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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길

 

금빛 억새 춤사위, 따라비오름!

갑마장을 거느린 바람의 고향

글 사진 · 이승태 편집위원

 

“어느 오름이 제일 좋아요?”

제주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자주 묻는, 나를 난처하게 하는 질문이다. 열 개를 꼽으라면 그나마 고민하며 답을 하겠는데, 한두 개는 어렵다. 계절마다 다르고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게 오름이다. 산도 그렇겠지만 제주 오름은 특히 계절적이거나 환경적인 분위기를 많이 탄다. 그러나 사철 아무 때나 올라도 베스트인 오름이 있다. 내겐 갑마장을 끌어안고 있는 가시리의 따라비오름이 그렇다.  

‘제주 어딘가에는 분명 바람을 만드는 공장이 있을 거야!’ 제주를 자주 찾는 한 친구는 갈 적마다 이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제주는 바람의 땅이다. 제주를 여행하다가 수시로 또 시도 때도 없이 이 바람을 만났다. 명성 자자한 제주의 바람을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곳을 나는 안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중산간 마을 가시리(加時里)다. ‘시간을 더하는 마을’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이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름인가! 뱅듸를 훑고 지나는 바람처럼 날것 그대로의 제주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가시리에 따라비오름이 있다.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거느린 오름의 대부

“가시리는 바람 불 때 아름답다”고 한 어느 예술가의 말이 생각난다. 이 ‘아름다운 가시리의 바람’을 만나는 곳이 마을 북쪽에 솟은 따라비오름이다. 억새가 뒤덮은 따라비오름은 찾을 때마다 바람이 연출해 내는 온갖 아름다운 퍼포먼스로 가득했다. 바람결 따라 뒤척이는 은빛 억새의 춤사위가 그토록 환상적인 곳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따라비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오름을 온통 뒤덮은 묵은 억새대궁 사이로 푸릇푸릇 돋아나는 새싹의 설렘은 말할 것 없고, 사방으로 오름을 감싸며 펼쳐진 드넓은 화산평야를 따라 번져가는 제주의 봄 빛깔은 차라리 말을 잃게 만들었다.

따라비 능선에 설 때마다 어느 오름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에 압도당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움푹움푹 파인 네 개의 크고 작은 굼부리가 한 오름 안에 들어선 모양새가 그야말로 희한해서다. 동서로 마주 선 두 봉우리를 남쪽 능선이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북쪽으로는 아예 트이며 키를 낮춘 여러 봉우리가 연이어진 모습은 아무리 봐도 마냥 좋았다.

제주를 사랑해서 제주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故 김영갑씨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오름이 이곳 따라비다. 따라비오름과 서쪽의 큰사슴이오름[대록산] 사이 벌판인 갑마장에 그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카메라에 담아오던 광활한 억새밭이 있다. 근래엔 이 갑마장을 따라 청정 섬 제주를 상징하는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또 다른 볼거리가 되었다. 최근 풍력발전기 아래의 드넓은 면적에 태양열집열판이 설치되며 시커먼 풍광으로 바뀌어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따라비오름은 368개나 되는 제주의 오름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다. 크고 작은 여러 분화구가 한 오름에 모여 있는 모습은 물론, 오름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풍광 또한 감동적이다. 게다가 경사가 부드럽고 오르내리는 길 대부분이 초지대로 이뤄져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이 오름에 ‘따라비’라는 아주 독특한 이름이 붙은 것은 이웃한 오름들 때문. 동쪽의 알오름을 품고 있는 어머니 모지오름과 장자오름, 북쪽의 새끼오름이 따라비오름과 더불어 마치 한 가족처럼 보여서다. 이 오름들 사이에서 가장격이라 하여 ‘따에비’라 하던 것이 ‘따래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 모지오름과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형국이라고 여겨 ‘땅하래비’라 했다는 등 이름과 관련해 별별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래서 한자로는 지조악(地祖岳)이라 쓴다.

 

600년 제주 목축문화의 유적이 가득해

옛사람들이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고 했을 만큼 제주는 말의 땅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주말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가시리다. 가시리는 화산평야를 배경으로 한 제주의 목축문화를 선도해나갔던 지역이다. 따라비오름 서쪽으로 펼쳐진 이 광활한 초원을 무대 삼아 조선 최대의 산마장[개인 목장이던 사마(私馬)목장]인 녹산장과 우수한 말들만 따로 길러 진상했던 국영목장인 갑마장(甲馬場)이 설치되었다. 200만 평에 달하는 이곳에서 지금은 가시리 마을의 공동목장이 운영되고 있다. 개인이 아닌 마을 소유의 공동목장은 제주에서도 흔치 않다고 한다.

가시리는 600년이 넘는 제주 목마장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적들이 풍부하다.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잣성을 비롯해 목감막 터와 목감집, 급수통, 목도 등이 지금도 살아남아 견고한 땅의 유전자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갑마장을 에두른 ‘갑마장길’을 따라가면 이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갑마장길은 갑마장을 에두르는 길이다. 해발 90~570m의 제주 동부 중산간, 가시리 일대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잣성을 따라 목장과 초지를 지나고, 따라비오름과 대록산을 포함해 몇 곳의 오름에 올라 평원을 굽어보며 제주의 목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여정이다. 가시리 주변 13개 오름 중 8개의 오름을 갑마장길이 지난다. 보통 걸음으로 7시간쯤 걸린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조랑말체험공원을 출발해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행기머체를 지나 조랑말체험공원으로 돌아오는 10km쯤의 ‘쫄븐 갑마장길’도 있다. 3시간 반쯤 걸린다. ‘쫄븐’은 ‘짧은’이란 뜻의 제주어다.

 

제주에서 만나는 가장 화사한 봄빛, 녹산유채

봄날의 가시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녹산로를 따라 핀 유채꽃이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가시리 녹산로’는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이다. 가시리사거리에서 조랑말체험공원과 정석항공관을 지나 대천동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길은 그야말로 ‘길 멀미가 나지 않는’ 환상의 코스. 이곳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채꽃길로, 3월부터 피는 유채꽃이 봄이 끝나기까지 녹산로를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4월 초순이면 노란 유채꽃 위로 하얀 벚꽃도 만개해 녹산로 10킬로미터는 그야말로 천상의 꽃길이 된다. 그 누구랑 걸어도 절로 사랑이 싹틀 것 같은 길.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팍팍하던 마음도 한없이 여유롭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드라이브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편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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