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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월도

검붉은 달을 보러 떠나는 여정

 

자주빛 자(紫)와 달 월(月)로 이름 붙여진 자월도(紫月島)는 아무 이유 없이

아름다울 것 같은 섬입니다. 겨울의 끝자락, 자월도의 검붉은 달을 보러 갑니다.


글 사진 · 김석우 편집위원

 

입춘이 지난 서해는 안개가 가득합니다. 바다 위에서 만난 겨울과 봄의 싸움은 안개를 만들어 냅니다. 봄이 와야 하는데, 겨울이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침 배는 출항을 합니다. 인천 연안 여객 터미널은 친절한 공무원들 때문에 여전히 차분한 분위기로 방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월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있는 섬으로, 면적 7.26km2, 최고 높이 178m, 해안선 길이 20.4km입니다. 인천 서남쪽으로 35km 지점에 있으며 주변에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 등이 있는데 그중에 자월도가 가장 큽니다. 자월도는 자월면의 주도(主島)입니다. 동서로 6km 정도로 길쭉한 모양이며, 국사봉(166m), 큰말 해수욕장과 장골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봄에 가장 아름다운

자월도의 선착장에서는 빨간색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이 반깁니다. 자월도의 유래는 인조 때 관가에 근무하던 사람이 귀양살이를 와서 첫날 보름달을 보고 억울함을 호소하였더니, 달이 붉어지며 바람이 일고 폭풍우가 몰아쳐 하늘도 자기의 억울함을 알아준다 하여 자월도라 지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도 있습니다. 조정의 세무를 담당하던 관리가 이곳에 세금을 거두려 왔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 하였으나, 거센 바람이 불어 며칠을 돌아가지 못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육지 쪽을 바라보니 검붉은 달만이 희미하게 보여 검붉은 자(紫)와 달 월(月)을 써서 ‘자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유래 모두, 검붉은 달을 본 건 사실입니다. 유래를 알게 되니, 자월도에서 보게 될 달이 궁금해집니다.

자월도 섬백패킹을 같이 하게 된 박영수씨와 최용모씨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텐트를 사용하지 않는 비박을 즐기는 분들입니다. 짐을 최소화하여 자연을 즐기는 데 선수들입니다. “Go Light, Get More”라는 말처럼 짐을 줄이고 번거로움을 피하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자월도에선 모두 비박으로 자기로 합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1km 정도 걸으면 장골 해변이 나옵니다. 해변에는 열대 지방에서 있음 직한 예쁜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그늘막 밑에서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곧바로 국사봉을 찾아 올라갑니다. 춥지 않은 날씨지만, 바다와 산에 안개가 가득합니다. 동네를 지나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지만, 모든 길은 산 위의 국사봉을 향해 있습니다.

박영수씨와 최용모씨는 처음 본 사이지만, 서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SNS의 위대함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르며 둘은 오랜 친구처럼 많은 얘기를 나눕니다. 신혼인 데다가 청소년을 위한 아웃도어 교육 협동조합을 창업한 최용모씨는 조용한 성격입니다. 하지만, 산으로 오르는 길 양옆에 심어진 튼실한 벚나무를 보고나니, 아내와의 연애 시절 때 와본 자월도의 봄이 기억났나 봅니다.

봄에 자월도에 오는 것을 추천해 줍니다. 그의 핸드폰에 담겨있는 사진엔 자월도의 화사한 벚꽃길이 담겨있었습니다. 4km에 달하는 자월도 벚나무길은 25년이 넘은 아름드리 벚나무가 600여 그루 심어져 있다고 합니다. 봄에 와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휴직을 하고 가족들과 보길도에서 1년 살기를 하러 갔던 박영수씨는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와 직장을 나가기로 했습니다. 1년이란 시간이 짧기도 했겠지만, 가족들과 보낸 보길도 생활은 모두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겁니다. 그러고 보니 보길도로 가기 전에도 필자랑 비박을 같이 했는데, 서울로 복귀할 때도 같이 비박을 하게 됩니다. 특이한 인연입니다.

 

여유롭게 돌아보는 섬의 북쪽

포장길을 벗어난 후에도 산길은 힘들지 않고, 잘 관리 되어 있습니다. 촉촉하고 폭신한 길을 30분 정도 오르니, 곧 국사봉에 도착합니다. 국사봉엔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올라가서 바다 쪽으로 눈을 돌려 보지만, 자욱한 안개는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습니다. 잠시 땀을 식힌 후, 올라온 반대쪽으로 하산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화대가 나옵니다. 오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져 가고 있지만, 두 사람이 충분히 들어갈 넓이로 돌이 쌓여 있습니다.

산을 내려가서 마을을 지나, 이번에는 하늬포에 있는 목섬으로 가봅니다. 자월도와 목섬은 작은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주변에 꽃밭을 가꾸어 놓아 꽃이 피는 계절엔 아주 예쁠 것 같습니다. 배에서 배꼽시계가 꼬르륵거립니다. 서둘러 장골 해변으로 돌아옵니다. 선착장에서 장골해변, 국사봉, 목섬을 돌아오는 길은 여유있게 2~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자월도의 선착장에는 배가 들어올 때마다 문화관광 해설사로 일하시는 강운표씨께서 나와 안내를 해주십니다. 다른 섬에선 선착장에 나와 계시는 문화관광 해설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 시간에 맞춰 부지런히 나와 맨 앞에 서계시는 강운표씨께 뭐든 물어보시면 아주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십니다. 우린 자월도 이장님의 연락처와 음식점을 소개받았습니다. 이장님 역시 아주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 주셨습니다.

텐트를 가지고 다니지 않을 정도로 게으른 우리는 먹을거리도 풍족하게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점심은 현지의 식당에서 사 먹기로 합니다. 물어물어 찾아간 식당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도 동네 분들이 많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맛집을 제대로 찾아왔나 봅니다. 식당의 대표 추천 음식이 맛깔난 반찬과 어우러져 막걸리를 부릅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해, 한잔합니다.

다시 바닷가로 돌아와 커피를 좋아하는 박영수씨가 커피를 내려 줍니다. 오후가 되니 바람이 좀 붑니다. 어쩔 수 없이 타프로 바람을 막아 봅니다. 장골 해변에는 독바위가 있습니다. 해변 옆에 자그마한 길이 독바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길옆이 바닷물로 찼다가 비워졌다가 합니다. 바다로 튀어나온 길 끝에 동그랗게 있는 바위가 독바위인데, 항아리 같이 생겨서 독바위인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들은 문화관광 해설사님의 설명으론 홀로 독(獨)자를 쓴다고 합니다.

독바위가 있는 곳은 사유지이고 기도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출입이 자유롭습니다. 겨울에는 사람이 살지 않습니다. 독바위를 중심으로 장골 해변과 큰말 해변이 나뉩니다. 양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두 해변이 잘 보입니다. 독바위를 끝까지 다 돌아보고, 다시 장골 해변으로 돌아옵니다. 해변의 그늘막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합니다. 밤새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잡니다.

 

해변 따라 걸어보는 섬의 남쪽

보고 싶었던 붉은 달은 보지 못했습니다. 아침엔 해무가 전날보다 대단합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도 보이지 않습니다. 동네 분들의 얘기로는 장골 해변에서 승봉도나 이작도가 보이지 않으면 배가 안 뜬다고 합니다. 오전 배를 예약한 관계로 아침에 일어나 각자의 스타일대로 배를 채웁니다. 단출하게 다니는 스타일이어서 풍족한 식사는 아니지만, 나름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먹거리입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배낭을 꾸릴 때까지 여객선사에선 연락이 없습니다. 일단 배낭을 메고, 선착장으로 나갑니다. 안개를 뚫고 해변을 걸어가는 중, 오전 배가 취소되었다는 문자가 옵니다. 선착장 옆에 배낭을 놓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전날 섬의 중간과 북쪽을 돌아봤다면, 오늘은 남쪽 해변을 돌아보기로 합니다.

자월도의 북쪽 지역이 바위가 있는 지형이라면, 남쪽 지역은 경사가 완만하고 해변이 있어 사람들이 주로 거주합니다. 바다 옆으로 난 길을 수 킬로미터 걷다 보니, 점점 날이 갭니다. 다행히 오후 배는 뜬다는 문자도 옵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운동도 했고,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배를 채워야 합니다.

선착장 앞에 있는 플랜카드를 보고 중국 음식을 시켜 봅니다. 자동차를 타고 선착장으로 배달해준 짜장면은 꿀맛입니다. 수평선을 바라보면 모두 싹싹 긁어먹습니다. 다른 섬과 달리 자월도의 음식점은 겨울에도 영업을 합니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하지 않는 식당도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고 예약을 해야 합니다. 겨울 섬에서는 영업을 하는 식당을 찾기 힘듭니다.

배가 오는 시간까지 시간이 쉽게 가지 않습니다. 박영수씨가 다시 커피를 우립니다.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백패킹에서 커피 내리는 세트를 가지고 다니는 것은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 덕에 우리의 입은 호사를 합니다. 이전에 가을에 자월도에 왔었습니다. 봄에는 벚꽃이 예쁜 자월도지만, 가을에는 길가의 코스모스가 아주 아름다웠다고 기억을 합니다. 비록 달을 보지 못했지만, 자월도의 달은 항상 하늘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절마다 땅에도 아름다운 달들이 떠오릅니다. 날 좋을 때, 검붉은 달을 보러 또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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