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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문의 벽 _ 금수산 저승봉

 

진정한 모험,

새로운 자극,

끝없는 도전이 있는 곳!

글 사진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요즘 세계적으로 대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활동보다는 개인이나 소규모 활동 중심으로 생활이 바뀌었으며, 사방이 트여있어 비교적 도심보다는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전보다 산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야외 등반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도 SNS를 통해 외국의 등반가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자가격리되어 외부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들이 SNS에 올리는 자료들은 지난날의 등반 사진이나 집 안의 싱크대나 탁자를 오르는 모습 등이다.

매년 해외 등반을 다니는 필자에게도 코로나19의 영향은 심각한 수준으로 다가왔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빙하국립공원이 폐쇄되어 등반이 금지되었으며, 이외에도 올해 계획했던 모든 등반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빌어본다.

 

저승봉의 보석이 알려질 그날까지

4월이 되면 본격적인 암벽등반의 시즌이 시작된다. 봄의 선선하고 온화한 날씨는 스포츠 클라이밍이나 볼더링을 위한 더없이 좋은 바위 컨디션을 만든다. 하지만 멀티피치 전통등반을 즐기기에 산은 아직 겨울의 냉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응달의 북면 바위는 더욱 그러하다. 일교차가 큰 봄에는 한밤중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낮에는 10도 이상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빛이 잘 들지 않는 북면 같은 곳은 기온이 영상까지 오르려면 오후가 되어야 한다.

지난 2014년에 저승봉을 개척한 이후 필자를 포함한 개척진은 매년 4월이면 루트 청소 및 점검을 해오고 있다. 사람의 손발이 닿는 바위는 이끼나 먼지가 쌓이지 않지만, 저승봉처럼 사람이 자주 등반하지 않는 바위는 먼지가 잘 쌓이고 이끼가 자라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부 나무가 많이 있는 곳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개척진은 이른 봄이면 바위에 매달려 흙속에 진주가 묻히지 않게 와이어 브러쉬로 먼지를 털어 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승봉의 보석을 발견할 때까지 그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에 이어 김우경(블랙다이아몬드), 이수항(파타고니아 앰버서더)씨가 이번 취재에도 동행했다. 다음 달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인 두 사람은 함께 등반하는 모습에서 언제나 알콩달콩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들은 저승봉을 매년 찾고 있으며 작년부터 〈트래드 클라이밍 페스티벌〉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취재진인 조근진씨까지 이 세 명의 젊은이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성향과 의견을 선배 등반가들에게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언제나 굳은 일을 맡아 하는 막내들이다. 또한, 몇 년 후부터는 <트래드 클라이밍 페스티벌>과 저승봉의 안전점검 및 청소 등을 선배들에게 물려받아 도맡아 할 소중한 저승봉의 후예로 성장하고 있는 청년등반가들이다.

 

전통등반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취재 첫날, 조근진씨는 몇 주 전 강풍으로 쓰러진 소나무로 인해 흙으로 덮인 루트를 청소했다. 필자는 아직 저승봉 정상의 마지막 피치 등반을 못해봤다는 김우경·이수항 예비부부와 함께 저승봉 정상으로 향했다. 통상적인 등반이라면 밑에서 시작하지만 이번 취재는 저승봉의 가장 매력적인 3피치를 소개 하고자 정상에서 하강해 마지막 피치 만을 등반하기로 했다. 저승봉의 마지막 피치들은 수직에 가까운 각도에 고정 확보물이 거의 없으며, 고도감 또한 뛰어나 전통등반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먼저 ‘늙은 제자 못난이 사부(3피치, 5.12b)’ 마지막 피치 등반 후 ‘천국의 계단(4피치, 5.12a)’ 4피치를 등반하기로 했다. 정상부에 있는 굵은 소나무를 이용해 마지막 확보지점으로 짧게 하강한 다음 다시 2피치로 하강을 했다.

‘앓던이(3피치, 5.11-)’와 ‘늙은 제자 못난이 사부’는 크랙 루트가 특히 발달해 있는 멋진 루트로, 다양한 크랙 등반 기술을 사용해 손맛을 제대로 느끼며 오를 수 있다. 늙은 제자 못난이 사부는 초입부에 수평 트래버스 후 크랙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후 네 동작 정도는 볼더링 스타일의 동작을 구사해야 하므로 다소 까다로울 수 있지만, 발동작과 크림프 언더홀드를 잘 이용하면 쉽게 동작을 파악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크랙에 진입하면 레이백 자세를 취하고 손 재밍이 잘되는 곳까지 과감하게 진행해야한다. 이후 확보지점까지 크랙이 잘 발달해 있으므로 망설이지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등반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옵셋 캠이 한 세트 있으면 좀 더 유용하지만 캐머롯 0.3~1호까지 2개씩이면 어려움 없이 등반할 수 있다.

‘천국의 계단’은 저승봉에서 가장 인수·선인봉과 비슷한 스타일의 루트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이 루트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전통등반 대상지처럼 크럭스 부분에 볼트가 설치돼 있어 볼트를 사용해 인공등반으로 오를 수 있다. 또한, 4피치를 제외하고 슬랩과 페이스가 주를 이루고 있고 볼트도 비교적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저승봉 적응을 위한 등반으로 추천한다. 하지만 자유등반으로 오른다면 상급자 루트이므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등반을 멈출 수 없다면, 여기 저승봉으로 오라!

저승봉은 벽의 각도가 가파르고 크랙을 따라 대분의 루트들이 개척되어 있다. 비교적 난이도가 있는 등반지이므로 저승봉을 찾는 등반자는 기본적으로 힘이 밑바탕 되어야 저승봉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특정 부분만 어렵고 그곳을 지나면 긴장감이 풀리는 일반적인 루트와 달리 저승봉의 루트들은 전체적으로 지구력과 긴장감을 요구한다.

또한 저승봉은 스포츠 클라이밍처럼 다양한 동작의 등반을 즐길 수 있는 등반의 재미가 확실한 곳이다. 하지만 자신이 설치한 확보물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즐거운 등반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루트는 마지막 피치가 가장 어렵다. 이 경우, 정상에서 하강해 충분히 동작을 익힌 다음 다시 아래부터 등반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번에 함께한 취재진이 저승봉에 대한 느낌을 써주어 아래에 함께 적어본다.

 

저승봉은 내게 무서운 등반지이기도 하지만 나의 등반 영역을 확장해주는 학교 같은 곳이다. 인수, 선인봉에도 멋진 크랙들이 있지만 슬랩을 넘어야만 크랙에 붙을 수 있다. 그에 반해 저승봉은 시작부터 크랙들이 있어 도전 의식이 생긴다. 저승봉에서 꾸준히 크랙 등반을 하고, 슬랩 실력도 키워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바위를 오르고 싶다. (글 · 김우경)

 

저승봉을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새로운 등반 스타일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 손과 발 또는 몸을 어디엔가 끼웠을 때 안정감을 느끼시는 분, 남이 설치한 볼트를 잘 못 믿으시는 분(확보물을 직접 설치하실 수 있습니다), 일상이 따분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신 분, 입맛이 없으신 분(등반 후 없던 입맛이 돌아옵니다), 온 에너지를 다 쏟아 붓는 등반을 해보고 싶으신 분. (글 · 이수항)

 

요즘 유행하고 있는 등반은 즉각적이고, 재미있고, 안전하며, 스포츠적 행위에 많은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저승봉의 등반은 반대다. 등반지는 비교적 멀고, 준비 과정도 많다. 실수에 대한 책임과 결과도 크게 감당해야 하는 진정한 ‘모험’이 있는 곳이다. 어떤 이들은 저승봉이 이름처럼 위험하고 두렵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저승봉의 태생이 그런 것을!

그렇다고 저승봉의 야생을 죽여 가며 등반한다면 그 가치는 사라진다. 등반은 적응하기 나름이다. 반복을 하다 보면 어려움과 공포심은 저절로 작아진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피하지 말고 도전하여 극복하는 것이다. 저승봉을 자주 찾아 등반하다보면 어느새 성장해있는 자신의 모습에 놀랄 것이다.

저승봉의 멀티피치 루트 4개 코스를 하루에 모두 자유등반으로 오를 수 있다면 한국의 전통 등반지의 대부분의 루트는 물론 요세미티 등 유명 해외 등반지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실력이 될 거라 장담한다. 저승봉을 놀이터로 만들어보라!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대양을 헤엄치는 고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온 나라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등반을 멈출 수 없다면,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저승봉 같은 한적하고 조용한 암장을 찾는 건 어떨까?(글 ·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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