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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문의 벽 _ 용화산 새남바위

 

끝내주는 크랙 위로 한 마리 새처럼 날아오르리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꼭 10년 만에 용화산을 찾는다. 5월 13일 월요일 아침 7시, 남양주 공설운동장 주차장에서 ‘용화산 큰고개 주차장’으로 네비게이션을 맞추고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춘천으로 향한다. 그동안 춘천에는 외곽도로가 개설되었다. 이제는 시내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더욱 가까워졌다. 교통 체증이 없다면 서울에서 2시간이면 용화산 큰고개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큰고개 주차장에서 도보 15분이면 등반 시작 지점에 닿을 수 있다.

 

용화산 마담을 만나러

오래전에 용화산을 대표하는 루트인 ‘거인길’과 ‘용화산의 전설’ 외에도 몇몇 루트를 등반해봤었다. 등반선은 훌륭하고 좋았지만 확보물이 불량하고 풀과 흙으로 가득해 흥미롭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10년 만에 용화산을 찾은 건 전 사람과 산 기자이자 후배 등반가인 민은주씨의 블로그를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끝내주는 크랙이 있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글은 읽는 내내 그곳에 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했다. 원래 글이 좋은 것도 있지만 함께 첨부된 사진을 보니 등반선이 괜찮아 보였고, 크랙 등반 대상지로 좋은 곳이라는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구조물이 몇 개 더 생긴 것을 제외하고 접근로가 기억이 났다. 새남바위를 한번 올려다보고 장수바위 아래 동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20년 전, 등반과 일을 함께해 인연이 되었던 선배의 동판 앞에서 잠시 묵념을 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 추억이 흐려졌지만, 유난히 빙벽을 좋아했었던 선배의 유품인 아이스 액스를 지금도 필자가 가지고 있다. 등반장비의 발전으로 지금은 골통품이 되어 더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올겨울에는 아이스 액스를 얼음에 한번 휘둘러 빙벽을 올라 보아야겠다. 장비든, 추억이든 시간 앞에 무뎌지지 않은 것이 없다.

이번 취재에서는 용화산의 최고 인기 루트인 ‘거인길’과 ‘용화산의 전설’은 등반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많은 정보와 등반자들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오늘 등반을 함께하는 등반가는 ‘거인길’을 개척한 타이탄 산악회의 회원이기도 한 이명희(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씨, 성남시에서 실내 암벽장을 운영하는 박희용(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씨다. 박희용씨는 지난해 여름에 왔을 때 ‘마담길’을 짧게 등반해보고 그 여운이 많이 남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마담길 등반 준비를 하는 동안 필자는 강원대 산악부에서 개척한 장수바위 뒤쪽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낡은 확보물이 보였지만 정확한 루트 개념도가 없어 어느 루트인지 알 수 없었다. 2피치 정도로 보이는 등반선은 중간쯤에 나무가 자라 이후는 잘 관찰되지 않았고, 핑거와 핸드 크기의 수직 크랙은 하단부에 박힌 볼트를 제거하고 확보 지점만 보수한다면 훌륭한 루트로 다시 태어날 것 같았다. 더이상 등반하지 않는 루트에는 등반자를 대신해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루트 보수에 임하는 등반가의 자세

루트 보수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열정과 고된 노동이 들어가는 일이다. 한번이라도 바위에 매달려 청소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지난달 소개한 저승봉 개척의 기억도 대부분 청소에 관한 일들이니 말이다.

필자에게 있어 루트 보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는 것이다. 루트의 원형 보다 많은 확보물을 설치하거나 등반선 자체를 변형해 등반성을 후퇴시키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그것은 개척자들에 대한 존경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존중이기도 하다. 또한 사용 가능한 확보물은 교체하지 않고 인증된 제품을 사용해 확보물 교체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볼트를 한 번도 설치 해보지 않은 등반자는 바위에 볼트를 박기 전에 콘크리트 등에서 충분히 설치 방법을 숙달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 수준의 등반능력과 등반경험을 가진 등반가가 루트를 보수를 했으면 한다. 아무튼 루트를 보수하는 것은 잘해야 본전인 일이지만, 보수한 루트에서 다시 등반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일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타인이 만든 루트를 보수하는 것은 개척과 달리 좀 예민한 부분이 있다. 개척과 동시에 등반 루트 관리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가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등반 문화이다. 개척자와 개척 산악회가 루트를 보수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우선 개척자를 찾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절차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개척자를 찾아도 현재 등반하지 않거나 보수에 대한 의지나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다. 부정적 인식은 몇몇 사람들의 개인적 등반 성향에 따라 루트가 변형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면서 생기는 거부감에서 오는 것 같다.

최근 들어 개방된 루트에 대해 모든 등반가의 공유물이라는 인식이 많이 생겼다. 개척한 사람이나 산악회라 할지라도 함부로 변형해서는 안 되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이러한 의견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등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루트를 내고 싶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필자도 루트를 개척하거나 사장된 루트들을 요즘 시점에 맞게 개수하는 일을 많이 해왔다. 최근에 등반성이 좋지 않고 등반선이 자연스럽지 못한 곳까지 무분별하게 개척되는 루트들은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이전에 볼트 없이도 등반되던 곳에 볼트를 박아 놓고 개·보수했다고 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훼손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글을 쓰는 건 누군가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도 이러한 실수를 했기에 경험을 공유함으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암벽을 아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매끈한 스플리터 크랙

등반 준비를 마친 박희용씨가 선등으로 마담길을 출발한다. 1피치 등반선은 크랙을 따라 오르는데, 박희용씨가 가볍고 매끄럽게 등반을 진행해 나간다. 1, 2피치를 연장해 등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처음 가는 길이고 등반을 아낄 요량으로 1피치 확보지점에서 피치를 끊었다.

필자는 지난달에 손가락을 다쳐 이번 취재는 주마링으로 루트를 오르려 했는데, 두 사람의 등반을 보고 있으니 이내 마음이 바뀌어 암벽화를 신었다. 불편한 손으로 등반했지만 곧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피치 볼트따기 인공등반이 마담길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이 부분만 자유등반으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크랙이 끝나는 곳에서 자유등반을 시도해 볼 요량으로 루트를 살펴보았다. 부상 중인 손가락을 보며 이내 단념했지만, 언젠가 다시오면 한 번 시도 하겠다 생각했다.

마담길은 3피치가 클라이맥스다. 핑거에서 시작해 핸드 사이즈까지 있는 30미터가 넘는 스플리터 크랙으로 난이도는 5.10+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끈한 등반선이다. 링락과 씬핸드 사이즈 재밍을 연습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루트라 크랙 등반을 시작하는 등반가들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은 루트이다. 3번째 피치에 있어 다소 연습하기에는 불편하겠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다. 기본 캠장비에 0.5~2호까지 2~3개이면 볼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등반이 가능할 정도로 캠 설치가 잘 되는 곳이다.

박희용씨와 이명희씨가 번갈아 가며 등반하는 모습이 부러울 뿐이다. 필자도 저 잘생긴 크랙을 선등으로 오르고 싶었지만 행여 다친 손가락이 다시 부상을 입을까 봐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 진정시켰다. 이번 취재로 새남바위가 새롭게 보인다. 조만간 다시 이곳을 찾아 미처 오르지 못했던 곳을 올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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