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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과 

애써 이어가야 할 것에 대하여

 

역사와 인연은 반복됩니다. 어떤 건 끊고 어떤 건 이어야 합니다. 잘못된 역사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좋은 인연은 잘 이어가야 합니다. 1993년 10월 10일 부안 격포와 위도를 오가는 서해페리호가 가라앉아 2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아픈 역사는 21년 후 진도 앞바다에서 되풀이되었습니다.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위도의 종주 산행로가 처음 뚫리던 2003년 7월, 부안군청의 황창호씨와 월간 <사람과 산> 취재진은 함께 취재산행을 했습니다. 16년 후, 유쾌한 황창호씨와 고슴도치 섬, 위도에서 좋은 인연을 이어가 봅니다.

글 사진 · 김석우 양구 주재기자

 

전라북도에서 가장 큰 섬인 위도는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11.14km2, 해안선 길이 36km입니다.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서쪽으로 14km 거리에 있으며 위도를 중심으로 주위에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가 있습니다. 생김새가 고슴도치와 닮았다 하여 고슴도치 위(蝟) 자를 붙여 위도(蝟島)라 합니다. 격포항에서 하루 5~6회 위도행 페리를 운항하며, 50분 정도 소요됩니다.

 

어느덧 16년 전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해봅니다. 위도를 종주하는 등산로를 소개하기 위해 2003년 6월, 당시 월간 <사람과 산> 윤대훈 차장, 정종원 사진기자와 같이 위도 취재를 왔습니다. 당시 부안군청에서 근무했던 황창호씨가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뜨거운 여름, 힘들었던 위도 종주산행에서 기억나는 건 황창호씨의 유머였습니다. 느릿느릿한 말투이지만, 정곡을 찌르며 돌려치는 말에 모두가 “ㅋㅋ” 대며 힘든 산행을 견뎠습니다. 부안으로 돌아와 술 한 잔을 하며 밤새 웃어댔고, 형 동생의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후 황창호씨와는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같이 다녀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번 위도 취재를 함께하고자 전화를 하니, 010 이전의 전화번호만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운데 4자릿수 번호에 맨 앞자리를 0부터 9까지 눌러 봅니다. 통화가 되지 않아 남아있던 2개의 번호에서 황창호씨를 만납니다. 참 대단한 인연입니다. 이제는 퇴직한 황창호씨와 위도로 들어갑니다.

위도에는 위도상사화라는 세계 유일의 상사화가 있습니다. 위도상사화는 우리가 흔히 보는 붉노랑상사화나 진노랑상사화와는 다른 흰색의 상사화입니다. 8월 말이면 위도에는 위도상사화가 만개합니다. 우린 위도상사화가 만개한 위도 해수욕장에 텐트를 칩니다. 위도 해수욕장은 텐트를 치는 비용도 무료, 화장실과 샤워장도 무료입니다. 부안 위도는 텐트 치고 놀기에 아주 좋습니다. 멀리 달아나려는 여름을 잡으러, 많은 사람이 위도 해수욕장에서 캠핑을 합니다. 다들 조용히 경치를 즐깁니다. 격포항에서 사온 삼겹살과 막걸리 한 병을 먹으며 지난 이야기를 합니다. 밤새 위도상사화들도 옆에서 다 들었을 겁니다.

16년을 거슬러, 똑같은 코스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들머리는 서해페리호 참사 위령탑입니다. 산행을 하기 전 위령탑으로 내려가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산행은 가파르지 않게 올라갑니다. 급한 경사가 아님에도 고도가 쑥쑥 올라갑니다. 등산로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멋진 위도 앞바다가 뒤로 펼쳐집니다. 30분도 되지 않아 위도 최고봉 망월봉(254m)에 오릅니다. 망월봉에서 보는 떠오르는 달은, 망봉제월(望峰霽月)이라 하며 위도 8경 중 하나입니다. 산봉우리를 벗어나면서 바다에 비치는 둥근 달이 한 폭의 그림 같다고 합니다. 정상의 정자에서 보는 그 광경을 상상해 봅니다. 세상에는 고수가 참 많습니다. 누군가는 그 광경을 보았을 테니 위도 8경을 정했을 겁니다. 대단한 풍류입니다.

 

바람 시원한 조망터에서 만난 용오름

잠시 쉰 후, 다시 산행을 시작합니다. 등산로 옆에는 끊임없이 꽃며느리밥풀꽃 군락이 이어집니다. 망월봉을 지나 도제봉(152m)을 향합니다. 도제봉은 위도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며, 예전에 봉수산이라 불리었다고 합니다. 정월 초이튿날 섬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드렸다 하여 도제봉(島祭峰)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도제봉 역시 늦가을 피어오르는 안개가 멋있어 봉산출운(鳳山出雲)이라 합니다. 위도 8경 중 하나입니다.

위도 종주 산행을 하다 보면 동쪽과 서쪽 바다가 교대로 보입니다. 썰물 때문에 치도리 앞 바다에선 딴치도와 작은 딴치도로 가는 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열렸습니다. 산행 중 꼭 눈여겨볼 장관입니다. 도제봉에 도착할 즈음, 안내지도상의 도제봉과 국토지리원의 GPS상의 도제봉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위도의 등산 안내 지도에 나와 있는 도제봉은 등산로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지만, 국토지리원의 도제봉은 독립된 봉우리입니다. 종주 산행을 위해선 도제봉을 따로 다녀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불편함 때문에 또 다른 도제봉을 두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올바른 정보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안군에서 고민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망금봉(241m)을 오르기 직전에는 동쪽과 서쪽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기가 막힌 조망터가 나옵니다. 툭 튀어난 바위에 오르면 360도로 위도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붑니다. 호연지기란 말이 생각나는 곳입니다. 위도 종주 산행은 참 많은 것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줍니다. 때마침 동쪽 바다 끝, 고창군 쪽에선 용오름 현상이 일어납니다. 날이 많이 더워서 그렇겠죠? 망금봉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어제 격포항에서 사온 빵과 과일 쥬스, 바나나 등으로 간단히 먹습니다. 망금봉엔 나무둥치로 만든 의자 몇 개와 나무그늘이 잘 드리워져 있습니다. 점심 먹기 딱 좋은 곳입니다.

망금봉을 마지막으로 내원암을 거쳐 산에서 내려옵니다. 내원암도 위도 8경 중 하나입니다. 내원모종(內院暮鐘)이라 하여, 해 질 무렵 내원암에서 듣는 종소리를 말합니다. 고창 선운사의 말사인 내원암은 조선 영조 10년(1734년)에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오래된 절인만큼 수령이 약 300년 되었다는 배롱나무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때까지 본 배롱나무중 가장 큽니다. 여전히 건강해 보였고, 내원암을 빠져나오는 길 양옆에도 배롱나무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아마도 배롱나무가 자라기 좋은 곳인가 봅니다. 시간 때문에 아쉽지만, 내원암의 종소리는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붉게 물든 하늘 그리고 바다

내원암을 빠져나와 바다 쪽으로 나오니, 깊은금 해수욕장입니다. 위도에는 14개의 금이 있는데, 이 금들은 옛날에는 군사적 요충지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주민들이 유용하게 이용하는 포구지만, 옛날엔 외적들이 배를 타고 들어와 침입하기도 좋은 장소여서 옛날 수군은 이들 지역에 초소를 세웠다 합니다. 파장금을 비롯하여 벌금, 정금, 도장금, 논금, 깊은금, 미영금, 살막금 등은 모두 위도의 내만(內灣) 깊숙이 들어온 곳이며, 배가 안전하게 피항할 수 있는 항구 역할을 합니다. 깊은금 해수욕장에서 다시 위도 해수욕장으로 돌아와 잠시 쉽니다.

저녁엔 위도 8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旺嶝落照)를 보러 갑니다. 위도를 사랑하는 시인인 김명중씨가 안산에서 우리를 위해 위도로 들어오셨습니다. 앞장서서 왕등낙조를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안내합니다. 위도의 서쪽에 위치한 상왕등도와 하왕등도로 떨어지는 해는 아름다운 낙조를 선사합니다. 그 왕등도를 보기 좋은 곳이 왕등낙조를 보기 좋은 곳입니다. 계절에 따라선 상왕등도와 하왕등도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장관을 보여줍니다. 김명중씨가 안내한 곳은 바다로 돌출된 절벽입니다. 위도 사람들만 알고 있는 명당이라고 합니다.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황창호씨 김명중씨와 다 따로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호사를 누린다기보다 뭔지 모를 고마움을 느낍니다. 위도로 모여 준 인연에도 고맙고, 이 경치를 선사해주는 자연에도 고맙고, 건강히 돌아다닐 수 있는 나의 몸에도 고맙습니다. 수평선에 해가 떨어진 지 오래지만, 모두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8월 말부터 위도는 꽃게가 제철입니다. 밤새 바다에는 꽃게잡이 배들이 밝힌 등으로 훤했습니다. 저녁으로 꽃게찜과 꽃게탕을 먹기로 하고, 위도 관광을 갑니다. 위도엔 유명하신 분이 한 분 계십니다. 위도 유일의 버스를 운행하시는 백은기 기사님입니다. 위도 일주 도로를 한 바퀴 돌면서 버스 안의 마이크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십니다. 어찌나 입담이 좋으신지 버스 안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어야 할 포인트며, 지명에 관련된 설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대소사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십니다.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포인트에선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분들 때문에 줄을 서야 합니다. 방송에도 많이 출연하신, 위도 최고의 스타이자 보물이십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합니다. 단체로 위도를 오실 때는 부안군 문화 관광 해설사인 백은기 기사님께 버스 투어를 예약하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백은기 010-3658-3875)

 

아름다운 위도의 자연과 인심

늦여름, 위도는 보고 먹을 것이 풍부한 섬입니다. 백패킹과 캠핑을 하기에 인심도 넉넉합니다.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재언이 ‘한국의 섬’에 소개한 위도 8경을 올려봅니다.

① 내원모종(內院暮鐘) - 내원암의 저녁 종소리.

② 정금취연(井金炊煙) - 정금마을의 밥 짓는 연기.

③ 식도어가(食島漁歌) - 식도에서 들려오는 어부들의 노랫소리.

④ 망봉제월(望峰霽月) - 망월봉에 떠오르는 달.

⑤ 봉산출운(鳳山出雲) - 진리 뒷산에 떠오르는 구름.

⑥ 선소귀범(船所歸帆) - 벌금 앞바다에 귀항하는 돛단배.

⑦ 왕등낙조(旺嶝落照) - 왕등도의 낙조.

⑧ 용연창조(龍淵漲潮) - 진리마을 포구에 가득찬 바닷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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