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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2 _ 하남 검단산

 

위로 떠오르는

찬란한 을 보라!

 

대설(大雪)은 24절기 중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1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날’을 의미한다.

한파주의보가 불어 닥친 12월 7일, 2020년 대설에 한강의 일출을 신년호에 담기 위해 추위를 뚫고

검단산(黔丹山·657m)에 올랐다. 그 어떤 전망대와도 견줄 수 없는 검단산 정상에서 환상적인 야경과 일출을 만끽했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근교 산인데, 1박 2일을 진행할 정도로 산행 코스가 긴가요?”

“검단산이잖아요. 야경과 일출을 봐야하지 않겠어요?”

검단산은 서울에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근교 하남시에 위치한다. 어느 등산로를 따르더라도 왕복 3시간 남짓 소요되며, 적당한 난이도와 뛰어난 접근성으로 수도권 등산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산이다. 특히, 정상에 오르면 서울과 양평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일품 조망 명소로도 유명하다. 그런 이유로 검단산은 수도권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며,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백패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취재진도 정상 백패킹을 위해 1박 2일 일정을 계획했다. 정상만 다녀오는 짧은 산행이 아쉬워 첫날 통일정사를 들머리로 정상에 올라 야영 후, 다음날 고추봉(566m)을 지나 용마산(597m)까지 이어지는 약 7.3km의 종주산행을 진행한다. 오늘 함께하는 취재진은 검단산 근처에 살며 수도 없이 검단산을 오르내린 검단산 박사 이희남씨와, 오랜만에 본지에 얼굴을 비춘 김영선 작가다. 지난겨울 민주지산 동계 백패킹 취재를 함께한 취재원이 9개월여 만에 모두 모였다.

 

통일정사에서 시작하는 산행

달그락달그락, 덜컹덜컹… 꼬불꼬불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5분여 오르자 좌측으로 차량 2대를 세울 수 있는 작은 공터가 나온다. 공터 건너편의 ‘등산로 입구’ 표지판과 좌측의 ‘통일정사’ 안내판이 들머리에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정오가 지나 오후 2시경 시작된 산행, 동계 야영 장비와 식량으로 가득 채운 100L의 배낭을 짊어지고 엉금엉금 정상으로 향한다.

1시간 거리의 능선에 닿기 전까지는 내리 전형적인 육산의 오르막길이다. 등산로를 따라 묵묵히 30여 분 고도를 높이자 조금씩 시야가 트이면서 무덤 터에 도착한다. 억새 가득한 무덤 터에 서자 멀리 한강과 두물머리가 보인다. 시원한 조망에 취재진도 잠시 멈춰 주위 조망을 눈에 담는다. 무덤 지대를 지나자 다시 마른 숲길에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능선까지 20여 분 산행은 이전보다 훨씬 가파르다.  

출발 1시간여 만에 능선에 닿는다. 등산로는 가파른 길에서 평평한 오솔길로 180도 바뀌며 취재진의 가쁜 숨과 다리에 휴식을 준다. 이후 정상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능선은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계단길과 헬기장을 지난다. 오후 4시, 출발 1시간 40여 분 만에 정상에 도착한다. 짧고 굵은 오늘의 산행은 여기까지다.  

정상부는 둥그런 모양의 넓고 평평한 지대다. 서울과 양평 방면으로 각각 하나씩 넓은 나무데크 전망대가 있으며, 가장자리를 따라 10개의 나무벤치가 설치되어있다. 양평 쪽 데크 옆으로는 정상석이 있는데, 가로세로 약 1×1.5m의 길이로 작지 않은 크기이지만, 정상부가 광활한 탓에 멀리서 보면 앙증맞아 보인다.

검단산의 산 이름에는 두 가지 설(說)이 전해진다. 나라의 중요한 제(祭)를 올리던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 것과 백제의 승려 검단선사가 이곳에 은거한대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것이다. 사방으로 한강과 서울, 주변의 산하가 한눈에 조망되는 넓은 정상부를 보니 전자의 이유가 더욱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큰일이에요. 내일은 날이 좋아야 할 텐데.”

서쪽 전망대에 서자 빼곡한 고층건물이 가득한 서울 도심의 풍경이 펼쳐진다. 중앙의 롯데타워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관악산과 객산, 우측으로 남산과 아차산이 보이고, 중부고속도로가 커다란 곡선을 만들며 북쪽으로 이어진다. 날이 좋은 날은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줄기가 선명하게 보이며 조망에 암릉미를 더하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미세먼지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서쪽 전망대에서 수도 서울의 도심을 체감했다면, 동쪽 전망대에서는 한강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동쪽 전망대로 자리를 옮기자 한강을 사이에 두고 운길산과 예봉산이 검단산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우측으로 팔당댐과 두물머리가 가까이 보인다. 멀리 중미산~유명산~용문산~백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강의 굵은 물줄기에 웅장함을 더한다.

 

환상적인 일몰일출 명소

정신없이 주변 조망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이다. 취재진 모두 배낭에서 우모복과 방한모를 꺼내 입고 야영 준비를 시작한다. 정상부 어디든 텐트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지대가 평평하지만,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단연 두 개의 나무 데크다. 두 개의 데크는 각각 백패커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다른데, 만약 텐트 안에서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서울 방면에, 일출을 감상하고 싶다면 양평 쪽 데크에 텐트를 설치하는 게 좋다.

취재진은 서쪽 데크를 야영지로 고른다. 내일 일출 시간에 동쪽 데크가 붐비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이유는 검단산 취재를 앞두고 인터넷 포털에 ‘검단산’을 검색해보았을 때, 연관검색어로 ‘야간산행’, ‘야경’, ‘야등’ 등의 연관 검색어가 나왔던 것이 떠오른 것도 있다. 서울의 빛나는 야경사진을 담기 위해선 서쪽이 편하리라.

어둠이 찾아오고 기다렸던 야경을 만나기 위해 취재원 모두 텐트 밖으로 나간다.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황홀경을 맞이한다. 머리 위의 수많은 별이 깊은 밤을 밝히고, 도심이 만든 황금빛 은하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환상적인 야경을 만든다. 추위도 잊은 채 야경을 바라보며 긴 하루를 마무리한다.  

“얼른 나오세요. 곧 일출이 시작될 것 같아요.”

텐트 안으로 새들어오는 여명과 주위의 인기척을 느끼며 아침을 맞이한다. 입구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보니, 지난밤 정상에서 야영한 취재진과 건너편의 백패커 외에도 10여 명의 등산객이 이른 아침부터 정상을 찾았다. 밤새 불어 닥친 강풍이 미세먼지를 씻겨냈는지, 전날 우중충하던 하늘은 맑게 개었다. 해돋이를 놓칠세라 아직 잠이 덜 깬 몸을 겨우 일으켜 밖으로 나선다.

“오늘은 북한산도 보여요. 하루 사이 날이 많이 개었네요.”

“와, 하늘 좀 보세요. 마치 천지개벽을 떠올리게 하는 구름이에요.”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와 감탄사가 난무한다. 동쪽에서 올라오는 붉은 빛이 서쪽으로 향하는 물결구름을 조금씩 물들이며 일대장관을 연출한다. 오전 7시 32분, 한참을 뜸들이던 태양이 마침내 불쑥 고개를 들며 아침인사를 건넨다. 여명에 물든 한강이 찬란하게 빛나고, 주변의 산세가 주황빛 온기로 몸을 감싼다. 10여 분간 진행된 일출, 황홀한 풍경에 정상부의 모두가 넋을 잃은 듯 고요한 감상에 젖는다. 어느덧 세상을 감쌌던 붉은 빛이 사라지고 주변이 밝아온다.

 

고추봉 용마산 종주산행

“오늘 산행은 크고 작은 언덕을 계속 오르고 내려요.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10개 정도 지나는 것 같아요.”

9시 10분, 밤새 꽝꽝 얼어버린 얼음 바나나와 사과로 배를 채우고, 고추봉~용마산 종주산행을 시작한다. 검단산의 이웃 주민인 이희남씨가 산행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짧은 브리핑을 한다. 산곡초교 방면 이정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정상을 떠나 계단을 내려서자 평평한 등산로가 나온다. 5분 정도 가벼운 오솔길을 걷다 이내 작은 언덕을 오르며 본격적인 오르락내리락 능선산행이 이어진다. 20여 분 뒤에 닿은 송전탑에서 산곡초교 방면 하산길이 나온다. 취재진은 방향을 틀지 않고 고추봉까지 능선산행을 이어간다.

검단산 출발 1시간여 만에 고추봉에 닿는다. 고추봉은 별도의 정상석이 없다.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하나 있지만. 표지판 기둥 중앙부에 ‘고추봉(두리봉)’이라 작게 쓰여 있는 게 전부다. 봉우리는 정상부라고 할 만한 여유 공간이 없으며, 나무에 가려져 주변에 특별한 조망도 없다. 자칫 산행에 집중하고 있다가 고추봉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  

“조심히 내려가세요. 낙엽이 많아서 등산로가 잘 안 보여요. 지난번에 다른 팀과 이 구간을 산행할 때, 일행 중 한 명이 앞으로 굴러 떨어지기도 했어요.”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용마산 도착 전의 두 개의 봉우리를 지난다. 가파른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르자 곧바로 올라온 만큼 고도를 내리친다. 거친 내리막 이후에는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발목을 덮을 정도로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내리 등산로에 가득하다. 곳곳에 땅이 꺼진 곳이 있을 수 있다며 이희남씨가 취재진을 단단히 주의 시킨다. 일렬종대로 서로의 뒤꿈치를 바라보며 천천히 산행을 진행한다. 바스락바스락 8개의 발에 밟히는 마른 낙엽소리가 숲을 가득 채운다.

오전 11시, 턱 끝까지 차오른 거친 숨을 내쉬며 용마산에 오른다. 고추봉을 떠난 지 50여 분 만이다. 능선이 내리 숲길이라 주변 조망이 없었는데, 정상에 오르자 동쪽으로 한강의 굵은 물줄기가 보인다. 고추봉에 비해 넓고 조망도 있지만, 검단산의 정상부에 비할 바는 아니다. 여기서 능선을 타고 직진하면 광지원리(중부농협)나 엄미1리 버스정류장으로 하산할 수 있다. 또는 8km 떨어진 남한산성 벌봉까지 연계산행이 가능하다.

“자 이제 얼른 하산해서 맛있는 점심 먹으러 갑시다.”

취재진은 능선을 타지 않고 좌측 하산로를 따른다. 이 길을 따르면 삼성2리 마을회관, 삼성1리 버스정류장, 각화사 방면으로 하산할 수 있다. 하산길은 시작부터 가파르게 내리친다. 정상부터 각화사까지는 약 1.5km의 짧지 않은 거리이지만, 중반부 이후로는 등산로의 난이도가 점차 온화해지므로 조금씩 진행속도가 빨라진다. 오전 11시 40분, 용마산 정상을 떠난 지 40여 분 만에 각화사에 다다른다. 깊은 산 속 조용한 암자를 지나며 2020년 마지막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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