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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숲길

 

모름지기 ‘오름’이란 이런 것!

제주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

글 사진 · 이승태 편집위원

 

일반적인 산과 달리 화산체인 제주 오름의 가장 큰 특징은 분화구다. 대부분의 오름이

폭발의 흔적인 분화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서 볼 때는 그냥 부드러운 산등성이 같아서

오르지 않고 분화구의 실체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 중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다랑쉬오름은 특별하다. 삼각뿔 모양의 외관은 물론 정상부의 커다란 분화구까지,

화산체의 전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손꼽힌다.

 

화산섬 제주에는 기생화산인 오름이 368개나 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에 기대어 살다가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살았을까!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고, 각 오름에는 제주의 신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여겼으며,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다.

 

두 시간의 행복

그나저나 360개가 넘는다니, 어느 오름부터 올라야 할까? 제주시 북동쪽에 솟은 ‘다랑쉬오름’은 지척에 있는 용눈이오름과 함께 ‘오름 답사 1번지’로 통한다. 지질과 지형학적인 가치가 매우 높고 경관과 생태적 특성이 빼어나 제주 오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적합해 오름의 랜드마크로 뽑혔으며, ‘오름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제주를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하는 오름이 용눈이와 다랑쉬다.

오름 입구에서 정상부 능선까지는 가파른 사면을 가로지른 지그재그형의 탐방로를 따라 20분쯤 걸리고, 1.5km미터가 넘는 원형의 분화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도 30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랑쉬오름 탐방은 최소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부록처럼 붙어 있는 아끈다랑쉬오름과 4·3유적인 다랑쉬마을 터, 다랑쉬굴까지 다녀오려면 반나절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탐방로 들머리는 빼곡한 삼나무로 인해 어둑어둑하지만 곧 숲을 벗어나며 시야가 트이고 시원스런 주변 풍광이 눈을 즐겁게 한다. 동쪽으로 두산봉과 성산일출봉, 지미봉, 우도가 어우러지며 멋지고, 조금씩 오를 때마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아끈다랑쉬도 재밌다.

 

올라본 자만 알 수 있는 쾌감

능선에 올라서면 먼저 뻥 뚫린 거대한 분화구가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름 분화구인 ‘굼부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오르막 탐방로가 끝나고 분화구 능선을 만나는 곳에 널찍한 나무데크가 놓여 있어서 주변을 조망하며 쉬기에 좋다. 여기서 분화구 능선 양쪽 어디로 가도 좋다. 오른쪽이 가파르고 정상이 가깝다. 왼쪽으로 가면 분화구를 거의 한 바퀴 돌아 정상에 닿는다. 그만큼 길이 완만하고 또 다랑쉬 능선에 뿌리내린 한국특산식물인 소사나무 군락지도 만난다.

오름 능선을 걷는 동안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제주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동쪽 끝 지미봉과 우도, 성산일출봉부터 두산봉, 은월봉, 소머리오름, 용눈이오름, 손지오름, 동검은이오름, 백약이오름, 문석이오름, 좌보미오름, 높은오름, 돝오름, 둔지봉, 묘산봉, 알밤오름, 체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거슨새미오름 등이 황무지 같은 벌판과 어우러진 제주 동부지역의 거의 모든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분화구 모습이 달을 닮아 ‘다랑쉬’

깊이가 115m로 한라산 백록담만큼 깊은 곳으로 유명한 다랑쉬오름 분화구 바닥은 옛날 다랑쉬마을 주민들이 콩이나 수수, 피 등의 농사를 지었던 밭으로, 지금도 돌담이 잘 보존되어 있다. 분화구 바닥을 살피다보면 백록담에서처럼 가끔씩 노루가 풀을 뜯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오름은 현대 도시·산업화로 인해 주변에서 사라져버린 자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자생식물의 보고로 그 가치를 주목받고 있는데, 다랑쉬오름엔 250여 종의 목·초본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발고도 382m인 다랑쉬오름은 분화구 능선과 사면을 따라 나무가 많이 자라지만 초지대도 넓다. 오름 아랫자락을 따라서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해송이 뒤섞인 숲이 무성하고, 탐방로와 정상부 초지대엔 세복수초와 각시붓꽃, 새끼노루귀, 산자고, 층층이꽃, 솔체, 절굿대, 당잔대, 박새, 한라꽃향유, 한라돌쩌귀, 야고 등 아름다운 우리 꽃들이 철따라 피고 진다.

오름의 북쪽인 다랑쉬오름 정상엔 돌로 쌓은 나지막한 단이 있다. 조선조 이름난 효자였던 홍달한(洪達漢)이 1720년에 숙종 임금이 돌아가시자 이곳에 올라와 단을 쌓고 분향하며 국왕의 승하를 슬퍼해 마지않던 망곡(望哭)의 자리라고 한다.

‘다랑쉬’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어서 그리 불려오고 있다는 주변 마을사람들의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자 이름이 ‘월랑봉(月郞峰)’인 것도 그렇다.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엔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형태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말로, ‘작은다랑쉬’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전체적으로 억새가 뒤덮고 있다. 억새가 절정인 10월이면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400m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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