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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Special

한국의 벽

 

제주도 무수천 야외음악당

억겁의 바위 앞에서

시름을 잊었노라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제주는 화산섬, 둘러보면 온통 바위투성이다.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을 비롯해 해변과 계곡을 따라 주상절리, 판상절리, 온갖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막상 클라이머들에게 허락된 바위는 그리 높지도 넉넉하지도 않으니, 제주도 방방곡곡 암벽등반개척사는 무수한 도전과 패퇴의 역사다. 70년대 후반 한라산 각지에 바윗길이 생겼으나 현재는 모두 등반금지구역이고, 80년대 초반 개척된 산방산, 마라도, 일출봉 등도 마찬가지다. 서귀포 관광명소인 정방폭포의 크랙루트들도 등반이 불가하고, 외돌개 해벽 역시 출입금지 울타리를 넘지 않고는 접근할 방법이 없다. 사방팔방 바위를 두고도 맘껏 오를 수가 없으니, 제주도 클라이머들은 그 답답한 속을 도대체 어디서 푼단 말인가? 인간사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는 절경, ‘무수천(無愁川)’이 답이다.

 

무수천, 가랑말랑 바사알주(말로는 모르고 봐야 알지)

계곡으로 내려서는 입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무수천변 녹색 펜스 앞을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가까스로 빗장걸이를 찾아 울타리를 연다. 늦겨울에도 청청한 수풀이 반기듯 손등을 간지럽힌다. 무수천으로 이어지는 좁고 가파른 돌계단은 일상을 넘어 태곳적 신비를 방문하는 문턱이다. 대낮에도 어스름 깊은 계곡에는 한라산 꼭대기 장구목과 서북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먼 옛날 용암이 훑고 간 자리를 따라 흐른다. 구실잣밤나무가 빽빽하게 하늘을 덮고 명도 낮은 바위 위로는 흰 눈이 쌓여있다. 텁텁한 속세의 냄새가 휘발된 이계의 풍경이 펼쳐진다.

“비가 많이 오면 암장 하단까지 물이 차오릅니다. 덕분에 루트 중간까지는 아주 미끄럽고, 그 위로는 손이 아플 정도로 바위가 날카롭지요. 같은 벽이라 믿기지 않는 극단적인 질감 차이가 무수천 암벽만의 특징입니다.”

야외음악당에서 취재팀을 기다리던 정상수(무브존클라이밍짐) 센터장의 설명이다. 무수천 암장은 크게 야외음악당과 지상낙원, 두 개의 섹터로 나뉘며 그 외의 구역까지 총 35개 남짓의 스포츠클라이밍 루트들이 개척돼 있다. 해 안 드는 깊은 협곡과 제주 특유의 빛깔 짙은 현무암까지 합쳐져 암장은 무척이나 어둡다. 더구나 야외음악당은 어지간한 악천후에는 젖지도 않을 만큼 극심한 오버행 바위가 위압스럽게 머리 위를 뒤덮고 있다. 곡소리도 음악이려나, 만만하게 덤벼들만한 루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뭍에서는 제법 유행을 탔다고 하지만, 제주도에서 클라이밍은 여전히 소수의 취미입니다. 오버행이 심하고 중상급자용 루트들이 대부분인 무수천에 도전할만한 수준의 클라이머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요.”

덕분에 무수천은 그 매력과 가치에 비해 크게 붐비지 않는 편이다. 90년대 초반 무수천 개척에 참여했었던 정상수 센터장은 제주시내에서 무브존클라이밍짐을 운영하며 주말마다 회원들과 함께 바위로 나오려고 노력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등반을 시작해 제주도 클라이밍 1.5세대에 해당하는 그는 도내 지역민들의 등반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많다. 국제규격의 인공외벽도 생기고 실내암장도 조금씩 늘어났지만 여전히 타 지역에 비해 기반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가도 그럴수록 후배들에게 등반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제주에는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정보전달이 느리고 문화도 쉽게 확산되지 않지요. 유대감이 강한 만큼 폐쇄적인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클라이밍 사회 내의 다양한 의견교환과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야외음악당, 임댕이에 땀딱음서(이마에 땀 닦으십시오)

“제주도 클라이머들은 70년대 말부터 이 계곡을 훈련지로 삼아왔습니다. ‘삼각크랙(5.8)’, ‘반달크랙(5.8)’, ‘기존크랙(5.10c)' 등에 하켄을 박고 인공등반을 즐겼죠.”

오랜 역사를 지닌 무수천이 현대적 의미의 암벽등반지로 대두된 것은 87년 윤대표(악우회)씨와 대산련등반기술위원팀이 기존루트들을 자유등반으로 오르고 야외음악당에 ‘스페이스 파티(5.11b)’ 등 새로운 루트들을 개척하면서부터다. 이후 90년 겨울 박희영(거리회), 허송회(빌라알파인클럽)씨가 ‘환상의 문(5.12a)’, ‘겨울집시(5.11a)’, ‘스페이스파티Ⅱ(5.12a)’를 추가했고, 손정준(돌무리산악회)씨가 ‘고독한 천사(5.12a/b)’, ‘끝없는 방랑(5.12a)’, ‘돌무리Ⅰ(5.12a)’, ‘돌무리Ⅱ(5.12b/c)’를 개척하면서 무수천은 일약 국내 고난이도 스포츠클라이밍의 보고로 떠올랐다. 당시 제주산악계는 전통적인 알피니즘에 치중해 스포츠클라이밍을 백안시하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외부에서 발아시킨 자유등반의 씨앗은 현지의 젊은 클라이머들에게 대단한 자극과 투지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유등반가들의 개척과정을 함께했던 정상수 센터장과 장기환(제주산악회), 오경훈(서귀포백록산악회), 오경아(서귀포백록산악회), 박지호(제주산악회)씨 등은 이후로도 무수천에 여러 루트들을 개척하면서 제주도에 발화한 자유등반의 불길을 지켜나갔다.

“홀드는 잘 잡히는데 오버행이 심하다보니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네요.” 야외음악당 좌측의 ‘하얀 거미(5.11a)’에서 내려온 강예인씨가 날숨을 길게 내뱉는다. 무브존클라이밍짐에서 등반을 배운지 이제 2년 차인 그는 앵커 바로 아래 크럭스에서 추락해 모두의 안타까움을 샀다. 인공외벽을 포함해 야외등반 경험이 10여 번에 불과하다는 그는 ‘하얀 거미’ 완등을 목표로 앞으로 자주 무수천을 찾아야겠다며 밝게 웃는다. ‘겨울집시(5.11a)’ 온사이트에 실패한 김승민씨 역시 다음 도전을 기약하며 맹렬한 훈련을 다짐한다. “재밌지만 무섭고, 무섭지만 재밌다”는 말로 등반의 매력을 설명하는 그는 제대 후 암장에 복귀한지 이제 6개월 정도 지났다고 한다. ‘우연히’ 암벽등반을 시작해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는 이 청년들이야말로 제주도의 새로운 클라이밍 세대를 상징한다.

허리 위의 홀드까지 발을 올려 힐 후킹을 걸어야 하는 ‘혁명(5.12a)’을 물 흐르듯 올라선 유주인씨는 반대로 대학산악부 출신으로 육지에서 여러 경험을 쌓은 후 제주도에 내려와 등반을 이어가고 있는 케이스다. 11년째 무브존클라이밍짐을 다니고 있는 그는 “화강암과는 완전히 다른 현무암의 특성과 과감하고 화려한 동작”을 무수천 등반의 매력으로 꼽는다. 한라산등산학교를 졸업한 김수진씨는 당시 강사였던 정상수 센터장과의 인연으로 2011년부터 무브존클라이밍센터를 다니고 있다. 50대 후반에 등반을 시작한 그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과 우애를 다질 수 있는 것”을 암벽등반의 장점으로 소개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제주도의 클라이밍 사회는 느리지만 분명한 포물선을 그리며 확장하고 있다.

 

제주 바위, 도시 꼭 옵서양(다시 꼭 오세요)

무수천의 바위는 독특하다. 빛을 흡수하는 묵직한 색상,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역층의 형태, 매끄럽고 날카롭기가 극단적인 현무암의 질감, 140도에 육박하는 오버행 바위와 거기 깃든 대담한 등반의 정신이 뭍과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클라이머들을 잡아끈다. 사실 제주도는 클라이머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인 지역이 아니다. 자연보호와 관광지개발을 이유로 많은 암벽등반지가 폐쇄됐고 새로운 루트 개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단산, 다람쥐굴, 무수천 등 현재 등반이 가능한 암장들만으로도 제주도가 주는 즐거움은 풍성하다. 만일 “굳이 제주도까지 가서 등반을 해야 하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무수천 하나만을 등반하기 위해서라도 제주도까지 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답하고 싶다. 빼어나게 아름답고 그 맛이 강렬한 바위, 부디 인간사 모든 시름을 잊고 무수천 절경에 올라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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