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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트레킹

미국 유타주 백컨트리 _

 

시·공간을

의 세계를 만나다!

글 사진 · 신하섭(돌비알산악회)

 

지난 2020년 10월, 미국 주재원으로 근무 중 홀로 미국 서부 여행을 떠났다. 평소 산과 자연을 좋아하기에 미국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위주로 관광하였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여정은 단연 코요테 굴치(Coyote Gulch) 하이킹이었다.

처음에 계획했던 코요테 굴치 일정은 1일이었다. 코요테 굴치에는 다양한 하이킹 루트가 있는데, 나는 가장 짧은 루트인 제이콤 햄블린 트레일(Jacom Hamblin Trail) - 제이콤 햄블린 트레일은 스니커 루트(Sneaker Route) 또는 워터 탱크 트레일(Water Tank Trail)이라고도 불린다. - 을 선택했다. 코요테 굴치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제이콤 햄블린 아치(Jacom Hamblin Arch)와 코요테 내추럴 브리지(Coyote Natural Bridge)를 보고 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코요테 굴치에 도착해서 트레일에 진입하는 순간,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아니, 떠나기 싫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다. 사막길을 걸어 협곡에 들어서자 시·공간을 초월한 미지의 세계가 펼쳐졌고, 나는 단번에 그 비경에 매료되었다. 이곳에 하루만 머무는 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 하이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나는 이후의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하였다. 코요테 굴치를 떠나 방문 예정이었던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은 이미 내 마음속에서 떠난 지 오래였다. 나의 새로운 계획은 백컨트리(백팩킹) 방식으로 2박 3일간 코요테 굴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나는 몸통만 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즉흥적인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야!’라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코요테 굴치 백컨트리

코요테 굴치가 위치한 글렌 캐니언 국립 보호지구(Glen Canyon National Recreation Area)는 미국 유타주 남부와 애리조나주 북부 파월호(Lake Powell) 주변의 휴양·보호지이다. 주변 일대의 풍부한 자원과 그에 깃든 역사와 풍치를 누구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1972년 10월에 보호지구로 지정되었다.

보호지구에는 일반적인 국립공원(National Park) 형태보다 조금 더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그런 이유로 방문객들은 좀 더 자유롭게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는데, 각종 오프로드 투어 및 캠핑, ATV, MTB, 백컨트리 등 다양한 모험이 간단한 퍼밋 신청만으로 허용된다. 또는 몇몇 사전에 지정된 구역에서는 허가 신청 없이도 자유롭게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코요테 굴치는 하루 이상의 하이킹을 진행할 경우 퍼밋을 받아야 한다. 퍼밋 신청은 코요테 굴치 여행의 전초 도시인 에스칼란테(Escalante) 방문자 센터에서 할 수 있다. 마을에서 미리 신청하지 못했다면 각 트레일헤드(Trailhead, 들머리)에 설치되어있는 신청 안내판에서도 신청할 수 있으며, 퍼밋 신청 요금은 무료다.

코요테 굴치 하이킹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봄(3월~6월 중순)과 가을(9월~10월)이다. 봄가을에 이곳을 찾으면, 전 세계 온 수많은 하이커를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여름에는 폭염과 홍수의 위험성이 높으므로, 겨울과 여름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한여름의 트레일에서는 각종 벌레(사슴파리 등)가 하이커들을 괴롭게 한다. 트레일의 날씨 정보는 에스칼란테 방문자 센터에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최고의 캠핑 사이트

다시 트레일로 떠나는 날이 밝았다. 출발 전에 에스칼란테 방문자 센터에서 백컨트리 퍼밋을 신청하려 하였으나 COVID-19의 영향으로 센터는 운영을 중지한 상태였다. 다행히 ‘트레일헤드에서 비대면으로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안내문이 있어, 오히려 퍼밋 신청이 간소화되었다.

에스칼란테 마을에서 레드 웰(Red well) 트레일헤드까지는 약 61.1km 거리다. 그중 약 51.5km는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했다. 50km가 넘는 비포장 길을 가야 하기에 4륜 구동차량이 필요하였으나, 이번 여행에서 내가 렌트한 차량은 일반 승용차였다. 당장 차종을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각별히 조심하며 운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모래밭 길에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운전하니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고, 2시간여 만에 레드웰에 도착하며 무사히 백컨트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첫날 일정은 레드웰을 시작으로 코요테 내추럴 브리지까지가는 15.8km의 여정이었다. 3일간의 식량과 야영장비로 가득 채운 배낭을 메고 모래밭 위로 첫걸음을 뗏다. 코요테 굴치는 해발고도 1,100m 위치한 곳이다. 천 고지의 모래밭 트레일을 걷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로, 마치 겨울철 설산 산행과 맘먹는 체력소모가 요구되었다. 하지만 그저 모든 것이 즐거웠다. 꿈만 같은 트레일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내추럴 브리지에 도착하자, 그림 같은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추럴 브리지(자연 다리)는 이름의 의미처럼 자연이 만든 아치 모양의 다리였는데, 웅장한 바위가 주위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빼어난 자태를 뽐냈다. 신비로운 자연과 협곡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었다.

코요테 굴치 트레일 안에서는 어디에서나 캠핑이 가능하지만, 그중에서도 내추럴 브리지는 최고의 캠핑 사이트로 꼽히는 곳이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 텐트 설치를 서둘렀다. 10월의 코요테굴치는 낮에는 영상 17도까지 기온이 상승하고 일몰 후에는 영하 1도까지 떨어졌다. 일교차가 심한 사막성 기후마저도 이방인에게는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억겁의 시간이 빗은 협곡

2일 차의 날이 밝았다. 텐트 밖으로 보이는 물가 위로 아침 햇살이 비춰 반짝거렸다. 아침 기온이 너무 낮아 물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만약 늦봄이나 초가을에 왔다면 샌들을 신고 계곡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정말 좋은,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이곳을 포함해 협곡 안에는 4계절 내내 맑은 물이 흐른다. 어디서든 손쉽게 물을 구할 수 있으므로, 소형 정수 필터 준비는 필수다.

급수를 넉넉히 하고, 둘째 날 하이킹을 시작했다. 오늘은 스티븐 아치 뷰 포인트(Stevens Arch View Point)를 거쳐 제이콤 햄블린 아치까지 가는 20.9km의 여정이었다. 이틀 만에 트레일에 완전히 적응한 것인지, 둘째 날은 주변의 풍경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협곡의 위쪽은 발이 푹푹 빠지는 황량한 모래밭과 사암바위 지형의 트레일이었다면, 협곡 아래쪽 구간은 굽이굽이 물길을 따라 형성된 계곡 트레일 구간이었다. 여름철 우기 때마다 쏟아지는 비가 사암지대로 흐르면서 깎아 내려 만든 협곡의 모습에서 억겁의 시간이 느껴졌다.

코요테 굴치 하이킹은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미지의 세계를 걷는 느낌이었다. 부드럽고 끝없는 사막의 모래밭, 물길이 만들어낸 붉은색 사암으로 이루어진 100m 높이의 수직 직벽, 웅장한 벽과 아치로 둘러싸인 협곡은 과연 일상과 현실에서 본 적도, 볼 수도 없는 풍경이었다.

2일 차는 제이콤 햄블린 아치에 텐트를 쳤다. 이곳은 지난밤에 지냈던 내추럴 브리지와 함께 코요테 굴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핑 사이트로 꼽히는 곳이었다. 제이콤 햄블린 아치 근처에도 작은 샘이 흐르고 있었다. 맑은 물이 가득한 시냇물은 주위로 수풀이 무성했는데, 붉은 사막의 풍경과 대비되어 초록빛 식물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꿈만 같았던 2박 3일

마지막 3일 차는 허리케인 워시 트레일헤드(Hurricane wash trailhead)까지 15.1km의 하이킹이었다. 오늘도 나를 감싼 주위 환경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공간이, 나와 같은 위도와 경도에서 나타나는 지형지물이라는 것이 3일째가 되도록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이었다.

허리케인 워시를 끝으로 공식적인 코요테 굴치 하이킹이 끝났다. 트레킹 시즌 막바지인 10월 중순에 방문하여서 그런지 2박 3일 동안 이곳 명성에 비해 많은 하이커를 만나지는 못하였다. 3팀의 하이커들을 만났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광활한 협곡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꿈만 같았던 여정을 뒤로하고 트레일을 벗어났다.

“어디까지 가시나요? 태워드릴까요?”

허리케인 워시에서 차를 세워둔 레드웰까지는 6km가 넘는 거친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야 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가 가득 쌓인 도로를 지나던 중 갑자기 내 옆으로 밴 한 대가 멈춰 섰다. 운전자의 눈에도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메고 모래와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것 같다.

놀란 마음에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땡큐!”를 외치며 밴에 올라탔다. 차 안에는 첫날 숙영지에서 만났던 캘리포니아에서 온 대학생 하이커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현지인은 다름 아닌 코요테 굴치 트레일 헤드까지 라이드를 해주는 전문 투어 업체였다. 뜻밖의 히치하이킹을 마지막으로 3일간의 백컨트리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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