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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

인가?

 

계룡산(鷄龍山)은 주봉인 천황봉(845.1m)에서 연천봉(756m), 삼불봉(775m)으로 이어진 능선이 흡사 닭벼슬을 한 용의 형상이다. 조선 건국 초 이성계와 함께 도읍으로 정했던 신도안(계룡산 남쪽 마을)을 둘러본 무학대사가 “계룡산은 한편으로는 금계포란형(錦鷄抱卵形)이고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이니 이 두 글자를 따서 계룡(鷄龍)이라 함이 마땅하다”고 했던 개벽 승지(勝地)의 산이다.

글 · 강윤성 편집장  사진 · 정종원 기자

 

“한국의 산 중 국립공원 1호가 어디일까요?”

“지리산요. 맞나요?”

“그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두 번째 산은?”

“당연히 설악산이겠죠.”

정답부터 말하자면 첫 번째는 맞고, 두 번째는 틀렸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지정 순위는 지리산, 경주, 계룡산, 한려해상, 설악산, 속리산, 한라산, 내장산 순이다. 산만 따지자면 계룡산이 두 번째요. 설악산이 세 번째다. 백두대간 중 금남정맥 끝부분에 위치한 계룡산은 1968년 12월 31일에 지리산(1967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됐다. 일등 만능주의에 빠진 우리나라에서 매겨놓은 산의 순위인 만큼 지정 당시 계룡산의 위상을 알 수 있을 터다. 순위 책정에 미쳤을 여러 변수를 고려해도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매 스님의 애틋한 전설 깃든 오뉘탑

계룡산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공주시지만 일부가 대전광역시와 논산시, 계룡시에 걸쳐있다. 천황봉(845.1m)을 중심으로 관음봉, 연천봉, 삼불봉 등 28개의 봉우리와 동학사계곡, 갑사계곡 등 7개의 계곡을 거느린다. 산기슭에는 동쪽의 동학사, 서북쪽의 갑사, 서남쪽의 신원사, 동남쪽의 용화사 등 4대 고찰과 국보, 보물 등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자태와 경관이 매우 뛰어나 삼국시대에는 백제를 대표하는 산으로 널리 중국까지 알려졌으며, 신라통일 후에는 오악(五嶽) 중 서악(西嶽)으로 조선시대에는 삼악(三嶽) 중 중악(中嶽)으로 봉해질 정도로 이미 역사에서 검증된 명산이다. 산 대부분이 문화재보존구역이기도 하다.

지난 9월 4일 새벽 일찍 서울을 출발, 9시에 천정탐방지원센터 앞에 자리한 계룡산 맨 상단 주차장에 도착한다. 동학사 계곡 좌우로 펼쳐진 풍광이 대단하다. 황적봉과 천황봉, 신선봉과 삼불봉이 좌우에서 거대한 암군을 솟구쳐 장대한 산세를 이루며 울창한 숲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취재 산행에는 한국등산학교 출신인 김정근(44기, 한국등산학교 동문회 고문), 김현숙(90기)씨가 함께했다. 다들 등반 경력이 30여년 된 베테랑 산악인들이다.

“천정탐방지원센터에서 문골삼거리와 큰빼재를 거쳐 남매탑으로 가는 길이 멀긴 해도 입장료가 없어요.”

천장골에 들어선다. 완만한 등산로가 계곡을 따라 내리 이어진다. 주변의 바위들을 이용해 정비한 등산로 주변에는 간혹 작은 돌탑들이 나타나 눈길을 끈다. 기도터로 사용한 듯한 집채만큼 커다란 바위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골짝을 타고 오르자 땀이 맺히는가 싶더니 서늘한 바람이 금세 식혀준다. 태풍이 연이어 몰아친 후라 무더위는 물러간 듯하다.

김현숙씨는 쓰레기봉투를 허리에 차고 오르면서 잡목이나 바위틈의 쓰레기를 죄다 주워 담는다.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이나 데크 밑의 쓰레기는 김정근씨 차지다.

“제가 평생 다닐 산인데 정화를 해야죠. 그리고 하산 후 국립공원 사무소에 갖다 주면 그린포인트도 받을 수 있어요.”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되가져가면 1g당 2포인트(2원)를 준다. 1인 1일 최대 2,000포인트(1,000g)가 쌓인다. 김현숙씨의 경우 산행 내내 주운 쓰레기가 배낭을 한가득 채웠고, 1kg이 조금 넘어 하루 최대 포인트를 적립했다. 그런데 국립공원에서 수거한 쓰레기조차 받지 않아 집까지 가져가 버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남매탑고개(큰빼재)에 올라서니 전날 밤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떨어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등산로를 뒤덮었다. 돌계단을 올라 남매탑에 다다르니 넓은 평지 위에 쉼터와 탑 2기가 세워져 있다.

남매탑은 계룡산의 주된 길목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많은 등산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동학사(1.7km)와 천정탐방지원센터(2.8km), 상신(3.0km)에서 삼불봉(0.5km), 금잔디고개(0.7km), 갑사(3.0km)를 잇는 길목이다. 남매탑은 청량사가 있던 자리라 하여 청량사지쌍탑이라고도 불린다. 남매탑에는 두 남매 스님에 대한 애틋한 전설이 전해온다.

통일신라시대에 한 스님이 토굴에서 수도하고 있는데,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울부짖으며 입을 벌렸다. 큰 가시 하나가 목구멍에 걸려 있어 뽑아주었더니 며칠 뒤에 호랑이가 한 아리따운 처녀를 등에 업고와 놓고 갔다. 처녀는 상주 사람으로 혼인을 치른 날 밤 호랑이에게 물려 오게 된 것이다. 그때는 산에 눈이 쌓이고 날씨도 추운 한 겨울이었다. 스님은 수도승으로서 남녀의 연을 맺을 수 없기에 봄이 오자 처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처녀의 부모는 이미 다른 곳으로 시집보낼 수도 없고 인연이 그러하니 부부의 예를 갖추어 주기를 바랐다. 이에 스님은 고심 끝에 그 처녀와 남매의 의를 맺고, 비구와 비구니로서 불도에 힘쓰다가 한 날 한 시에 열반에 들었다. 훗날 사람들이 이 두 남매의 정을 기리기 위해 탑을 건립, 두 스님의 사리를 모시게 되며 ‘남매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세 부처의 모습을 닮은 삼불봉

남매탑을 지나면서 등산로는 점차 가팔라진다. 삼불봉고개를 지나 철다리를 올라 삼불봉에 선다. 천황봉이나 관음봉에서 보면, 마치 세 부처의 모습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상이 환해지며 사방팔방에서 산들이 튀어 오른다. 계룡산 주봉인 천황봉(845.1m), 디딜방아 받침대를 닮았다는 쌀개봉(829.5m), 관세음보살을 닮았다는 관음봉(766m), 네 자루의 붓을 세워놓았다는 문필봉(756m), 하늘과 이어졌다는 연천봉(740m)이 차례로 솟아 그 위용을 자랑한다. 또한 동학사와 더불어 동학사계곡, 갑사계곡, 그리고 계룡산을 담은 계룡저수지도 내려다보인다. 천황봉에 세워진 흉물스러운 송신탑이 이맛살을 찌푸릴 뿐 참으로 광대한 조망이다.

자연성릉에 올라서니 변화무쌍한 풍광 펼쳐져

또다시 철계단을 내려선다. 아찔한 경사다. 관음봉까지는 1.8km에 걸친 자연성릉이 이어진다. 한 사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 능선길이다. 계룡산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수려한 길이다. ‘자연성릉’이란 말 그대로 천 길 낭떠러지가 길게 자연적인 성벽을 이루고 있다. 실로 경이로운 모습이다. 암릉 어디에 서건 조망이 뛰어나다. 남서쪽으로 길게 이어진 능선은 돌아설 때마다 변화무쌍한 풍광이 펼쳐진다.

길은 종종 가파른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이어진다. 암릉 어디서건 뒤돌아 볼 때마다 그 아름다움이 한결같아 감탄이 절로 난다. 특히 자비로운 세 부처의 모습을 닮은 삼불봉의 커다란 수직벽은 참으로 경이로운 광경을 펼쳐낸다. 한겨울 눈 쌓인 삼불봉 모습은 계룡산 최고의 풍광(계룡팔경 중 2경)으로 꼽힌다.

관음봉이 가까워지자 산길이 하늘로 솟구친다. 관음봉 정수리에 걸친 철계단이 거의 수직이나 다름없는 경사다. 철계단을 올라 관음봉(766m)에 올라선다. 정상의 팔각정에는 등산인들로 시끌벅적하다. 천황봉과 쌀개봉으로 이어지는 주봉의 한 곳인 이곳 관음봉은 남매탑과 더불어 계룡산 산행의 중심을 이룬다. 신원사와 갑사, 그리고 동학사에서 올라온 모든 이들이 이곳에 모여든다. 계룡산의 실질적인 정상 노릇을 하고 있다. 계룡산 4경이기도 하다. 천황봉이 통제 구간인 탓이 크다. 관음봉은 “봉우리가 구름 위로 우뚝 치솟아 올랐다” 하여 ‘관음봉 한운(觀音峰 閑雲)’이라 칭하기도 한다. 즉 “관음정에 편하게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한가한 구름을 보노라면, 인생이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코로나 블루에 허우적대는 국민들에게 이만한 산이 어디 있을까 싶다.

관음봉에 서면 동학사 계곡과 신원사계곡이 앞뒤로 보이고, 쌀개봉과 문필봉, 연천봉 등이 지척에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자연성릉으로 연결된 삼불봉을 조망하는 눈맛은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삼불봉 전망대가 아닐 수 없다.

 

신선들이 유유자적하던 은선폭포

관음봉고개를 거쳐 동학사계곡으로 내려선다. 온통 너덜지대다. 등산로가 정비돼 있기는 해도 한 눈 팔다가는 한판 엎어치기 당할만한 코스다. 그런 길을 한참 내려서니 동학사계곡 상류가 나온다. 길은 계곡에 닿을 듯 이어지다 은선폭포가 자리한 협곡을 좌측 사면으로 우회하여 이어진다. 높이 47m에 이르는 은선폭포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협곡 벼랑 중간쯤에 설치돼 있다. 울창한 숲을 벗어나 모처럼 확 트인 조망을 즐긴다.

“시도 때도 없이 몰아치던 태풍의 영향인지 낙수가 꽤나 쏟아지네요.”

“저 폭포수가 만들어내는 하얀 운무가 계룡팔경 중 7경입니다.”

옛날 신선들이 숨어서 놀았다는 전설처럼 아름다운 폭포다. 서쪽 능선을 올려다보던 김현숙씨가 특이하게 생긴 ‘V’자형의 산봉우리가 쌀개봉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산의 형상이 마치 디딜방아의 양쪽을 고정하는 쌀개와 닮았다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우리나라 산에는 쌀과 관련된 전설이나 지명이 많죠.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들었으면….”

동학사가 가까워오자 산길이 점차 누그러진다. 그래도 숲은 울창하고 골은 수려함의 연속이다. 계곡 건너편에 동학사가 자리한다. 비구니 수련 도량인 동학사 옆에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려 말 삼은의 위패를 모신 삼은각, 매월당 김시습이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낸 숙모전, 신라 충신 박제상의 항일 충혼을 모신 동계사 등 살신성인의 높은 정신을 기리는 전당이 연이어 있다. 사찰 뒤편으로는 암봉과 기암절벽, 울창한 숲이 병풍을 이룬다. 숲속에 울리는 불경소리가 가슴을 따스하게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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