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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 _ 마날리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을 거닐다

‘인도의 스위스’라는 마날리. 해발 2,000m의 산간 마을로 겨울에는 고즈넉하고 여름에는 야생화가 지천인 마을. 사방을 둘러싼 히말라야 덕에 여름에도 선선하고 아름다운 설산의 풍경은 덤이다. 고된 일정이었던 마카벨리 트레킹을 마치고 마날리를 찾았다.

글 사진 · 윤지영(㈜포카라 대표)

 

힘들었던 마카벨리 트레킹을 끝내고 하루를 쉰 후, 다음날 마날리로 가기로 결정하고 아침 일찍 레에 있는 뉴버스 스테이션을 찾아갔다. 이곳 지리를 모르는 나는 마카벨리 트레킹을 했던 에이전시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으나 현재 마날리로 가는 사람보다는 마날리에서 레로 오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라 지프 쉐어나 택시 쉐어를 하려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초행길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물어 물어 찾아간 버스정류장 사무실에서는 버스 회사가 아닌 버스를 소유한 사람이 버스 안에서 숙식하면서 버스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버스를 탄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설명해 준 대로 나는 몇 대 늘어서 있는 버스 중 한 대에 문을 용기 내어 두드렸다.

 

‘인상적’이었던 투어리스트 밴 여행

문이 열리더니 새까만 얼굴에 목이 늘어져 더러운 셔츠를 입은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나를 보고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조금 무서웠지만 안에 함께 있는 어린이들을 보고 안심하고 들어갔다. 그는 좌석을 보여주고 내가 원하는 자리 번호를 찍고 이동식 기계에서 버스표를 뽑아준다. 뿌듯한 마음에 자랑삼아 서울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는데 칭찬은커녕 인도 로컬 버스가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아느냐고 당장 투어리스트 버스로 바꾸란다. 그 얘기를 들으니 용기가 사그라지고 두려운 맘이 들고 그동안 신문에서 보았던 사건 사고들이 머리를 스쳤다. 버스로 돌아가 금방 산 표를 환불해 달랬는데 걱정과 달리 바로 바꿔준다.  

좀싸에 맡겼던 빨랫감을 찾고 서둘러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짐을 쌌다. 1년에 수차례 트레킹을 나오는 터라 이젠 짐싸기 달인이 된 듯 초스피드로 패킹해 게스트하우스 친절한 여주인에게 맡겼다. 향한 곳은 그동안 정들었던 단골 모모집에서 모모와 야채 덴툭을 두둑하게 먹고 비스킷과 간식거리를 사서 정겨운 올드 레 주변을 산책하고 그동안 정들었던 과일가게 미남 총각과 로컬 빵 가게 아저씨와 간소하게 나만의 인사를 나누었다.

레에서 마날리로 가기 위해서는 육로 이용 시 4,000~5,000m가 넘는 다섯 개의 고개(타그랑 라 5,358m, 바랄라하 라 4,980m, 나키  라 4,740m, 라층 라 5,041m)를 넘어야 한다. 내가 탄 버스는 일종의 투어리스트 밴으로, 악명높은 로컬버스 대신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차량이다. 고갯길이 많은 도로에 지프 다음으로 기동성이 좋다. 그동안 장거리 버스 타는 것에 나름 익숙하다고 자부하던 나는 12시간이 넘어가자 조금씩 몸에서 힘들다는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이동도 이동이지만 나를 힘들게 더 했던 것은 내 바로 뒤에 앉은 취한 인도인이었다. 술 냄새를 풍기고 탈 때부터 불안하더니 뒤에서 자면서 손을 마구 휘두르다 앞좌석에서 자던 나의 머리를 반복해서 때리는 등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불을 끄고 이동하는 밤 버스에서 수시로 머리를 맞아 깨기를 여러 번. 그래도 그 사람 바로 옆에 앉은 사람보다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6시쯤 허름한 식당 앞에 승객들을 내려 주었다. 우리는 오그리고 있던 다리를 펴고 휘청거리며 바로 앞 허름한 간이식당에 들러 각자 자유롭게 아침 식사를 주문해 먹었다. 나는 속이 너무 좋지 않아 밀크티 한 잔만을 시켜 비스킷과 함께 조금 먹었는데 주위 사람들의 음식을 보니 차라리 밀크티를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형편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멀리 보이는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차에 올라탔는데 채 몇 분을 가지 못하고 차가 쿨럭거리더니 멈췄다. 인도나 네팔에서 자주 있는 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전날 밤 나의 머리를 때리며 잠을 자던 인도인이 차 밑으로 들어가더니 차를 고치고는 나를 보고 씨익 웃는 것이 아닌가? 그는 수리기사였다. 인도나 네팔에서는 차가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아 장거리 버스에 운전기사 2명, 수리기사 1명이 탄다고 한다.

 

유럽 친구들에게 배운 여행의 지혜

그렇게 지나다 보니 2~3m의 눈이 쌓인 곳을 지나는데 전신 스키복이나 털복숭이 옷을 입은 거무스름한 얼굴의 인도사람들이 환호성를 내지르며 눈 위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알고 보니 눈을 보기 힘든 인도인들에게 대표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소랑 밸리 코스 중 하나였다. 시기를 잘 맞추면 아름다운 야생화 군락도 볼 수 있단다. 날짜가 부족해 이번에는 가 보지 못하지만 다음에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해 보았다.

미니밴에 있던 친구들은 몇 명의 인도인과 승려 2명, 그리고 독일인 5명, 스페인인 1명, 한국인 1명(나)이었다. 그러다 보니 독일인들은 자기들끼리 그룹이 되었고 혼자인 스페인 친구와 내가 자연스럽게 짝이 되어 대화를 나누고 밥도 같이 먹게 되었다.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니 유럽인이나 외국인들이 우리보다 더 알뜰하고 경제관념이 투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같았다. 이들이 예약했다는 올드마날리의 숙소는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였으며 남녀혼숙이 기본인 도미토리였다. 그래서인지 숙소 비용은 채 만원도 되지 않았고 게다가 조식 포함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버스에서 만난 인연으로 젊은 친구들의 계획성 있는 작은 투어에 나도 참여하기로 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2층 침대에서 잠이 깬 나는 며칠 후 가기로 한 다람살라 일정을 위해 다소 짧은 일정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우선 가기로 했다. 자연스레 일행이 된 스페인 친구와 함께 맵스미를 바탕으로 한 동선을 참고로 하여 가 보기로 하였다.

마날리는 뉴마날리, 바쉬쉿 지역, 올드마날리가 있다. 비아스강의 작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현대적인 건물이 대부분인 뉴마날리와 향토적인 전통가옥과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올드마날리로 나눠진다. 이 작은 철교 위로는 오토릭샤꾼이 관광객과 마을 주민을 태우고 지나고 철교 아래로는 이 지역 특유의 액티비티의 하나인 짐 와이어를 설치하고 관광객을 호객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큰소리를 내며 반복해서 짐을 타고 왔다 갔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토릭샤를 타고 뉴마날리와 올드마날리를 오가는데 나는 둘 사이 중심에 자리한 마날리 삼림보호구역(forest reserve)을 통과하여 지나다녔다. 이곳이 두 곳을 통과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고 입장료가 5루피로 저렴한 데다 오래된 키 큰 삼나무를 가로지르며 산책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곳곳에 작은 틈이 있어 그냥 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지만 내가 내는 5루피가 이곳을 보호하는데 쓰인다면 괜찮을 것 같다. 허름한 입구의 철제의자에 앉아 입장료를 받는 사람에게 5루피를 내고 들어가면 하늘을 뚫을 듯이 키가 큰 전나무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울울창창한 전나무의 향연

이곳은 아침 시간에 오면 더욱더 좋다. 빽빽한 전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볕과 맑은 공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전나무 주변에 자그마한 트랙이 만들어져 있어 몇몇 사람들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조깅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곳은 원숭이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잡식성인 원숭이들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에서 보물찾기를 하곤 한다. 이들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피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네이쳐파크에서 서쪽에 자리한 약 500년 된 목조 사원인 히딤바 데비 사원(Hidimba Devi Temple)도 볼거리의 하나인데 다른 사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한눈에 봐도 오래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원은 다른 힌두사원들과는 달리 티벳 영향을 받은 사원이라 인도에서 보기 드문 건축양식이라고 한다. 다른 힌두사원들처럼 이곳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란다. 원래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지만 뒤편에는 아무도 없어 한 컷 얼른 찍어보았다.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기품이 종교가 없는 내게도 경건함을 느끼게 하였다.

 가축을 많이 키우는 올드마날리는 내가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뒤편을 따라 걸어가면 바쉬쉿 마을로 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쉬쉿까지 오토릭샤를 타고 이동하였지만 우리는 강을 끼고 걸어서 이동하였다. 마날리에 에이전시에서는 이 코스를 마나슬루 강 하이킹(Manalsu River Hiking)이라고 불렀는데, 내가 느끼기에 이름은 거창한데 동네 약수터 가는 정도 코스다. 이 코스는 자연스럽게 조기니 폭포(Jogini Water Fall)과 연결되어 간단히 발을 담그는 정도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바쉬쉿 온천과도 가깝다. 올라가는 길에 한글로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오원식당 간판을 보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한식을 먹어야 하나 싶어 일행과 내려와 인도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때는 이미 2시가 넘어 허기진 우리는 근처 식당에 들어가 인도 라면인 메기와 난 비슷한 음식을 시켰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 달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인도에서 레 다음으로 서늘한 기후를 자랑하는 마날리는 쭉쭉 뻗은 전나무 숲이 일품인데 겨울에 다녀온 친구의 말로는 전나무숲을 뒤덮은 눈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해준다.

이렇게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마날리에도 꼭 가봐야 할 트레킹 루트들이 있는데 여기서 소개해 보면 지구상 마지막 오지로 함파패스 트레킹이 있다. 최고높이 4,270m로 난이도는 ‘중’으로 4일 정도면 충분하다. 몬순 시즌인 6~8월만 피하면 언제든 가능하지만 캠핑 장비를 챙겨서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스피티 밸리 트레킹이 있는데 ‘지구상 남은 마지막 오지’라고 불릴 정도로 공항이 없이 하루 한 번 가는 버스를 이용한 육로 접근만 허락된다. 마날리에서 약 640km 떨어진 곳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브리구 호수 트레킹으로 고산지대 브리구 호수에서 3박 4일 동안의 투어로 넓은 목초지와 울창한 숲과 빙하 호수와 솔랑 밸리의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야생화 트레킹으로 알려진 로탕패스 트레킹이 있다.

마날리는 네팔에 비해 비교적 트레킹 코스가 짧고 트레킹을 하기 위해 에이전시에서 일행을 모아 그 비용을 쉐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경제적인 트레킹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스위스나 그 외 물가가 높은 유럽과 달리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은 것이 인도여행의 묘미다.

 

조금씩 바뀌는 나를 발견하다

처음 인도에 오기 전 내게 있던 선입견이 어느새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하였으며 뻔뻔스럽다고 느껴지던 인도인들의 호객이나 입담이 이제는 웃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여유로 바뀌고 있는 것을 하루하루 거듭하며 달라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인도인 여자친구를 만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한 스페인 청년 데이빗과 요가 수련을 위해 온 멕시코 청년 유리엘과 올드 마날리에 있는 한식당 윤카페로 갔다. 그들에게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소개해 주었는데 특히 멕시코 청년 유리엘은 우리나라 나물을 극찬했다.

사실 이곳에 간 것은 다음 목적지인 다람살라로 갈 때 무엇이 최선인지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인 윤카페 윤사장님에게 조언을 얻기 위해서였다. 나의 판단이 옳았다. 보통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지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다람살라까지 가는 표를 사장님이 대리로 끊어주셨고 오토릭샤는 대략 얼마를 주면 바가지요금이 아닌지 등을 알려주셨고 혹시 모르니 본인의 전화번호를 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시며 배웅해 주었다. 언젠가 다시 갈 날이 있으면 한국 된장이라도 가져다 드리고 싶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는 오늘도 다음 여행지인 다람살라로 가는 길고 긴 인도의 버스에 몸을 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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