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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등반 _ 알래스카 무스투스 햄 앤 에그 등반기<하>

 

햄 앤 에그 18피치 완등…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 주영(용악회, 미국 주재기자)  사진 · 주영, 정호진(넬슨 스포츠)

 

 

내가 정호진을 처음 만난 것은 1970년 용산고등학교 산악부에서였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50년 간 함께 등반을 하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호진이가 말없이 연등을 시작했다. 그도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얼마나 한심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은 30년 전 아이거북벽의 하얀 거미를 오를 때와 아주 흡사하였다. 우리 두 명 중 하나라도 추락하게 되면 내가 먼저 120미터 이상의 높이를 추락한 후 우리는 함께 지상으로 자유낙하를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 둘의 등반경력을 합치면 근 100년이라는 내공이 축적되어 있어서 서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춤을 추듯 순식간에 오버행 빙벽 돌파

8피치를 선등하는 정호진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빙벽 위에서 춤을 추듯이 여유만만하게 움직이며 오버행의 빙벽을 순식간에 돌파해버렸다. 65세의 늙은 육신이 어떻게 저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 신비스러울 뿐이었다. 그도 지난겨울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겨울 내내 빙벽등반을 하며 몸과 마음을 갈고 닦은 결과였다.

이제 우리 앞에 더 이상의 난관은 없다고 생각했으나 이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사실 3피치나 8피치의 빙벽은 햄 앤 에그의 크럭스이긴 하나 우리나라의 빙벽에 비하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정말로 힘들고 위험했던 부분은 확보물이 거의 없고 신설로 가득 찬 상단부의 설벽이었다. 이 코스의 중단부는 계단식으로 되어있는 설벽등반이었다. 완경사의 설벽을 오르면 반드시 짧은 직벽이 나왔고 이 직벽은 확보물 설치가 곤란한 썩은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중단부에서는 발은 빙벽에 딛고 등은 바위에 기대고 오르는 침니구간이 자주 나왔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트랑고타워에서도 하단부에 이런 침니가 하나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올랐던 추억이 있다. 이 계단식 피치를 몇 개 오르자 설벽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상단부의 설벽은 불안정한 깊은 신설로 중간에 확보물이 전혀 없어서 몹시 위험하였다. 이런 코스는 신설이 완전히 크러스트가 된 후에 올라야 쉽고 안전하지만 지금은 스노우바를 박을 수도 없을 만큼 팥빙수 같은 설질이었다.

1984년 푸모리동벽을 오를 때 이런 팥빙수 같은 설벽에서 발악을 하며, 다시는 이런 짓 안 하겠다고 결심하였는데 나는 바보같이 또 다시 이 짓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둘이서 교대로 60미터를 중간확보물이 거의 없이 올라야만 했는데 늘그막에 이런 위험한 짓은 다시는 하지 말자고 서로에게 다짐하였다.

제17피치에서 호진이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핸드폰은 내 곁을 스쳐서 밑의 17피치 테라스 설벽에 꽂혔다. 우리의 소중한 등반사진이 담긴 이 핸드폰을 몇 시간 후에 찰스가 하강 중 회수하여 다음날 우리에게 돌려주었다. 믿기 힘든 기적이었고 호진이가 후에 탈키트나에서 이들에게 술을 찐하게 한잔 샀다.

 

18피치 완등 후 죽음을 건 하강

마지막 피치인 제18피치는 너무나 멋있었고, 선등을 하는 호진이의 모습은 너무나 이 빙벽에 잘 어울렸다. 지긋지긋한 꿀르와르를 탈출하여 마침내 정상 리지로 빠져 나왔다. 드디어 햄 앤 에그를 완등했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결코 쉬운 등반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상황이 좋으면 정상 리지를 통하여 무스투스의 정상에 다녀올 수도 있으나 이미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시간이 오후 6시가 되어 우리는 하강을 결심했다. 이곳이 햄 앤 에그의 마지막 피치인지 확실치 않아서 나는 정상 쪽으로 한 피치를 더 올라가 보았는데, 이때 그렉이 정상 리지에서 강풍으로 후퇴하다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명의 한국 영감님들이 설마 이 코스를 완등하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한 모양이었다.

“오늘 선배님들이 등반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제가 선배님 연세가 되어서도 이런 멋진 등반을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하강을 시작하였다. 전직 가이드 출신인 서른 네 살의 그렉은 정말로 마음에 드는 착한 녀석이었다.

잠시 후 이 피치를 올라오는 정호진의 모습을 바라보니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마 그도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카메라의 배터리가 방전돼서 우리는 기념사진도 못 찍고 서둘러 하강을 시작했다. 찬바람이 강하게 불며 젖은 장갑이 얼어 새끼손가락이 몹시 시려왔다. 어느새 눈이 살살 내리면서 날씨가 점점 악화됐다. 우리는 신속하게 18피치의 이 아찔한 꿀르와르를 하강하여 이 산을 탈출해야만 했다.

우리는 그래도 이 산을 벗어날 줄 알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무스투스는 우리를 그렇게 쉽게 놓아주지는 않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세 번의 하강을 하고 나니 바람도 잦아들고 장갑도 녹아서 주변 분위기가 아주 아늑했다. 그런데 예감이 좋지 않았다. 눈이 점점 더 내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위에서 스핀드리프트가 쏟아져 내렸다. 이 눈보라는 모래시계처럼 계속 내려오며 우리의 하강코스를 정확히 휩쓸었다. 눈보라는 깔때기처럼 생긴 이 좁은 꿀르와르를 따라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면서 우리의 생명을 위협했고 나의 머릿속에서는 비상벨이 울리고 있었다.

눈이 이렇게 가볍게 내리는데도 이런 엄청난 양의 눈 폭포가 하강코스로 쏟아져 내릴 수 있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이 눈이 더 심해지면 우리는 아마도 살아서 내려갈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우리 둘이 만나서 등반을 함께하면 한심한 상황이 막판에 자주 발생한다. 쎄로또레에서는 강풍을 만나서 하강 중 비박하다 얼어 죽을 뻔 하였고, 치마그랑데 북벽에서는 정상에서 하강하다가 폭우를 만나 팬티까지 젖어서 간신히 살아 내려왔다.

그랑카푸친을 오를 때도 낙석에 자일이 끊어져서 생고생을 하였다. 아마다블람에서는 침낭이 모자라서 밤새 달달 떨었고, 환갑 때 노즈에서는 스톰을 만났고, 워싱턴칼럼 정상에서는 라이터가 없어서 밤새 떨었는데도 아직도 둘 다 정신 못 차리고 또 다시 이 짓을 하다가 위기에 빠졌으니 누구를 원망하랴.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보라 피해 17시간 만에 하강

눈보라는 강물처럼 설벽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우리가 올랐던 급경사의 빙벽에서 폭포가 되어 쏟아졌다. 나는 이 직벽 위에서 눈보라가 약해지길 기다렸다가 번개같이 전속력으로 하강을 하여 눈의 폭포를 피해갔으나 나의 심정은 점점 절망감으로 차올랐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 호진이는 탈키트나의 작은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고 왔고 미국인 신부님이 그의 안전을 위해 특별히 기도를 해주셨다. 성당 문밖에까지 배웅 나와서 그의 손을 꼭 잡아주시던 신부님의 인자하신 모습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는 치마그랑데 북벽을 오를 때도 코르티나의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고 왔다. 신기하게도 그의 기도는 매번 효과가 있었다.

눈이 그치고 스핀드리프트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무사히 20번의 하강을 모두 마치고 17시간 만에 1피치 스타트 지점에 무사히 돌아왔다. 그러나 등반을 마쳤어도 마지막 난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이 팥빙수 같은 하단부 설벽을 살아서 내려가야 하는 것이었다.

설벽은 스노우바를 박을 수도, 하강을 위해 머쉬룸을 팔수도 없을 만큼 눈이 깊어 확보지점을 만들 수 없었다. 자일을 묶으면 같이 떨어질 확률이 두 배로 는다. 평소에 쉽게 내려갈 수 있는 이 설벽을 우리는 자일을 사려 각자 한 동씩 지고 두려움에 떨며 각자 기어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나에게는 이 상황이 너무나 비극적이었다. 나의 오랜 친구의 안전을 위하여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아이거북벽에서 하산하던 중 후배 제이가 바로 이런 설벽에서 혼자 추락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만 보던 3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정호진이 떨어지게 되면 나는 그의 추락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한심한 상황이었다. 그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떨어지면 절대 안 돼! 살아서 저 밑에서 보자.”하고 그가 소리쳤다.

내가 어쩌다 이런 나쁜 친구를 만나서 이 나이에 이런 위험한 짓을 하고 있는지 내가 봐도 한심하였다. 내년에는 또 어디를 오르자고 나를 유혹할까? 오늘 살아서 내려갈 수만 있다면 당분간 이 녀석 전화를 받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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