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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용 알프스

 

돌로미티에서 가장 낭만적인 전설의 산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사우스 티롤은 ‘창백한 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백운암의 돌로미티를 배경으로 살아 있는 신화와 동화, 전설이 풍부하다. 전설적인 로젠가르텐(독일어·Rosengarten, 이탈리어·Catinaccio) 암군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한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면 아이들은 손에 땀을 쥐며 흥분해서 듣는 이야기다. 로젠가르텐은 쉴리아(Sciliar)와 코스타룽가(Costalunga Pass) 사이의 볼자노에서 서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거대한 암군이다.

 

난쟁이 왕의 전설이 깃든 거대한 암군, 로젠가르텐

라우린 왕은 보석과 광물을 찾기 위해 산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니던 난쟁이들의 왕이었다. 그는 웅장한 크리스털 지하 궁전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은 그의 궁전 앞에 있는 아름다운 장미 정원이었다.

날이 매우 좋은 날 볼자노 주성의 에치왕(Etsch)은 주변의 강대한 왕국인 밀데 공주와 결혼하기를 원했다. 그는 난쟁이들의 왕인 라우린 왕을 제외하고 주변의 모든 왕족과 귀족을 초청했다. 초청받지 못한 라우린 왕은 화가 매우 나서 모자를 쓰면 몸이 보이지 않는 마술을 부려 파티에 참가했다. 파티에서 본 밀데 공주에 한눈에 반해버렸고 사랑에 빠져 공주를 자신의 성으로 훔쳐 도망갔다.

베른의 디트리히가 이끈 기사들은 라우린 왕을 그의 성을 둘러싸고 있는 장미 공원에 가두고 포위했다. 어려운 전투가 매일 시작되었지만 라우린 왕은 12개의 마법 벨트를 가지고 있었다. 몇 번 적군에 잡혔지만 마술 모자를 쓰고 투명 인간이 되어 탈출했다. 그러나 장미 숲속으로 도망쳤다가 장미들이 흔들리는 것을 본 적군에게 잡혔고 마술 모자마저 뺏겼다.

라우린 왕은 자신이 잡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미들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눈으로 낮이나 밤이나 이 장미 정원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라우린의 저주와 다르게 일출과 석양에는 황혼의 빛 덕분에 장미 공원 로젠가르텐의 거대한 암군은 붉고 붉은 금빛으로 물들었다. 비록 납치당했지만 착하고 난쟁이들을 진심으로 아꼈던 라우른 왕을 사랑하기 시작한 밀데 왕비는 라우린 왕이 처형을 당하자 너무도 슬퍼서 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출과 석양 때마다 온 몸이 붉어질 정도로 슬피 울었다.

1907년에 볼자노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 탈베라에 라우린 분수대가 만들어졌고, 1910년에는 볼자노 시내 중앙에 최고급 호텔 라우린 파크 호텔이 개장되면서 라우린 왕을 기렸으며, 볼자노 관광 제1포인트가 되었다. 그러나 1918년 볼자노가 포함된 알토 아디제주(Alto Adige)가 이탈라아 군에 점령된 후 라우린 분수는 정치적-민족적 갈등의 소용돌이가 되었고 파시스트에 의해 손상되었으며, 이후 해체되었다.

 

남편과 아빠를 잃은 모녀를 위해 ‘로다 디 바엘’ 루트 등반

장미 공원의 대표적인 비아 페랏따 루트 로다 디 바엘(Roda di Vael, 2,806m)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등반이 가능하고 어프로치가 쉬운 편이라 인기가 매우 높다. 특히 등반을 시작하는 꼴부터는 등반 선이 시원스럽고 양 옆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남쪽의 코스타룽가(Costalunga Pass)에서 북쪽의 쉴러(Sciliar)까지 무려 8km가 되는 엄청나게 큰 암군이며 유명한 비아 페랏따 루트만 5개가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안테모이아(Antermoia, 3,004m)이며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는 바이올린 모양의 침봉인 바이올렛(Vajolet, 2,813m)봉이다.

여러 번 등반했던 로다 디 바엘을 비아 페랏따 등반이 처음인 모녀와 호위 기사 2명을 동반하고 등반했다. 엄마 디아나(Diana)가 딸 자다(Giada)를 데리고 살레봐 인공 암장에 나타난 게 바로 얼마 전이다. 아이 3명을 키우느라 전념했던 디아나가 친구 엘라나의 꼬임에 넘어가 딸과 접한 클라이밍은 인생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다.

작년 자다의 아빠가 아이 3명을 두고 사망한 사건은 그녀의 가족을 침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잘나가는 경찰이었던 남편이 사살당한 사건은 누구 입에도 올리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6세의 자다, 7세와 12세인 아들 둘을 두고 간 남편이며 아빠를 원망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고통 속에 살았던 그녀와 자다가 클라이밍을 통해 보통 인간으로 변신할 기회를 찾았다.

남 앞에서 자랑하기 좋아하는 필자도 이 모녀 앞에서는 입이 더욱 무거워졌지만 암장까지 왕복하는데 산길을 최소 2시간 30분을 운전해야 하는 열의와 한 동작 한 동작 몸이 상승하자 희열을 느끼는 모녀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을 산으로 데리고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암장에서 운동을 하는 실바노와 파올로가 도우미를 자원했다.

빠올리나에서 스키 리프트를 타고 산장에 올라 간단한 커피 한 잔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등반 루트 브리핑을 해 주었다. 약 1시간을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다 급경사의 협곡에 다다르자 산행 경험이 전무인 자다가 얼굴이 붉어지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했다. 스타트 지점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자다가 원하는 만큼 쉬었다 가자고 격려를 했다.

 

클라이머 모녀를 비춘 금빛 찬란한 로젠가르텐

꼴의 정상에 오르자 햇빛이 강하게 반겨주었고 간식을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등반을 시작했다. 항상 어두운 얼굴의 자다 입에서 잔잔한 미소가 이어졌다. 한창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발랄하게 살 수 있는 소녀를 산을 통해 아빠를 만나게 해주었다.

소녀의 아픔은 등반하는 동안만이라도 아빠 같은 도우미 기사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밝고 명랑한 소녀가 되었다. 소녀가 밝게 웃으면 더욱 명랑하게 살면서 웃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좌우 폭이 8km나 되는 로젠가르텐(까티나쵸)의 거대한 암벽이 창백한 백운암에서 온통 붉은 금빛으로 변했다. 우리는 항상 슬픈 자다의 눈에서도 그 금빛을 보았다. 난쟁이들을 진심으로 아꼈던 라우린 왕을 사랑한 밀데 왕비의 그 밝고 사랑스런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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