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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용의 춤추는 알프스 _ 돌로미테 산악마을 아이들

 

 

자연 모험 놀이터

셀바 비아 페랏따에서 웃는 아이들

 

사진 · 임덕용(꿈속의 돌로미테 등산학교)

 

 

 

많은 부모는 어느 날 아이 꿈을 듣고 깜짝 놀란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박정희대통령’이 되겠다는 어린이들도 많았다. 군사 정권 시절 유일하게 라디오나 겨우 도입되기 시작하던 텔레비전에서 영웅적으로 보이는 그가 바로 꿈이었는지 모른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보는 뉴스 시간과 각종 중계방송에서 대통령은 종교계의 교주 이상이었다.

검사, 변호사, 의사 또는 우주 비행사 같은 과학자가 되는 것을 꿈으로 가져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을 한칼에 날려 버리고 요즘 아이들의 꿈은 대부분 현실과 타협하는 직업이거나, 춤추고 노래하며 인기를 얻는 화려한 ‘아이돌’이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유명 방송인이나 요리사 쉐프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이도 생기고 있다.

 

소방대원이 꿈인 돌로미테 남자 아이들

남자애들은 장난감과 드라마, 영화를 통해 영웅적인 군인이나 소방관, 경찰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기도 하나 조금씩 자라면서 다른 꿈으로 자리 바꿈을 한다. 꿈이 없는 아이, 꿈이 자주 바뀌는 아이, 허황된 꿈만 꾸거나 너무 현실적인 아이, 어린 아이의 진로나 직업을 찾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부모가 아이의 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성향과 적성을 알아 가면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막시밀리언의 꿈은 아주 어릴 때부터 소방관과 마을 음악 밴드가 되는 것이었고 18세가 되어서 두 개의 꿈을 모두 이루었다. 과학 고등학교 졸업반인 막시밀리언은 200가구가 사는 우리 동네의 자원 봉사 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티롤 알프스의 각 마을마다 있는 전통 음악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한다. 5년제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우리나라 고교 졸업과는 비교가 안 되게 어렵다.

5년간 배운 전 과목에 대한 엄격한 시험과 논문을 제출하고 장학사와 여러 학교 시험관 앞에서 논문 발표와 전 과목 필기시험은 물론 인터뷰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문대 졸업 나이의 학생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지만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밴드부에서 근 2시간 합동 연주를 연습하고,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자원 봉사 소방대원의 분대 훈련에 참가하고 재해 상황이 생기면 긴급 출동을 해서 마을의 여러 재난재해를 지킨다. 소방 관련 정규 연수를 세 가지나 마치고 자격증도 있어서 화염 속에 화생방 장비를 착용하고 조난자를 구조하는 일까지도 할 수 있다.

 


동네 아이들 모두 집합시켜 셀바 등반 나서

마을 축제에는 티롤 알프스 민속복을 입고 밴드부에서 연주를 하고 연주가 끝나면 군인 정북과 같은 소방대원 정복을 입고 다시 나타나는 열성 청년이 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콘도에는 여섯 가구가 12년 전 작은 조합을 만들고 같이 집을 짓고 6년간 살고 있는데 남자 어린이들은 모두 자원 봉사 주니어 소방대원들이다. 서양 남자 어린이들이 소방대원을 꿈꾸는 것은 “자기 마을은 자기가 지킨다. 남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한다”는 자부심을 배우고 실현하기 때문이다.

여자 어린이들도 음악 밴드에서 연주를 하거나 여러 운동을 선수처럼 하는 애들도 많다. 고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대학 진학에 전념시키는 게 아니라 어린이의 건강과 자라가는 스스로의 힘을 키워주는 게 여기 유럽 부모의 역할이다. 티롤 알프스의 각별한 전통 중 하나가 자원 봉사 소방대원들과 음악 밴드부이다. 막시밀리언 동생 소피아는 고교 3년생으로 음악 밴드부로 활동한다.

우리나라 두 개의 도보다 더 큰 산악 지대 돌로미테 지역에서 어떠한 사고가 발생해도 8분 안에 전 산악 지역에 자원 봉사 소방대원들이 출동해서 사고 수습을 한다. 각 마을에는 산악 구조대, 119 응급 구조대원들이 집 하나 건너 있을 정도로 이웃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따뜻해지는 초여름 한날 같이 사는 6가구의 어린이를 총집합시켜서 생애 처음으로 골목대장이 되어 보았다. 뮨헨대에서 정치 외교과와 역사과를 전공하고 있는 동근이가 부대장 역할을 했다. 동근이도 자원 봉사 주니어 소방대원으로 6년을 훈련 받았고 성인 소방대원으로 2년 넘게 근무하고 있으며 주니어 소방대원 조교로 활약하고 있다. 동근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인 한국 군복을 입으니 마치 유격훈련 조교같이 보인다.

8인승 차에 어린이 돌격대를 잔뜩 태우고 셀바로 달렸다. 나이가 너무 어린 초등교 학생들은 형과 누나가 산으로 가는 것을 보며 매우 부러운 눈과 손으로 배웅을 한다. 다음에는 자기들도 꼭 유격 훈련에 데려가 달라는 애절한 목소리로 골목대장에게 애원한다. 역시 대장이 높고 좋은가 보다.

약 1시간 뒤 셀바(Passo Selva)에 도착해서 장비 점검을 하고 사용법을 동근이가 간단하게 강의를 했다. 비아 페랏따 장비는 모두 골목대장이 빌려주었고, 간단한 사용법을 숙지하는 훈련생들 모습이 진지하다. 30분 정도 스키 슬로프였던 잔디밭을 올라 바위틈의 작은 꿀르와르를 오르며 6mm 보조자일로 나이가 어린 순으로 안자일렌을 했고, 16세 이상은 각자 조심스럽게 낙석을 주의하며 올라갔다.

180cm로 키가 큰 고교생 소피아가 벽의 출발 지점부터 겁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자 여러 스포츠와 등반 경험이 있는 여중생 그레타가 위로를 하고 뒤를 봐줬다. 가장 어린 시몬도 격려를 하며 손은 여기를 잡고 발은 어디를 밟아야 한다고 소피아 위와 아래를 보며 지원했다. 암벽 등반 경험이 많은 남자애들이 소피아의 호위병이 되어서 한발 한발 올라갔다.

하늘을 날던 새들이 어린이들 머리에서 춤을 추고 바람이 노래를 부른다. 발아래 펼쳐진 200m가 넘는 벽은 올라갈수록 깊은 함정처럼 보이지만 처음 고도감을 맛본 아이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이중 누군가 나중에 훌륭한 알피니스트가 될지 누가 알 수 있으랴….

약 30분 이상 조심조심 오르던 아이들이 벽과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자주 웃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씩 장난을 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군기가 흩어질 것 같으면 대장이 뭐라고 잔소리를 안 해도 조교 동근이가 군기를 바짝 잡는다. 한국 해병대 입대가 꿈인 동근이는 어릴 때부터 해병대의 군기인 “오와 열” 맞추기에 익숙해져 있었고 동네 주니어 소방대원 조교 근무 시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산정에서 돌로미테 파노라마 즐기는 아이들

마을 축제 기간에는 소방대원 주니어들이 식기를 닦거나 음식물을 나르며 봉사하는데, 대충 접시와 유리잔을 닦거나 음식물을 적당히 나르는 것을 보면 동근이가 주니어 대원을 불러 엄격하게 다시 시키는 것을 본적이 많다. 성인 소방대원들이 동근이의 군기에 혀를 내두르며 웃을 정도다. 각종 위험 화재 진압 장비와 자동차 절단기 등 특수 장비를 자신들의 손과 발처럼 사용해야 하기에 소방 군기도 매우 높다.

약 1시간 30분 등반 후 좁은 정상에 모두 모였다. 십자가가 있는 정상에서도 두 개의 카라비너와 슬링을 안전벨트에 연결하고 참새 떼처럼 쪼그려 앉아서 돌로미테 파노라마를 즐긴다. 너무 협소해서 간단한 촬영을 하고 첫 마디를 내려와서 터가 넓은 바위에 앉아 중식을 먹었다. 각자 가져온 맛있는 빵과 과자들을 서로 나눠먹으며 올라오며 두려웠던 순간을 이야기 나누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는다.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고 다시 조심스럽게 클라이밍 다운을 했다. 오를 때 보다는 수월했지만 낙석 발생 요지가 많아 다시 주위를 준다. 바위 길을 내려서 일반 등산로에 내려오니 트레킹을 즐기던 어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헬멧에 안전벨트, 그리고 등반 장비를 덜렁거리며 웃고 떠드는 어린이 부대를 보고는 놀라는 눈치이다. 그런 어른들에게 어린이 부대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 행군하는 군인들이었다. 자동차 앞에까지도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내려오는 아이들이 자랑스럽고 고맙기까지 했다. 애들에게 모두 부모에게 전화를 하라고 하니 이미 정상에서 사진을 보내고 칭찬받았다며 즐거워한다.

애들보다 45년 먼저 등반세계에 미쳐서 살아온 죄로 애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이제야 이웃의 착한 아저씨가 된 것 같았다. 6년간 같이 살아온 이웃집 한국 아저씨가 천사가 되었다. 내년에 다시 같이 등반하자고 하니 환호성을 지른다. 오늘 분명 나는 클라이밍  산타 할아버지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찐한 유혹의 봉사를 했다.

1943년 덴마크의 조경가 소렌슨 교수는 모험 놀이터를 만들었다. 어린이의 놀이를 보던 소렌슨 교수는 놀이기구만 있는 놀이터는 어린이가 쉽게 질리고 모험심과 호기심을 길러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폐자재를 활용한 “폐지 놀이터”를 건축가 단 핑크와 함께 만들었고, 다소 안전성을 높여주기 위해 플레이 리더라는 어른이 관리하게 했다.

플레이 리더가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었고 아이들이 보다 모험적이며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모험 놀이터에는 최소 1인 이상의 플레이 리더를 배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현재 플레이 리더는 모험 놀이터는 물론 보육원이나 장애아, 청소년 시설 등 다양한 시설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국가자격제가 되었다.

덴마크의 “폐지 놀이터”에 자극 받은 영국 조경가 알렌 부인이 런던에 모험 놀이터를 만들었고, 이는 영국 각지뿐만 아니라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일본 등 세계적으로 모험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영국 모험놀이터의 영향을 받은 스위스에서는 “로빈슨 놀이터”가 되었으며, 1980년대부터 “커뮤니티 놀이터”라고 불리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산은 최고의 자연 모험 놀이터

독일의 경우 어린이 농장에 모험 놀이터를 함께 운영하면서 자격증 소지자가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 유럽의 모험 놀이터 중 절반 이상이 독일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험 놀이터는 아직 시작단계에 있지만 순천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세종 등 현재 많은 지역에서 조성 및 확대 계획에 있다고 한다.

그나마 산악 동네에 사는 것도 복에 겨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산에서 태어나고 산에서 사는 이들에게는 산이 바로 그들의 집이고 정원이고 생활 터전이다. 사과와 포도밭 과수원. 농부나 목동의 자식들은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을 접하고 산에서 놀면서 자란다. 수업 시간 중 많은 체육 시간 동안 클라이밍과 스키 등을 배우게 되며, 유년시절부터 산악 스포츠를 즐기고 살다 보면 선수가 되어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꿈꾸고 여러 월드컵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된다.

그런 선수나 산악인이 좋은 결과를 얻으면 작고 큰 산악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서 환영하고 잔치를 한다. 마을 잔치에는 흥을 돕는 동네 음악 밴드가 있고 크고 작은 행사에는 질서와 위험 방지를 위해 자원 봉사 소방대원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이곳의 유소년들의 작은 꿈은 부모나 형제들의 마을 봉사를 보며 자라고 그들을 따라서 소방대원과 음악 밴드가 되면서 성장한다. 그 속에서 규범을 배우고 예절을 배우며 주변의 여러 산악 활동을 즐기게 된다. 라인홀트 메스너가 티롤 알프스와 돌로미테의 심산계곡인 발 푸네스 계곡에서 태어나고 한스 카멜란더와 메스너와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초등한 페터 헤벨라 등도 모두 산에서 태어난 알피니스트들이다. 산에 사는 어린이들이 행복한 것은 산이 바로 최고의 자연 모험 놀이터가 된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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