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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반지
해외트레킹

해외 트레킹 _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히말라야

오지학교탐사대

 

· 김강은  사진 · 김강은, 김영식 대장

 

 

Prologue

낯선 땅에서의 도전,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여기, 낯선 이국의 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자들이 있다. 히말라야의 다양한 지역을 탐사하고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작은 학교를 위해 의미 있는 나눔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는 김영식 대장이 이끄는 팀으로,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70대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선생님과 청소년들로 이루어졌다. 사실,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4년째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수년째 도전을 이어오고 있지만, 후원물품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짐을 꾸리는 일까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고된 준비과정을 마치고 비행기에 짐을 싣는 순간, 심장을 울리는 두근거림은 시작된다.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거대한 히말라야의 품과 네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1Day  나마스떼! 네팔의 파란 하늘을 닮은 사람들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의 이번 탐사 지역은 ABC(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이다. 탐사를 위해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포카라로 이동하고, 포카라에서 다시 낭떠러지 위를 덜컹이며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2시간동안 가야 했다. 그렇게 여러 번의 환승 끝 도착한 곳은 나야풀, ABC 트레킹의 출발점이다.

마침내 첫 발걸음을 옮기는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히말라야 산자락 끝에서 시작되는 마을 풍경에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해외 경험이 처음인 친구도 있을 것이고, 처음이 아닌 친구들도 낯선 이들의 모습과 문화를 이렇게 가까이서 접하는 건 처음인 까닭이다. 재미있었던 건, 네팔 사람들 또한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무릇 히말라야라고 하면 하이얀 설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꿈에 그리던 설산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때로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흙길을 지나고, 때로는 울창한 숲길 속을 걷는다. 때로는 염소와 양, 당나귀들과 나란히 걷기도 하며,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네팔 사람들의 집 앞을 지나기도 한다. 우리에겐 특별한 여행길 안에서 네팔 사람들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목가적인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네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기도 했다.

물건을 사거나 돈을 내고 숙소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거리낌 없이 화장실과 쉼터를 내어주는 네팔 사람들. 그들은 쑥스러운 듯 나즈막하게 ‘나마스떼’하고 인사말을 건네면, ‘나마스떼’하며 순수한 눈웃음과 함께 화답해 준다.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도 스스럼없이 선한 미소를 나눠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선한 눈빛에서 나오는 숨길 수 없는 순수함은 어딘가 모르게 히말라야의 새하얀 눈을, 네팔의 파란 하늘을 닮아있다.

 

 

2Day  감사의 마음

 

첫 목적지인 디케둥가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지난 밤, 별이 얼마나 쏟아질 듯한지 그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다가 밤을 새울뻔 했다. 아직 아침이 밝아오기도 전인 이른 시간, 6시.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쉽게 각성되지 않는 몸과 무거운 두 눈두덩이를 깨우는 건 ‘따뜻한 생강차’. 우리보다 일찍 일어난 네팔 현지 스태프들이 우리를 위해 매일 아침 준비해 주는 특별한 모닝콜이다.

향긋한 차와 준비운동으로 상쾌하게 시작하는 ABC트레킹 2일차. 그러나 히말라야를 오르는 길이 어제처럼 평탄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디케둥가에서 울레리까지, 울레리에서 고라파니까지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듯한 끝없는 오르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5시간 이상의 육체적 노동이 익숙지 않은 청소년 대원들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고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어제까지 재잘거리던 대화소리도 뚝 끊겼다. 왜 이런 도전을 했을까 순간 후회스럽기까지 하단다.

후회와 함께 힘들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우리의 장비와 식량을 나눠 들어주는 ‘포터’들이 우리를 제치고 앞서간다. 훨씬 무거운 짐을 들고서도 우리를 먼저 맞아주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옮기는 고마운 스태프들이다. 가늠조차 가지 않는 짐의 무게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박수갈채와 함께 응원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들을 마주하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은 달갑게 감내해야 할 것쯤으로 여겨졌다.

힘겨웠던 오르내림의 끝, 마침내 오늘의 목적지 고라파니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밤,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는 그 날 느꼈던 ‘감사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몸 건강히 살아있음에 대해서, 힘들 때 함께 걸어주고 말동무를 해 준 친구에게, 늘 우리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 도움을 주는 셰르파, 포터, 쿡 등 현지 스태프들에게…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여태까지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 그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악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고, 내가 힘든 상황에서도 또 다른 누군가를 응원하고 힘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마음 한켠이 스멀스멀 따뜻해져 온다. 이렇게 조그만 것에도 감사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곁에 두고도 몰랐던 행복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3Day  히말라야의 일출, 꿈을 빌다

 

새벽 4시. 모든 생명이 잠들어있는 시간.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는 부지런히 채비를 한다. 오늘은 푼힐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푼힐전망대는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히말라야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라고 한다. 아직 한줄기 빛도 없는 깜깜한 어둠 속을 헤드랜턴 빛에 의존해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어 보지만, 3,193m 고지의 푼힐은 쉽게 다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걷고 쉬고 다시 걷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서서히 하늘이 붉게 타오르며 푼힐전망대가 저 너머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세상이 펼쳐졌다.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닐기리, 마차푸차레가 파노라마로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성큼 가까워진 거대한 히말라야, 그리고 갓 떠오르는 일출 빛을 받아 핑크 빛으로 물든 설산 봉우리들. 힘겨운 오름질로 놀란 심장을 가라앉히며 그 형용할 수 없는 풍경을 바라본다. 제 각기 가슴속에 반짝이는 꿈을 품은 채.

조용히 숨을 고르며 소원을 빌고 있는 15살 탐사대원 성원이에게 어떤 소원을 비는지 물었더니, “여자친구 생기게 해 주세요!”라는 다소 엉뚱하고 솔직한 대답이 돌아온다. 덕분에 경건한 마음이었던 우리는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정말 못 말리는 녀석들이다.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히말라야 일출을 보며 비는 소원은 더욱 특별하다. 그것은 단지 풍경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닐 것 이다. 한 번의 들숨에 얻을 수 있는 산소가 줄어든 만큼, 한 발짝 한 걸음의 무게감이 더욱 육중하게 느껴지는 만큼, 오롯이 우리 스스로가 인고하며 얻어낸 히말라야의 일출경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일테다.

 

 

4-5Day  포기는 또 다른 용기

 

오늘도 역시 우리는 걷는다.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마지막 마을 촘롱을 지나 촘롱이 아래로 조망되는 시누와, 그리고 대나무숲길이 이어지는 도반을 넘어 데우랄리로 향한다. 걷는 것은 제법 익숙해지는 듯하지만 히말라야에서 피해갈 수 없는 고산증세는 날로 더해만 간다. 푼힐(3193m)에서 2500m 고지까지 내려왔지만, 우리 생에 걸어서 올라본 적 없는 높이가 아닌가! 없던 고산병이 시작될 만도 하다.

도반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나니, 김영식 대장님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셨다. 여태껏 함께 해오던 대원 중 5명이 컨디션이 악화되어 더 올라가지 못하고 도반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5명 중에는 산행 초부터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던 규원이, 늘 호기심으로 가득해 히말라야의 모습을 궁금해 하던 원준이, 그리고 그 누구보다 팀원들을 챙기고 화이팅 구호를 외치며 북돋았던 2조 조장 황영현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어떻게든 극복해보려던 영현이의 복잡한 심경인 듯 눈시울은 빨갛게 젖어있었고, 마지막 악수를 나누는 원준이는 두 눈 가득 눈물을 쏟아냈다. 그토록 열심이던 친구들에게 고산병이라는 것을 가져다 준 히말라야의 거대한 자연이 애꿎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가던 길을 가야 했다.

누군가는 그들을 낙오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아쉬운 순간에 포기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이름의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먼 길을 걸어왔고, 어려운 결정이었을 테니 말이다. 욕심을 부리긴 쉽지만, 버리긴 어렵다. 쉽지 않은 결정에 용기를 내준 그들을 위해서 대원들은 남겨진 대원들의 이름표를 목에 걸었고, 그들 몫까지 힘내서 올라가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다.

 

 

6Day  뜻하지 않은 불청객, 고소를 내딛고

 

먼 길부터 이정표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던 마차푸차레가 눈높이를 낮춰 성큼 다가왔다. 두 개로 뾰족하게 갈라진 봉우리의 모양새가 물고기의 꼬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세계3대 미봉 마차푸차레. 네팔인들이 가장 신성시 하는 산으로 등반이 금지되어 있고 근처에서는 살생과 육식이 금기시 된다.

안나푸르나에 가까워질수록 산세는 험해지고 협곡은 깊어진다. 공기는 싸늘하고 날카로워 불어오는 냉기에 살이 에인다. 풍경과 분위기는 조금씩 그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풍경이 가까워질수록 참을만했던 고소병도 한층 깊어진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고산병은 예정에 없던 것이었다. 3,500m의 몽블랑 트레킹과 4,100m의 키나발루산 트레킹 경험에서 고소를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소는 예기치 않게,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었다. 어제까지 아무런 기별이 없던 대원도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기도 했다. 체력과는 상관없는 게 고산병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그저 가볍게 넘길 것쯤으로 생각한 나의 오만함이 무지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질 수도 있는 존재라는 걸 호되게 가르쳐주는 듯 했다.

고소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고통이었다. 몸 전체의 밸런스가 깨진 듯, 설사병을 동반한 복통과, 골이 흔들리는 듯한 진한 두통, 온 몸이 축 쳐지는 무기력함과 뼛속부터 밀려나오는 오한… 씻지 못하는 것 따위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고소, 그것은 낯설고 알 수 없는 존재였고 덕분에 정신까지 나약해지기 십상이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야말로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데우랄리에서 MBC(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까지는 다른 날에 비해 긴 거리가 아니었지만 한걸음 한걸음을 옮길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속도는 더뎌지니 꽤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 오늘의 목적지는 ABC였지만 대원들의 상태를 파악한 대장님은 오늘의 숙소를 MBC로 변경했다. MBC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은 말 그대로 절경이었다. 정면으로는 우리가 걸어온 아득한 협곡이, 좌측으로는 마차푸차레가, 우측으로는 안나푸르나의 설산이 펼쳐진 곳! 이곳에 머물 수 있다면 열흘이라도 머물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고산병만 없다면 말이다.

변경된 계획으로 이른 시간 도착한 탐사대는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춥거나 아프다고 웅크리면 고소는 더욱 강렬히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래서 로지 밖으로 나가 거대한 자연 속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보는 ‘개인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두 눈으로 담은 풍경을 준비해 온 종이에 수채화 물감으로 담아보기도 했다. 이 여정의 절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느끼고 있어서일까? 오지학교탐사대 내에는 잔잔한 긴장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신성한 전야제를 치루 듯 고요하게 그러나 담대히,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 여정의 끝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7Day 마침내, 안나푸르나! 도전을 이뤄내다

 

ABC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또 다시 일찍 길을 나서는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기나긴 헤드램프의 행렬 위로 하늘 위를 바라보자 꿈속을 걷는 듯하다. 총총히 박힌 별이 인디고블루빛 밤을, 거대한 봉우리들의 실루엣을 은은히 비추는 것이었다. 숨은 가쁘고 걸음은 더디지만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 히말라야의 매직. 네팔의 하늘빛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 한 착각을 일게 한다.

어둠을 밝히며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길, 그 어느 때 보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누구에게도 지울 수 없는 자신만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에,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앞사람의 발뒤꿈치를 따라서 뒷사람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한 발짝 한 발짝을 신중한 걸음을 옮긴다. 들어오는 숨에는 산소가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머리는 어질하지만 이제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이 작은 한걸음 한걸음이, 비록 느리고 미미하더라도 결국엔 큰 목표를 이루어낸다는 걸.

느릿한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ABC의 하늘은 밝아오고 있었고, 마침내 안나푸르나 산군은 그 위용을 드러냈다. 히말라야의 이상 기온으로 눈밭은 없었지만, 그와 대비되는 차갑고 단단한 설산의 파노라마는 작디작은 인간을 압도해버리기에 충분했다! 마차푸차레를 넘어 새어 들어오는 빛. 하얗다 못해 빛을 발하는 안나푸르나 남봉. ABC 곳곳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오색빛깔 타르초(불교 경전이 새겨진 5색 깃발). 이 모든 것이 초현실적인 광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고산병도 잠시 잊은 채, 그저 안나푸르나의 거대함을 넋 놓고 바라 볼 뿐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고 짧은 여정. 히말라야가 그 품의 한켠을 내어주기까지는 많은 시험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그 도전을 이뤄내고야 말았다. 4,130m라는 인생 최고지점을 찍어낸 것이다. 이 최고점은 물리적 고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우리의 인생이 그려내는 삶의 리듬과 감정선에 큰 강세를 만들어주었음에 틀림없다.

황홀경을 보여주는 안나푸르나를 앞에 두고 떠나기 아쉬웠지만 우릴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기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찰나와 같이 느껴지는 짧은 시간의 머묾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이 장면, 오늘의 이 뭉클한 감정, 오늘을 위해 흘렸던 눈물들은 각자의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10-13Day  또 다른 도전, 그 이름은 나눔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히말라야라는 거대하고 높은 품을 열망하는 일뿐만 아니라, 다시 낮은 곳으로 돌아와 작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네팔에 온 까닭이다. 오지학교탐사대가 작은 나눔을 실천할 곳은 히말라야 산자락 있는 바라부리학교와 14년째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바니빌라스학교다. 사실 내가 이번 14차 오지학교탐사대를 지원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 작은 학교에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벽화를 그리기로 한 것. 그 최초의 시도에 나의 재능이 쓰일 수 있다니, 나의 벽화가라는 직업이 무척 뿌듯해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라는 존재가 쓸모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히말라야 ABC트레킹을 마치는 지점에서 2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바라부리 초등학교에 다다랐다. 바라부리는 말 그대로 정말, 오지의 산골 마을이었다. 우리는 밭 한켠에 텐트를 쳤고, 첩첩 산중을 넘어 저 멀리에는 히말라야 설산이 보였다.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자연을 벗 삼은 최고의 숙영지였다.

마을 사람들은 전통악기를 울리며 정겨운 환영식을 치러주었다. 어른, 아이, 선생님 등 온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으러 나왔다. 처음으로 그들의 큼지막한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 알 수 없는 감정이 샘솟았다. 그 맑은 눈빛은 그들의 티 없이 순수한 영혼까지 비추는 듯 했다. 바라부리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는 듣는 사람마저 웃음을 나오게 했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벽화 재료들과 나야풀에서 공수해 온 페인트를 펼쳤다. 6년째 해오는 너무나도 익숙한 ‘내 일’이지만 이렇게 떨리는 순간이 있었던가 싶다. 그 떨림에는 긴장감 반, 설렘 반. 정말, 잘하고 싶었다. 어른대원과 청소년대원이 일손을 나눠 무채색의 학교 외벽을 밝게 칠해 나갔다. 네팔 하늘을 닮은 청량한 푸른색으로. 그리고 귀여운 동물들과 나무, 꽃으로 벽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이곳에 그림을 그리러 온 게 아니다, 희망을 그리기 위해 왔다’라고 생각하니 한 붓질 붓질마다 더 없이 충만한 감정이 뿜어져 나왔다.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 마을사람들은 학교가 희망찬 공간으로 새롭게 바뀌었다며 좋아했다. 그들이 웃음짓는 모습에 우리는 더없이 기뻤다.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는 벽화활동 외에도 학용품 및 생활용품을 나눠주고, 부족한 교사를 위해 1인 교사연봉을 지원, 일일 과학수업들을 통해 나눔을 실천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바라부리 학교 학생들은 네팔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춤 공연을 보여주었고, 오지학교탐사대 대원들 또한 틈틈이 연습해 온 춤 공연으로 화답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함께 손잡고 춤을 추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어울려 놀았다. 그렇게 1박 2일간의 짧지만 진득한 교류와 교감이 이루어졌다.

어찌보면 우리는 더욱 풍족하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베푸는 자의 위치로 그 곳을 찾았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얻어가는 건 그들 자신보다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지 않은 순수함, 기분 좋아지는 미소, 우리가 임의로 설정하고 맹신해 온 행복에 대한 기준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하는 방법 등,…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오래 산다고 얻을 수 없는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주면서도 받은 것이 너무 많은 것’. 이것이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가 14년째 이어져올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그 것이 내가 이 활동을 ‘봉사’라 부르지 않고 ‘나눔’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나에게 히말라야오지학교 탐사대란

히말라야 ABC 탐사와 오지 학교에서의 나눔이라는 두 가지 도전을 무사히 마쳤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바야흐로 네팔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이 밤이 다 흘러가기 전에 우리의 지난 17박 18일간의 여정을, 우리의 가치를 돌이켜본다. 우리에게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게는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는 새로운 만남의 장’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태까지 옳다고 여겨왔던 것이 꼭 유일한 정답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한 팀이지만 제각기 깨닫고 느낀 바는 다를 것이다. 또, 집으로 돌아가면 또 다시 각자가 살아왔던 삶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여기,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변함없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17박 18일간 한솥밥을 먹으며 어쩌면 인생의 최악이었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또는 최고의 순간을 함께 맞았다는 것이다.

쉽지만은 않았던 도전의 뭉클함과 마음에 담아온 히말라야 설산의 풍경, 네팔사람들의 순수한 눈빛, 그리고 힘들 때 든든한 동료가 되고 기쁠 때 즐거움을 함께 나눈 경험들. 이 소중한 기억들이 우리 삶의 하나의 꼭짓점이 되어, 정형화 되어있던 다소 딱딱한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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