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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등반 _ 키르기스스탄 악사이산군 코로나

  

산악구조대

아시아의 알프스를 오르다

 

서울특별시산악연맹 서울산악조난구조대(대장 김형수, 이하 서울구조대)

대원 14명으로 구성된 ‘악사이훈련대’가 키르기스스탄 악사이산군 코로나1봉(4,800m)과 코로나 북벽(4,750m)을 등반했다. 이번 등반은 2018년 서울구조대 정기원정

등반의 훈련 차원에서 기획됐다. 악사이훈련대(이하 훈련대)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대원간의 팀워크를 향상시키고 선배가 후배에게 등반경험을 전수하는 것이었다.

서울구조대 4개월 차 신입대원의 등반일지를 중심으로 등반기를 소개한다.

 

· 이정재 대원  사진 · 원정대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 알라르차 국립공원, 그 안의 악사이산군. 대부분 5,000m 이하로 고도가 크게 높지 않으면서도 암벽, 설벽, 빙하 등 다양한 등반환경과 길지 않은 어프로치라는 메리트를 가졌다. 이런 이유로 고산 등반 초심자들이 접근하기 좋다는 김형수 대장의 권유를 받았다.

등반을 시작한지 이제 1년, 구조대는 4개월째, 솔직히 걱정이 앞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훈련대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해외등반을 나갈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흔쾌히 “네”를 말했다. 그렇게 나의 첫 해외 등반이 시작됐다.

 

마음을 다잡으며 키르기스스탄으로

7월 11일, 인천공항에서 대원들과 합류, 짐 점검을 시작했다. 김치 냄새가 많이 나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파손되진 않았지만 만일을 대비해 랩으로 보강했다. 트레킹팀 짐 중 15kg 넘는 것이 있어 일부는 비용을 지불하고 화물로 보냈다. 그렇게 오전 10시 우즈베키스탄 항공을 타고 6시간쯤 걸려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에 도착, 다시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정호선 부대장은 “원정에서 막내로서 힘든 일도 많겠지만 모두 등반의 일부이니 서로가 친해지기 위한 기회로 삼고, 몸 상태나 현장 상황 탓에 정상에 못 갈 수도 있으니 무엇보다 즐기고 배우는 마음으로 지내다 가야한다”고 하셨다. 듣기로는 원정 후 사이가 틀어져 서로 안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나도 힘들고 고립된 공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지만 되도록 좋은 면만 보여주도록 노력하고 정상보단 과정을, 목적보단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되새겼다.

3시간쯤 기다려 비슈케크행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남짓 하늘을 날아 마침내 키르기스스탄에 도착했다. 수화물을 찾은 후 현지가이드를 만나 짐을 싣고 경복궁이라는 한인 식당으로 출발했다. 가이드는 한국인으로 19살 원기라는 이름을 가진 유학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30분 정도 걸려 바이칸(Baikhan) 호텔에 도착했다. 방 배정을 먼저하고 마당 주차장에 짐을 내린 후 방수천으로 덮어 혹시 모를 우천에 대비했다. 다음날은 김형수 대장, 정의석 대원, 강태웅 선배, 가이드와 함께 KGM 트래블 에이젼시로 가서 등반날짜, 등하산시 포터, 가스연료 등을 상의했다.

출국 삼일 째, 드디어 알라르차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호텔에서 공원 입구까지는 차량으로 1시간 정도 걸리며 이동할수록 마을 풍경이 점점 넓은 벌판으로 바뀐다. 좀 더 가니 비포장도로의 낮은 산길이 나오고 옆으로는 빙하가 녹아 흐르는 하천이 보였다.

알라르차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포터들은 짐을 수송하기 위해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조금 올라가 몽골텐트가 있는 작은 쉼터에서 미리 주문한 비빔밥을 먹고 라첵 산장까지의 트레킹을 시작했다.

일단 기본 고도가 한국 산보다 높다보니 큰 나무는 올라갈수록 적어지고 그나마도 일정 군락만을 이루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키가 낮은 풀과 꽃 사이로 멀리 빙하와 몇 개의 폭포가 보였다. 굵고 시원한 물줄기가 쉬지 않고 계곡으로 흘러 내렸다. 그렇게 5시간 남짓 걸어 라첵 산장(3,200m)에 도착해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꿈꾸듯 올라간 코로나1봉

아침밥을 먹고 장비를 챙겨 코로나 무인산장으로 출발했다. 너덜지대와 빙하지대를 지나 힘들게 무인산장 앞에 도착했다. 오를 때 숨이 가쁘고 뒤통수에 두통이 오는걸 보니 완전한 고소적응은 안 됐나보다. 대장이 물을 많이 먹으라고 조언했다. 코로나 무인산장이 만원이라 텐트를 쳤다. 트레킹팀은 무인산장을 경유해 돌아가고, 정의석 대원은 중간 지점쯤인 빙하지대 시작지점에서 고소를 호소하며 베이스로 내려갔다.

드디어 첫 등정을 떠나는 날이다. 7월 16일 새벽 3시쯤 일어나 오버트라우저와 빙벽화, 하네스를 착용하고 배낭을 메고 코로나1봉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짧은 너덜지대 중간쯤 갔을 때 로프 1동을 두고 왔다고 해서 캠프로 되돌아갔다 다시 올랐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힘이 들고 두통이 오는지…. 앞서간 대원들은 새벽어둠 너머 아주 희미하게 보이고 주위를 둘러보니 완벽하게 고요하다. 바람소리만 가늘게 울리는 산 속에 나 혼자였다.

김형수 대장이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정재야, 쉬면서 천천히 올라와라” 외쳤다. 너무 힘이 들어 그만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엔 박기성 부대장이 내려와 짐을 나눠 들었다. 그제야 힘이 좀 나서 10보 이상씩 걷고 쉬라는 조언을 따라 계속 걸었다. 15~20보씩 걷고 잠시 스틱에 기대 쉴 때는 눈을 감기라도 하면 바로 꿈을 꾸었다. 내가 산에 오르는지 스틱이 날 이끄는지도 모른 채 코로나 1봉 바로 아래에 도착했다.

유학재 자문이 고정로프를 설치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등강기를 이용해 마침내 코로나1봉 정상(4,800m)에 올랐다. “너 정도면 북벽 가능하겠다”며 김형수 대장과 선배들이 나의 첫 등정을 축하해줬다. 지금은 너무 힘들어 아무 생각이 없는데….

하산 역시 힘이 들긴 마찬가지였다. 설사면에서 2번 미끄러져 하강고정로프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거기서 유학재 자문이 고정 슬링을 내 하네스에 확보해주셨다. 고정로프까지 이동해 하강기로 설사면을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그렇게 언덕 한 구간을 남기고 대장과 강태웅 선배가 내 상태를 보더니 내 배낭을 메고 코로나 무인 산장까지 내려왔다. 그렇게 내려와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아침 8시 알파미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베이스캠프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 중 무전을 받고 중간 너덜지대에서 데포했던 정의석 대원의 장비를 찾아 나눠 메고 베이스로 귀환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유학재 자문이 너덜구간에서 넘어지셔서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했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탄력붕대로 압박하는 조치만 취했다.

 

서로 배려하며 안전하게 등정한 코로나 북벽

이틀간의 휴식을 취하고 7월 19일 아침 8시에 코로나 북벽을 향해 출발했다. 2시간 30분 남짓 걸려 코로나 북벽 무인산장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우리 외에는 등반자가 없어 호텔 수준인 무인산장을 독채로 썼다. 이상훈 선배는 무인산장에서 길잡이 겸 서포터를 하기로 했고, 전형석 자문은 다음날 식량 수송과 정의석 대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베이스로 내려갔다. 다음날 등반이 새벽 3시 예정이어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식량을 아끼기 위해 저녁은 생략하고 잠을 청했다.

마침내 북벽 등정일이다. 새벽 3시 30분쯤 식사를 하고 장비를 착용한 후 4시 30분, 북벽으로 향했다. 김형수 대장과 강태웅 선배가 리딩을 하고 나와 유학재 자문이 마지막에 섰다. 8피치의 약 800m 설빙벽을 오르고 또 올랐다. 그 후 100~120m 정도 되는 암벽을 더 올라 정상(4,750m)에 섰다. 첫 등반 때보다는 고소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두통이나 컨디션 저하는 없었다. “첫 등반에 두 봉우리 등정이라니! 넌 복이 많다”며 대장이 축하의 말을 건넸다. 김형수 대장 본인도 좋은 선배와 후배 대원들과 함께 와서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이제 안전하게 하산하자고 정신 집중하라고 했다. 등하산시 유학재 자문은 본인 물통을 먼저 내어 주시며 마시게 해줬다. 등반실력도 그렇지만 흉부 통증 때문에 고통스런 와중에도 주위를 먼저 배려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서포터로 남아있던 이상훈 선배 덕분에 무인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7월 21일, 10시 반쯤 느지막이 밥을 먹고 12시쯤 베이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베이스 도착 하자 전형석 자문이 콜라를 한잔씩 주셨다. 그 톡 쏘는 탄산의 달콤한 맛이란! 마셔본 콜라 중 최고로 맛있었다. 저녁식사 후엔 텐트에 둘러 앉아 보드카와 꽁치, 살라미 등 각종 안주를 놓고 축하파티를 즐기며 이번 등반을 정리했다.

 

코로나에서 배운 것을 잊지 않으리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은 등반이었다. 내가 아닌 우리,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 팀워크가 등반의 성패를 좌우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국 나를 포함한 전체를 이롭게 한다는 걸 유학재 자문에게 배웠고, 등반을 잘하건 못하건 경력이 많던 적던 자기에게 맞는 등반을 즐겁게 하는 것이 최고의 등반이며 산악인이란 호칭에 갇혀 틀에 박힌 등반만을 고집하고 그걸 명예나 자존심으로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강태웅 선배에게 배웠다.

아무것도 정의하지도 평가하지도 않는 산에서 느꼈던 자유로움, 앞서던 걱정과 다르게 부딪쳐 해냄으로 성취했던 자신감, 같은 목적을 두고 같은 어려움을 이겨나가며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사람들, 모두 이번 등반을 통해 내가 얻은 선물들이다. 이런 기회를 준 서울산악조난구조대 김형수 대장에게 감사할 뿐이다. 또 많은 요리 레시피와 등반에 대한 가르침을 준 유학재, 강태웅 선배, 막내이자 초보인 나에게 많은 신경을 써준 구조대 자문과 한동익, 최지원, 염동우 선배 그 외 구조대 모든 선배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린다. 악사이훈련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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