 구하는 법, 산장과 야영지 이용방법, 산장의 식단 개선 등 여러 가지 안건이 나왔고 산장 내 흡연구역 구별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던 점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꼽혔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은 일본의 산악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산을 아끼며 북알프스의 아름다움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진행된 이번 기획은 가히 성공적인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과감한 투자를 했고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어느 나라든 각 나라만의 고유한 산악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익과 손해를 따지지 않고 자발적으로 산을 가꿀 수 있는 마음만큼은 본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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