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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백패킹 _ 가평 봉미산

 

설곡리~유분동~정상~성현

봉황의 꼬리를 탐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가평의 남쪽 경계에 세상과 멀리 떨어졌다고 하여 속리산이라고도 불렸던 봉미산이 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는 이 산은 최근까지 백패킹 입문자들에게 숲속 야영지로 추천할 만한 산이었다.

그런데 봉미산 골짜기에도 건물이 들어서고 임도가 확장되면서 예전과 같은 조용함은 사라지고 있다.

숲에 만족할 수 없다면 더 멀리 떠나는 수밖에 없다. 봉미산의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글 · 양승주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협찬 · msr

 

 

봉미산은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에 있다. 이 산은 경기도의 큰 산들인 용문산과 유명산의 북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추운 지형 조건 속에 놓여 있다. 백패킹을 간 날 설악면에는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한파가 찾아왔다.

설곡리로 들어가는 좁은 길에 눈이 얼어붙어 있었다. 골짜기 깊이 들어가지 않고 양지바른 공터를 적당히 찾아 차를 세웠다. 걷기 시작하면서 동행한 이용균씨와 올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운지 봉미산은 어떤 산인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봉미산은 백패킹 입문자들의 산이에요. 조금만 걸어가도 숲에 텐트 치기 좋은 곳들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보니 여기 계곡이 예전하고 달라졌어요. 별장이나 펜션이 많이 생겼네요.”

이용균씨가 봉미산을 찾았던 것은 약 5년 전 일이다. 그동안 이 골짜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설곡리 큰골 입구로 가는 길에 여기 계곡에서 마지막 집으로 보이는 마당 넓은 집을 지났다. 집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우릴 보고 짖는 개 두 마리를 어르고 있다. 그 집을 끝으로 마을길이 끝나고 산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새로 뚫린 임도가 나왔다. 처음 본 임도로 가서 새로운 등산로가 있는지 찾아볼지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큰골로 갈지 결정해야 했다.

 

지도 속의 희미한 길로

임도는 때때로 등산객을 홀린다. 구불거리는 임도에서 방향을 잃고 한참을 다른 길로 걷는 일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임도에서 헤매는 사건은 다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어 일어난다.

임도가 새로 생겼으니 비록 계획에는 없었지만 새로 생긴 길로 가보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서 지도에 표시된 삼산현에 닿으면 곧바로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대로 1시간쯤 가서 지능선에 닿았을 때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알았다. 건너편 산에 봉미산 정상이 보였다. 그것은 우리가 완전히 다른 봉우리에 올라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차여차해서 길을 되짚어 원래 계획했던 코스로 돌아가는 중에 이번에는 더 빨리 정상으로 갈 수 있는 계곡길이 유혹했다. 지도에 유분동이란 지명이 남아있는 곳의 동쪽 계곡이다. 가지고 간 지도에는 등산로가 표시돼 있지 않은 길이었다. 이 길을 큰골 위에 있으니 편의상 작은골이라고 해두자.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고 해가 지기 전에 정상에 가기 위해서 처음 가는 작은골 등산이 시작됐다.

지도를 살피며 계곡을 조금 따라 들어가다 보니 눈이 많이 쌓여 걷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가파른 사면을 올라 오른쪽 능선에 붙었고 그 능선을 따라 잡가지를 헤치면서 정상으로 향했다. 한동안 오르막길이 계속되더니 어느덧 앞에 보이는 암봉만 넘으면 정상이었다. 가파른 암봉 위까지 겨우 올라갔지만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안 보였다. 다시 내려와서 암봉을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너덜을 한참 올라가서야 등산로 이정표를 만났고 잠시 뒤 정상에 닿았다. 길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몸은 녹초가 되었다. 한 가지 위안거리라면 해가 지기 전에 정상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봉황의 꼬리

봉황의 꼬리라는 뜻에서 봉미산이 되었다는 산이름의 유래가 정상 안내판에 적혀 있다. 용문산이 봉황산이라고도 불렸으며 그 산의 뒤에 위치하여 봉미산이 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지도를 펼쳐 보면 용문산을 중심으로 서쪽 유명산과 어비산, 동쪽 중원산과 도일봉, 남쪽 백운산, 북쪽 봉미산으로 이뤄진 커다란 산군이 날개를 펼친 봉황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밤이 되자 용문산 정상에 환하게 전깃불이 밝혀졌다. 그곳에 있는 군부대가 야간에 전깃불을 켠 것이다. 반쯤 차오른 상현달,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북극성이 용문산의 전깃불만큼 밝게 빛났다.

다음 날 아침 용문산을 바라보며 남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능선을 쭉 타고 내려가다가 중간에 835m봉에서 전날처럼 전혀 다른 길로 갈 뻔 했다. 그곳에 세워진 이정표는 밑쪽이 부서진 채로 나무에 기대져 있었다. 그런 모습으로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제대로 방향을 찾아 내려오자 굴참나무, 신갈나무, 참나무가 많은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을 거쳐 곧 임도에 닿았다. 그 임도를 따라 내려올 때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다.

“어젯밤에 동태가 된 줄 알았어.”

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걱정하며 어제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알고 보니 전날 스쳐 지나갔던 마당 넓은 집에 사는 아주머니였다. 아마도 개를 어르고 있던 그 아저씨가 상황을 알려준 것 같다. 임도를 끝까지 내려와 눈과 추위, 임도가 기억에 남는 설곡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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