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산 세계의산 전문등반 등산정보 MM산장 쇼핑몰 사람과산
spaceid spacepw space

title

원정등반기
해외등반지
해외트레킹

임덕용의 춤추는 알프스

 

나뚜르노의 신루트 ‘태양의 벽’을 오르다

글 사진 · 임덕용(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

 

‘태양의 벽’은 화산 폭발의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암벽이다. 오렌지와 붉은 색이 전반적으로 깔린 암벽으로 화강암처럼 둥글하지도 않고 백운암이나 석회암처럼 홀드가 각이 지지도 않다. 그러나 화강암처럼 번개를 맞아 터진 것 같은 크랙의 끝은 매우 날카롭다.

악우회원들과 아르코 돌로미티 암장 순례 중 비아 페랏따 등반을 했던 나뚜르노(Naturno)에 신루트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름이 한물 가는 날 나뚜르노에서 비교적 가깝게 사는 산 그림 화가 에른스트 뮐러와 정원사 출신 율리오스가 루트를 만든 마르쿠스와 같이 등반을 가자고 한다.

 

개척자와 함께 나뚜르노의 신루트 등반

이 보다 더 신나는 일이 어디에 있으랴. 나뚜르노 비아 페랏따 등반을 몇 번 했던지라 어프로치 길도 매우 익숙했다. 나뚜르노 미니 케이블카 역 위로 조금 더 올라가 포도밭의 경사진 면에 겨우 차가 2대 주차할 수 있었다. 많이 본 얼굴이라 반갑게 마르쿠스와 인사를 했는데 “당신 얼마 전에 한국 사람들과 비아 페랏따 등반하고 우리 산장에서 포도 주스 마신 사람 아니냐?”고 물어왔다.

그렇다. 선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 마르고 매우 강인한 인상의 마르쿠스를 기억해냈다. 세상이 좁다며 다시 반갑게 껴안으며 인사를 다시 했다. 이미 여러 개의 루트를 개척한 그에게서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이 같이 느껴졌다. 포도밭 여 주인이 시내에 내려간다며 마르쿠스에게 인사를 한다. 정겨운 사람들의 다소 긴 듯한 대화가 지루하지 않았다. 자기 남편이 마르쿠스 장비를 여러 번 날라다 주었다며 자랑한다. 마르쿠스는 항상 혼자 등반하며 루트도 혼자 개척했다.

아직 접근로가 만들어지지 않아 동물들의 길(Sentiero Camosci. 사슴의 길)이라고 부르며 몇 번을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나무뿌리 밑을 지난다. 약 20분의 없는 길을 만들어 가며 도착한 암장은 생각보다 매우 깨끗하고 정상까지의 8마디가 거의 한눈에 들어왔다.

강원도 화천의 용화산을 보는 것 같았다. 근 20년 전에 한국에 가서 봔트 클럽 윤길수 회장과 같이 등반했던 기억이 났다. 스포츠 클라이밍이 접목된 멀티 루트였는데 상단부의 오버행 레이백인지 크랙에서 매우 힘들게 윤 회장을 따라갔었다.

 

손끝이 걸치는 오버행을 넘어 정상으로

스타트 부분에 노랑 조약돌 위에 적어놓은 루트 명이 마르쿠스의 재치를 느끼게 했다. 에른스트 뮐러에게 선등을 양보하고 자기는 뒤를 따르며 루트를 설명한다. 울리우스와 로프를 묶은 나는 서로 선등을 바꿔가며 뒤를 따른다. 3군데의 크럭스 구간은 마르쿠스가 오르며 에른스트와 우리 사진을 찍어준다. 8a를 오르는 그가 6a급에서 못 올라갈 구간이 어디에 있겠는가?

약 12m의 디에드로는 오버행에 손끝이 겨우 들어가는 난코스였다. 6a+라고 하나 직등을 하면 6c, 왼편으로 돌면 6b 이상이었다. 턱 너머에 있는 볼트를 용감하게 퀵드로를 설치하자마자 잡았다. 먼저 올라가 있던 마르쿠스와 에른스트가 소리 내며 웃는다. “헬로 임. 나도 인공으로 했어. 거기에 긴 슬링까지 걸고 발을 끼우고서야 겨우 올랐어.”

루트는 왼편으로 비스듬하게 길게 돌아가며 올라간다. 경사가 약한 슬랩이 나오지만 만만치 않다. 이유는 이직 다 벗겨내지 않은 검은 마른 이끼와 버섯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슬랩의 스타트 볼트 밑에 걸어놓은 쇠 빗자루와 쇠 칫솔들이 눈에 보였다. 에른스트가 먼저 올라가자 마르쿠스는 쇠 칫솔을 한 손에 잡고 오르며 홀드와 스탠스가 될 만한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며 올라간다.

매번 등반할 때마다 루트 청소를 한다는 그가 존경스러웠다. 몇 명이나 이 루트를 등반할까 하는 의구심보다는 자신이 만든 루트에 대한 사랑과 애정 표현이었다. 약 15m의 손날 같이 날카로운 레이백을 오르는데 감치는 맛이 난다. 중간에 모두 후렌드를 직접 설치해야 하는데 선인의 연대 버트레스나 인수의 아미동길을 오르는 것 같았다.

레이백을 오르자 왼편으로 다시 약 30m의 쉬운 레이백이 나온다. 이번에는 오른편 어깨를 바위 상단에 기대며 왼발로 버티며 올라간다. 중간에 아무런 볼트가 없으니 더욱 등반이 재미있어진다. 그러나 상단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마르쿠스가 난이도 6a라고 하나 우리는 6b+라고 우기며 벅벅거리며 올라섰다.

 

천정 벽 끝에서 프리 솔로 연출

추락한다면 형편없이 구겨질 것 같은 칸테를 올라 마지막 감투 바위는 이 루트의 백미를 선물했다. 5급대라고 하나 약간의 오버행을 오른편으로 비스듬하게 올라가는 정상은 난이도에 비해 고도의 밸런스와 완력이 필요했다. 먼저 정상에 오른 에른스트 뮐러와 마르쿠스가 양쪽에서 사진 촬영을 해준다. 율리우스와 모두 정상에 서자 에른스트가 가지고 다니는 초미니 그럿빠(포도주 정재 꼬냑)를 뚜껑에 담아 두 방울씩 마시니 혀끝이 짜릿하다.

“베르그 하이(정상에 온 것을 축하해)” 하며 악수를 나누는데 마르쿠스가 빙긋하게 웃더니 내가 깜짝 선물 하나 더 할까 한다. 모두들 그가 맛난 것을 꺼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다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긴 슬링 두 개를 가지고 정상의 한 끝으로 다시 내려간다. 정상 위의 볼트에 자기 확보를 하더니 감투 바위 뒤로 사라졌다.

슬링은 고작 1.5m 정도라 멀리 가지도 않았을 텐데 하는 순간 정상 감투 바위의 한 끝을 한 손에 잡은 그가 마치 프리 솔로 등반하는 사람처럼 천정에 매달리며 나타났다. 완벽한 서커스 신이었다. 아니 신의 한 수였다. 모두 환호성과 박수를 치며 사진 촬영을 하며 한 명씩 졸업 사진을 찍는 학생들처럼 교대로 다녀온다.

“헬로 임. 너는 사진 안 찍어?” 하고 마르쿠스가 물어 본다. “응 난 안 찍어. 만약 그런 사진 멋지다고 내 페이스 북에 올리고 싶은데 그러면 우리 부모님들께서 너무 놀라셔서 당장 전화하셔” 어쩜 마르쿠스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한두 손가락만 걸치고 천정에 매달려 몸을 흔들거리며 더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자랑질을 너무 좋아하는 나 스스로를 내려놓기 위해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에른스트 한 발을 허공으로 더 벌려봐. 아니 다른 발을 벌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네 코가 나에게 보이도록 하늘을 쳐다 봐….”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일출명산 가이드/선자령...
낮은산 좋은산 / 팔봉산...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납량계곡/응봉산 용소골...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눈꽃 명산 가이드/계방...
늦가을 억새산/ 오서산...

HOME 게시판 산행기 정기구독신청 회원가입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 right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00-1호에 따른 사업자등록번호 106-05-87315
회사명: 도서출판 사람과산/ 등록번호: 서울, 아04289 /
등록일자: 2016년 12월 20일 / 제호: 사람과산 /
발행인: 조만녀 /편집인: 강윤성 /청소년보호책임자: 노주란/
발행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212, 309호(가산동, 코오롱디지털타워애스턴) /
발행일자: 2003년 4월 21일 /TEL (대)02-2082-8833 FAX 02-2082-8822
copyright © 1989 - 2007, 사람과 山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은 마운틴코리아에 귀속하며 무단 복제나 배포 등 기타 저작권 침해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contact
webmaster@mountainkorea.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