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산 세계의산 전문등반 등산정보 MM산장 쇼핑몰 사람과산
spaceid spacepw space

title

산 검색
백두대간
국립공원
테마산행
테마여행
호남정맥
낙남정맥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춘천 드름산 춘클리지

  

너에게 가는 바른 길을 찾고 있어

 

글 · 민은주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경계랄 것도 없다. 의암댐 앞에 차를 세우고 잠시 강가를 걷다가 도로를 가로질러 울타리 너머를 넘으면 짜잔, 깔끔하고 매끈한 문명사회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매콤한 잡목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암벽은 등 뒤의 일상과는 다른 규칙이 존재하는 세계다. 안전벨트에 퀵드로를 차고 암벽화를 신고 8자 매듭으로 로프를 묶는다. 출발! 그러나 거친 바위를 붙잡고 허공으로 발을 떼기 전 문득 흐릿한 탄내를 맡는다. 군데군데 바위는 거멓게 물들었고 나무들은 갈색으로 말라 바스러졌다. 춘클리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누가 춘클리지를 아프게 했는가

장담컨대 춘천 드름산 춘클리지는 대한민국 클라이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윗길 중 하나다. 아스팔트 포장도로에서 5분도 안 걸리는 어프로치와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경치, 독특한 규암의 짜릿한 등반선이 삼박자를 갖췄으니 어찌 인기가 없겠는가. 하여 주말에는 언감생심 욕심도 못 내고 평일에도 몇 시간씩 기다릴 각오는 해야 할 만큼 찾는 이가 많다. 악명 자자한 기다림도 실은 춘클리지만의 기쁨이다. 모든 피치마다 널찍한 테라스가 있고 펼쳐지는 전망도 내내 일품이다. 우거진 녹음과 짙은 물색이 발밑으로 깔리고 창창한 하늘이 머리 위를 덮는다. 지루할 즈음엔 쪽빛 풍경에 리듬을 더하듯 호반 위로 수상보트가 희게 질주한다. 그 풍경의 쾌감을 알기에 무수한 클라이머들이 기나긴 대기시간을 감내하고 기꺼이 춘클리지로 모여든다.

찾는 이가 많으니 탈도 난다. 2017년 늦봄, 춘클리지 모든 구간이 불길에 휩싸였다. 저물 무렵 시작해 강한 바람을 타고 급경사 암석지대로 번진 불길은 애타는 진화작업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2대의 헬기와 120여 명의 소방관이 투입됐지만 화마는 장장 16시간 동안 5,000m2 반경의 나무를 우그러트리고 흙과 바위를 태운 후에야 꼬리를 잡혔다. 거의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녹음 사이 드문드문 드러나는 재와 연기의 흔적이 처참하다.

“1피치 시작지점에서 채 꺼지지 않은 담뱃불이 발화했다고 하더군요.” “춘클리지는 일반 등산로가 아니니 암벽등반가의 소행일 확률이 높겠네요.” 함께 취재에 나선 조성호, 이정화 두 클라이머가 한숨을 내쉰다. 산림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올해 강원도 화재 중 최소 3건이 클라이머의 담뱃불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마음이 무거워서일까, 재투성이 바위틈으로 용케도 끼워 넣은 꽁초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

 

기다림은 춘클리지를 찾은 이들의 숙명

유명 맛집 대문간이 이러려나. 평일아침부터 춘클리지 초입이 클라이머들로 빽빽하다. 2008년 춘천클라이머스의 김순봉씨가 개척한 춘클리지는 총 길이 250m 남짓, 7피치로 이루어진 중상급자용 암릉길이다. 등반시작지점에 자세한 개념도 안내판이 설치돼 있고 우회로와 탈출로도 친절하게 잘 갖춰져 있다. 워낙 등반인파에 대한 악명이 자자하다보니 춘천클라이머스는 2014년 기존 춘클리지 시작지점 우측에 총 3피치짜리 베리에이션 루트 춘클B리지를 개척해 초입부의 병목현상을 줄였다. 춘클리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4피치에도 우측의 기존 루트(5.10b) 외에 좌측 북서면에 2010년 개척된 적벽의 꿈(5.11b)이 있다. 그래도 어김없이, 기다림은 춘클리지를 찾은 이들의 숙명이다.

취재팀도 마찬가지다. 재빨리 등반을 끝내고 점심식사로 닭갈비를 먹겠다는 야망은 일찌감치 짙푸른 의암호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참을 기다리고 짧은 구간을 우회하기도 하면서 가까스로 3피치까지 오르니 정오를 넘어선 가을햇살에 목덜미가 따갑다. 3피치에서 10m 정도를 클라이밍다운하면 도시락 먹기 딱 좋은 넓은 터와 기세 좋게 북서쪽으로 쏟아져 내린 거대한 오버행 암봉이 나타난다. 춘클리지 4피치, 본격적인 정체의 시작이다. 춘클리지, 춘클B리지와 우회로가 모두 여기서 만나기 때문이다. 이미 등반 중인 팀 외에도 벌써 한 팀이 공터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등 뒤로는 3피치를 끝낸 이들이 짧은 하강을 시작한다. 이거 안 되겠는데? 본디 춘클리지 오리지널 루트를 등반하려고 했으나 대기시간도 너무 길고 인파 때문에 사진촬영도 쉽지 않을 모양새다. 그렇다고 춘클리지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간인 4피치를 우회할 수도 없다. 다급한 마음에 취재팀의 머리가 모인다. 오가는 눈빛에 담긴 뜻이 대략 비슷하다. “그럼 차라리 적벽의 꿈으로 갈까요?”

 

클라이머는 적벽의 꿈을 꾸는가

결국 기 싸움이다. 어깨를 찍어 누르는 오버행의 위압감, 매끌매끌 무정한 규암의 촉감, 발가락 느긋한 리지용 암벽화로 마주한 5.11b 난이도, 그렇다고 기가 죽으면 시작도 전에 게임 끝이다. 적벽의 꿈이 처음인 정성호씨와 이정화씨가 고개를 높이 들고 두 팔을 쭉 뻗고 등반을 가늠한다. 특별히 난해한 동작은 없다. 볼트 간격이 가깝고 오버행이라 추락의 공포도 덜하다. 25m 가량 이어진 층층이 각진 바위는 제법 넉넉한 홀드를 제공한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겠다. 110도 남짓의 각도만 아니라면.

“온사이트는 언제나 긴장되네요.” 부천에서 타이거볼더클라이밍짐을 운영하는 조성호씨가 드름산의 붉은 벽을 오른다. 13살 어린 나이에 도봉산 선인봉을 보고 반해 무작정 클라이밍을 시작한 그의 등반경력이 어느새 17년에 이른다. 유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현재는 루트세터이자 암장 운영자로서 클라이밍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바위를 탐닉했던 오랜 경험만큼 차분한 몸놀림으로 조성호씨가 적벽의 꿈을 꾼다.

무엇보다 강력한 근력을 요하는 길이다. 발을 높이 디뎌야만 안정적으로 퀵드로를 걸 수 있고, 상단부에서는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턱을 넘어야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투지가 필요하다. 퀵드로 두어 개를 남겨두고 “억” 소리와 함께 조성호씨가 허공으로 떨어진다. 매끄러운 규암에 암벽화 앞코가 밀렸다. 온사이트를 놓쳐 아쉬울 만도 하건만 앵커에 확보줄을 거는 조성호씨의 눈빛이 의암호 물결처럼 잔잔하다.

“등반하다보면 잘 안 되는 날도 있는 거죠, 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적벽의 꿈, 화끈하고 매력있는 루트네요.”

등산학교를 통해 암벽등반을 시작해 이제 타이거볼더짐에 2년째 다니고 있는 이정화씨도 적벽의 꿈에 도전한다. 5.11급은 아직 무리라고 손사래를 치던 그는 크럭스에서 한두 번 매달려 숨을 고르더니 기운차게 앵커까지 무사히 올라선다. 발밑의 바위는 붉고 등 뒤의 풍경은 시리도록 푸르다. 다들 길몽에서 깨어난 표정이다.

 

어떻게 저 산에 오를 것인가

춘클리지 5피치부터는 편안한 암릉길이다. 화마의 흔적은 여기서부터 더욱 짙다. 번호표를 들고 대기 중인 클라이머들의 목소리도 그만큼 어둡다. “어쩌자고 산 속에서 담배를 피웠을까.” “이러니까 등반가들이 통째로 욕을 먹지.” 우듬지가 치솟던 교목도, 음지의 침엽수도 무참히 쓰러져 썩은 둥지만 남았다. 무성하던 산중 사연은 모두 불타 흩어졌다. 마땅히 자연의 수호자여야 할 클라이머가 이런 참사를 일으키다니, 얼굴 모를 동료의 과오에 참담한 연대책임을 느낀다. 조용히 등반을 마치고 드름산의 가장자리를 따라 차로 돌아가는 길, 새삼스레 산과 도로의 경계가 가깝디가깝다. 저 얇은 선을 넘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불타버린 춘클리지를 돌아보며 산으로 가는 바른 길을 생각해본다.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일출명산 가이드/선자령...
낮은산 좋은산 / 팔봉산...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납량계곡/응봉산 용소골...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눈꽃 명산 가이드/계방...
늦가을 억새산/ 오서산...

HOME 게시판 산행기 정기구독신청 회원가입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 right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00-1호에 따른 사업자등록번호 106-05-87315
회사명: 도서출판 사람과산/ 등록번호: 서울, 아04289 /
등록일자: 2016년 12월 20일 / 제호: 사람과산 /
발행인: 조만녀 /편집인: 박경이 /청소년보호책임자: 노주란/
발행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212, 301호(가산동, 코오롱디지털타워애스턴) /
발행일자: 2003년 4월 21일 /TEL (대)02-2082-8833 FAX 02-2082-8822
copyright © 1989 - 2007, 사람과 山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은 마운틴코리아에 귀속하며 무단 복제나 배포 등 기타 저작권 침해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contact
webmaster@mountainkorea.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