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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마 도

르포 2 _ 곤겐산

 

대마도는 산꾼들의 섬을 꿈꾼다

 

글 · 양승주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잔잔한 바다에 피어난 검붉은 동백꽃

대마도 북부의 관문인 히타카츠항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곤겐산(186m)이 있다. 작년에 히타카츠에 한국인 1호 민박집을 낸 고광용씨는 도노사기 공원의 바닷가 동백나무길과 연계해서 곤겐산을 걷는 기타타키로 코스를 추천했다. 기타타키로 코스는 2016년에 조성됐으며 일명 ‘딱따구리 로드’로 불린다. 4~5km쯤 되는 전체 코스를 걷는 데 약 3시간이 걸린다.

기타타키로 코스는 보통 히타카츠항에서 곤겐산을 올랐다가 도노사키 공원을 걷는다. 우리는 반대로 도노사키 공원을 먼저 걷고 곤겐산을 나중에 오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코스의 중간 거점이 되는 일러(日露) 우호의 언덕으로 갔다.

일러 우호의 언덕에는 대마도 주민이 러시아 병사를 간호하는 모습이 조각된 큰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1905년 동해에서 일본 함대가 러시아 발틱 함대를 격파했을 때, 부상당해서 대마도에 상륙한 러시아 병사들을 대마도 주민들이 간호하고 재워주었다. 100년이 흐른 2005년 이 일을 기리는 의미로 러시아 병사가 상륙한 장소에 이 조각상이 세워졌다.

부상당한 러시아 해군이 상륙했던 일러 우호의 언덕에서 시작되는 도노사키 공원 동백나무 숲길은 섬의 끝자락으로 이어졌다. 취재를 갔을 무렵 동백꽃은 아직 몇 송이 뿐이었다. 숲길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그 평온함을 깨지 않으려 파도소리마저 숨을 죽이고 밀려오는 듯했다. 동백나무 길을 반쯤 갔을 때 갯바위 낚시터를 발견했다. 낚시터가 넓었는데 낚시꾼은 단 둘 뿐이었다.

숲길에서 갯바위로 내려가 낚시꾼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이 우메노이고, 대마도가 고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벵에돔과 감성돔을 잡기 위해 밑밥을 만들고 있었다. 우메노씨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다른 낚시꾼이 물고기를 한 마리 낚았다. 나는 낚시에 별로 취미가 없지만 무심한 듯 물고기를 밀고 당기는 낚시꾼 의 낚시질을 끝까지 지켜봤다. 한가로운 그 분위기에 취해 멍하니 그 장면을 보며 어떤 생각에 잠겼다. 곤겐산 등산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그곳에 더 오래 머물렀을 것 같다.

낚시꾼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동백숲길을 한 바퀴 돌아 일러 우호의 언덕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중간 중간 빨간 리본을 보고 길을 따라왔다.

 

히타카츠항 주변 최고의 전망대

일러 우호의 언덕에서 이번엔 산길을 따라 곤겐산 정상을 향했다. 등산로 입구에 딱따구리가 그려진 등산안내도가 있었다.

등산로는 철문을 지나며 시작되었고 전체적으로 정비가 잘 돼 있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경사로를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어린이와 노인도 쉽게 걸을 수 있을 만큼 완만했다. 그런데 등산로를 따라서 줄곳 오래된 철재 난간이 설치돼 있었다. 자연미를 반감시키는 시설이었다. 흉측한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예쁘지도 않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알게 되었는데, 그 철재 난간은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산길이 끝나고 도로를 잠시 걸어서 정상 아래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계단과 산책로 두 개의 길로 갈라졌다. 우리는 산책로를 5분쯤 걸어 정상으로 올라갔다.

곤겐산 정상에서 대마도와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최고였다. 사방으로 시야에 막힘이 없어 대마도 북부의 자연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상은 너른 잔디밭에 나무로 만든 벤치와 테이블이 설치돼 있어 전망공원으로 불린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돗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마음껏 수다를 떨며 머물고 싶은 그런 장소다.

정상에서 기분 좋게 땀을 식히며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코스에서 실제로 딱따구리를 만날 순 없었다. 딱따구리가 많아서 딱따구리 로드란 이름을 붙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뭔가 조금 아쉬웠다.

잠시 뒤 이 코스를 추천했던 고광용씨가 곤겐산 정상까지 차로 픽업을 왔다. 고씨의 차를 타고 정상에서 내려와 히타카츠항으로 향했다.

 

걷는 자에게 대마도는 아직 미지의 세계

고광용씨 말에 따르면 대마도에 일주일 정도 있다가 한국에 들어가면 공기의 차이를 확연히 느낀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들어오면 대마도의 맑은 공기가 생각난다고 한다. 대마도는 산악지형이 많고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 살고 있는 사람도 적어 공기가 맑다.

대마도의 또 다른 특징은 수많은 낚시 포인트가 있다는 점이다. 대마도는 한국 낚시꾼들에게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지금도 대마도에서 어렵지 않게 한국 낚시꾼들을 만날 수 있다. 그에 못지않게 쇼핑과 자전거 라이딩을 위한 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반면 대마도의 산과 숲은 아직 미지의 세계다. 등산로와 산책로가 조성돼 있지만 가볍게 걷는 짧은 코스가 대부분이다. 산줄기를 따라 종주하는 등산로가 있지만 들머리와 날머리, 쉼터, 전망 포인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관광안내소나 서점에서도 등산 지도를 구하기 어렵고 어떤 산이 있는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마도는 면적의 89%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동차로 3시간이 걸리는 섬의 북단에서 남단까지 산이 빽빽하다. 마치 하나의 커다란 산줄기가 바다 위로 튀어나온 모양이다. 앞으로 대마도에서 산꾼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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