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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 탐방로

글 사진 · 이승태 편집위원

 

소나무가 많아서 송악(松岳)이라 불린다는 송악산은 지금은 잊혀진 ‘절울이’라는 예쁜 우리말 이름을 가졌다. 박용후의 <제주도 옛땅이름연구>에 따르면 거친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우레 같다는 뜻이라고 한다. 모슬포 앞바다로 요새마냥 툭 튀어나온 송악산은 바다에 접한 면이 전부 깎아지른 절벽을 이룬 채 쉴 새 없이 파도에 맞닥뜨리고 있다.

 

송악산은 오름이다!

송악산은 오름보다 산방굴사가 있는 산방산, 용머리해안, 하멜상선전시관과 함께 서귀포 남서쪽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이나 내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꼬리를 물고 송악산을 찾는다.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송악산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은 오름 트레킹보다는 관광지를 방문하듯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 다녀오는 방식으로 탐방을 한다. 송악산이 가진 매력이 워낙 크다보니 전망대까지의 걷기만으로도 감동이 적지 않지만 송악산의 진면목을 느끼기엔 한참 부족한 코스다. 관광지로 만나는 송악산보다 오름으로 둘러보는 송악산은 상상 이상의 감동을 준다.  

송악산은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답게 아주 너른 주차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송악산 탐방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차장에서 송악산을 쳐다보면 바다에 접한 쪽이 온통 절벽이다. 이 절벽지대 아래로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 동굴이 여럿 보인다. 한류바람에 불을 지핀 드라마 <대장금>의 마지막 장면이 이곳 송악산의 해안 동굴에서 촬영되었다. 그래서 더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 동굴은 자연동굴이 아니다. 전쟁에 미쳐있던 일제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본 본토로 향하는 미군을 상대로 결사항쟁지로 삼은 곳이 제주인데, 그 대표적인 요새가 이곳 송악산 일대였다. 송악산 동쪽 해안의 절벽을 따라 파놓은 굴이 15개다. ‘일오동굴’이라 부르는 이곳은 소형 잠수정을 숨겨두던 진지로, 미군 함대가 접근해올 경우 어뢰를 싣고 돌진해 자폭하기 위한 용도였다고 한다. 제주도 동쪽 끝 성산일출봉 기슭에서도 같은 모양의 동굴이 여럿 있다.

 

오름 코스로 탐방해야 제 맛

송악산 표석을 지나 둘레길에 접어들면서 왼쪽으로 펼쳐지는 모슬포 앞바다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감동을 건넨다. 송악산과 산방산, 월라봉, 군산에 폭 안긴 듯 포근한 느낌의 모슬포 바다 한가운데 형제섬이 신비로운 자태로 떠 있고, 산방산 너머 멀리 한라산이 있는 듯 없는 듯 배경을 이룬 이곳에서의 조망은 광치기해변에서 보는 성산일출봉 만큼이나 제주를 대표하는 풍광이다.

오름코스로 송악산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관광객들이 몰려가는 바다 쪽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의 도로(최남단해안로)를 따라 샛알오름과의 사이 안부로 오른 후 왼쪽으로 접어들어야 한다. 곧 솔숲이 나오며 그 사이로 완만하고 너른 길이 이어진다. 깊 옆은 온통 소나무로 가득해 걷는 기분이 좋다. 이 길 주변에도 진지동굴 여러 개가 뚫려 있다. 일제가 송악산의 외륜산에 뚫은 진지동굴의 총 길이는 1433m로, 출입구는 41개나 되며 내부는 지네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지하 동굴을 파기 위해 조선인들이 겪어야 했던 강제노역의 참상은 차마 말로 다 못할 듯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7호작전’이라 명명된 일제의 이 미친 계획이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실행되지 못하고 종전되었다는 것이다. 아니었다면 이 아름다운 제주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불바다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라도와 가파도를 보며 걷는 길

솔숲 산책로는 곧 고개를 만나고 여기서 길은 양쪽으로 갈린다. 오른쪽은 송악산 절벽을 따라 도는 둘레길이고, 왼쪽이 오름트레킹 코스다. 들어서자마자 소나무 사이로 호젓한 산길이 나타난다. 송악산의 외륜산 능선이다. ‘솔잎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능선길을 걷노라면 외륜산이 감싼 주봉과 화구원을 중심으로, 관광코스에서는 볼 수 없는 송악산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관광코스에서는 볼 수 없는 송악산 분화구의 거친 외벽도 잘 보인다. 이중화산체를 이룬 송악산의 내륜산과 외륜산 사이 화구원은 목장이 차지했다.

20분쯤이면 솔잎길이 끝나고 주차장에서 이어진 관광코스 탐방로로 내려서게 된다. 여기서 남쪽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온다. 생각보다는 길고 시간이 걸리지만, 걷는 내내 마음 속 모든 시름을 날려버릴 듯한 가파도와 마라도가 떠 있는 모슬포 앞바다 풍광이 함께한다. 곳곳마다 비경이어서 마냥 걸음이 느려지는 구간이다. 중간에 너른 데크와 벤치도 나타나며 다리품을 쉬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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