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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도

남해의 진주 품은

여자만의 중심!

 

산과 달리 섬은 전염병에 취약합니다. 고립의 공간은 방역과 창궐이라는 명제가 동전의 앞, 뒷면처럼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가 대부분인 섬은, 육지에서 들어오는 외지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보령군 여자만의 중심에 있는 장도에서 입도 허락이 왔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장도에 들어갑니다.

글 사진 · 김석우 편집위원

 

엄중한 시기, 취재진을 반기는 섬은 없습니다. 다행히 섬주민의 허락을 받아 전라남도 보성군으로 모입니다. 보성군 보성읍은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입니다. 보성군은 태백산맥 문학관과는 별도로 소설 속 실제 장소가 모여 있는 곳에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조성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보성군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꼬막 정식을 먹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됩니다.

 

전국 최고의 꼬막 산지

풍성하게 차려진 꼬막 정식은 전라도 밥상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밥상 가득히 남도의 산해진미를 채웠습니다. 우리의 배도 가득 채웁니다. 녹차와 함께 꼬막은 보성을 대표하는 식재료입니다.

벌교 꼬막의 80%는 여자만(汝自灣)의 장도에서 나옵니다. 여자만은 남북 길이 30km, 동서 길이 22km의 기름진 반 폐쇄성 갯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만 내의 수심은 27m이며,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꼬막, 피조개, 굴, 바지락 등이 풍부해 2004년에는 동북아 두루미 보호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였으며, 2006년 1월 20일에는 연안 습지로는 전국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하였습니다.

이 여자만의 중심에 장도가 있습니다. 남해안의 진주라 불릴 만큼의 기름진 갯벌은 장도를 전국 최고의 꼬막 산지로 이름을 날리게 하였습니다. 주민들 대부분이 뻘배 또는 널배라 불리는 어로용 기구를 통해, 뻘 위를 이동하며 꼬막을 채취합니다. 장도는 광주의 섬백패커들에게 가장 맛있는 섬밥상으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장도엔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겸 식당이 있습니다. 이곳에 섬밥상을 예약하면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광주 섬백패커들을 사로잡은 섬밥상을 맛볼 수 있습니다. 부수마을 식당 게스트 하우스(010-2914-5017, 010-3666-5017) 예약은 필수입니다.

보성군 벌교읍 상진항에서 장도를 들어가는 배를 탑니다. 장도를 들어가기 위해선, 장도 홈페이지(www.jangdo.co.kr)나 운항시간표를 만드는 박형욱(010-7604-1140)씨에게 전화로 문의해야 합니다. 매달 물때를 봐가며 한 달 치 운항시간표를 만듭니다. 벌교와 장도를 오가는 차도선인 ‘장도 사랑호’는 하루 2번 운항하며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배에 타자마자 체온을 측정하고 연락처를 기재합니다. 이런 시기에 왜 섬에 들어오며, 예약을 했느냐는 핀잔을 듣습니다.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장도 최고봉 북두름산

보성군 벌교읍의 장도(獐島)는 섬의 형태가 노루와 닮았다 하여 노루 장(獐)자를 씁니다. ‘고려사 지리지(1453)’와 ‘세종실록지리지(1454)’에도 장도(獐島)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벌교읍 장암리에서 남동쪽으로 3.8km 해상에 위치하고 면적 2.92km2, 해안선 길이 15.9km2입니다. 장도의 최고봉은 해발 76m의 북두름산입니다. 섬 전체가 길게 뻗어 있고 전체적으로 펑퍼짐한 지형입니다. 종일 걷기에 좋은 섬입니다.

배에서 내리면 ‘사랑호’라는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 두 번 배 운항시간에 맞춰 운행하며, 요금은 무료입니다. 장도의 3개 마을 대촌리, 부수리, 해도리 중 부수리로 이동합니다.

부수마을 게스트 하우스에 잠시 배낭을 놓아두고, 해가 지기 전에 뻘배길을 걸어봅니다. 마을을 지나, 바닷가 옆으로 완만한 구릉이 이어집니다. 그동안 다녔던 섬들과 다른, 아주 부드러운 길입니다. 마치 동네 뒷산을 거니는 듯한, 약수터 길을 걷는 기분입니다. 자그마한 동산을 몇 개 넘으니 하방금 전망대가 나옵니다. ‘방금’은 ‘배를 대는 곳’이라고 합니다. ‘방금 도착했다’와 비슷한 맥락의 어원으로 보성군의 벌교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에는 뜬금없이 큰 비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인 시기에 세워진 반공방첩비 라고 합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이 비석에는 이젠 세월이 흘러 보이지 않는 역사의 아픔이 어렴풋이 새겨져 있습니다. 뻘배길은 마을과 밭, 그리고 자그마한 동산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오매~!” 길옆 수풀에서 수꿩 장끼 세 마리가 푸드덕하며 동시에 날아오릅니다. 조용히 걷던 일행 모두 깜짝 놀랍니다. 놀란 이화영씨의 입에서 찰진 전라도 사투리가 나옵니다. 본인을 놀라게 한 장끼들에게 찰진 사투리로 욕을 퍼부어 줍니다. 조영문씨 역시 “장끼가 잘못했네” 라며 추임새를 넣어 줍니다. 무료했던 걷기에 갑자기 활기가 생깁니다.

웃고 떠드는 사이 금세 해발 76m의 북두름산에 도착합니다. 해발 76m는 숫자로는 작아 보이지만, 이 넓은 장도의 최고봉입니다. 무시하면 안 됩니다. 산에서 내려와 다시 밭 사이를 지나 마을로 접어듭니다. 장도의 마을은 원색으로 칠해진 담장과 담 옆에 내놓은 국화 화분, 습지에 가득 들어찬 부들과 갈대들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알록달록 벽화의 유래

마을을 통과하다가 마침 집으로 돌아가시는 할머니들을 만납니다. 외지에서 온 우리에게 섭섭한 말들을 쏟아내십니다. 또다시 죄송하고 미안해집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마을을 거쳐 식당 앞으로 다시 옵니다. 마을에는 이젠 사용하지 않는 뻘배를 화분 받침으로도 사용하거나 인테리어 용도로도 활용합니다. 그냥 세워두기만 해도 멋집니다. 오랜 기간 꼬막을 채취하기 위해 사용한 뻘배들은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가지고 있습니다.

마을 담장들에는 멋진 벽화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뜬금없이 그려진 코끼리 벽화를 보며 최훈씨가 그림의 유래에 대해 설명을 해줍니다. 조선 전기 1412년(태종 12년)에 일본 왕 원의지(源義持)는 조선과 일본 간의 친선을 도모하자며 교육이 잘 된 코끼리를 태종에게 선물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코끼리가 우연히 사람을 밟아 죽이게 되자, 가뜩이나 사료를 많이 먹는 데다 사람을 죽였으니, 죽이자는 의견과 외교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살려두자는 의견이 팽팽하였다고 합니다. 결국엔 코끼리를 귀양 보내기로 하였는데 그 귀양지가 장도입니다.

코끼리에 관한 최훈씨의 상세한 설명에 모두 코끼리 벽화와 사진을 찍습니다. 밋밋해질 수 있는 둘레길은 이런 자그마한 이벤트로 재미있게 채워집니다. 배낭을 메고 텐트를 칠 곳으로 이동합니다. 텐트를 치는 사이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오십니다. 반갑게 인사하니, 자신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바닷가에 굴 망태가 있으니 배고프면 그곳에서 꺼내서 먹으라고 합니다. 서로 가까이 하지는 못하지만,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춥지 않은 밤입니다.

아침 일찍 여수의 산에서 해가 뜹니다. 일출보다 일몰이 좋다던 사람들이 모두 텐트 밖으로 나와 일출을 보며 감탄합니다. 바닷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한가함을 즐겨 봅니다. 아침을 먹고 텐트를 철수하여 다시 길을 걷습니다. 전날 걸어온 길과 반대쪽입니다. 배금 백사장과 목섬을 가봅니다.

목섬은 2017년 4월 KBS 프로그램 <인간극장>에 ‘노인과 소’라는 제목으로 나온 누렁이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81세의 노인과 25년 된 소, 장도 유일의 소였던 누렁이는 평생 쟁기를 끌며 노인과 같이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 지 딱 1년만인 2018년 4월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노인은 같이 농사를 짓던 목섬의 바닷가에 누렁이를 묻어 주었습니다.

장도를 다녀온 후, 인간극장을 찾아보았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순응하며 사는 노인이 끝까지 고집했던, 소를 이용한 농사. 가족같이 지내며 아꼈던 소를 떠나보낸 노인의 마음을 알았던지 장도 주민들은 누렁이가 누워 쉴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고향에 온 느낌이 드는 섬

목섬으로 가는 길은 길게 이어진 콘크리트 길입니다. 무심히 다녀온 길이지만, 방송을 본 후에는 그 길이 참 애틋합니다. 20년을 이어 온 필자의 주변 인연도 둘러보게 됩니다. 여전히 목섬 꼭대기의 밭에는 배추와 양배추가 튼실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누렁이가 떠나도 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나 봅니다.

목섬을 나와 배금 백사장으로 갑니다. 여전히 길은 완만하고 평화롭습니다. 나지막한 산길을 돌아가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조용한 해변이 나옵니다. 배금 백사장 해변입니다. 적당히 높은 산길은 해변을 조망하기 충분합니다. 이곳을 보고 가지 않았으면 아쉬웠을 경치입니다. 부수마을의 식당에 예약한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발걸음을 돌립니다.

많은 사람이 추천한, 장도의 섬밥상을 드디어 먹어봅니다. 입소문대로 반찬은 깔끔합니다. 장도 앞바다에서 잡은 꼬막이며 해산물은 바다의 맛을 알려줍니다. 아침부터 걸어서 그런지 모두 잘 먹습니다. 음식이 맛있으면 대화가 없어집니다. 숟가락, 젓가락 소리만 들립니다. 식당 사장님은 가족들 점심을 차리러 가시면서, 밥하고 반찬이 있는 곳을 알려주십니다. 얼마든지 더 가져다 먹으랍니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릅니다. 식사를 마친 후, 마을버스를 타고 장도 사랑호를 타러 나옵니다.

장도는 산행이라기보다는 훈훈한 시골 동네를 걷는 기분이 드는 섬입니다. 꼬막길과 뻘배길이라는 걷기 길이 있고, 두 길을 다 걸으려면 하루로는 빠듯하니 부지런히 걷든지 이틀에 나눠 걷든지 해야 합니다. 부담 없고 고향에 온 느낌이 드는 섬길입니다. 코로나로 걱정이 많은 시기에 섬에 들어와 죄송스러운 마음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섬에 들어오게 받아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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