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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road Trekking

 中國 샤오우타이(小五台)

 

 

“샤오우타이를 오르지 않고선‘산꾼’이 아니다”

국내 첫 선, 허베이성 최고봉 ‘소오대산’ 동대~북대 종주

글 사진ㅣ허준규 기자  

 

 

“남대에서 올라와 중대에서 자고 서대를 갔다가, 다시 돌아와 동대를 거쳐서 왔다.”

북대(北台)에서 내려서며 갈림길 안부에서 만난 한 등산인이 반갑게 맞으며 자신의 여정을 알려줬다. 뒤따라 온 3명의 일행도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잠시 내려놓는데, 그들은 베이징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난 산악회 사람들. 주말을 맞아 “7월 초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를 피해 회원들끼리 왔다”고. 덧붙여 “산악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이 산을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11월 중국월간지 <국가지리지>는 황산, 태산, 화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산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른바 ‘비 저명 10대 산봉’을 선정해 발표했다. 중국 산악인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발에서 귀주 불정산(佛頂山), 운남 설령(雪嶺), 사천 구정산(九頂山) 등과 더불어 하북성의 소오대산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무엇보다 중국등산협회에서 투표로 뽑은 중국 10대 트레킹 산 중에서는 ‘넘버 원’으로 뽑혔을 정도. 베이징에 사무실을 둔 산악전문 여행사 트레킹차이나의 마봉학 대표는 “그만큼 산 좋기로는 중국 산꾼들이 인정한 산”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순(孫)이라고 소개한 산꾼의 말처럼 소오대산은 중국 산악인들에게 하나의 이정표 같은 기준이 되어 있었다. 일테면, 소오대산을 타 보지 못한 산악인은 초보에 지나지 않으며 산악인이라는 말을 꺼내기 부끄러운 수준이 된 것. 많은 산악인들의 첫 목표가 바로 소오대산을 섭렵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이 산이 우리로 치면, 지리산쯤이 되지 않을까?

트레킹클럽 최승원 대표는 “거리로 따지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지리산이 100킬로미터 이상 더 멀지만 시간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 서울에서 가면 보통 2박은 잡아야 종주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점과 지리산 산행이  필수인 것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여러모로 닮았다. 산세가 아니라 중국 산악인들이 여기는 소오대산에 대한 가치와 우리의 지리산이 적잖게 겹친다. 높이가 1000미터 가량 더 높지만 들머리가 해발 1100~1200미터 정도임을 감안하면 실제 표고차는 비슷하다. 이쯤 되면 한국 산악인들의 취향에도 적격이다.

 

 

진정한 산악인이 되기 위한 중국 산꾼들의 관문            

코스는 이렇다. 현지인이 아닌 다음에야 5개 봉우리를 모조리 타기에는 무리. 최고봉인 동대를 먼저 오른 후 북대까지 종주하는 것으로 잡았다. 들머리인 삼간구(山口)에서 삼륜차가 갈 수 있는 1800미터까지 이동, 산행을 시작해 1야영장을 거쳐 능선에 올라선 다음 두 봉우리를 거쳐 북대계곡으로 내려선다. 대략 20킬로미터 코스로 만만찮은 길이다.

답사팀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삼간구에는 하북성 관리들이 지키고 있었다. 소오대산은 국가급자연보호구로 하북성에서 직접 관리한다. 그래서 산하 자연보호관리국을 비롯해 유관기관들이 여럿 있다. 삼림공안국 파출분소는 물론 장가구시와 함께 쓰는 청소년과학기술교육기지도 있다. 교육기지 건물은 일종의 수련원. 단체 이용객들의 숙소가 된다.

6월 12일 새벽 5시 30분. 관리국의 도움으로 4륜구동 삼림소방 차량를 타고 1800미터까지 올라간다. 거친 임도를 따라 30분 뒤 표고 600미터를 올려 배낭을 내려놓는다. 나대지 옆 초지에 핀 노란 야생화가 산객을 맞이한다. 다른 한 쪽에 간이화장실이 놓여있는 걸로 봐서 실제 산행의 출발점은 이곳이 되겠다.

더 이상 차가 가지 못할 뿐 임도는 가팔라지면서 이어진다. 20분 뒤 왼쪽 아래 초록밭 위에 원색 텐트들이 보인다. 제1야영장(1900m)이다. 앞에 계곡을 두고 2~3인용 텐트 10여 채가 자리를 잡았다. 이른 시간이라 쥐죽은 듯 조용했다. 10분 더 가니 최근에 설치한 첫 방향표시판이 나타난다. ‘赤崖堡(2200米地)’. 2200미터 고지에 있는 제2야영장 가는 길은 오른쪽이라고 가리킨다.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드는가싶더니 길은 곧 초원을 펼쳐 보이는 곳에 설치된 방향표시판이‘東台’(동대)를 가리킨다. 굳이 이정표가 없어도 길은 뚜렷하다. 경사진 초지대 사이로 드러난 밤갈색 흙이 이 길이 등산로라고 정확하게 안내한다. 가이드 이홍명(34세)씨가 굳이 맨 앞에 설 이유가 없을 정도였다.

다시 숲으로 드는데 온통 거제수나무가 무덕져 있다. 몇 그루가 아니라 광범위하게 무리를 지어 있다. 피목은 옆으로 길어지며 줄모양인데 갈색 껍질이 얇은 종잇장처럼 벗겨져 있는 모습으로 한눈에 알아본다. 이 벗겨진 껍질은 물기에 잘 젖지 않아 불쏘시개로 쓰면 불이 확 일어난다. 거제수나무군락지를 통과하면 시야가 터지며 능선안부(2460m)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지 2시간 만이다.

바람이 시원한데다 보는 것도 시원하다. 오롯이 솟은 화북지방 마루, 소오대산의 최고봉 동대(2882m)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이미 높은 해발로 인해 대부분의 봉우리들과 능선들은 수목한계선을 넘어 초원지대를 이룬다. 기실 이러한 경관은 우리에겐 낯선, 독특한 풍경임에 틀림없다. 풀밭에 앉아 한동안 색다른 풍광을 즐기는 시간. 맨 나중에 올라온 홍혜경(48세)씨가 숨고르기가 무섭게 ‘정상 위치’를 묻는다.    

“능선 따라 길이 쭉 보이죠? 저어 끝이 동대, 소오대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입니다.”

지난해 이미 이 산을 섭렵했던 마 대표가 앞장선 나무 한 그루 없는 광막한 마루금을 따라 손에 잡힐 것 같은 정상을 향해 조금씩 고도를 높이는 일만 남았다. 네팔산악회 김용원 산행대장이 앞장 선다. 초행이어도 길이 훤히 보여 누구든 앞에 설 수 있다.

 

 

광막한 초원지대, 이색적 풍광  

평지인양 길은 이어진다. 그러나 초지 능선은 저 아래 계곡으로 떨어질듯 미끄러져 내리다가 재차 공중을 향해 날렵하게 치솟으며 비경을 뽐낸다. 오른쪽 발아래 계곡 상류에 쳐진 텐트가 손톱 만하게 보인다. 각각 3동의 텐트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2야영장이다. 초입 이정표에서 봤던 2200미터 영지(地)가 바로 저곳이다. 최 대표가 갑자기 장탄식을 내뱉는다.

“이야~~ 저 사람들 정말 부럽다. 시간만 되면 저기서 야영하고 싶어지네. 계곡으로 오르는 길도 엄청 좋다면서요?”

“계곡이 아주 좋죠. 그래서 이 산을 찾는 중국 산악인들은 거의 야영한다고 보면 돼요. 동대~북대만 타는 사람들은 지금 보는 계곡 야영장에서 1박, 5개 봉우리 다 타는 사람들은 2박을 하죠.”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을 굳이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울퉁불퉁해도 광활한 초원이다. 고도를 높이자 바람의 세기도 점차 강해지는데 나란히 가던 일행들이 흐트러지며 몸이 편안대로 길을 잡고 오른다. 골바람을 타고 불어대는 강한 바람에 채우지 않았던 배낭의 가슴 끈이 얼굴을 때릴 정도다. 윈드재킷을 꺼내 입고서야 진정이 된다. 능선에 올라선 지 50여분, 너덜지대에 세워놓은 돌탑(2620m) 안부에서 바람을 피한다.      

"오늘처럼 청명한 날씨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바람은 당연한 거고요. 백두산 가보셔서 알겠지만 여기 날씨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땡볕에 비지땀을 흘리다가도 삽시간에 먹장구름이 몰려오면 폭우가 쏟아지기 일쑤예요. 마을 사람 말대로 하루에 백 번도 더 변한다니까요“

변화무쌍한 날씨가 아니라 다행이다. 쉬면서 보니 중대(中台)와 남대(南台)가 눈에 들어온다. 또 동대에서 남북으로 뻗은 능선을 기준으로 좌우 식생변화가 색깔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동쪽은 7~8부 능선까지 초록이 덮었으나 서쪽 골짝 안은 빛바랜 채 그대로다. 그러나 7월 5일경부터는 동대에서 북대까지 야생화가 절정을 이룬다.  

서서히 높이를 더해가자 정신없이 불어대던 바람이 잦아들고 30분 뒤 마침내 2882미터 동대에 선다. 백두산을 포함한 한반도 그 어디보다 높은 곳. 홀연히 열리는 전망의 넓은 트임이 압권이다. 하늘에 펼쳐진 청경(淸景)이 한동안 말을 잊게 한다. 그 느낌은 지리산에서처럼 큰 산이 안겨다주는 자연의 고고함과 싱그러움이 더해져 묵직한 감동을 빚어낸다.

정상 돌탑 너머로 능선은 중대(2801m)를 거쳐 남대(2743m)로 이어지고, 중대로 가기 전 서쪽으로 뻗은 마루금은 오대 중 가장 낮은 서대(2671m)를 일으킨다. 시계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동대 오름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기암괴석이 거침없이 솟았다 가라앉고 파동 치며 북대(2837m)와 연결되는데 그 바위 봉우리들이 그려내는 산세가 웅장하고 장엄하다. 이런 조화가 소오대산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6월부터 9월 30일까지만 출입을 허용하는 것도 국가급자연보호구로서의 가치를 뒷받침한다.  

 

바위벼랑 사이로 유혹하는 야생화의 천국

동대에서 북대까지는 걷는 길이 딴판이다. 초원을 거닐던 길은 설악에서 본 듯한 공룡능선처럼 신성한 기운을 뿜어내는 바위덩어리의 연속이다. 이 바위연봉이 없었더라면 소오대산이 이곳 산악인들로부터 트레킹 산 중 으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허베이 벌판에 마치 알프스처럼 솟은 산은 크고, 고원에 도열한 기암을 거느림으로서 일약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게 하는 것이다.

 “이 노란 꽃이 금련화(金花)입니다. 7월 초, 중순이 되면 사진작가들이 몰려들지요. 그때가 가장 아름다울 때거든요. 지금은 덜하지만 그래도 가면서 보십시오. 야생화가 엄청 많아요.”    

여름에는 화원으로 변한다는 말이었다. 바위 절경을 감상하면서 갖가지 야생화가 수놓은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북대 꼭대기에 올라선다. 동대를 출발한 지 2시간 만이다.

동서남북 그리고 중간, 그렇게 다섯 봉우리를 모두 품에 안은듯하다. 북대 조망은 동대 못지않다. 날카롭게 솟은 바위벼랑들은 동쪽 끝으로 봉분마냥 얼굴을 내민 최고봉을 가릴 듯 말듯하며, 동대와 어깨를 건주며 허베이 벌판에 돌출한 나머지 봉우리들도 육중한 기세로 자신의 영역을 시위하듯 산등성이를 뻗친다. 표지석이 없는 봉우리에서 카메라가 응사하는 곳도 오대(五台)의 면면을 두루 살피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되돌아 내려선 안부에서 길은 하산으로 접어든다.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다 내려서면 토끼를 닮은 바위벼랑 아래를 미끄러지듯 가로지르고, 오름길과는 또 다른 푸른 초원의 향연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계곡으로 내려서는 삼거리 갈림길에 닿는다. 한글로 써진 텐진(天津)산악회의 표지기를 보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능선을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드니 우리나라의 여느 숲에 있는 것처럼 푸근하다. 가파르고  메숲진 길을 내려가면 계곡을 만나게 되고, 아래로 갈수록 다리에 힘이 풀릴 즈음 수량이 조금씩 늘어난 계곡물의 적당한 곳에 발을 담갔다가 다시 힘을 내 걷다보면 마을 아귀가 나타나는, 하산길은 한국의 숲길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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