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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석문(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사진 · 주민욱 기자

 

2020~2021년 빙벽 시즌은 북극발 한파로 12월 말부터 전국의 폭포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한강이 얼어붙었고, 때 이르게 설악산 대승폭포(WI6, 100m) 등반 소식도 접했다. 하지만 우리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빙벽장이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얼음은 풍년인데, 막상 등반할 곳은 줄어들고 있다.

필자는 10년 넘게 매년 겨울 청송 빙벽대회에 루트 세터로 참여하고 있다. 대회 일정 때문에 매년 1월 말에나 빙벽을 시작하곤 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대회 취소로 그동안 못한 빙벽을 많이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접어야 했다.

 

빙벽등반만이 주는 즐거움

빙벽등반은 암벽등반처럼 말초적 감각을 느낄 수 없는 등반이다. 암벽등반과 다른 점은 불변적인 물질이 아니라, 혹한의 날씨가 되어야 형성되는 가변적인 물질을 오르는 등반이라는 것이다. 낙빙의 위험이 크며, 확보 조건이 좋지 못하다. 그런 이유로, 필자의 주위만 보더라도 빙벽 등반자가 암벽 등반자의 수에 1/20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빙벽등반은 암벽등반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분명 존재한다. 등반 시즌이 끝나고 봄이 오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얼음은 사라진다. 다시 겨울이 되면 등반자는 새로운 벽을 맞이할 수 있다. 빙벽은 수량, 기온, 바람 등에 의해 매년 다른 모습으로 결빙된다. 그래서 빙벽 등반에서는 ‘시즌 초등’이란 말이 있다. 매년 새로운 빙벽이 탄생하고, 아무도 손대지 않은 빙벽을 처음으로 오를 기회가 있다는 것은 빙벽등반만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아이스액스의 진동으로 전해지는 피크의 느낌, 확보물 거리와 ‘얼음’이라는 불안정성이 주는 몰입감은 분명 암벽등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예전보다 강설량이 적고, 기온이 높아 자연 결빙이 잘되지 않는다. 결빙이 되더라도 기간이 오래가지 않는다. 귀한 얼음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폭포가 얼었다는 얘기만 들리면 주저 말고 등반하러 가야 한다. 좋은 날, 좋은 얼음…, 최상의 빙벽 컨디션을 가려가며 등반하기에는 우리의 빙벽 시즌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반 조건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을 한국의 등반가들이 아니다. 자연빙벽이 턱없이 모자라자 등반가들은 인공빙벽을 만들어 냈다. 대표적인 인공빙벽장으로 인제군 매바위, 양구군 용소, 원주시 판대아이스파크와 산현, 안동시 대사리 등이 있으며,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개장한 완주군에 부엉바위 빙장이 있다.

 

두리등산학교의 노고와 열정

인제군 매바위를 제외한 모든 빙장은 개인이나 등산학교, 또는 산악회에서 사비로 조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공빙벽 조성은 인건비와 경비를 제외하고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벽에 매달려 잡목을 제거하고, 배관을 설치하고, 결빙 시 펌프와 배관을 녹이기를 반복한다. 분사구 주변 얼음을 깨지 않으면 물이 골고루 퍼져 나가지 못하고 버섯 형태로 결빙되는데, 잘못된 결빙을 막기 위해 매번 벽에 올라가 고되고 위험한 작업을 매일 같이 반복해야 한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빙장을 만들게 하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건데 그것은 등반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결국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아니겠는가. 필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루트 보수나 개척 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저 잘해야 본전인 일이다. 혹여 사고가 나거나 불평 가득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괜히 했다는 마음까지도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열정적으로 루트를 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러한 마음이 사라진다.

불평의 말보다는 따뜻한 고마움의 인사라도 하는 것이 더 좋은 등반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제언을 하나 하자면 이제는 빙벽 등반가도 많아졌으니 빙벽 조성 펀드 같은 걸 만들어서 매년 기금을 마련해 각 빙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산악인들과 방법을 모색해 봐야겠다.

두리등산학교의 전언식 선생은 대둔산과 천등산 일원을 암·빙장의 중심지로 만들 요량으로 부엉바위 빙장을 조성했다. 내년에는 우측 벽으로 얼음을 더 넓게 얼릴 계획이라고 한다. 함께 등반하며 이런저런 말씀을 듣고 싶었지만, 선생께서 일이 있어 이번 취재에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지면을 빌어 훌륭한 빙장을 만들어준 전언식 선생과 두리등산학교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등반성 뛰어난 명품 빙장

주말에는 빙장에 로프 걸기가 어려울 정도로 등반자가 많아, 원활한 촬영을 위해 평일에 부엉바위 빙장으로 향했다. 부엉바위 빙장은 원래 주중에는 개방을 하지 않지만, 빙장을 조성한 두리등산학교 전언식 선생이 취재를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부엉바위는 등반 길이와 각도, 얼음의 상태가 모두 훌륭한 빙장이다. 또한, 오토캠핑장 냇가 건너편 절벽에 빙벽을 조성해, 화장실, 마트, 주차 등 주변 인프라가 좋다. 서울에서 부엉바위까지는 3시간 남짓 소요된다.

필자에게는 이번 취재가 시즌 첫얼음이기도 하고, 빙질 상태도 알아볼 겸, 첫 등반은 중앙부 우측의 조금 완만한 곳을 선택했다. 난이도는 WI4-급 정도로 어렵지 않았지만, 등반 길이는 60m 로프가 다 빠져나갈 정도로 길어서 좋았다. 빙질은 그간의 혹한 때문인지 강빙이었다. 잔고드름이 없어 초중급자가 선등 연습하기에 좋은 루트였다.

필자에 뒤이어 이수항씨(파타고니아 앰버서더)가 등반을 이어나갔다. 이수항씨는 밝은 성격에 다양한 등반을 좋아하는 청년 등반가이다. 그녀의 등반 동작은 군더더기 없고 간결했다. 특히 힘 있는 아이스액스 스윙이 돋보였다. 앞으로 심리적, 등반적 경험을 충분히 쌓는다면 분명 더욱 뛰어난 등반가로 성장할 것이다.

요즘 빙벽장은 등반 흔적을 이용해 피크를 걸기만 해도 오를 수 있고 스윙조차 필요 없을 정도가 되었다. 킥도 필요 없을 정도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 대부분일 것이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자리를 이용해 오르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포인트를 만들면서 등반해 보면 얼음에 대한 감각을 높을 수 있다.

이러한 연습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빙벽을 오르거나 콘크리트 벽 같은 평평하고 강한 빙벽을 오르면 도움이 많이 된다. 이 같은 얼음은 한 번에 타격되지 않을뿐더러 킥 또한 얼음 표면을 걷어 낸 후에야 프론트 포인트를 빙벽에 고정할 수 있다.

 

자유로운 등반을 위한 기본기

빙벽을 선등하고자 하는 등반가들에게 몇 가지 조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충분히 톱로핑으로 등반하라.

2.  포인트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인지하려고 노력하라. 불안한 포인트는 재차 확인 후 움직여라.

3.  톱로핑으로도 떨어지지 마라. 추락하지 않는 습관을 가져라. 빙벽에서 추락은 대부분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4.  얼음은 바위처럼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 깊이로 피크를 박아 넣어야 안전하다.

5.  확보물 간격을 좁게 설치 해두고 핑크포인트로 선등 연습을 하라. 핑크포인트 등반만 하더라도 분명 톱로핑 할 때와 마음이 다를 것이다. 그 마음의 차이가 심리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인지, 또는 기술적 문제에서 오는 불안감인지를 찾아 간격을 좁혀라.

6. 그리고 낙빙에 주의해서 등반하라.

 

빙벽 등반은 무용수처럼 올라야 하는 곳도 있고 검투사처럼 올라야 하는 곳도 있다. 특정한 자세나 방법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단지 그것은 기본기일 뿐이다. 등반은 본디 자유로운 것이다. 다양한 기술과 동작을 익힘으로서 우리는 더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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