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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종주산행

르포2 _ 금암산~남한산

 

진달래 능선 위로

한반도의 대서사시가 흐른다

 

남한산(南漢山·522m)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다. 고도가 높지 않은 주변 산들이 부드러운 능선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며 평원을 감싼다. 능선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트이고, 서울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 청량산에서 동쪽 남한산으로 이어지는 남한산성을 따라 걸으며 한반도의 역사를 만난다.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서울의 동남쪽에 경기도 광주, 하남, 성남에 걸쳐있는 남한산에는 천혜의 요새 남한산성이 있다. 사면이 외부의 공격을 막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삼국시대부터 성을 쌓았다고 전해지며, 지금의 남한산성 모습은 조선 시대 인조와 숙종 때 갖추어졌다. 일제강점기 직전 일본군에 의해 일부 훼손되었지만, 이후 복원사업을 거쳐 1971년 3월 경기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2014년 6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남한산 종주산행, 위례둘레길

남한산성을 따라 종주산행을 계획했다. 금암산을 시작으로 남한산~벌봉~객산을 오르는 약 16km의 코스다.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능선을 따라 가벼운 오르막내리막이 이어지는 무난한 등산로가 이어져 6시간을 목표로 오전 11시경 산행을 시작한다.

정수장 후문 들머리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다. 버스정류장이 입구 바로 앞에 있어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자차를 이용하는 경우, 등산로 바로 건너편 도로에 일렬로 3~4대의 차를 세울 수 있으나, 주차금지구역이다. 벌금 및 견인의 위험이 있으므로 근처 마을의 주차장이나 상가에 차를 세우고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들머리로 이동해야 한다.

나무계단으로 시작하는 들머리 바로 옆으로 웅장한 안내도가 우뚝 서 있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오늘 계획한 코스와 똑같은 루트에 ‘위례둘레길’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다. 위례둘레길은 이성산성 구간을 포함하는데, 들머리 반대편 길 건너에서 이성산성으로 갈 수 있다. 정수장 후문에서 이성산성까지의 거리는 약 1km다.

“오늘 드레스코드가 진달래였군요!”

나무계단을 오르자마자 등산로가 시작되면서 취재진 앞으로 분홍빛 진달래가 펼쳐진다. 정종원 기자의 진보라색 재킷이 분홍의 진달래 사이에서 예쁘게 도드라진다. 등산로는 가파르지 않고 길이 선명하게 보이는 잘 정돈된 길이다. 등산로에는 진달래 외에도 다양한 꽃과 나무가 가득한데, 국수나무, 생강나무, 산벗나무, 때죽나무, 팥배나무, 개암나무 등 곳곳에 나무의 이름과 설명이 적힌 작은 표지판들이 있어 하나하나 관람하며 산행을 즐기기 좋다.  

지난 1927년, 남한산성 안의 사람들은 ‘남한산 금림조합’을 결성하여 남한산의 숲을 보존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산림감시원 50명을 선발하여 매일 6명씩 교대로 산림을 감시하도록 했는데, 그 노력의 결과로 남한산성과 주위 산들의 귀중한 생태문화자원을 지키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적당한 오르막 산행을 즐기며 주위의 나무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금암산(金岩山·322m)에 다다른다. 들머리를 떠난 지 1시간여 만이다. 금암산은 남한산성과 이성산성 정중앙에 위치하는 산이다. 바위가 많고 바위색이 비단색을 띄고 있다하여 금암산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바위가 얼기설기 얽혀있어 ‘얼기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상에서는 위례신도시와 케슬렉스CC 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한 도심의 빼곡한 고층건물들이 회색빛 풍경을 만들고 멀리 북한산 능선이 보인다. 정상석 옆으로는 나무벤치가 있어 편히 앉아 서울의 도심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역사가 서린 남한산성

금암산 직전 잠시 가팔랐던 오르막은 이후로 한층 무난해진다. 잔잔한 등산로가 남한산성 성곽을 만날 때까지 이어진다. 금암산과 남한산성 사이의 등산로는 진달래가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진달래 군락이 수십 미터 이어지며 오고가는 등산객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분홍빛 꽃의 향연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남한산성 서문에 다다른다.

남한산성 서문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서려있다. 병자호란(1636~1637년)때 조선의 16대 왕 인조는 남한산성에 피신했다. 계속된 항전에도 불구, 인조는 결국 남한산성 서문을 열고나가 47일 만에 청나라에 항복하면서 신하 500여 명을 이끌고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 홍타이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문을 지나 성곽길을 따른다. 성곽길은 남한산까지 쭉 이어진다. 본격적인 산성산행이 시작되자 점차 등산객이 북적인다. 접근성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세계적인 유산이자 국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의 상춘객이 많다. 서문에서 좌측 성곽을 따르지 않고 우측으로 빠지면 청량산으로 갈 수 있다.

서문을 떠나 20여 분만에 북문을 지난다. 남한산성에는 동서남북 4개의 대문이 있는데, 그중 북문은 병자호란 당시 성문을 열고나가 기습공격을 감행했던 문이다. 싸움에 패하지 않고 모두 승리한다는 뜻에서 ‘전승문’이라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남한산성을 따라 걷는 산행은 역사가 함께 한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산성의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어 꼼꼼히 둘러보면 남한산성과 한반도의 지난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북문 이후부터는 오르막 계단길이 이어지면서 해발 500여 미터까지 고도를 높인다. 남한산으로 가는 길은 우측으로 일정 거리마다 벤치가 있어 쉬어가며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 좌측으로는 분지 형태의 주변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금암산에서 남한산과 객산으로 둥근 능선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넓은 평원이 있다. 평원 너머로는 멀리 예봉산과 예빈산이 보인다.

남한산은 사방이 평지인 탓에 밤보다 낮이 길다고 하여 주장산(晝長山) 또는 일장산(日長山)이라고도 불리었다. 이에 따라 남한산성을 주장산성(晝長山城)이라 쓰기도 하였으며,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남한산성이 일장산성(日長山城)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후 3시 20분, 남한산 정상에 도착한다. 남한산은 위례둘레길에서 우측으로 200m 정도 벗어나 오르막을 조금 더 올라야 한다. 남한산성 주위의 산 중 가장 높은 산이지만, 남한산 정상은 비교적 정돈되어 있지 않다. 좁은 등산로 옆에 덩그러니 작은 정상석 하나가 세워져 있고 주위로는 마른 낙엽과 잡초가 무성하다. 넓은 터와 벤치가 있는 금암산과 객산 정상과 비교된다. 정상에서는 멀리 운길산이 보인다.

 

오솔길로 이어지는 능선산행

남한산 정상에서 왔던 길을 돌아 위례둘레길로 간다. 둘레길에서 조금 떨어진 탓에 등산객이 잘 찾지 않는지, 둘레길~남한산 구간은 등산로가 거칠고 정돈되지 않았다. 천천히 바위 계단을 내려가다 벌봉을 만난다. 둥글고 웅장한 바위인 벌봉은 암문 밖에서 바위를 바라보면 벌처럼 생겼다 하여 벌봉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취재진도 이리저리 돌아보며 벌의 모습을 찾아본다.

“여기서 무당들이 제사를 많이 지낸다고 하더라고.”

벌봉을 돌아보면 뒤쪽 아래로 작고 평평한 지대가 보인다. 전해지는 말로는 벌봉은 특별한 기운이 있어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면 용하다고 한다. 병자호란 때 홍타이지가 ‘정기가 서려 있는 벌봉을 깨트려야 산성을 함락시킬 수 있다’고 하여 이 바위를 깨트리고 산성을 굴복시켰다는 전설도 있다. 벌봉에 오르면 남한산성 서쪽 내부와 동쪽 성벽이 훤히 내려다보이지만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고 암벽등반을 하듯 기어올라야 하므로, 아래에서만 지켜보는 게 좋다.    

벌봉을 지나 객산으로 향한다. 남한산을 오르내리며 가팔랐던 등산로는 벌봉 이후로 다시 잔잔해진다. 등산로도 잘 정돈된 걷기 좋은 길이다. 잔잔한 능선을 산책하듯 걸으며 남한산의 다양한 나무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남한산부터 객산까지는 5km 거리지만, 2시간이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오후 5시, 객산에 도착한다. 객산은 정상이 마치 헬기장처럼 넓고 평평하다. 정상석 주위로 진달래가 가득하고, 정상석 뒤로는 도심 조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넓은 터에는 덩그러니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있고, 옆으로 나무 벤치가 있어, 등산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샘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이들 중에는 가벼운 객산 원점회귀 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길고 긴 위례둘레길의 마무리는 살랑살랑 가벼운 산행이다. 객산 정상석을 지나 5분 정도 잠시 내리막을 따르면 이후 등산로는 산책로같이 완만한 오솔길이다. 남한산성~객산 구간에서 잠시 뜸했던 진달래도 다시 등산로 곳곳에서 만발한 자태를 뽐낸다. 30분 정도 평탄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이 이어져 지루해질 때쯤 울창한 소나무 숲에 들어선다. 초록의 울창한 활엽수와 분홍의 진달래가 어우러진 모습이 지친 몸과 마음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객산을 떠난 지 1시간 만에 위례둘레길의 끝, 철제계단에 다다른다. 계단을 내려가면 말머리 샘재다. 계단 우측으로는 바로 중부고속도로가 있어 달리는 자동차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들머리와 마찬가지로 등산로는 도로에서 끝난다. 등산로입구에서 좌측으로 100m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다. 역사가 서린 남한산성을 뒤로하고 버스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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