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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패드(EXPED) 인조이 어드벤처 _ 백두대간 트레킹

 

아름다운

아홉 봉우리를 보다

 

속리산(俗離山·1,057m)은 정상인 천왕봉, 비로봉, 문수봉, 관음봉 등 아홉 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아홉 개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과거에는 구봉산(九峰山)이라고도 불렸다. 장대한 기골을 가진 봉우리들은 산객들에게 사뭇 긴장감을 주지만, 생각보다 편안한 능선으로 길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문장대를 거쳐 천왕봉에 올랐다. 산정에서 맛보는 가을바람, 장쾌한 속리산의 풍경이 그리 시원할 수 없었다.

 

글 · 양수진 기자  사진 · 정종원 기자  협찬 · EXPED

 

 

 

 

작렬하던 여름 더위는 9월이 오기도 전에 수그러들었다. 아직 한낮에는 덥지만 천 미터 봉우리에서는 ‘아이고 춥다!’ 소리가 나온다고 하니, 여름내 장롱 속에 묵혀두었던 보온재킷을 챙겼다.

이번 산행지인 속리산은 엑스패드 오원천 부장, 오정용 차장, 본지 취재산행에 자주 동행해온 연기 지도자 원인재씨, 백패킹 전문가 이용균씨와 함께했다. 산행은 야영장 가까이에 있는 화북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문장대, 신선대,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까지 오르는 코스를 계획했다. 산행 전날 야영지는 들머리와 가까운 상주문장대야영장으로 낙점. 식수대와 화장실, 풋살장 등 편의시설과 체육시설이 조성돼 있고 냇물을 끼고 있어 야영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속리산에 하얗게 땜빵이 났네!” 산자락에 곳곳에 드러난 상아빛 암봉이 마치 머리에 난 땜빵과 같았던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속리산을 바라보곤 이용균씨가 한마디 한다. 걸출한 암봉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야영장에 도착했다. 상주문장대야영장은 마을주민자치위원회가 상주시에서 위탁 받아 마을 주민들이 야영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소나무 그늘 아래에 텐트를 하나 둘 세웠다. 달이 뜨고 하늘에는 서울에서 볼 수 없던 별들이 총총 떴다.

 

속리산군이 한눈에 들어오는 문장대

이른 아침 텐트를 철수하고 화북탐방지원센터 앞에 섰다. 이곳에서 출발하면 문장대까지 3.5km. 가장 짧은 코스다. 문장대로 가는 산길은 성불사 표지석을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표지석 옆으로 난 샛길로 들어서면 오송폭포다. 이정표에는 ‘오송폭포 100m’라 적혀있지만 체감상 그보다는 더 가까운 거리였다. 깊은 산골짝처럼 아늑하고 컴컴한 숲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렸다. 힘찬 물줄기에 아침 산행에 비몽사몽 했던 정신이 맑게 깨어났다.

다시 성불사 표지석으로 돌아와 산길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문장대까지는 약 3km. 길 위로 차곡차곡 쌓인 돌계단을 올랐다. 흙길과 돌계단이 반복되는 길은 크게 다릿심이 들지 않는다. 계곡과 숲길의 풍치를 느끼며 오름길을 이어갔다.

300m 가량 고도를 높였을 쯤 능선 위로 우락부락한 암릉이 모습을 드러냈다. 숲길과 암릉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니 문장대 아래 삼거리에 이르렀다. 벤치와 테이블 등 나름 쉼터 구색을 갖춘 삼거리에는 휴게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연경관생태 보존을 이유로 2008년 건물을 철거했고 현재는 관리초소가 세워져 있다. 문장대 부근은 가림목이 없어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가만 서 있으면 제법 한기가 느껴지는 가을바람이다. 일행들은 하나 둘 보온재킷을 걸쳤다.

삼거리에서 문장대까지는 200m. 하나의 큰 암봉으로 이루어진 문장대가 지척이다.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자 곧바로 문장대 비석이 나타났다. 문장대는 암봉이 하늘과 맞닿는 절경을 이룬다고 해서 본래 ‘구름 운(雲)’자를 쓴 운장대라 불렸다고 한다.

여기서 문장대에 설치된 철계단을 올라야 바위마루에 오를 수 있다. 철계단의 경사각은 80도. 계단에 붙으니 생각보다 아찔한 경사였다. 꼭대기의 풍치를 즐기려면 그만한 담력도 필요했다. “어어! 생각보다 너무 무서운데요?” 오 차장에게는 뜻하지 않은 담력훈련이 되었나 보다. 조심조심 난간을 잡고 오르는 발걸음이 신중했다.

철계단은 곧바로 문장대 정상으로 이어졌다. 묘봉, 관음봉, 비로봉, 천왕봉 등 사방팔방 보이는 속리산 암봉들은 압권이었다. 칠형제봉은 의좋은 형제처럼 바위들이 서로 다붓해 있었다. 왜 많은 산객들이 문장대를 꼭 가보라 권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20년 전에 지금과 같은 코스로 속리산을 올랐던 때가 새록새록 기억나네요.” 기자에게 속리산은 생면부지의 산이었으나 원인재씨에게는 추억 속의 산이었다. 몇 십 년이 흘렀지만 산은 늘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문장대와 천왕봉을 잇는 대간길

철계단을 내려와 문장대 아래 삼거리로 되돌아왔다. 이어지는 주능선을 따라 천왕봉을 향했다.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 3.2km. 속리산 주능선이자 백두대간길이다. 능선은 해발 900m~1000m대를 벗어나지 않고 잔잔한 파도처럼 물결쳤다.

능선에 삐쭉삐쭉 솟은 산죽이 길을 안내했다. 문수봉 바윗길을 지나 바지런히 40분 정도 걸어 신선대휴게소에 다다랐다. 신선대휴게소는 속리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휴게소다. 문이 닫혀있는 것을 보니 상시 영업은 아닌 모양이다.

다리쉼을 끝내고 산행에 박차를 가했다. 출발한지 20분이 지날 무렵 능선 오른편에서 괜찮은 바위 전망대를 발견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비석처럼 곧게 서 있는 입석대가, 반대편에는 암릉과 신록이 조화로운 신선대가 멀리 보였다. GPS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전망대는 문장대와 천왕봉을 잇는 능선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천왕봉까지 1.5km 정도 남은 셈이다.

해는 중천에 떴고 시간은 어느덧 정오를 넘겼다. 전망대에서 입석대를 거쳐 비로봉에 가까워질 쯤 이었다. “저 바위, 고릴라를 똑 닮았는데요?” 석문 하나를 지나며 이용균씨는 머리 위에 있는 바위를 가리켰다. 고릴라를 닮은 바위가, 그것도 두 개나 서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천왕석문이라는 석문을 하나 더 통과하게 된다. 속리산에 있는 재미난 바위들은 모두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 절묘하게 깎인 바위들은 능선 곳곳에 나타나 산행의 재미를 더했다.

뜨겁게 정수리를 쏘아대던 볕이 더욱 무르익어가고 오후 1시 30분 천왕봉 산정에 올랐다. 주봉인 천왕봉은 문장대보다 조망이 약하다는 평이 있지만, 사방팔방 펼쳐지는 바위능선은 문장대 못지않게 훌륭했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판단하기엔 곤란하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와중 파란 눈의 외국인 두 명이 찾아왔다. 이용균씨는 천연덕스럽게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어눌한 한국어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에게 속리산은 어떤 인상으로 남았을까? 첩첩 산 물결을 바라보던 두 사람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산을 위해 300m 정도 되내려와 갈림길에 섰다. ‘장각동 4km’ 표지판을 따라 장각마을로 내려갔다. 천왕봉헬기장을 지나고서부터 흙길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울창한 산죽숲을 따라 내려가기를 1시간. 이정표 하나를 지나쳐 20분 정도 내려오니 장각계곡이다. 계곡은 언제나 산행의 끝과 함께 찾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곧 장각마을까지 1km가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난다.

계곡을 만나고 장각마을까지 평탄한 산길이 이어졌다. 군데군데 길 옆에는 돌담이 쌓여 있었다. 이용균씨는 이 흔적들을 보곤 단번에 화전민터라는 것을 알아챘다. 계곡 인근의 너른 공터, 공터에 세워진 돌담은 화전민이 거주했던 증거라고 한다. 계곡을 가로지는 목교 서 너 개를 건너 장각마을에 도착했다. 이제 수확의 계절 가을이 다가왔구나! 집마다 가꾸는 텃밭에는 잎사귀들이 싱그럽게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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