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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우이구곡

드디어 일반에 공개한다

서울 유일의 구곡동천…1곡부터 6곡까지 탐방 시설 갖추고 탐방프로그램 10월부터 운영


글 · 민병준(한국산서회 편집위원장)  사진 · 류백현(한국산서회 이사)

 

서울 지역의 유일한 구곡동천인 북한산 우이구곡(牛耳九曲)이 올가을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우이구곡은 북한산 만경대에서 발원해 흘러내리는 우이계곡 상류에 펼쳐지는 9개의 비경을 일컫는다. 우이계곡은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 등과 어우러진 수석의 풍치가 아름다워 일찍이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현재도 서울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는 계곡이다.

이곳에 구곡을 처음 설정하고 경영한 이는 조선 후기의 문신 홍양호(1724~1802)다. 그는 1762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구곡을 경영했는데, 그가 설정한 아홉 굽이는 도선사 아래 1곡 만경폭(萬景瀑)을 시작으로 2곡 적취병(積翠屛), 3곡 찬운봉(瓚雲峰), 4곡 진의강(振衣崗), 5곡 옥경대(玉鏡臺), 6곡 월영담(月影潭), 7곡 탁영암(濯纓巖), 8곡 명옥탄(鳴玉灘), 9곡 재간정(在澗停)까지 이어진다.

 

산서회와 함께 우이구곡 해설프로그램도 계획

(사)한국산서회(회장 손재식)와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소장 박기연)는 서울 지역에서 유일하게 구곡동천 유적으로 남아있는 북한산 우이구곡을 정비하여 탐방객에게 10월 무렵부터 공개하기 위해 도선사를 시점으로 약 2.3km 구간인 1곡부터 6곡까지 종합안내판 1개소, 전망대(포토존) 4개소 등 탐방 기반시설을 정비한다. 7곡부터 9곡까지 3개소는 원형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라 이번 작업에서는 제외됐다.

시설물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규모 전망대 수준으로 꾸몄고, 규모도 크진 않다. 관광 자원화하면서 훼손될 우려가 없도록 관련 전문가와 협의해 진행했다. 안내판 문구는 현재 한국관광공사에 의뢰해 영문으로도 작업 중에 있고, 이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곧 안내판 제작에 들어간다.

이렇듯 안내판과 포토존 등 우이구곡을 알리는 탐방 안내시설이 완성되는 가을이 되면, 그동안 우이계곡 길을 무심코 걸었던 시민들은 발길을 잠시 멈추고 우이구곡의 풍치를 느끼면서 인문학적인 사연에도 관심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산관리사무소는 우이구곡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알아보는 탐방 해설프로그램을 한국산서회와 함께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산서회에서도 몇 년간 우이구곡 답사에 공을 들이고 관리사무소 측과 호흡을 맞춰온 조장빈 이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박기연 소장은 8월 10일, 우이분소에서 있었던 간담회에서 “북한산 문화유산에 대한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산서회 회원들이 진행하면 양질의 프로그램이 될 것을 확신한다”며 “산서회의 인문산행팀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우이구곡에서도 진행하는 게 목표”라는 희망을 밝혔다.

현재 우이계곡을 찾는 시민들 중 우이구곡 존재를 아는 이는 드물다. 우이동을 통해 북한산을 찾는 시민들이 이 계곡 코스로 산을 오르내렸으나 계곡이 도선사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끼고 있어 등산을 목적으로 한 시민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고, ‘우이구곡’이란 인문학적인 자원이 존재하는 걸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국산서회 손재식 회장은 “조선시대보다 문명이라면 문명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그분들보다 ‘무지’하거나 ‘무심’하거나 둘 중의 하나였기에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국산서회와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가 업무협약으로 이런 아쉬움을 극복하면서 비로소 시민들에게 우이구곡을 돌려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백 년간 잊혔던 우이구곡, 한국산서회에서 발굴

1802년 홍양호가 세상을 떠난 후 수백 년간 잊혔던 우이구곡을 현대에 다시 관심을 가진 단체는 한국산서회다. 1986년 설립된 한국산서회는 등산 문헌 연구를 발표하고, 산악문화에 대한 조사연구를 추진하며 산악 문헌을 출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산악단체다. 이런 한국산서회에서 30여 년간 노력한 성과로 우이구곡이 2020년에 북한산 우이동의 명소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산서회는 창립 초기에 한국 산악문화의 베이스캠프라 할 수 있는 우이동에 산재한 인문학적인 자원에 관심을 가졌고, 1987년 연보인 『산서』 창간호에 우이구곡 탐사기를 실었다. 당시 서울 시민들에게 ‘우이유원지’로 불리던 이곳은 계곡 주변에 난립한 식당과 무분별한 개발로 원형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나 한국산서회 창립 멤버인 이용대 선생이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처음 조사함으로써 이후 우이구곡 연구의 소중한 기초 자료가 됐다.

이후에도 한국산서회는 제모습을 잃은 우이구곡에 대한 안타까움을 극복하고 아홉 굽이의 명소를 비정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연구하고 답사를 이어갔다. 2008년 제19호 특집에서는 우이구곡을 문헌으로 고찰하며 자세히 다뤘고, 2018년에는 우이령보존회와 공동으로 ‘우이동 계곡의 과거, 현재와 내일’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등산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산서회는 산악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전에 앞장서 북한산 우이구곡과 사기막골의 조선시대 별서 및 인왕산 ‘옥류동(玉流洞)’ 바위글씨 등 여러 문화유산을 발굴했고, 산서회에서 발굴한 북한산 구천계곡 사릉석물채석장터(서울시 기념물 제44호)와 인평대군의 송계별업터(서울시문화재자료 제75호)는 문화재로도 지정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산에 묻혀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매월 진행하는 ‘한국산서회와 함께하는 인문산행’으로 새로운 등산문화 창달에 힘쓰고 있는데, 산악문화유산 발굴과 이러한 산악 인문 프로그램을 운영한 공으로 지난 3월 서울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장의 인문학적 감수성으로 힘 얻어

한국산서회에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우이구곡이 이렇듯 빛을 보게 된 데는 우이구곡 지역을 관할하는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의 적극적인 협조가 컸다. 특히 지난해 7월 부임한 박기연 소장이 국립공원 내의 인문학적인 자원에 관심이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담당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민웅기 자원보전과 과장, 박민경 계장, 공주식 주임 등 담당자들은 한국산서회의 도움을 얻어 우이구곡의 정확한 위치 확인 및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조사했고, 구곡의 아홉 포인트의 지점별 세부 콘텐츠를 산서회에 의뢰해 안내표지판에 들어갈 문구도 확정했다.

민 과장은 “국립공원 내 숨겨진 역사문화 자료를 적극 발굴해 문화재 지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새로운 탐방서비스를 탐방객에게 제공할 계획”이라며 “도선사 일원에서 한국산서회가 찾아낸 마애부도 등 우이구곡을 중심으로 한 북한산국립공원 내 문화자원의 가치를 탐방객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북한산국립공원 구역의 바위글씨 탁본 작업을 통해 우이동 만남의 광장 등에서 탁본 전시회를 갖자는 의견도 나왔고 사무소 측은 적극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한국산서회는 2019년 9월 18일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와 업무협약식 체결 후 공동으로 북한산 일대 산악 문화유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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