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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하강 <중>

 

설악의 숨은 폭포를 찾아서

 

이번에는 국사대폭포와 갱기폭포, 허공다리폭포 그리고 두줄폭포에서 폭포 하강을 즐겼다. 폭포를 맞으며 하강하는 일은 여전히 위험하고 그래서 짜릿하고 그래서 설레는 등반이다. 국사대폭포는 평소에는 물줄기가 거의 없지만, 비가 많이 내려 물줄기가 굵어지면 훌륭한 폭포 하강 등반지가 된다.

글 · 최수찬(J3클럽) 사진 · 최수찬 이문수 이규상 이미주

하강 기술 및 자문 · 박준흠 배병만

 

폭포 하강 시 점프는 금물

“선생님 폭포의 높이가 대략 얼마입니까?”

“첫 피치는 80m, 두 번째가 50m 정도 되네.”

“저희는 하강을 하려고 합니다.”

“로프가 짧으면 어찌 할 것인가?”

“백업해서 로프를 연결하려고 합니다.”

국사대폭포 자료를 찾아보니 김용기 선생님께서 빙벽으로 올랐던 기록이 있어 직접 전화를 드렸다. 김용기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선생님께서 한국의 암벽에 관한 책을 5권이나 내신 것을 알게 되었다.

소토왕골 암장에 들어가서 암벽교육을 마치니 더워서 더 이상은 등반을 할 수 없다. 국사대폭포에서 폭포수를 맞으며 하강하기로 한다. 난이도 높은 빙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소토왕골로 끝까지 올라가면 안락암이 나온다. 국사대폭포는 안락암 아래에 있다. 폭포를 찾기도 힘들고 찌는 듯한 더위에 폭포 상단까지 땀을 얼마나 흘렸을까. 드디어 폭포 상단에 가 보니 확보 볼트가 있다. 얼마나 감사한지.

장비 세팅을 하고 먼저 나와 이미주씨가 션트로 백업해서 하강한다. 두려움 속에 폭포수를 원 없이 맞으면서 내려가니 사람이 10명 이상 움직일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 로프를 확인해보니 딱 30m만 내려왔다. 100m가 남은 셈인데 난감하다. 일단 이규상과 이문수씨가 1차 하강 후 70m와 60m 로프를 연결해 볼트에 확보한다. 폭포수가 떨어지는데 오버행이라 다행이다. 그래도 내려오면서 이미 폭포수를 많이 맞아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다.

잠시 하강하다 쉬면서 두 팔을 털기도 한다. 이게 백업의 좋은 점이다. 조금 쉬고는 신속히 둘이 내려간다. 70m 내려오니 오른쪽에 소나무가 보인다. 그리고 딱 70m로 이동할 수 있겠다. 소나무에 60m 로프를 걸고 나머지 30m까지 하강한다. 하강을 마치고 동료들에게 하강 포인트를 이야기해 준다. 70m 내려온 후 무조건 오른쪽 소나무로 붙으면 로프가 걸려 있다고. 이규상씨가 먼저 내려오고 다음에 이문수 씨가 내려온다. 그런데 하강하면서 점프를 한다. 물이 묻은 로프는 바위에서 하중이 걸려있기에 점프를 하면 하중을 더 받아 손상이 심하다.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나머지 30m를 내려온 후 계속된 무명폭포 30m를 3개 더 하강한 후 소토왕골로 내려와 국사대폭포 하강을 마무리한다. 국사대폭포는 평소에는 물줄기가 없다. 최근 설악산에 폭우가 연일 쏟아져 물줄기가 장쾌했다.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

 

선하강자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설악산에 들었다. 이 시기는 성수기라서 숙소가 아주 비싸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설악동 근처에 3일을 예약했다. 100m 2동, 70m 2동, 60m 2동, 신발은 4켤레를 준비했다. 물이 묻은 비너들은 금방 녹이 슬어서 WD-40도 준비했다.

몽유도원도 리지 등반 허가를 받고 가볍게 암릉을 즐겼다. 안산까지 넘어가 갱기폭 상단을 향하는데 비가 쏟아진다. 기상청에서 250mm 온다고 하는데 오후부터 비가 겁날 정도로 쏟아진다. 상단까지는 비가 얼마 오지 않았는데 비가 쏟아지니 폭포수량이 엄청나다. 하강할 것인가, 돌아설 것인가. 어렵게 왔으니 하강하자는 의견. 상단에 가보니 나무 확보에 링이 걸려 있다.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최대한 폭포 떨어지는 곳으로 붙는다, 100m 로프를 던지는데 그 굉음이 웅장하다. 두 동을 모두 던지고 나서 이미주씨와 하강대에 선다. 수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한 물을 피하면서 하강하기로 한다.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순간. 긴장한 채 출발하지만 5m만 내려가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살기 위한 전투를 벌이는 기분이다.

내려갈수록 수량이 대단하다. 물을 맞을 때는 머리를 들 수 없다. 100m 정도 내려갔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로프가 짧다. 난감하다 수량은 자꾸 불어나는데. 더 큰 문제는 무전기 배터리가 켜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하강이 끝난 후 역할 분담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스템을 개선한다. 여기서 선하강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선하강자인 나도 60m 로프를 위에 두고 왔다. 이미주씨과 나랑 10m 차이가 난다. 로프를 연결할 때 내 쪽이 짧게 이어졌다. 이미주씨를 테라스까지는 아니라도 물을 피할 수 있고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곳에 내려주고 대기시킨다. 나는 한 줄을 포기하고 이미주씨 로프를 션트로만 백업해서 줄을 잡고 같이 내려간다. 그래도 30m가 짧다. 가지고 있는 슬링을 다 연결하니 10m가 조금 넘는다. 홀더가 좋은 곳을 거쳐서 내려가려고 한다. 일단 슬링에 의지해 내가 10m를 더 내려간 다음 이미주씨한테 로프를 전달한다. 내가 있는 곳까지 겨우 내려온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내가 바위 쪽으로 내려갈 테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물에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썰매를 타듯이 5m 정도를 내려가는데 순간 사고인가 싶었다. 사고는 아니었고 당사자도 괜찮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는 홀더가 쉬워 그냥 내려간다. 다시 한번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선하강자의 자만이 가져온 잘못이다.

뒤에 내려오실 분들에게 전화를 해 60m 내려오면 확보 지점이 있으니 60m 지점에서 자일을 회수하거나, 회수가 안 되면 그냥 외줄로 내려오라고 전한다. 그런데 이문수씨와 이규상씨가 그냥 내려온다.  나와 같은 상황이 된다. 마침 슬링을 한줄에 메어놓아서 이규상씨가 먼저, 이문수씨가 나중에 내려온다. 폭포의 수량이 늘어 확보 없이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해 내가 다시 올라갔다. 로프를 회수하려고 해도 내려오질 않는다. 비는 계속 폭우고 할 수 없이 내가 다시 갱기폭포 상단까지 배낭을 풀고 올라간다. 하중을 얼마나 받았는지 연결매듭이 안 풀린다. 마침 칼을 가지고 있어 그냥 로프를 절단한다. 내려갈수록 골짜기 물이 급속도로 불어나서 능선으로 우회길로 빠르게 하산한다. 이번 하강하면서 서로의 역할 분담, 선하강자의 준비와 마음가짐 등에 대해 큰 경험을 했다.

 

산우님들을 추모했던 폭포 하강

별따는소년 리지 암벽으로 들어가는데 비가 온다. 루트가 미끄럽고 해서 그냥 하강해서 내려온다. 태풍도 올라온다고 하니 허공다리폭포로 빨리 하강하기로 한다. 허공다리폭포는 2015년 10월에 사진을 촬영하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시신이 10일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이때 시신을 찾기 위해 설악산에 몇 번 들어간 기억이 있어서 먼저 가신 산우들을 위해 소주를 뿌려 넋을 달랜다. ‘부디 극락왕생하십시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태풍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급히 서둘러 하강 시스템을 설치하려 하는데 왼쪽 큰 나무밖에 없다. 폭포 상단이 엄청 미끄러워 주의를 기울인다. 확보를 한후 70m 2동을 연결해서 던져본다. 굉음을 내면서 빠른 속도로 내려간다. 혹시 로프가 짧을까봐 목에 40m 로프를 걸고 내려간다. 먼저 이미주씨와 내가 동반하강을 한다. 아이젠을 신고 2m 내려갔는데 오버행이다. 폭포수가 떨어지는데 과감하게 폭포 속으로 들어간다. 오른쪽은 더 경사가 심해 할 수 없이 폭포수와 비를 맞으면서 하강을 이어간다. 되도록 물이 적은 곳을 골라 하강을 무사히 마쳤다. 폭포수를 맞은 건지 비를 맞은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허공다리폭포의 수량은 대단했다.

2번째 하강자 이규상씨가 물이 없는 곳으로 하강한다. 코스를 알고 있는 나는 폭포수가 많은 곳으로 들어가라고 외친다. 이규상씨가 폭포 속으로 과감하게 들어간다. 나는 연속으로 셔터를 누르고 이미주씨는 동영상을 촬영했다. 모두 무사히 하강을 마쳤다. 마지막 이문수씨가 시스템을 정리한 후 폭포 하강을 마무리했다.

하강 기념으로 사진도 담고 하산을 시작한다. 태풍으로 인해 계곡물이 엄청 불어나고 있다. 허공다리폭포에서 먼저 가신 산우님들을 위해 추모한 것이 조금은 위안으로 남는다. 앞으로 허공다리폭포에서 실족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태풍 속의 폭포 하강을 마친다.

 

초심자가 도전하기 좋은 폭포

소토왕골 암장에서 암벽 교육을 하다가 너무 더워서 두줄폭포를 하강하러 올라간다. 시원한 물줄기가 절로 생각나는 더위 속에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두줄폭포 상단으로. 이번에는 춘천의 선배 암벽팀과 함께 하강한다. 인원이 10명이다 보니 시스템을 80자 두 줄 하강, 100자 2동으로 두 명씩 하강하기로 한다.

10m쯤 내려갔을까, 너무 미끄럽다. 하강하면서 폭포 물맛도 보니 위에서 다들 빨리 내려가라고 농담으로 야유를 보낸다. 미끄러우니 텐션을 많이 주면서 하강하라고 한다. 이미주씨와 함께 하강하는데 아니나다를까 밑에서 로프가 엉켜있다. 로프를 풀고 하강을 완료한 후 신호를 보낸다.

두 번째는 춘천에서 오신 이용희 선배님과 노정연씨, 이 분들은 푸르지크 매듭으로 하강했고, 채종복 선배님은 외줄로 하강하시는데 폭포 하강은 처음이시라서 조금은 불안하게 내려오신다. 미끄러워서 고전을 많이 하셨다. 아이젠을 신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명숙 선배님과 이충석 선배님이 같이 하강한다. 최명숙 선배님은 발목 수술이 잡혀있는데도 꼭 해보고 싶다고 참석하셨다. 대단한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 다음은 춘천의 오흥서 선배님과 박영아씨 차례. 동반하강 하는데 역시 부부라서 호흡이 척척이다. 마지막으로 이규상씨와 이문수 형님이 하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인원이 많다 보니 하강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상치 못했던 일도 있었지만 모두들 무사히 폭포 하강을 마치고 식사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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