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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레킹 _ 중국 둔황 명사산

 

비단결 사막 위에서 바람 따라 우는 산

사진 · 정종원 기자

 

 

장예에서 출발한 야간기차가 밤새 달려 아침 8시에 둔황역에 도착했다. 이곳 둔황(敦煌)은 먼 옛날부터 중원과 이역만리 서역을 잇는 비단길,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자 마지막 기착지였다.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한 둔황은 현재 많은 유적지와 오아시스 월아천, 사막의 산 명사산 등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명사산(鳴沙山)은 ‘모래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풍문이 있는데 우리는 그 유래를 확인하러 사막의 산을 찾아 떠났다.

 

중국과 서역의 관문 옥문관

청도국제여행사를 통해 예약해둔 차량과 운전기사가 둔황역에 마중 나와 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소고기육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주변 가게에 들러 생수 한 박스와 빵 종류의 간식거리를 준비한다. 둔황은 사막도시로 한낮에 40도까지도 오르니 적절한 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둔황에서 서북방향에 위치한 옥문관(玉門關)과 야단마귀성(雅丹魔鬼城)으로 출발한다. 180km가량 떨어져 있어 뜨거운 열기를 뚫고 차로 사막을 2시간가량 달렸다. 옥문관 방문센터에서 입장권을 구입 후 다시 차량으로 30분 정도 이동하여 옥문관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먼저 실크로드 역사박물관이 있어 이 오랜 무역길의 유구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산을 찾기 전 박물관을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전시된 실크로드 유물들과 함께 자세한 설명들이 가득하다. 그중 20세기 초 영국의 탐험가 스타인이 탐사 중 발견했다는 한나라의 죽간이 눈길을 잡는다. 죽간에 적혀있기를 ‘옥문도위(玉門都尉)’, 즉 이곳이 실크로드 관문 옥문관이라는 표식이다. 기원전부터 이곳은 중원의 제왕과 귀족들이 가장 선호했던 쿤룬산맥의 옥(玉)을 들여오는 통로 역할을 했다. 옥문관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중국인은 옥문관을 나서면서부터 서역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 서역으로 향하는 길, 옥문관으로 이동한다. 온갖 보배가 드나들었을 옥문관은 이제 작은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당시 반짝이던 번영과 영광은 모래바람에 씻겨 날아가고 이제 사막 한가운데 폐허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성문 흔적만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던 중국 측은 옥문관 하나만으로는 상업성이 없어보였는지 여기서 30km 더 들어 간 사막 속에서 기괴한 돌더미를 찾아내어 관광지로 바꾸어 놓았다. ‘이단지모 지질공원’인데 일명 ‘야단마귀성(雅丹魔鬼城)’이라고도 많이 불린단다. 야단은 위구르 말로 ‘마귀’라는 뜻이다. 마귀성은 사암과 흙이 장구한 세월 동안 바람과 비에 침식되어 형성된 지형이다. 마귀성이라는 이름은 매일 저녁 거센 바람이 불면 이곳에서 마귀와 늑대의 울음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지질공원 내에서는 셔틀버스와 사막탐험 지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주요 포인트를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자유 관광을 즐기고 각자 사진촬영에 열중했다. 더운 날씨와 짧지 않은 코스이지만 다행히 얼마 전 중간에 간이매점이 생겨 캔맥주와 소시지로 갈증과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사막 위 산과 호수

오후에는 둔황의 하이라이트 명사산으로 이동한다. 명사산은 둔황시내에서 불과 5km 정도 떨어져 곳에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명사산 매표소를 지나 사막의 뜨거운 모래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막용 스패츠를 착용한다. 명사산 내에 관광 상품으로 낙타트레킹, 사막용 지프 드라이빙, 모터가 달린 패러글라이딩 투어, 헬기투어 등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그 중 사막사륜바이크를 선택했다. 입구에서 바로 사막용 사륜바이크를 타고 뜨거운 모래사막을 거침없이 내달렸다. 큰 언덕을 오르자마자 반대편 급경사 내리막 경사를 타고 내려올 때면 전신으로 느껴지는 짜릿함과 아드레날린을 감출 수 없다.

30분간 사막 드라이빙을 한 후 다시 입구로 되돌아 왔다. 이번엔 걸어서 명사산 오아시스 월아천(月牙泉)으로 이동할 것이다. 월아천은 길이 200m 폭 30m 정도의 오아시스로서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마르지 않고 거대한 명사산 모래바람을 견디고 있는, 말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다. 만약 명사산에 마치 초승달처럼 생긴 월아천이 없었다면 이렇게 유명해지긴 어려웠을 것이다.

본래 명사산 일대는 사막의 고운 모래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얼굴과 팔다리뿐만 아니라 카메라 등 전자기기도 잘 보호해야 한다. 명사산은 유구한 세월, 유사(流沙)가 퇴적되어 이루어진 산이다. 바람이 불 때면 산언덕의 모래들이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구르는데 이때 나는 소리가 마치 울음소리 같다 하여 울 명(鳴), 모래 사(砂), 명사산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오늘은 맑고 쾌적한 하늘과 더불어 바람도 잠잠해 울음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바라보기에는 최상의 상태를 보여준다.

본격적으로 명사산을 오른다. 모래길로 그냥 오르니 발이 깊숙이 빠지고 미끄러지기 일쑤라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뜨거운 햇빛까지 노출되어 힘이 쭉쭉 빠진다. 아무 언덕을 오르기보다 옆 오르막길에 난 줄사다리 모양의 나무계단식 등산로로 오르니 수월하다. 능선부에 도달하면 월아천을 포함한 일대 풍경이 한눈에 시원스레 보인다. GPS고도계를 확인하니 1,260m이다. 명사산 제일 봉우리는 1,715m이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 오후 7시가 다 되어간다. 명사산은 오전 시간보다 오후 시간이 사진 촬영하기에 더 적합하다. 햇빛 받는 능선의 방향이 일몰에 맞는 방향이고, 햇살은 오전부터 점점 강하게 내리기 때문이다. 능선 제일 높은데 서니 건너편 봉우리와 능선이 빛에 의해서 음영이 나뉘어 절로 작품이 연출된다. 모래의 열기도 점차 식어서 활동할 만하다. 둔황에서 오후 7시면 아직 낮처럼 훤하다. 완전히 어두워지려면 앞으로 3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사막의 밤하늘과 별을 즐겨보는 것도 낭만적일 것 같다. 일정상 아쉽지만 내려가기로 한다. 하산길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마치 겨울에 눈 쌓인 능선을 미끄럼 타듯 내려오는 것과 유사하다.

 

불교예술의 보고, 막고굴

시내로 돌아와 야시장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묵은 뒤 다음날 아침, 일찍 둔황 실크로드의 또 하나 보물 막고굴(莫高窟)로 이동한다. 중간에 시내에 들러 여행사를 통해 미리 표를 준비했다. 많은 인파로 인해 현장에서는 표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VOD센터에서 1시간 가량 실크로드 영화와 막고굴의 시대배경 영상을 관람했다. 최신식 극장으로 꾸며진 3D입체영상관이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다. 관람하고 한동안 여운이 남을 정도다.

영상 관람 후 셔틀버스를 타고 30분간 이동해 막고굴 입구에 도착했다. 막고굴은 1,000여 개의 석굴이 모인 대단지 석굴 사원이다. 현재는 그 중 492개만 발굴되어 공개되고 있다. 천년의 세월 동안 자연과 사람들에 의해 닳고 파괴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600여 미터에 달하는 492개 석굴과 조각, 벽화가 있는 막고굴은 45,000㎡에 달하는 공간에 벽화와 불상 및 소조상 2,400여 점이 남아 있어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상태가 좋은 불교예술의 보고이다. 동양과 서양의 교역로, 실크로드의 옛 영광이 담긴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에 들어와 있자니 VOD상영관에서 시청한 옛 거상들의 실크로드 횡단 모습이 눈앞에 다시 재현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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