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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그리움이 바다처럼 깊어지면 가거도에 가자

 

그리움이 파도에 밀려, 쌓이고 쌓여 국토 최서남단에 우뚝 솟았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깊은, 바닷속부터 쌓인 그리움을 느끼기에, 가거도는 충분한 섬입니다. 가거도는 아무나 갈 수 없지만, 가고자 하면 누구든지 갈 수 있습니다. 가거도에 갈 때 그리움 하나는 반드시 챙겨 가십시오. 바다가 다 받아줄 겁니다.

글 사진 · 김석우 양구 주재기자

 

잘 나가는 IT 회사에 다니던 후배가 있었습니다. 어느 여름, 휴가로 가거도를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가거도에서 휴가를 보낸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후배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모아둔 돈을 들고, 가거도로 들어갑니다. 몇 년 후, 그 후배는 가거도에서 작은 고깃배를 혼자 몰아, 그 험한 바다를 건너 흑산도에 정착했습니다.

 

멀고 먼 섬, 가거도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연이어 미탁이 한반도에 상륙한 날. 새벽에 길을 떠났습니다. 라디오에선 산사태 소식이 들려오고, 쏟아지는 비와 캄캄한 시야 때문에 난생 처음 무서움을 느끼며 운전을 했습니다. 목포에 도착하니, 태풍의 여파로 가거도로 가는 오전 배는 결항입니다. 점심을 먹고, 압해도를 돌아보는 중, 오후 배가 흑산도까지 들어간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급히 차를 몰아 흑산도행 배를 탑니다. 흑산도에 사는 후배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일 요량입니다. 목포에서 가거도까지는 매일 오전 8시 10분 출발합니다. 비금도, 도초도, 흑산도, 다물도, 상·중·하태도, 만재도를 거쳐 들어가며 4시간이 걸립니다. 흑산도는 2시간이 걸립니다. 비금도, 도초도를 지나 외해(外海)로 나오면 바다는 한껏 거칠어집니다. 멀미에 약한 승객들은 여기저기서 비닐 포대에 얼굴을 묻습니다.

흑산도에 도착하니 시커멓게 탄, 사람 좋은 얼굴의 후배가 웃으며 맞아 줍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안주를 만듭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들어간 가거도에서 작은 고깃배 하나 건진 후배. 그 험한 바다를 이 악물어 목숨 걸고 흑산도로 배를 몰아 들어간 후배의 이야기는 밤새 통음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술이 덜 깬 상태에서 흑산도에서 가거도로 향하는 배에 허겁지겁 올라갑니다. 도대체 어떤 것이 후배를 홀렸을지 궁금증만 더합니다. 흑산도에서 가거도로 향하는 배는 어제보다 더 바다 위를 곤두박질치며 날아갑니다. 이 거친 바다를 작은 고깃배로 건넜을 후배의 마음을 상상해봅니다. 그만큼 가거도는 치명적입니다.

가거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km, 뱃길로는 233km, 흑산도에서 동지나해를 향해 남서쪽으로 82km 떨어져 있습니다. 국토의 최남서단에 있습니다. 동경 125°07’, 북위 34°04’에 위치합니다. 면적 9.09km2, 해안선 길이 22km, 산 높이 639m, 연평균 기온 14.1℃입니다.

섬 이름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가가도(可佳島)로, 《여지도서(輿地圖書)》에는 가가도(佳嘉島)로, 《해동지도(海東地圖)》와 《제주삼현도(濟州三縣圖)》에는 가가도(家假島)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가히 살 만한 섬’이라는 뜻의 가거도(可居島)라고 부른 것은 1896년부터라고 전하며, 소흑산도(小黑山島)는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명칭입니다. 가거도 주민들은 소흑산도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합니다.

가거도는 너무 가파르게 솟아 있어, 내리자마자 그 솟은 각도에 기선이 제압됩니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거도는 작지 않습니다. 크기에 비해 섬은 너무 뾰족하게 서 있어 버스와 택시가 다닐 경사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가거도엔 택시와 버스가 없습니다. 민박집이나 식당에 부탁해야, 원하는 곳으로 돈을 받고 태워다 줍니다. 가거도의 모든 차들은 4륜 구동 트럭입니다. 가거 1구에서 3구까지 가는 데는 10만 원입니다. 다음 카페 <섬으로> 회원들과 같이 가거 3구에 있는 가거도 등대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습니다.

 

문화재가 된 가거도 등대

가거도 등대는 가거도의 북쪽 끝에 위치합니다. 1907년에 무인등대로 축조되었답니다. 1935년 유인등대로 증축을 하였는데 대한제국 시기의 전형적인 모습과 등대의 입구와 포치 등 등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와 일제강점기 당시의 특성까지 시대의 변천사가 담겨있는 건축물이기도 하답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7월 14일 등록문화재 제380호로 등록되었고 군산 어청도 등대(등록문화재 제378호), 해남 목포구 등대(등록문화재 제379호)와 함께 우리나라 서해의 대표적인 등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습니다. 백색의 등탑 높이는 7.6m이고, 야간에 15초마다 반짝거리는 등대 불빛은 약 38km 밖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등대를 관리하고 계신 분들께 안내와 양해를 얻어 등대 관리 지역 밖에 자그마한 텐트를 칩니다. 가거도에서의 첫날이 금방 지나갑니다. 밤새 텐트 밖, 등대의 불빛이 주기적으로 돌아갑니다. 바로 앞에서는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먼 바다의 상선에선 불빛이 점으로 느껴진답니다.

새벽 안개 속에서도 불빛은 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가거도에는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독실산(犢實山)이 있습니다. 독실산은 639m 높이로, 우리나라 섬에 있는 산으로는 제주도의 한라산(1,950m), 울릉도의 성인봉(984m) 다음으로 높은 산입니다. 등대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등반로는 시종일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등산로에는 가거도에서 제일 많은 수종인 후박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하늘이 안 보이고, 어둡기 까지 합니다. 매우 빡빡한 숲과 가파른 경사는 길을 잃어버리면 실종과 추락의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등산로 처음부터 끝까지 양옆으로 줄이 처져 있습니다. 그동안 사고가 많았음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가거도의 후박나무는 팍팍한 섬 살림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후박나무는 약의 원료로 쓰입니다. 육지에선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 보냈지만, 가거도에선 후박나무를 팔아 대학을 보냈다 합니다. 이젠 중국산에 밀려 나무를 베지 않는다고 합니다. 울창한 후박나무 숲은 조망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태풍의 여파로 곳곳에 굵은 나무들이 부러져 있습니다. 나무를 넘어가고, 밑으로 지나가느라 힘이 듭니다. 숲에는 나무며 바위며 콩란과 이끼가 가득합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큰 바위들이 나타납니다. 바위마다 빼곡히 들어찬 이끼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여전히 경사는 가파릅니다. 길 옆으로 잠시 들어가면 조망대가 2군데 있습니다. 오직 여기서만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나타난 480m 조망대에선 빽빽한 숲과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나타난 독실산 전망대는 골계미가 좋은 바위들과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모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독실산은 통천문(通天門)이라 이름 붙일만한 바위도 있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바위들이 많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하여 이름을 붙여주면 좋은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바위를 구경하며 오르다 보니, 곧 정상입니다. 군부대가 바로 옆에 있어 넓이가 옹색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섬 산 중에 3위 봉입니다. 정상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습니다. 정상을 넘어 반대쪽 편은 바로 도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가거 1구로 넘어갑니다. 마침, 평택에서 김은정씨와 안성에서 박윤후씨가 배를 타고 들어옵니다. 같이 점심을 먹습니다. 자연산 회를 푸짐하게 시켜 먹습니다. 밥을 먹고 곧바로 가거 2구로 넘어갑니다. 가거 2구는 앞서 이야기한 후배가 제일 좋아했던 곳입니다. 며칠 전, 소주잔을 기울이며 ‘가거도에서 어디가 제일 좋으냐’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나온 대답이 가거 2구였습니다. 기대를 가지고 찾아갑니다. 트럭을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넘어가니, 갑자기 탁 트인 마을이 나옵니다. 세찬 바람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자리잡은 몇몇 집들은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후배는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멋진 경치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그리 밝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은정씨, 윤후씨의 환한 웃음이 위로가 됩니다. 은정씨도 작은 돌담 위에 올라앉아 짧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궁금하지만, 궁금한 만큼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거 2구는 참 멋진 곳입니다. 하지만 너무 아름다워 두려운 곳입니다. 고립된 공간에서 고독을 느끼기에 이만한 곳이 없어 보입니다. 아쉽지만, 다시 텐트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새로 가거도로 온 은정씨, 윤후씨와 같이 다시 독실산을 넘어 가기로 합니다. 호기심 많은 윤후씨는 모든 게 신기해 보입니다. 각종 기생 식물, 곤충, 민달팽이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하루 두 번 산을 오르니, 날이 저물어 갑니다. 서둘러 산을 내려옵니다. 일주일에 이틀을 쉬는 직장인들에게 가거도는 오고 가기에 너무 아쉬운 섬입니다. 등대로 돌아와서 바로 텐트를 칩니다. 등대 불빛을 안주 삼아 한 잔 합니다. 참 환상적입니다.

 

거친 바다 건너 만나는 아름다운 섬

아침 일찍 일어나 등대 밑에 있는 가거도 패총을 가봅니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유물들이 같이 출토되었고, 전라남도 기념물 제130호입니다. 바닷가 바위까지 내려가서 파도도 느껴 봅니다. 은정씨와 윤후씨는 짧은 시간을 보내고, 가거도를 떠납니다. 많이 아쉽겠지만, 오기 힘든 곳을 온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등대 옆에서 잔 경험도 나쁘지 않고요. 오고 가는 시간이 길고, 바다가 거칠어 쉽게 찾기 힘든 섬, 가거도. 하지만, 그 번거로움을 단숨에 눌러 버릴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리움을 가지고 왔다가 하나 더 덤으로 가져갑니다. 가거도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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