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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 _ 남해

 

를 수놓은 같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로 이름난 한려수도. 이 국립공원에는 71개의 무인도와 29개의 유인도가 있다.

스스로 ‘보물섬’이라고 겁나는 별칭을 붙인 남해. 설흘산에 올라 고개를 들면 어디서나 눈앞에 탁 트인 눈부신 쪽빛 바다가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게다가 다도해에 점점이 흩어진 섬들이 보석처럼 빛나며 다가온다.

글 · 신영철 편집주간  사진 · 정종원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등장하는 삼천포대교를 건넜다. 남해 섬으로 들어가는 관문 다리 옆으로 해상 케이블카가 고드름처럼 운행 중이다. 해가 지면서 붉게 물든 노을이 삼동면 지족리의 죽방렴 위에 주단처럼 펼쳐지고 있다. 개펄에 참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 그물을 세워 고기를 잡는 원시 어장이 죽방렴. 이곳 죽방렴은 유명하다. 이렇게 잡히는 죽방렴 멸치는 한국에서 최고급 대우를 받는다.

 

남해로 들어서며 서면으로 향했다. 산자락을 깎아 만든 구불거리는 길. 남해 바닷가를 끼고 있는 산은 나지막하다. 이번 르포에서 그 작은 산이야말로 바로 보석이라는 걸 알았다. 우람한 보석은 없다. 보석은 작기에 희귀하며 아름답기에 소유욕을 자극한다.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그윽하게 바다를 마주한 낮은 봉우리. 그 산을 이어 가는 동안 정말 보물섬에서 보석을 찾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3박 4일 보물섬 남해에서 산을 오르며 보낸 기분 좋았던 시간.

차는 목적지 남해 서면 사촌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곳이 신년 산행 들머리가 될 터. 남해를 나비 모양의 섬이라 부른다. 나비의 왼쪽 날개 끝부분에 해당되는 자락이 사촌마을이고 작지만 예쁜 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아담한 백사장을 감싼 송림 숲에 우리가 천막을 칠 아영장이 있다. 이곳을 추천한 정종원 기자 안목에 새삼 놀랐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는 게 있을까. 백사장을 마주한 송림숲 야영장엔 칼바람만 가득했다. 150년 전 마을 주민이 방풍림으로 조성한 야영장엔 우리뿐이었다. 12월 된바람이 몹시 강했고 차가웠다. 다른 이들처럼 우리도 따듯한 펜션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가르마 같은 암릉 타고 종주산행 나서

서울엔 미세먼지로 하늘이 어둑했는데 보물섬 아침은 화창했다. 파란 하늘을 이고 설흘산(482m)과 응봉산(472m) 종주산행에 나섰다. 이번 산행엔 어느 사이 본지 붙박이 모델이 된 이희남씨도 동행했다. 등산 코스는 사촌마을~선구마을~칼날능선~응봉산~설흘산~가천 다랭이 마을로의 하산이다. 사촌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도로를 따라 조금 오르니 왼쪽으로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다랭이 지겟길 선구 가천>이라 쓰여 있다. 남해를 대표하는 둘레길로 ‘바래길 코스’가 있다. 그중 가장 아름답다는 첫 번째 길을 우리가 가는 것이다. 선구마을 언덕에 올라서니 당산목인 팽나무 쉼터가 보인다. 그리고 여태 가려왔던 반대편 바다가 둥실 떠올랐다.

임도 끝에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후박나무 같은 아열대 식생의 숲에 제법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도무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사람이 판 작은 동굴을 지나며 서서히 산 능선에 올라선다. 산길은 바위투성이다. 사촌 마을에서 올려다 볼 때 닭벼슬 같았던 암봉지대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왼쪽으로는 단애의 절벽이고 오른쪽으로는 쪽빛 바다. 가르마 같은 암릉. 점점이 떠있는 섬. 바래길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는 안내판은 허풍이 아니다.  

이래서 국립공원이 되었고 한려수도(閑麗水道)라 부르는 것이다. 경상남도 통영군 한산도에서 부터 충무, 삼천포, 남해를 거쳐 전라남도 여수에 이르는 바닷길 한려수도. 이 공원은 1968년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 2번째이자 바다에서는 처음. 300리 뱃길을 따라 크고 작은 섬들과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화첩 같은 풍경이다. 저 아래로 우리가 묵었던 사촌마을 포구가 한없이 평화스럽다. 리아스식 해안답게 작은 포구가 많다. 포구마다 작은 어선들이 떠 있어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고 있었다.

 

동백이 옛날처럼 피었다

암릉과 숲과 섞인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린다. 칼날 바위지대가 나타났다. 양쪽으로 절벽을 이루어 칼등처럼 보였는지 안내판 이름도 ‘칼바위’다. 가르마 같은 칼등을 걷는 기분이 일품이다.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어 등산로는 안전하다. 시원하게 사방이 확 터지니 정종원 기자 카메라가 바빠졌다. 바다 넘어 건너편에는 전남 여수와 고흥반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곳과 고흥반도 사이 바다는 주차장 역할도 하는 듯 했다. 여수 산업단지에 밀집한 정유공장 때문인지 많은 숫자의 거대한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큰 배 사이로 작은 어선들이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거나 조업을 하고 있다. 들쭉날쭉한 해안선과 난 바다위로 촘촘하게 박힌 섬들. 바다와 섬과 고흥반도가 만들어내는 눈부신 풍경. 이런 엄청난 와이드 화면을 볼 수 있어, 이래서 남해는 보물섬이며 산은 보석이 된다. 바람도 없고 햇볕도 따듯했다. 칼날바위 리지를 이어가며 양지 바른 곳에서 낮잠이라도 한 숨 자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의 남해는 어느 곳보다 따뜻하다. 서울이 영하권을 오르내려도 남해는 영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겨울이야 말로 보물섬 남해를 탐방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는 주장도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번잡함도 없고 한가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남해는 한려수도에서 가장 많은 펜션과 민박이 몰려 있다. 그만큼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반증일 것이다. 남해의 겨울은 동백의 계절이기도 하다던데, 곳곳에서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었다. 동백이 옛날처럼 피었듯 지금도 피었다. 배를 저을 때 사용하는 노를 닮았다는 노도가 보인다. 노도는 앵강만 안에 떠있는 섬이다. 앵강만은 하산지점인 다랭이마을까지 내륙 깊숙이 파고들어 선 바다. 앵강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장판지처럼 아주 안온한 바다였다. 앵강만 노도 너머 남해 금산 정상도 보였다.

과연 이 칼바위는 남해 최고의 전망대라 할 만큼 빼어난 장소였다. 정종원 기자가 드론을 띄운다. 자못 그 사진이 기대된다. 그런데 내 눈에 든 풍경이 제대로 표현 가능할까? 눈만 한 카메라는 없다. 눈 아래 시선이 머무는 바다는 그야말로 와이드 파노라마 풍경. 먼 바다 수평선부터 여수만까지 뻥 뚫린 스크린이다. 드론이 작업을 할 동안 우리는 노도가 눈 아래 보이는 양지쪽에 앉아 간식을 먹었다.

 

아름다운 섬에도 아픔이

저 아름다운 노도에도 아픔이 있었다. 유배의 섬이었기 때문이다. 섬들은 왕조시대에는 감옥이었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지은 서포 김만중이 노도로 유배를 와 그곳에서 죽었다. 당대의 권력자에서 정치싸움으로 몰락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는 김만중을 비롯한 200여 명이 유배를 살았던 형극의 땅이기도 했다. 그러나 엄중한 중죄인들이 유배를 왔고 천대받았던 섬들이 이제 거듭났다. 이 나라의 변방 섬 감옥에서 보물섬으로 관광객들 눈을 호강시키는 귀한 존재가 된 것이다.

칼바위 암릉 길을 벗어나자 첫 번째 목표인 응봉산 정상이다.

“우리가 서있는 이곳을 나비 왼쪽 날개를 닮았다는 지형이라고 해요. 그 날개 끝을 동서로 가로지른 게 응봉산과 설흘산입니다. 저 앵강만 건너가 금산인데 그쪽은 나비의 오른쪽을 닮았어요. 그러나 나는 이 지형을 좌불알 우불알로 불러요. 우아한 표현인 나비 날개보다 그게 더 실체에 가까운 표현이니까요.”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그런데 응봉산에서 좌불알의 정점인 설흘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애매하다. 응봉산 정상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오른쪽은 가천마을로 가깝게 내려서는 지름길이다. 손에 잡힐 듯 우뚝한 설흘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응봉산이 바위와 소나무가 많은 동양화 닮은 산인데 반하여 설흘산은 나무들이 숲을 이룬 육산이었다. 밟히는 떡갈나무 낙엽이 조용한 겨울 산행 분위기를 깬다. 설흘산 정상부까지 대나무 숲이 있는 걸 보니 과연 따듯한 남쪽은 맞다.

제법 가파른 마지막 오름길 끝에 설흘산 정상이 나타났다. 정상의 봉수대가 우리를 맞는다. 봉수대가 설치된 곳은 무조건 조망이 터진다. 그래야 봉수대 역할을 하니까. 그 말처럼 설흘산 봉수대도 최상의 전망대였다. 멀리 남해의 유명한 산들인 망운산, 호구산이 보인다. 눈 아래는 계단식 밭으로 유명세를 탄 가천 다랭이마을도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설흘산 봉수대

돌로 만들어진 봉수대를 한바퀴 360도로 돌며 진짜 일품 조망터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남해 금산에서 피워 올린 봉수를 설흘산 봉수대가 받아 내륙으로 연결했던 비상 연락망. 지긋지긋한 왜구들의 상륙과 전투 소식도 이 비상연락망을 통하여 한양 목멱산(남산)까지 단숨에 전해졌을 것이다. 햇빛을 퉁겨 내고 있는 질펀한 바다. 그 바다에 촘촘하게 떠 있는 섬들. 섬을 닮아 작은 포구마다 점처럼 떠있는 고깃배들. 이런 천상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남해의 낮은 산은 과연 보석이다. 저 바다를 진홍색으로 물들일 해넘이 풍경은 또 어떠할 까.

드론 촬영을 끝내고 가풀막 내리막길을 간다. 바다를 정면에 두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이다. 정종원 기자가 없었으면 몰랐을 길인데 너덜길도 나타나며 제법 가팔랐다. 여태 소풍하듯 이어온 산길이었는데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아무래도 이 등산로는 정비된 산길이 아니다. 너덜길이 끝나자 가천버스 정류장이 있는 도로가 나타난다. 가천 다랭이마을의 표준어는 ‘다랑이’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따라 벽돌을 쌓듯 만들어 놓은 논과 밭. 보기가 좋아 유명한 마을이 되었으나 역시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아픔이 고여 있다.

편평한 한 뼘의 땅이라도 만들어 농사를 지어야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던 질곡의 세월. 척박한 비탈을 평지로 만드는 부단한 노력은 그리 머지않은 우리네 선조들의 일상이었다. 한 뼘의 농토라도 더 만들려 했던 고된 노동이 이제 번듯한 관광지로 바뀐 세월의 눈부신 반전. 정부는 2005년 1월 3일, 대한민국의 명승 제15호로 이 마을을 지정하였다.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가천 다랭이마을은 이제 해외까지 유명세를 넓힌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하나로 이곳을 알리기도 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출발했던 사촌 마을로 향했다. 드라이브 역시 와이드 화면으로 보는 자연 다큐멘터리. 산길을 깎아 만든 해안도로는 작은 포구를 잇고 쪽빛 바다는 둥실 떠오른다. 남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하여 우린 보석처럼 빛나는, 낮은 산행을 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것이어서 안락한 택시 드라이브를 하며 이것도 역시 남해 속살을 효율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지 싶다. 무려 220km나 된다는 해안을 따라 보물섬 일주한다면 그 느낌은 또 어떨까. 구불거리는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정겨운 바닷가 포구마을. 보물섬에선 무엇을 하던 영롱한 보석을 만날 수 있다는 깨달음. 행복한 신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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