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산 세계의산 전문등반 등산정보 MM산장 쇼핑몰 사람과산
spaceid spacepw space

title

산 검색
백두대간
국립공원
테마산행
테마여행
호남정맥
낙남정맥

새연재 | 섬 백패킹

금오도 비렁길

 

황금거북섬에서 만나는 동백 그리고 봄

“동백꽃은 보는 꽃이 아니라 듣는 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벽 산사에 누워, 떨어지는 동백꽃의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통통하고 검붉은 동백꽃이 툭! 툭! 떨어지는 소리는 결코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할 때 떨어지는 동백꽃은 참 감성적인 꽃입니다.

글 사진 · 김석우 양구 주재기자

 

동백꽃으로 유명한 섬, 여수 금오도로 가봅니다. 금오도는 ‘황금 거북(자라)의 섬’이라는 뜻입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금오도에는 비렁길이라는 보석 같은 길이 있습니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옛말이랍니다. 비렁이란 말에 걸맞게 금오도의 비렁길은 금오도의 해안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길입니다. 동백꽃이 만개한 시기, 대구와 인천에서 온 두 친구와 비렁길을 걸어 봅니다.

금오도는 다도해해상 국립공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비렁길 에서 하룻밤 자며, 텐트 안에서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는 들어보겠다는 생각은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최선을 다해 하루 만에 전 코스를 다 걸어 보도록 합니다.

인천에서 같이 출발한 김지환씨와 컵라면으로 아침 요기를 때우고, 대구에서 새벽에 출발한 장명지씨가 도착하자마자 여수 신기항에서 배를 탑니다. 여수에서 금오도로 가는 배는 3군데서 출발합니다. 상황에 맞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캠핑을 위해 준비한 배낭은 여천 터미널에 맡겨 놓고 당일 배낭을 메고 출발합니다.  비렁길은 각 코스 모두 시작과 끝에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비상시에는 마을에서 걷기를 중단 할 수도 있습니다. 버스와 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맛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습니다.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서 항구에는 버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거리에 상관없이 1인당 2,000원이며, 우리는 비렁길 1코스로 가는 함구미 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합니다.

함구미(含九味)는 아홉 골짜기의 절경을 의미합니다. 마을 뒤쪽의 대부산(貸付山, 해발 382m) 줄기 끝 부분이 함구미 마을까지 이어져 해안가에서 기암절벽으로 이루며 끝나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함구미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봄기운 한껏 머금은 동백꽃터널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에서 두포로 이어지는 5km 길입니다. 비렁길 중에 가장 긴 코스입니다. 긴만큼 다양한 경치를 기대해 봅니다. 마침 함구미항으로 백야도항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합니다. 마을 분들도 내리고, 비렁길을 걷기 위해 오신 분들도 내립니다. 널찍한 항구미항이 잠시 북적북적해집니다. 이내 사람들은 집으로, 밭으로, 비렁길로 순식간에 없어집니다. 물 빠지듯 없어지고 조용해지는 게 참 신기합니다. 마을 곳곳에 있는 비렁길 표식을 따라 비렁길로 들어섭니다. 골목 갈림길마다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잠깐의 급경사를 올라서면 함구미항과 그 앞바다가 보입니다. 길옆의 밭에서는 금오도의 특산물인 방풍 나물이 잘 크고 있습니다. 비렁길 안내 표지 옆에 밭작물 채취 금지 표지판도 꽤 많이 보입니다.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마을 분들의 삶의 터전을 잠시 지나가면서 우리가 얻는 즐거움은 큰데, 마을 분들의 농작물을 뽑아가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사실상의 절도 행위죠. 매년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비렁길을 걸으러 금오도를 찾는 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으면 부작용도 많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희망은 스스로의 인식 전환과 의식을 높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섬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금방 해결될 문제입니다.

약간의 언덕을 올라가면 동백꽃 터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기대를 하고 왔지만, 기대 이상으로 큰 동백나무 터널에 탄성이 나옵니다. 윤기가 자르르하고 두터운 동백나무 이파리는 통통한 아이의 젖살이 생각나게 합니다. 봄의 기운을 한껏 머문 탓일 겁니다. 오래 된 동백나무의 두꺼운 줄기는 힘줄이 불뚝 솟아오른 건강한 남성의 팔뚝이 느껴집니다. 참 묘한 나무입니다.

능선 상에 올라서니 대나무 숲이 나옵니다. 비렁길은 다양한 식생이 잘 살아 있습니다. 능선을 돌아 금오도의 남쪽으로 돌아서면, 미역널방이 나옵니다. 예전에 미역을 널어 말렸음직한 벼랑 위 너럭바위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왜 그런 이름인지 알만합니다.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동백나무와 대나무 터널을 돌아 나와 갑자기 확 트인 바다와 절벽을 맞이하니, 그 감동이 배가됩니다. 비렁길은 1코스에서 이렇게 강력한 경치로 우리들의 기를 꺾습니다. 도시 생활을 벗어나 걷는 것도 좋은데, 이런 경치를 보다니, 자연에 감사함이 절로 생깁니다. 여수시에서 나온 비렁길 안내 팸플릿에는 미역널방의 사진이 대표 사진으로 나옵니다. 아마도 모두가 이 지점에서 느끼는 감동의 크기가 비슷해서겠죠. 갈 길이 멈에도 우리 모두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땀을 식힙니다. 더 가기 싫습니다. 다음에 또 오게 되면 여유롭게 여기서 도시락도 먹고 커피도 한잔 하며 햇살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미역 널방을 지나, 바삐 걸음을 움직이는데 갑자기 시끌벅적한 소리가 납니다. 미역널방에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떠듭니다. 중 고등학교 학생들인 듯 한데 엄청난 경치에 목소리가 두 배는 커집니다. 웃음소리가 벼랑을 울립니다.

 

비렁길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데크가 이어집니다. 바다를 마주하며 걷습니다. 섬둘레길의 극치입니다. 절벽 위 시야가 트이는 공간마다 너른 데크를 만들어놓아 조망을 한껏 즐기게 해두었습니다. 수달피비렁에선 김지환씨도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귀찮다고 넣어둔 카메라를 꺼낼 정도의 경치가 이어집니다. 비렁길은 금오도의 남쪽 해변입니다. 북쪽의 동백꽃에 비해 일찍 개화했던 남쪽의 동백꽃들은 이미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비렁길 곳곳에 떨어진 동백꽃을 피해서 걷느라 바빠집니다. 경치 보랴 땅 보랴 정신없습니다. 섬 생활에선 자그마한 땅도 소중하겠죠. 절벽 위 바위 사이, 양지 바른 땅에 두 개의 묘가 나란히 자리 잡았습니다. 바쁜 걸음에도 한번 둘러봅니다. 묘가 참 예쁩니다.

남쪽의 양지 바른 밭에는 대파며 방풍 나물이 가지런히 심어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방풍림으로 동백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오랜 세월, 거센 해풍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튼실하게 자라,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로 자랐습니다. 거대한 벽이 되었습니다. 비렁길은 오랫동안 동백나무 방풍림 옆으로 이어집니다.

비렁길 1코스 중간에는 자그마한 매점이 있습니다. 금오도 특산품인 방풍 나물로 만든 방풍 도토리묵, 방품 문어초무침, 방풍 잔치국수, 방풍해물전을 팝니다. 이웃 섬의 개도막걸리도 안성맞춤으로 내놓습니다. 큰 침 한번 꼴깍 삼키고, 눈 질끈 감고 지나쳐 갑니다. 갈 길이 멀어서 입니다.

금오도에선 2년 전까지 '초분'이라는 토속 장례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돌이나 통나무 위에 관을 얹고 이엉과 용마름 등으로 덮은 초가 형태의 임시 무덤이랍니다. 2~3년 후 초분에 모신 시신이 탈육(脫肉)되고 나면 뼈만 간추려 일반 장례법과 동일하게 묘에 매장한다고 합니다. 왜 이런 방식의 장례법이 생겼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길 걷는 내내 각자 의견을 내고 반대 의견도 내면서 걷습니다. 장명지씨가 내놓은, 땅이 부족한 섬이기에 묘의 크기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함구미 항에 내려 비렁길을 걷는, 서울에서 오신 조남경씨 부부는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사진을 찍으며 가는 우리와 달리, 진작 앞서갔지만 길을 걷다보면 야생화며 경치를 찍는 조남경씨를 만납니다. 길옆에 핀 야생화에 눈길을 준다는 건 아름다운 행위입니다. 비렁길엔 산자고, 민들레가 활짝 입니다.

비렁길 1코스의 끝은 두포입니다. 이곳에서 쉬다보니, 미역널방에선 본 젊은이들을 만났습니다. 앳돼 보이는 외모와는 다른 20대 학생들이었습니다. 여수 시립 테크니션 스쿨을 다니는 젊은이들이었고, 비렁길 청소를 위해 금오도를 찾았다고 합니다. 여수 산업단지 취업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랍니다. 그들의 밝은 모습에 두포가 활기를 띱니다.

 

비렁길 2코스 직포에서 만나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

두포를 떠나 2코스로 접어듭니다. 2코스는 3.5km입니다. 2코스에 들어서자 동백나무 숲이 더 울창해 집니다. 동백꽃이 지천입니다. 만개한 동백꽃과 떨어진 동백꽃 때문에 발걸음이 자주 멈춰집니다. 장명지씨도 동백꽃을 찍기 위해 자주 멈춥니다. 동백꽃은 2코스에서 절정입니다. 동백나무 터널이 길게 이어집니다. 촛대바위를 지나니 이번에는 대나무 터널이 이어집니다. 촛대바위는 남근바위라고도 불리는데, 이야기를 만들어도 될듯합니다. 직포로 가기 전, 세밭골에선 방풍나물 수확이 한창입니다. 길옆에 있는 방풍나물을 보며, 김지환씨가 방풍나물이 어떻게 바람을 막느냐고 하여,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바람을 막는 방풍과 질병인 풍을 막는 방풍의 한글이 같음에서 온 유머입니다.

2코스의 마지막인 직포는 소나무 숲이 아름답습니다. 금오도는 참 아기자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백나무, 대나무, 소나무, 지루하지 않게 보여줍니다. 직포의 해송들은 크고 우람하며, 가지가 풍성합니다. 멋지게 잘 자랐습니다. 수백 년 된 해송 숲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바나나와 과자로 때우려고 했던 점심인데, 김지환씨의 배낭에서 족발과 새우치즈펜네가 나왔습니다. 깜짝 놀라기도 했고, 이 무거운 걸 지고 왔을까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갑작스레 나온 음식은 선물 같습니다. 점심을 먹는데 동네 고양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족발을 나눠 줍니다. 서열에 따라 한 마리씩 차례로 족발을 물고 갑니다. 날도 좋고 배도 부르고, 따뜻한 봄 햇살에 한잠 자고 싶지만, 남은 일정 때문에 다시 배낭을 듭니다.

 

편백나무 따라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

3코스 시작점 옆의 직포 바다는 유난히 맑아 바닥이 보입니다. 경사가 급한 계단 위로는 엄청난 동백나무 숲이 있습니다. 2코스의 동백은 꽃이 위주였다면 3코스는 오래된 동백나무 원시림입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3코스 동백나무 숲은 여름엔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늘의 서늘함에 재킷을 껴입습니다.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습니다. 오랜 세월 이곳에 살았을 동백나무들을 보면 더 이상 개발하면 안 될 것 같은 신성한 느낌도 듭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큰 동백나무가 숲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동백나무 숲 끝에는 편백나무 숲이 이어집니다. 역시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숲은 어두컴컴합니다. 3코스는 다섯 코스 중 등산의 느낌이 큽니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숨소리가 가빠집니다. 자그마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숲을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펼쳐집니다. 매봉전망대에서는 3코스 마지막 지점인 학동이 보입니다. 다시 바다와 기암절벽을 바라보는 비렁길이 이어집니다. 걷다보니 구멍이 뚫린 바위가 나타납니다. 2코스의 촛대바위와 믿음직한 이야기하나 만들어도 될 듯합니다.

학동에 도착해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 나머지 4, 5 코스를 걷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총 18.5km 중 12km를 걷고 6.5km가 남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길을 무리해서 걷는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듭니다. 게다가 3코스를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시던 유쾌한 여성분들의 “비렁길은 3, 4코스가 최고”라는 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4코스를 뛰어서 갈 일이 아닙니다. 속도를 늦춰, 비렁길 3코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학동에 도착해서 장명지씨와 김지환씨께 여기서 운행을 중단한다고 말합니다. 자신들 때문에 늦은 줄 알고 미안해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도 훌륭히 잘 걸어주었고, 비렁길을 허겁지겁 걸을 일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게다가 이번에 비렁길을 다 걸어버리면 언제 또 올지 모르기 때문에 진한 아쉬움을 남겨둬야 했습니다. 4, 5코스를 위해 꼭 다시 오기로 마음먹습니다. 특히 아름답다는 4코스는 일부러 남겨둡니다.

5km의 가장 긴 1코스는 다양한 풍광을 보여 줍니다. 무엇보다 바다 조망이 일품이며, 강렬한 첫인상을 줍니다. 3.5km의 2코스는 동백꽃이 만발하고 네팔의 산골을 걷는 느낌입니다. 역시 3.5km의 3코스는 원시시대부터 있음직한 동백나무 숲이 매력입니다. 자그마한 봉우리를 올라가며 흘리는 땀은 덤입니다. 3코스 동백나무 숲의 비밀은 조선시대 말엽 전까지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한 봉산(封山)이었다고 합니다.

아기자기하고, 있을 건 다 있는 비렁길은 관리가 참 잘 된 길입니다. 표지판, 화장실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고, 무엇보다 억지로 만든 길이 아닌, 자연스런 길입니다. 각 코스마다 언제든지 탈출 할 수 있는 버스와 택시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암절벽과 바다 조망, 그리고 동백꽃은 가장 큰 매력입니다. 반드시 다시 오기 위해 3코스에서 길 걷기를 마칩니다.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일출명산 가이드/선자령...
낮은산 좋은산 / 팔봉산...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납량계곡/응봉산 용소골...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눈꽃 명산 가이드/계방...
늦가을 억새산/ 오서산...

HOME 게시판 산행기 정기구독신청 회원가입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 right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00-1호에 따른 사업자등록번호 106-05-87315
회사명: 도서출판 사람과산/ 등록번호: 서울, 아04289 /
등록일자: 2016년 12월 20일 / 제호: 사람과산 /
발행인: 조만녀 /편집인: 강윤성 /청소년보호책임자: 노주란/
발행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212, 309호(가산동, 코오롱디지털타워애스턴) /
발행일자: 2003년 4월 21일 /TEL (대)02-2082-8833 FAX 02-2082-8822
copyright © 1989 - 2007, 사람과 山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은 마운틴코리아에 귀속하며 무단 복제나 배포 등 기타 저작권 침해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contact
webmaster@mountainkorea.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