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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작도

천혜의 보물 가득 품은

서해의 해적섬!

 

겨울, 서해는 춥고 거칩니다. 해적들이 숨어 살며, 습격과 약탈을 일삼던 섬으로 알려진 해적섬 소이작도(小伊作島)를 찾아가 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는 공포의 시기, 해적섬은 약간의 흥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누가 압니까? 해적들이 숨겨놨을 보물을 발견할지.

글 사진 · 김석우 편집위원

 

서해를 지나는 세곡선을 습격하여 약탈을 일삼던 해적들이 은거해 살던 섬이 이작도였다고 합니다. 이적(伊賊)의 근거지여서 이적도라 불리다가 나중에 이작도로 변했다고 합니다. 두 개의 섬이 가까이 붙어있는데, 큰 섬은 대이작도, 작은 섬을 소이작도라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이즉도(伊則島)라 불리기도 했답니다.

소이작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이작리에 있는 섬으로, 면적 1.45km2, 해안선 길이 10km, 최고 높이는 159m의 큰산입니다. 대이작도에서 서북쪽으로 0.2km,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42.2km 지점에 있습니다. 동북쪽에는 자월도를, 서북쪽에는 덕적도를 마주합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는 쾌속선과 차도선 두 대가 하루 두 번씩 총 4번을 운행합니다.

 

선착장 옆 손가락바위

겨울 새벽,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은 조용히 붐빕니다. 어두운 주차장을 나와 출입문에 서면 눈부시게 밝은 터미널의 불빛이 반깁니다. 자칫 짜증이 날 수 있는 절차이지만, 체온을 재고, 방역에 필요한 정보를 묵묵히 적어 넣습니다. 응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와 목소리도 친절합니다. 편안하게 절차를 마치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갑니다. 해가 바뀌는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에 놀라기도 하였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현상이 모두를 당황스럽게 합니다.

의외로 평화롭고 조용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앉아 손목에 채워진 ‘코로나19 안심체온 띠’를 바라봅니다. 이 띠가 섬사람들에게 우리가 안전한 사람이라는 증표입니다. 정부가 정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서울과 경기도에서 온 4명이 섬으로 들어갑니다. 이태훈씨와 이혜경씨는 코오롱등산학교를 같이 나온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최용모씨는 청소년들이 아웃도어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즐길 수 있게 돕는 교육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두 아웃도어에선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빠른 쾌속선으로 약 2시간을 달려 소이작도에 도착합니다. 선착장은 을씨년스럽습니다. 소이작리 이장님을 수소문해, 점심 먹을 곳을 추천받습니다. 맛있는 섬밥상을 한다고 소문난 집들은 모두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이장님의 부탁으로 문을 닫았던 중국 음식점을 열어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섬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곳은 선착장에서 산을 넘어 가야 합니다.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으니, 산을 넘기 전에 소이작도에서 유명한 손가락바위를 가보기로 합니다. 손가락바위는 선착장에서 동쪽으로 잘 만들어 놓은 데크를 따라 가면 됩니다. 바닷가에는 예쁜 의자며, 자그마한 소품들이 많습니다. 공을 많이 들인 섬입니다. 1km도 안 되는 거리, 섬의 동쪽 끝에 손가락 바위가 있습니다. 두 번째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뻗은 모양의 바위입니다.

이혜경씨는 손가락을 닮은 게 아니라 해수관음상 같이 생겼다고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부처 같습니다. 손가락 바위 앞, 정자 앞에 앉아 한참을 옥신각신했습니다. 무엇을 닮았든 작은 바위 하나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좋습니다. 정자에서는 대이작도 선착장이 빤히 보입니다. 수영을 해서 건너갈 수 있는 200m 정도의 거리지만 그 사이에 흐르는 물살이 아주 사납습니다.

 

모래섬이 보이는 전망대

왔던 길을 되돌아 마을로 갑니다. 이장님이 소개해준 중국 음식점 이름은 해적루입니다. 해적섬에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난데없는 방문객 때문에 음식점을 열게 된 사장님은 채소 손질이 열심입니다. 원래는 회와 토종닭, 삼겹살과 냉면도 판매하는데 이번엔 짜장면과 짬뽕만 됩니다. 엄청난 불과 웍을 돌리는 소리 끝에 나온 짜장면과 짬뽕을 허겁지겁 먹습니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텐트 칠 곳으로 갑니다. 소이작도 주민분들이 권해 준 곳은 약진넘어 해수욕장과 벌안 해수욕장입니다. 두 곳 모두 마을 뒤의 산을 넘어서 가야 합니다. 밥을 먹고 바로 출발한 데다, 경사가 급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마을에는 소주병으로 지은 집이 한 채 있습니다. 집주인의 유머에 모두가 신기하게 집을 둘러봅니다. 담벼락에는 해적들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보물지도도 그려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섬입니다. 마을을 통과하여 도로의 정점에 오르면, 약진넘어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옵니다. 올라 온 경사만큼 내려가는 경사도 급합니다. 고개 정상에서 바다까지 내려오니, 자그마한 정자와 데크길이 나옵니다. 하지만 약진넘어 해수욕장은 텐트를 칠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바다는 작고 호젓하지만, 바닥이 고르지 않아 텐트 치기가 힘듭니다. 다시 급경사를 올라옵니다. 허벅지가 퍽퍽해지고, 땀이 납니다. 다시 올라온 고개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립니다. 고개를 넘어 조금 더 올라가서 넘어가면 벌안 해수욕장입니다. 벌안 해수욕장으로 넘어가기 전, 도로 오른쪽으로 전망대 가는 길이 나옵니다.

전망대로 올라가 봅니다. 전망대는 널찍한 데크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여행 작가회에서 선정한 전망이 좋은 곳이랍니다.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자고 싶었던 이태훈씨의 의견을 애써 무시하고 이곳에 텐트를 칩니다. 이곳은 대이작도, 소이작도를 통틀어 풀등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입니다.

풀등이란,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시한부 모래섬입니다. 이작도의 풀등은 약 30만 평의 면적이며, 풀치라고도 불립니다. 우리가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마침 풀등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풀등은 대이작도에선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고 합니다.

 

소이작도의 일몰과 일출

전망대의 또 다른 매력은 겨울철에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벌안 해수욕장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없습니다. 물론 겨울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전망대 주변의 나무는 훤칠하게 커서 깨끗하게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나뭇가지 사이로 충분히 해를 볼 수 있습니다. 겨울 해는 문갑도 뒤로 집니다.

데크에서 잠을 자기보단 주로 흙바닥에서 잤던 최용모씨와 다르게 이태훈씨와 이혜경씨는 데크 전용 팩을 가져왔습니다. 섬에서 백패커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데크를 손상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데크 전용 팩을 사용하길 권합니다. 일기예보에서 말한 대로 밤새도록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해수욕장에 텐트를 쳤다면 밤새 바람에 시달렸을 그런 바람입니다. 대신 하늘엔 구름이 없어 보름달 빛이 끝내주는 밤을 맞이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기다립니다. 해는 대이작도 옆 사승봉도 뒤에서 떠오릅니다. 겨울 철이라 일출과 일몰의 지점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일출을 본 후에 모두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습니다. 짐을 싸서 벌안 해수욕장으로 내려갑니다. 겨울 소이작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에 일찍 들어와 오후 배를 타고 나갑니다. 외지에서 온 사람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벌안 해수욕장의 넓은 해변을 보자, 이태훈씨와 이혜경씨는 바다로 달려나가 산책을 즐깁니다. 이렇게 바다를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어제 바닷가로 내려와 잘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미안해집니다. 나가는 배를 오후에 예약해 뒀으니, 모두 한가로이 바다를 돌아다닙니다. 겨울철 비수기라 해변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청소를 잘할 겁니다.

 

걷지 않으면 후회할 갯티길

벌안 해수욕장 끝에 있는 목섬을 지나 소이작도의 서쪽 끝으로 가봅니다. 길가에는 무지개색으로 경계석을 칠해놓아 아주 예쁜 길이 되었습니다. 어제와 오늘 소이작도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걸어 봅니다.

소이작도에는 갯티길이 있습니다. 갯티란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드러나는 갯벌과 갯바위가 만나는 중간 지점인 모래 갯벌을 의미합니다. 5개의 갯티길 중에 선착장에서 벌안 해수욕장까지의 갯티5길 쉬는재길, 벌안 해수욕장에서 방파제 끝까지의 갯티4길 벌안해안길을 걸었습니다. 모두 모여 고민을 하다 섬의 북쪽을 도는 갯티3길 해적숲길과 갯티1길 손가락바위길을 마저 걷기로 합니다. 그러면 섬을 동그랗게 돌게 됩니다. 갯티3길인 해적숲길은 해적섬이라는 소이작도답게, 재미있게 꾸며 놓았습니다.

한적하게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은 중간 지점에 해적 움막이 있다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적 움막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나 봅니다.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바다까지 내려가 찾아보았지만, 아직 움막은 없었습니다. 대신 표지판 옆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해놓아 재미를 더했습니다. 잘만 꾸며 놓으면 많은 사람이 와서 둘러 볼 예쁜 숲길입니다. 게다가 살짝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있어 운치가 있습니다. 걷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길입니다.

걸어놓고 보니, 선착장에서 벌안 해수욕장으로 가려면 갯티5길인 쉬는재길 말고 갯티3길인 해적숲길을 추천합니다. 갯티3길과 갯티1길을 지나니, 선착장이 바로 나옵니다. 이틀간 섬 전체를 알뜰하게 걸었습니다. 부지런히 빠르게 걸으면 하루에도 다 걸을 수 있는 길입니다. 여유롭게 섬을 만끽하고 오후 배로 소이작도를 떠납니다. 해적을 만나지도, 보물을 발견하지도 않았지만, 섬 전체를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잎이 무성한 여름에 오면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보물을 찾으러 와야겠습니다.

섬을 다녀온 후, 며칠이 지나 이혜경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소이작도에서 금팔찌를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아마 배낭을 메고 벗을 때 쓸려서 잃어버린 거 같다고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밤사이 해적이 와서 가져갔을 거란 말은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소이작도엔 아직도 해적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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