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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클라이밍

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칠봉밸리암 & 원주레일파크

 

그 겨울, 을 찾아서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원주를 찾은 1순위 목적은 암벽등반이었다. 취재 전 일주일은 내리 낮 기온이 영상을 웃돌았고, 칠봉밸리암은 고르고 고른 ‘어프로치가 짧고 해가 잘 드는’ 겨울 등반지였다. 전국적으로 첫눈이 내린 다음날, 휴대용 난로와 핫팩, 온수와 방한복까지… 단단히 준비를 하였으나, 갑작스레 불어닥친 한파주의보는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새롭게 탈바꿈한 칠봉밸리암

“우와, 정말 닮으셨어요.”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의 풋풋한 대학산악부 커플이 이번 취재에 함께한다. 권혁균(27, 가천대 산악부)씨와 조희선(22, 세종대 산악부)씨는 대학산악부 연합활동을 통해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운 3년 차 연인이다. 쌍꺼풀 없는 선명한 눈매와 오뚝하고 동그란 코, 앙증맞게 올라간 입꼬리, 두 사람은 남매라고 해도 될 정도로 얼굴 구석구석이 꼭 닮았다. 주민욱 기자가 첫만남에 깜짝 놀라더니, 이내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기분 좋은 덕담을 더한다.

“외모가 닮은 연인은 오래도록 사이가 좋던데, 두 분도 딱 그럴 것 같네요.”

오늘의 목적지는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에 위치한 칠봉밸리암이다. 칠봉밸리암은 지난 2006년 치악산악회에 의해 처음 개척되었다. 당시 3개 코스가 개척되었으나, 낙석 등의 이유로 등반지가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이후 지난 2020년 5월, 원주 클라이머스, 클라이밍원주센터, 골수회, 치악산악회에 의해 기존 루트 개보수 및 추가 개척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한 달 뒤인 2020년 6월 6일에 개척보고회를 가지며 새로운 등반지로 탈바꿈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여주를 지나 원주에 들어서자 창밖으로 순백의 세상이 펼쳐진다. 눈이 쌓이지 못하고 금세 녹아버린 서울과 달리, 영하 11도의 원주는 차곡차곡 온 세상이 눈으로 덮였다. 갑작스런 추위로 촬영에 지장이 가진 않을까 가득했던 고민들이 새하얀 풍경을 만나자마자 깨끗이 사라진다. 기대했던 그림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의 풍경이다.  

칠봉교를 건너자 이내 좌측으로 우뚝 선 바위가 나타나며 칠봉밸리암에 도착한다. 바위 바로 옆으로 ‘이레민박’이 있으므로, 이곳을 찾을 때는 내비게이션에 민박집 이름을 입력하면 된다. 발자국 하나 없는 고요한 눈밭에 차를 세우고 바위 앞으로 다가선다. 곳곳의 튀어나온 바위 턱 위로 수줍은 첫눈이 클라이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재미의 알짜배기 바위

“휴, 퀵드로를 부족하게 챙겨 와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에요.”

“마치 인공외벽의 자연바위 버전을 보는 것 같아요.”

바위 전면에 설치된 고정 퀵드로가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칠봉밸리암은 대부분 루트의 모든 볼트에 고정 퀵드로가 설치되어 있어, 등반자는 로프와 암벽화, 하네스만 있으면 등반을 할 수 있다. 암장은 크게 하단부는 오버행이고 상단부는 페이스다. 좌측은 고난도 루트가 많고, 우측은 지구력 루트가 많다. 현재 총 21개의 스포츠 루트가 개척되어 있으며, 평균 등반 길이는 15m 전후다. 메인벽 외에도 별도의 볼더링 섹터가 개척 중이며, 트래버스, 크랙, 지구력 등 다양한 등반의 재미가 고루 분포한 덕에 6월 보고회 직후부터 지난가을까지 매주말 뭇 등반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어떤 루트로 등반할까요? 저는 뭐든 상관없습니다. 제 실력을 훨씬 뛰어넘는 불가능한 정도만 아니라면요.”

“어디 보자, 중앙에 있는 루트가 아주 멋진데요? 시작부터 일레븐(난이도 5.11급 등반) 괜찮을까요?”

“네 그럼요,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첫 루트로 치악1(5.11a)을 골랐다. 치악1은 시작부터 오버행을 넘어선다. 이후 3번째 볼트 직전에 페이스로 진입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크럭스다.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등반준비를 마친 권혁균씨가 양손을 거세게 비비며 연신 입김을 불어넣는다. 차가워진 손의 감각을 깨운 뒤, 오른손을 멀리 뻗으며 바로 등반을 시작한다.

각도가 센 오버행 아래에서 등반자는 다음 홀드가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 권혁균씨가 더듬더듬 손끝으로 홀드를 찾으며 집중력을 발휘한다. 치악1은 손 홀드가 발 홀드보다 확실한 편이므로, 상체 근육이 발달한 등반가는 비교적 쉽게 크럭스를 돌파할 수 있다. 안정적인 홀드를 찾은 권혁균씨가 하체를 끓어 올리듯 크럭스를 넘어선다.

“으악 손발이 찢어질 것 같아요, 바위도 완전히 얼음이에요.”

치악1을 연달아 2번 등반한 권혁균씨가 하강과 동시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칼바람에 꽁꽁 언 바위의 냉기가 그의 두꺼운 암벽화를 뚫고 발가락을 공격한 것이다. 권혁균씨에 이어 조희선씨가 치악1과 나홀로대박(5.12b) 톱로핑 등반을 진행한다. 오버행 아래에서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혁균씨의 세심한 코치를 따라 안정적인 등반을 이어간다.

각 2판의 등반을 마친 뒤 난로 앞으로 옹기종기 모인 취재원들, 어느새 누구하나 빠짐없이 루돌푸의 새빨간 코를 장착했다. 추위에 어깨까지 들썩이는 탓에 아쉽지만 일보후퇴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플랜B, 겨울 원주의 낭만을 찾아 걸음을 옮긴다.

 

낭만 가득 원주 데이트

“희선이가 먼저 저를 좋아했어요.”

“아니에요, 형이 먼저 나를 꼬셨잖아.”

“네가 나한테 반한 걸 내가 눈치 채고 그렇게 한 거였지.”

“누가 할 소리인데~”

등반을 정리하고 바위 앞의 강변으로 내려선다. 마른 억새밭과 꽁꽁 언 강물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고,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돌다리를 건너자 멀리 흰 눈에 뒤덮인 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강변을 따라 걷는 길, 티격태격 앞서가던 두 사람 사이로 귀여운 논쟁이 오간다. 알콩달콩 사랑싸움이 고요한 풍경에 낭만을 더한다.

“여기 여름휴가로 놀러오기 딱인 것 같아요. 등반하다 더우면 앞에서 물놀이도 하고, 캠핑장에서 야영도 하고요.”

칠봉밸리암은 야영 가능한 박지와 등반지가 많아, 봄가을에 원주로 등반투어를 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위 앞으로 작은 강이 흐르고, 건너편으로는 캠핑장이 있다. 암장이 위치한 공터는 사유지로 야영이 불가하지만 건너편 캠핑장을 포함해 강물을 따라 각종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또한, 주변 다른 암장으로의 접근성이 좋은데, 1km거리에 산현바위가 있고,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간현암이 있다.

“간현암 옆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실제 기차역이었다니, 신기해요.”

“예전에 간현암 등반은 기차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은 인공조형물이 많이 세워져서 옛 느낌은 사라졌지만, 얼마나 분위기가 좋았는지 몰라요.”

20여 분 거리의 원주레일파크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 2011년 12월에 운행을 종료한 옛 간현역을 보존하여 만든 레일파크는 원주의 대표 등반지인 간현암의 바로 옆에 위치한다. 오래된 역사(驛舍)를 바라보며 주민욱 기자가 잠시 추억에 잠긴다. 지금은 완연한 테마파크로 변신한 옛 간현역, 정차한 레일바이크 곳곳에는 가지각색의 고드름이 맺혀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철길 위로 흰 눈이 한가득이다.

“희선이랑 연인이 되기 전에 대학산악부 연합활동으로 같이 간현암에 왔었어요. 그때 제가 등반 중 추락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희선이가 절 보고 있는 거예요. 그때 희선이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눈이 하트모양이었죠.”

“하하하, 혁균형은 추락할 때 얼마나 시끄러운지 몰라요. 저 뿐만 아니라 그날 등반지에 있던 모든 사람이 혁균형의 추락 모습을 지켜봤답니다.”

추위로 등반은 어려웠지만 덕분에 더욱 예뻤던 하루, 아직 끝나지 않은 귀여운 논쟁이 철길을 따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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