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산 세계의산 전문등반 등산정보 MM산장 쇼핑몰 사람과산
spaceid spacepw space

title

원정등반기
해외등반지
해외트레킹

꿈의 트레일 PCT(Percific Crest Trail)를 가다②

 

스피틀러 피크~빅베어시티(Spitler Peak~Hwy 18 Access to Big Bear City)

157km(총 운행 거리 428km)

 

“과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걸을 수 있을까?”

글 사진 · 최인섭(서울시청산악회, 전 서울시산악연맹 이사)

 

아이딜와일드에서 달콤한 휴식을  

아이딜와일드에서 이틀을 보냈다. 이 지역은 해발 약 1,630m로 샌 하신토 산(San Jacinto, 해발 3,296m)을 끼고 있는 휴양지이자 트레킹과 암벽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때 미국 최고 예술 마을 중 하나라는 칭송을 받은 마을이어서 그런지 건물들마다 예술적 풍취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휴양지라고 해서 피해가질 않는다. 여파가 이 지역까지 미친다. 음식점이나 숙소는 이미 폐쇄된 곳이 많다. 마트 등엔 마스크 없이 출입할 수가 없다. 아내가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여보, 빨리 귀국해. 지금 귀국하지 않으면 더 나쁜 상황으로 변할 수 있어”

그럴 순 없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돌아갈 수는 없다. 조금 더 가보고 판단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이틀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했고 5일치 식량을 준비했다. 숙소 인근에 있는 장비점에 가 이소 가스와 MSR 스토브를 샀다. 며칠 전 야영할 때 제리가 보여준 조그맣고 가벼운 스토브였고 난 갖고 싶었다. 이 장비점엔 하이커들 이동을 위해 승용차로 수송을 해 주는 트레일 엔젤 명단이 있다. 그럼피(Grumpy)라는 분이 토요일 시간이 된다 했다. 꿍취엔도 같이 출발하잔다.

페북을 통해 데크만 아주머니께, 내가 묵었던 리조트에서 내 옷을 찾아봐 달라 했는데, 없다고 했다. 누군가 가져간 모양이었다. 기부한 셈으로 치자 생각했지만, 맘속에서 옷들이 영 가시질 않는다. 이 지역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일 하이 카페가 있다고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이건 하이킹이 아니라 동계 산악훈련 같은

3월 21일. 토요일이다. 숙소에서 그럼피가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타고 탈출한 지점 도로까지 이동했다. 약 2시간을 올라 3일전에 탈출했던 스피틀러 피크에 오르니 길동무들이 6명이나 쉬고 있다. 날은 완전히 개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다. 눈도 제법 녹았다. 운행하기 좋은 날씨다. 해발이 계속 높아지면서 눈이 녹지 않아 발이 푹푹 빠진다. 7시간 이상 눈을 밟았다. 추락하면 제법 다칠만한 곳엔 자일이 걸려있다. 해발 2,500m쯤 되는 곳에서 야영을 했다. 미국인 수(Sue)의 텐트는 바닥 부분이 휑하니 열려있어, 그 틈새를 나무나 돌로 막느라 고생을 한다. 신사 체면에 돕지 않을 수 없다. 나무토막이나 돌을 날라다 주었다.

해발이 높은 지역이다 보니 텐트 안 물통이 얼었다. 통이 트기 전이지만 여기저기서 스토브의 열 올라오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린다. 아침을 지어먹느라 부산하다. 해가 뜨니 날이 맑다. 눈 때문에 걸음이 더뎠지만 20km쯤 걸었다. 중간쯤에서 샌 하신토 산 정상으로 향하는 삼거리를 지났다. 이곳에서 2시간쯤 오르면 정상이다. 하지만 경사가 심하고 러셀이 안 돼 있어 정상가기를 포기했다. 오늘은 오르내리막이 많아 넙다리네갈래근(대퇴사두근의 새 용어) 피로가 심하다. 알파인 스틱에 의존을 많이 해 위팔두갈래근(이두박근의 새 용어)도 당기고. 함께 걸었던 꿍취엔과 수는 보이질 않는다.

18일째, 밤새 눈이 왔다. 해발 2,500m인지라 추위는 여전하다. 눈은 소리 없이 내리며 쌓인다. 오늘도 운행하는데 애를 먹겠다 싶다. 걷다보니 하이킹이 아니라 동계 산악훈련 같다. 무거운 짐을 지고 능선을 오르내리며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음식을 해 먹고, 아침엔 다시 눈 속에서 장비를 걷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겨울철 산악 훈련과 뭐가 다른가?

텐트 모퉁이 부근이 예리하게 찢어져 있다. 2cm 이내긴 하지만, 앞으로 텐트를 치고 걷고를 무수히 반복할 텐데 걱정이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분다고 하지 않던가! 눈은 계속 내리고 바람의 기세도 만만찮다. 폭설, 눈보라, 영하의 기온, 러셀 등은 모두 걷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옆에서 야영을 했던 제이콥과 조 일행이 출발하면서 내 안위를 묻는다. “초이, 괜찮아?” “응, 괜찮아, 고마워”

앞서 가던 길동무 4명이 멈춘다. “Break!” 아마도 눈 때문에 길이 덮여 길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리라. 주변을 유심히 살피니 희미하게나마 선이 보인다. 내가 러셀을 해 100m쯤 걸으며 안내를 했다. 눈밭을 완전히 벗어나 길동무 친구들과 작별을 한 후 거의 달리다시피 걷는다. 오늘 목적지인 인터스테이트 10(Interstate 10, 하이웨이를 지나는 다리)까지 가려면 뛰는 수밖에 없다. PCT 200마일 표지석을 지나자 길은 지그재그 형상이다. 뛰다시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목에 걸린 카메라 끈이 카메라 본체와 분리되면서 카메라가 덜렁거린다. 본체에 붙어 카메라와 끈을 연결하는 견고한 쇠고리가 닳아서 끊어져버렸다. 신경 쓸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시간은 벌써 오후 5시 반, 앞으로도 15km를 더 가야 목적지다. 다행히 해발이 점점 낮아지면서 길이 평탄해져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이커들을 위한 물 보급 시설인 듯 수도꼭지(Water Faucet)가 있다. 1리터나 마셨다. 스노 크릭(Snow Creek, ‘Creek’은 작은 강을 뜻한다) 마을을 지나 초원길을 걷다보니 해가 노루 꼬리만 해 지더니 이내 땅거미가 진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더욱 선명해지며 오늘 목적지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다. 밤 9시 조금 못 돼 운행을 멈췄다. 종일 11시간을 걷다보니 피로가 쌓여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6시간 반 동안 26km를 걸었다. 야트막한 둑 아래 잠자리를 마련했다.

평지 모래바닥이어서 두 다리 쭉 뻗고 편하게 눕는다. 날이 푸근해 모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수백 미터 길이의 강을 단 몇 초 만에 건너는 이상한 꿈을 꾸곤 했는데, 울타리 밑의 개꿈이라고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일들이었다. 워너 스프링스 리조트에 두고 온 옷들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사회가 공유하는 선(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평소 믿어왔기에, 저 옷들이 조만간 내 손에 돌아올 수 있으리란 기대를 걸 수밖에.

 

마음. 바람. 발걸음. 소리만 들리는 길

고속도로 다리 밑에 가니 하이커 박스에 캔 맥주가 놓여있다. 이런 상황도 일종의 트레일 매직이 아닐 수 없다. 하이커들이나 또는 지나가는 이들이 남겨놓았다, 맥주 한 캔에 사흘 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리진다. 조그만 쓰레기통이 있어 그간 모아놓은 쓰레기들을 버렸다. 잠시 쉬며 생각한다. 내가 지고 다니는 물리적·정신적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마음의 짐을 평생 지니고 살지는 않을까? 숙소에 놓고 온 옷가지 하나에도 집착하고 있는 내가 마음의 짐을 쉽사리 놓을 수 있을까? 훨훨 털고 새털처럼 가벼이 생을 즐길 수 있기 보단 여전히 내게 들러붙어 지고 다니는 마음의 짐이 내 몸 구석구석에 박혀 있지는 않을까? 미국에 오기 전, 난 충현 형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형님, PCT 길을 걸으며 마음의 짐들을 모두 비워서 가볍게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약속을 지킬지 의문이다.  

길은 고속도로 다리 밑을 지나 평원으로 이어진다. 고속도로엔 대형 화물차들이 끊임없이 오고간다. 땅덩어리가 원체 큰 나라여서 물류 이동 규모가 엄청나다. 물동량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쓸데없는 계산에 머리만 복잡해진다. 물이 부족하다. 인가에 가 도움을 청하려 대문 앞에서 인기척을 해도 당최 응답조차 없다. 우연히 발견한 캠핑카에 사람이 있는 듯해 사정을 하니 서슴지 않고 3리터짜리 물통을 통째로 준다.

이제 눈을 씻고 찾아도 인가는 보이지 않고 오직 길뿐이다. 사위는 고요하고 바람 소리와 내 발걸음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린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PCT 표지판만이 가는 방향이 올바르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커다란 규모의 계곡 입구에 방문자 센터(Visitor Centre)가 있다. 표지판에 내가 발걸음을 멈춰야 할 목적지 거리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캐나다까지 2,444.9 마일,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무려 3,933km. 지금까지 걸은 거리는 351km.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지금까지 걸었던 거리의 11배가 넘는다. 과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걸을 수 있을까? 내가 가는 길에 험한 장벽이나 방해 요소가 있지는 않을까 괜한 염려가 앞선다. PCT를 걷는 하이커가 단 한 사람도 없다. 주변에 고락을 함께 하는 길동무들이 없으니 왠지 뭔가 빠진 듯해 허전하다. 산마루에 오르니 서쪽으로 산군들이 끝없이 펼쳐 있다. 대자연의 장엄함이 한껏 드러나고 난 그 어마어마한 파노라마 앞에 선 미약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고 난 왜 걷는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기 전 잠자리를 마련한다. 내일은 해발 1,200m까지 올라야하기에 많이 먹고 일찌감치 출발을 해야 한다. 모레 오후쯤엔 빅 베어 시티(Big Bear City)까지 가야하므로 유유자적할 수가 없다. 기계적으로 일정한 속도로 끊임없이 걷는 수밖에 없다. PCT에 도전하려는 하이커들을 위한 도움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인터스테이트 10(Interstate 10, 하이웨이를 지나는 다리 밑) 인근 민가에서 반드시 물 4리터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이후 길을 걷다 보면 개울이 말라서 물을 보충할 수가 없다. 물을 준비하지 못할 경우 아주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걸음을 방해하려는 눈과 아내, 천만에!

20일째 걷고 있다. 여전히 길에 대한 설렘이 남아있어 지루하지 않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커다란 내를 만난다. 휴대용 정수기로 물을 거른다. 오늘은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길은 계곡으로 끝없이 이어져있다. 중간 중간 길을 잃고 잠시 당황한다. 곳곳에 길이 유실되어 끊겼다. 언젠가 계곡을 넘칠 만큼 엄청난 물이 흘렀던 듯하다. 다시 되돌아가 길을 찾다보니 걸음이 몹시 더디다. PCT길을 안내하는 앱(Guthook’s PCT GUIDE)만 잘 봐도 길을 잃지 않을 텐데 감각으로만 판단하다보니 자꾸 엇갈린다. 누굴 탓하랴. 뭔가를 꼼꼼하게 보지 않는 내 단점이다.

이틀 만에 길동무를 만났다. 알리와 스티브. 두 사람 모두 시퍼런 청춘들이다. 캐나다까지 간다했다. 둘은 웃고 떠들며 찧고 까분다. 푸른 청춘들이니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청순하랴! 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그재그 산길을 오른다. 능선에서 쉬고 있던 청춘들에게 말을 걸었다.

내 이름을 말했더니 여성인 알리가 제대로 발음을 한다. 자기 수첩에 내 이름을 써 달라기에 한글과 영어로 써 주고 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만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 표시로 집에 돌아가면 PCT협회에 기부라도 하겠다.”

11시간 22분을 걸었고 해발 2,500m쯤에 야영을 했다. 어찌나 추운지 속내의에다가 티셔츠, 경량 재킷에 방풍 우의를 입고, 바라클라바도 쓰고, 양말까지 신었음에도 추위가 살을 엔다. 해발이 높은 산이지만 전화 통화가 된다. 아내는 내게 “미국 코로나 확진자가 이탈리아에 이어 2위다, 학교에선 온라인 수업을 한다, 제주도엔 코로나 확진자가 여행을 한다.” 등등 모두 코로나19에 관한 얘기를 한다. 아내는 내게 어떤 메시지라도 주려는 듯하다. 더 이상 걷지 말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는 뭐 그런 메시지. 천만에, 난 안 돌아간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보, 내가 황소고집인 줄 알잖아.

길엔 50cm쯤 눈이 쌓여있다. 앞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발을 디디며 걷는데도 거리는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온몸을 움직이며 걸어야하기에 체력도 많이 소모된다. 눈에 들어간 발을 빼내려면 그만큼 발을 높이 들어야 하고 알파인 스틱도 마찬가지다. 깊이 박히면 빼내려 용을 써야 한다. 오르내리막이 많은데다가 눈에 푹푹 빠진다. 추위, 더딘 걸음, 심한 오르내림, 발이 젖고, 에너지 소모 크고, 하나부터 열까지 난관이었다. 드디어 내 입에서 걸쭉한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온다.

쿤 크릭 캐빈(Coon Creek Cabin) 앞에 물통이 많다. 2019월 11월 1일에 가져다 놓았다는 글씨가 보인다. 인근 마을에 있는 천사들이 가져다 놓았으리라. 덕분에 내일 아침까지 필요한 물을 넉넉히 준비했다. 오늘 운행 중 최고 높이 2,664m를 넘는다. 눈은 여전히 내 걸음을 방해한다. 해가 서산으로 떨어질 무렵 조그만 개울 옆에 잠자리를 마련한다. 개울 물소리를 자장가 셈치고 자도 좋겠다 싶었다. 이곳도 해발 2,000m가 넘는 곳이라 추위가 여전하다. 침낭이 부실함을 여실히 느낀다. 캘리포니아 남부 고산 지대의 기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배낭 안에 침낭을 넣고 그 속으로 들어가니 추위가 한결 덜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발휘하는 이른바 야영의 지혜다. 오늘은 하이커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알리와 스티브는 어디쯤 있을까?

 

초라한 식사와 화려한 자연의 합창

식량이 동이나 초라한 아침 식사를 한다. 코코아를 끓이고 비스킷 한 봉지와 마늘 육포를 코코아에 넣은 다음, 다시 한소끔 끓여 식사를 대신한다. 텐트 옆에서 흐르는 개울 물소리가 정겹다. 우듬지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새소리가 물 흐르는 소리와 합쳐져 자연의 교향곡으로 들린다. 초라한 식사지만 자연의 합창에 위안을 받는다. 개울물이 흐르며 자갈을 만나 서로 안부를 묻는다.

 “잘 있었니?, 자갈아!”,

 “그래 개울물아, 먼 길 잘 가. 숲속 깨끗한 공기를 맘껏 머금고 멈추지 말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 흘러가야 하는 게 너의 숙명이잖아. 잘 가서 큰물을 만나”

내가 걷는 이 길도 내겐 숙명이련가? 인간은 떠나야만 하는 숙명적 존재라고 하지만, 그게 운명이든 숙명이든 여하튼 난 떠나왔고 그래서 걸어야 한다. 사람의 인생길이야 어쨌든 숙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난 세상에 난 길을 운명적으로 걸어야한다. 어디서 끝나건 또 다시 떠나서 걸어야 한다. 지도상의 물리적인 길도, 마음 속 공간적인 길도, 흐름이란 시간적인 길도 모두 내겐 떠나야 할 길이다.    

쉴 때마다 배낭을 내려놓기가 불편해, 허리 높이의 바위에 배낭을 내리고 알파인 스틱으로 중심을 잡아 괸다. 지게 작대기로 지게를 괴는 원리다. 배낭을 내려놓거나 다시 맬 때 아주 편하다. 걸으며 하나하나 지혜를 배운다.

야트막한 능선에서 자연에서 노니는 조랑말 세 마리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그건 낯선 종에 대한 호기심의 눈빛이 아닌, 두 다리로 걷는 짐승에 대한 경계의 시선이리라. 녀석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려 딴 데를 보며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꼼짝하지 않은 채 나를 지켜보고 있다. 여차하면 튈 모양인 듯. 녀석들에게 조단조단 말을 전했다.

“얘들아, 나는 너희들을 해코지 할 사람이 아니야. 나도 그저 너희들이 지내는 자연 속에서 끝없이 걷고 싶은, 너희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하나의 種일뿐이야.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 없어. 잘 지내렴!”

 

드디어 길동무가 생기다

18번 하이웨이에 도착했다. 히치하이킹을 통해 쉬어갈 빅 베어 시티(Big Bear City)로 가야하는데 차들이 이따금 지나간다. 젊은 친구가 흔쾌히 나를 태워 시내로 데려다 주었다. 우체국에 들어가 내 식량 박스를 받고는 마켓을 찾아 피자 한 조각, 치즈, 구운 연어, 캔맥주를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아이딜와일드 숙소에서 만났던 짐(Jim)이 아는 체를 한다. 어제 시내에 왔는데 숙소가 없어 트레일 엔젤의 집에서 잤다고 한다. 바로 PCT로 복귀한단다. 나는 너무 피곤해 시내에서 이틀쯤 쉬다 가고 싶다 했는데 짐이 말한다.

 “숙소는 모두 문을 닫았어.” “그래? 좋아, 까짓것 가는 데까지 가보자!”

차도를 걷다보니 네이처스 인(Nature’s Inn) 숙소가 보여 마음이 흔들린다. 주인인 에드워드 스타닉(Edward Stanik)에게 사정을 한다.

“내가 지금 몹시 지쳐서 쉬어야만 하는데, 여기서 묵게 해 주세요”

“방이 없어요. 모두 장기 투숙객들입니다.”

그러면서 마을에 있는 트레일 엔젤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이 지역에서 묵기는 글렀다. 잠깐 상심을 하고는 이내 결정했다. ‘걷자, 죽기라도 하겠는가.’ 내 상심을 알았는지 에드워드씨가 18번 하이웨이까지 차로 데려다 주겠단다. 짐(Jim)을 만나 함께 차를 얻어 타고 몇 시간 전에 내려왔던 PCT로 다시 복귀를 했다. 시내에서 있던 시간은 고작 3시간쯤. 짐과 기념사진을 한 컷 찍는다. 이젠 짐과 함께 PCT길을 걸으려 한다. 앞으로 얼마나 함께 있게 될지, 그와는 또 어떤 추억거리를 만들게 될지. PCT 22일째 걷는 날, 라이트우드(Wrightwood)를 향해 짐과 함께 걷기 시작한다. 드디어 길동무가 생겼다.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일출명산 가이드/선자령...
낮은산 좋은산 / 팔봉산...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납량계곡/응봉산 용소골...
시즌특집/늦가을 억새 5...
눈꽃 명산 가이드/계방...
늦가을 억새산/ 오서산...

HOME 게시판 산행기 정기구독신청 회원가입 개인정보취급방침

copy right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00-1호에 따른 사업자등록번호 106-05-87315
회사명: 도서출판 사람과산/ 등록번호: 서울, 아04289 /
등록일자: 2016년 12월 20일 / 제호: 사람과산 /
발행인: 조만녀 /편집인: 강윤성 /청소년보호책임자: 노주란/
발행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212, 309호(가산동, 코오롱디지털타워애스턴) /
발행일자: 2003년 4월 21일 /TEL (대)02-2082-8833 FAX 02-2082-8822
copyright © 1989 - 2007, 사람과 山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은 마운틴코리아에 귀속하며 무단 복제나 배포 등 기타 저작권 침해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contact
webmaster@mountainkorea.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