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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dition

 

요르단 와디 럼 등반기

 

 

‘달의 계곡’을 짝사랑한 문 선생,

 상사병에 걸리다

 멀티 피치~500미터 거벽들이 넘치는 바위 천국

 글 사진 | 문종국(선앤문등산학교)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의 몽혼(夢魂)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석로반성사

 

요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 잘 계신지요?

달 비친 비단창가에 제 슬픔이 깊습니다.

만약 꿈속의 혼이 다닌 길에 발자국이 남는다면

당신 집 문 앞 돌로 만든 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1년 만에 다시 찾은 와디 럼(Wadi Rum), 연모의 정으로 이 사막의 모래가 마치 내 탓인 양 반가움의 감상에 젖는다. 이번 등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후원사 “네파(NEPA)”의 기업 슬로건 “네파는 자유다”와 등반대상지인 아틀라스 산맥(Atlas Mts.)을 비유해 ‘아틀라스의 지구 내려놓기-2011. 네파 세계 원정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중동과 아프리카로 암벽등반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 팀의 등반의의는 한국 최초 중동의 암벽을 등반한다는 것과 등반력 5.10급대의 평범한 일반인들도 원정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알피니즘의 대중화 시류에 맞는 적절한 곳으로 대상지를 소개하고 후원사(네파)를 위한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했다.

 

 

5.10급 원정대, 중동으로 떠나다

“넌 내 진짜 친구야~~!” 십 몇 년 전, 쎄레또레(Cerro Torre)의 극한의 추위에서 비박할 때 두꺼운 침낭을 양보한 주영 선배에게 정호진 선배가 한 말이다. 이러한 주영, 정호진 선배의 우정이 부러웠던 당시, 그때 나도 저 나이가 되어 저렇게 등반할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워 했었다. 후에 그분들 말씀이 원정 당시 자신들은 5.10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어느새 나도 그때 그 선배님들 나이가 됐고 절친한 자일파트너와 같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딱 5.10급 실력으로 바위를 하러 떠났다.

1월 5일, 와디 럼으로 이동하는 중 차창 밖 황량한 땅덩어리, 그 가운데 집 몇 채, 그 촌락의 어느 집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보며 히말라야 산골 오지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불편한 삶에 예전엔 연민과 동정(同情)을 느끼며 가르치고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젠 과연 누가 더 행복하고 누가 누구에게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다.

내가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물질적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일까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보고 싶으나 그것은 불가능하기에 나에게 있어 더욱더 그들 삶의 방식이 간절하다.  

1월 7일, 와디 럼 보호구역(Wadi Rum Protect Area)에 도착하자마자 와디 럼의 레스트하우스(Rest House, 럼 빌리지 입구의 야영장 시설을 갖춘 유일한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먼저 작년에 친분을 나눴던 베두인(Bedouin, 아랍계 유목민족) 알리(Ali)의 가게로 가니 손님을 위해 저녁식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리의 등반계획을 이야기하니 자기 사촌인 마플레(Mofleh Salem, maflehlafi@yahoo.com)를 소개시켜준다. 이후 마플레와 우리팀은 인간적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행운을 가진다.

1월 10일, 제벨 움 이쉬린(Jebel um Ishrin Massif)의 탐사와 단 피치 코스 등반으로 암질도 파악하고 그레이드 감각도 익힐 겸 베두인 코스(Bedouin Route, 특별한 클라이밍 기술이 필요 없이 걷거나 기어가는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양·염소를 방목하여 다니던 전통적인 길)인 라카밧 캐년(Rakabat Canyon, Route 130)과 리틀 젬(Little Gem, 35m, 6b/ R.135) 등반을 위해 아침 일찍 나섰다.

멀리서 봤던 암괴(岩塊)의 속이 이렇게 깊고 크고 다채롭다니, 기기묘묘한 붉은 사암의 벽들이 제멋대로 서 있는 것이 장관이다.

캠프지에서 만난 스위스 여성 클라이머 아이리쉬(Iris)는 이쉬린에서 라페리티프(L'Aperitif, 150m 4피치, 5.9/ R.134)를 추천해 줬으나 초행길이라 시간계획을 세우기가 힘들어 단 피치 코스인 리틀 젬을 등반하기로 했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나 역시 쉽게 부서지는 사암의 특성상 확보물 설치가 불안하다. 상단부 볼트가 하나 박혀있고 약 5미터 정도 더 가면 피치 종료지점에 볼트가 하나 더 있다. 대하가 힘겹게 올라가고 나서 내가 후등으로 확보물을 회수해가며 등반하는데 홀드들이 하나같이 불안정하다. 기술보다는 대담성과 파이팅이 필요한 곳이다. 대하가 잘 올라갔다고 생각하며 태호형까지 등반을 모두 마치고 레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고마워요! 베두인

다음날은 어제 제벨 이쉬린처럼 먼저 제벨럼(Jebel Rum, 1754m)의 윤곽을 파악하고자 베두인 루트로 정상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등반은 후에 하기로 하고 가이드북에서 가장 빨리 올라갈 수 있는 코스를 찾았지만 제벨럼은 암괴가 커서인지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다. 마플레와 외국의 클라이머들에게 조언을 구해 결국 사바루트(Sabbah's Route/ R.90)로 올라갔다가 하마드 루트(Hammad's Route/ R.60)로 내려오는 W-E 트레버스(W-E Traverse, 약 3.5km/ R.91)를 선택한다.

아침 일찍 마플레의 차를 타고 사바루트의 초입인 제벨럼의 서쪽편에 도착, 이쉬린의 베두인루트처럼 쉽게 생각하고 자신만만 출발했으나 거의 리지등반 수준에 길까지 헤매게 되었다. 희미한 길의 흔적을 따라 3시간 정도 올라가다가 결국은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아쉽지만 계곡 쪽으로 하산해버렸다.

1월 12일, 제벨럼의 베두인 루트에서 길을 헤매고 내려온 뒤 이후 등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본다. 와디 럼이라는 워낙 넓은 지역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등반루트 중 암벽 등반코스 한 두 개 더 올라가봤자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 아니겠는가. 등반욕심을 버리고 보다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 지역소개와 자료정리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원정기간 제벨럼, 제벨 움 이쉬린, 바라하(Barrah) 3개의 대표적 캐년을 각각 하나씩만 등반하고 남는 시간은 협곡을 돌며 지형정보를 얻는 탐사활동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라하 캐년의 메를린 원드(Merlin's Wand, 150m 5피치, 5.10b/ R.210)를 등반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30분, 바라하 캐년에 도착하니 레스트 하우스에서 만났던 프랑스 커플이 먼저 등반을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옆의 페스티발(Fesse Tival) 루트로 1피치(35m)를 등반하고 메를린 원드 방향으로 5.8급 정도의 크랙과 침니를 따라 2피치(40m)를 끊으니 메를린 원드 2피치 지점과 만난다. 내려갔다가 점심식사 후 2피치 지점까지 쥬마로 올라가 3피치를 대하가 선등으로 시작했는데 크럭스 지점에서 애를 먹는다.

확보물 설치가 불안하지만 잘 올라가던 대하가 오버행 턱에 익숙하지 못해 그만 추락하고 만다. 결국 설치했던 캠 3개가 줄줄이 빠지며 약 4~5미터를 추락, 타박상이 심하다. 등반을 계속할 상태가 아니어서 일단 땅으로 하강을 한다. 스스로 하강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땅으로 내려오니 현지 베두인들이 짚(Jeep)를 타고 구조하러 와있다. 밑에서 우리의 등반모습을 지켜보던 노시철 대장님이 대하가 추락하는 것을 보고 인근 베두인캠프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특별한 치료는 필요치 않아 보이나 만약을 염려해 그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대하를 차에 태워 레스트하우스로 먼저 보내면서 이토록 신속히 출동해주고 걱정해주는 와디 럼의 베두인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그들의 헌신적인 봉사정신과 인도적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제벨 마옌 능선종주’가 루트 정찰에 제격

다음날 아침 8시에 등반을 시작, 오후 1시경 다섯 피치를 모두 마무리했다. 밑에서 봤을 때는 피치 간 등반길이가 짧아보였는데 실제로는 매 피치 50미터나 줄이 풀려나간다. 확보물에 대한 심리적 부담만 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수직으로 뻗은 크랙이라 기분 좋은 고도감과 재미를 주는 추천 등반코스다. 지프 차를 타고 관광하는 사람들이 등반하고 있는 우리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등반하는 모습도 관광거리인 모양이다. 레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마플레 집에서 머물고 있는 대하의 안부를 확인하니 오른쪽 다리 무릎 타박상과 찰과상이 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준이라 안도의 한숨을 쉰다.

1월 14일, 와디 럼에 머물 날이 이제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아 가이드를 대동하고라도 제벨럼을 올라가자고 원정회의를 했으나 하필 저녁에 비가 내린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비가 내리면 사암은 미끄러워 등반이 불가하다고 한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국경근처에 있는 제벨 움 아다미(Jebel Umm Adaami, 1832m) 산을 가자고 하는데 그곳은 우리의 관심대상이 아니었기에 거절하고 우리는 가이드북의 8번 코스인(Wadi S'Bach to Wadi Es Sid, 약 6km, 2:30hr/ R.8) 제벨럼을 왼쪽에 두고 오른쪽의 마옌 봉우리(Jebel Mayeen) 사이의 작은 계곡(Wadi)을 넘어가는 길을 다녀왔다. 비로소 제벨럼 암괴의 전체적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다. 순서 상 처음에 이 길을 먼저 둘러 봤었더라면 등반계획을 짜는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8도 좋지만 처음 도착하는 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보다 더 좋은 정찰 등반코스는 계곡 쪽(R.8)이 아닌 제벨 마옌 능선종주(Jebel Mayeen, South Ridge/ R.4)로서 좌우로 제벨럼과 제벨움 이쉬린의 더 멋진 경치 감상과 루트정찰을 할 수 있는 코스다.

눈이 부실 만큼 쏟아져 내리는 별빛 아래 베두인 친구와 그들의 천막에서 인생을 이야기하며 잠들 수 있는 곳. 조용한 사막 한가운데서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곳. 지구가 아닌 우주의 어느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몽환적인 붉은 사암벽과 그 풍경 속에서 색다른 암벽등반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이처럼 아름다움과 낭만이 가득한 와디 럼은 아무래도 아시아의 이름 없는 클라이머의 짝사랑에 계속 모래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보다. 와디 럼 최고봉인 제벨럼에서의 아쉬움을 마음 가득 안은 채 그곳을 떠나 온지 한 달, 다시금 요즘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 잘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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